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13
313화
콰과과과과.
“어어…… 저저……!”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쳐 적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한 마리의 거대한 화룡.
뒤이어 펼쳐질 상황을 짐작한 막휘가 다급히 모두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뒤, 뒤로 물러나! 다들 어서……!”
막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든 화룡이 밀집한 음지 무사들의 진형으로 떨어진다.
파아앗!
콰과과과광!
“크아아악!”
“아아악!”
화룡으로부터 만들어진 폭발에 휘말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아수라장이 펼쳐진다.
화기에 끔찍한 화상을 입은 이,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큰 부상을 입은 이들.
하지만 이런 이들은 차라리 나은 상황이었다.
폭발의 중심부에 서 있던 수십에 달하는 무사들은 대부분 비명 한번 질러 보지도 못하고 목숨을 잃고 말았으니까.
타닷.
“후우…… 다들 괜찮냐?”
“혀, 형님!”
“련주님!”
막휘의 근처로 안착한 사무현이 주위를 한번 둘러보며 묻자, 이 모습을 지켜보던 음지 무사들이 주춤주춤 뒤쪽으로 물러난다.
아무리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 모르는 집단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바보는 아니다.
음지사왕 중 두 명을 상대로 압도적인 무위를 점하던 저 괴물을 상대로, 먼저 접근하는 이들은 반드시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접근하는 것을 포기한 저들 중 몇몇이 비도를 꺼내기 위해 품속에 손을 밀어 넣자, 사무현이 기다렸다는 듯 재차 일도를 휘두른다.
부웅.
콰과과과과과.
사무현의 일도와 함께 복잡한 형태의 도풍이 저들을 뒤덮는다.
“크아아악!”
“아악!”
천마도법의 만마참풍.
제대로 된 위력을 내려면 강기까지 섞어 주어야겠지만, 지금의 사무현에게는 낭비할 만한 내력이 남아 있지 않다.
또한 저들 중 대부분이 절정에도 이르지 못한 이들이니, 사실 이것만으로도 진형을 무너뜨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후우…… 에라!”
파밧!
쩌저저정!
만마참풍으로 인해 흐트러진 진형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적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사무현이 근접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멍하니 그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천방도들이 황급히 그 뒤를 따르기 시작한다.
“혀, 형님의 뒤를 따라라!”
“아, 진짜! 혼자 싸우지 마시라니까!”
사무현의 등장과 함께, 긴장감으로 바짝 얼어붙어 있던 사천방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전장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뀔 기미를 보이고 있던 그때.
“와아아아!”
난데없이 그들의 뒤쪽에서 들려온 함성에 전투 중이던 천신련도들이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그들의 눈에, 각기 다른 무기를 꼬나쥔 수적 무리가 들어온다.
그것도 거의 삼백여 명 남짓한 수적들이…….
“크핫핫핫! 수룡채(水龍砦)가 왔다! 이놈들!”
“채주님! 어디 계십니까!”
“저희가 왔습니다! 채주님!”
“……하아?”
난데없이 등장한 수적들이 기세등등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수룡왕을 찾는다.
저 깎아내린 듯한 절벽을 기어 올라온 것으로 보아 수적들 중 정예에 속하는 이들이 분명할 터.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모두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수룡왕을 찾던 그때.
“크흐음…….”
검존이 등장한 후 흉부의 상처가 덧나지 않기 위해 주저앉아있던 수룡왕이, 침음성을 흘리며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그가 장강수로채의 수적들을 이끌고 있는 힘은 다름 아닌 힘과 공포심에서 나오는 것.
가뜩이나 천신련주에게 패한 후로 전과 같은 통제력이 나오지 않는데, 이렇게 시작부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몸을 일으킨 수룡왕이, 자신의 태도를 머리 위로 치며 들며 고함을 지른다.
“모두 썩 비키거라아아아!”
수룡왕의 쩌렁쩌렁한 외침에, 그의 앞에서 전투 중이던 천신련 무사들이 황급히 양옆으로 비켜선다.
지금까지의 전투에서 수룡왕이 보여 준 말도 안 되는 위력의 강기는, 모두의 기억에 지나칠 정도로 생생히 남아 있었으니까.
“으라앗!”
부웅.
쐐애액액!
수직으로 휘둘러진 수룡왕의 도격과 함께, 반월형의 거대한 강기가 미처 피하지 못한 천신련 무사들의 머리 위를 스치고 날아간다.
그리고 곧이어, 막 흩어지려던 음지 무사들의 진형으로 그가 쏘아낸 강기가 떨어졌다.
콰과과과광!
“크아아악!”
“아아악! 내, 내 팔!”
“후우…… 후우…….”
사무현이 전개했던 화룡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수룡왕의 강기가 폭발한 곳에서도 수십 명의 무사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아비규환이 펼쳐진다.
부상 때문에 한 번의 도격을 마음껏 내지르는 것조차 쉽지 않은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 낸 수룡왕이 목소리를 높인다.
“수룡채는 나를 따라라! 지금부터 마교의 뒤를 따르는 음지 무사들을 섬멸한다!”
“존명!”
“와아아아!”
언뜻 건재한 것처럼 보이는 수룡왕의 외침에 기세가 올랐는지, 삼백여 명의 수적들이 경공술을 펼쳐 가며 전장으로 내달린다.
이에 자리를 박찬 수룡왕이, 순식간에 조금 전 무너뜨린 음지 무사들의 진형 한가운데로 착지한다.
쿵.
“크핫핫핫!”
거대한 내력이 실린, 인근을 쩌렁쩌렁 울리는 수룡왕의 웃음소리.
그와 함께 거대한 기세가 폭풍처럼 사방으로 뻗어 나가자, 음지 무사들 몇몇은 다리가 풀린 채 바닥에 쓰러진다.
“채주님을 따라라! 모조리 쓸어 버려라!”
“이야아아아!”
“수룡채가 왜 최강의 수적들인지 가르쳐 줘라!”
수룡왕의 기세에 용기백배했는지, 천신련 무사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적들.
작살과 거치도, 태도 등으로 무장한 수적들이 앞으로 뛰쳐나가 혼란을 벗어나지 못한 음지 무사들의 목을 베어 내기 시작한다.
촤좌좍!
서걱!
“크핫핫!”
“하나같이 빠졌……!”
푸숙.
기세등등하며 앞으로 나아가던 수적의 옆구리에 바닥에 쓰러진 듯 보였던 음지 무사의 세검이 틀어박힌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수적의 일도가 그대로 음지 무사의 목을 잘라내 버린다.
서걱.
털썩.
“쯧, 시작부터 한 방 먹었네. 빌어먹을 새끼들.”
“크흣흣, 이거 독살도(獨殺刀)도 늙은 건가? 저런 눈먼 칼에 맞아 주다니.”
“쯧, 시끄러워! 고작 옆구리에 칼침 한 방 맞은 것 가지고 무슨……!”
“낄낄, 하기야, 옆구리에 작살 맞고 장강에 떨어지는 것보다야 낫지.”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여기저기 찢어지고 꿰뚫리는 전장이다.
하지만 이런 전투가 저들에게는 그리 낯선 것도 아니라는 듯, 낄낄거리는 웃음을 흘려 가며 부상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적들의 목을 베어 간다.
그 어떤 흔들림도, 두려움도 없이.
어찌 보면 무식하다 할 수 있는 저들의 전투 방식을 바라보며 천신련 무사들 중 하나인 살신귀가 혀를 내두른다.
“어처구니가 없군…… 일대일에서는 무식하기 그지없는 방식이, 난전에서는 저렇게 무서울 정도의 효율을 발휘하다니.”
“으음…….”
살신귀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천일괴.
상대와의 거리를 재거나 방어 따위를 염두 하지 않는다.
양옆과 등 뒤의 아군을 믿고, 그저 적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가 상대의 급소를 베어 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들은 급소가 아닌 이상 맨몸으로 받아 낸다.
이런 식이니, 그들의 기세에 밀린 적들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진형을 무너뜨리고 만다.
단 한 번의 어설픈 공격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니까.
‘물론 목숨을 걸고 저들의 기세에 맞설 수 있는 이들이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 가령 사천방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저 음지의 무사들에게는 무리다.
현재 마교 쪽에 붙은 저들은, 살아남기 위해 음지에 몸을 담았던 이들이다.
장강에서 목숨을 내건 수많은 수전을 치러온 수룡채의 귀신들을 상대하기에는 어떤 의미로든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그들의 진형 중심에서 수룡왕이라는 거물이 날뛰고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가소로운 놈들!”
부웅.
쩌저저정!
“크아악!”
“아악!”
수적들과 마찬가지로, 방어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 수룡왕의 거친 일도에 순식간에 다섯 명의 음지 무사가 목숨을 잃는다.
사천방의 뒤에 이어 수적들마저 활약하기 시작하자 천신련도 기세를 높이며 공세의 끈을 잡아당긴다.
“우리도 앞으로 나가자!”
“수룡채에게 지지 말자!”
“이, 이런……!”
사실상 거의 전투 불능처럼 보였던 천신련주와 수룡왕이 개입했을 뿐인데, 팽팽하던 전장이 순식간에 한쪽으로 기울어 버렸다.
집단전에서 절대 고수의 존재 유무가 승패를 가르는 이유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상황.
그리고, 그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또 한 명의 절대 고수가 조금 다른 분위기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스거거걱! 촤아아악!
털썩. 풀썩.
“이…… 이럴 수가…….”
“어,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머리 없는 시신으로 변한 동료들의 죽음에, 살암과의 거리를 좁히려던 음지 무사들이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친다.
짙은 살기나 기세를 흩뿌리는 것도, 그들을 향해 거침없는 절기를 퍼붓는 것도 아니다.
그저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며, 그의 거리에 들어온 모든 이들의 목을 단칼에 베어 낸다.
저벅저벅.
“이익……!”
샤샤샥!
채챙! 챙!
차마 접근할 수 없었던 몇몇 무사들이 비도를 날렸지만, 살암의 방어를 뚫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밀집된 적들의 진형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살암.
결국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십여 명의 무사들이 기합과 함께 그에게 몸을 날린다.
“으아아아!”
“죽어라아아!”
촤좌좌좍! 스걱! 서걱!
무시무시한 속도로 휘둘러진 살암의 검이 순식간에 다섯 명의 무사들을 베어 내며 지나간다.
살아남은 무사들 중 일부가 살암을 향해 비도와 검을 날렸으나, 이 모든 것은 살암의 호신강기에 막혀 튕겨 나갔다.
그리고 곧이어, 어느새 회수된 살암의 검초에 살아남았던 무사들의 목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촤아아아악!
털썩. 풀썩.
“으…… 으으…….”
순식간에 주검이 되어 버린 동료들을 바라보며, 차마 달려들지 못하고 있던 무사들이 뒷걸음질 치며 두려움에 떤다.
아무런 말도, 표정도 없이 그저 덤덤히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베어내고 있는 살암.
차라리 기세를 꺾기 위한 과격한 행동이라도 하면 모를까, 그저 말없는 묵묵한 행동이 그들에게 더더욱 큰 공포로 다가왔다.
“제…… 제발…… 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결국 두려움에 떨다 못한 무사 중 하나가 떨리는 검 끝을 살암에게 겨누며 소리친다.
그러자 발걸음을 옮기던 살암이, 자리에 멈춰 서서 그의 얼굴을 무심히 바라본다.
“대체…… 왜 우리를 공격하는 겁니까! 당신은 암천막의 후계자, 한때는 음지를 대표하던 이가 아닙니까!”
그들이 지금까지 따르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적대하던 이들이 누구였는지 까맣게 잊은 듯 궤변을 토해 내는 무사.
이에 지금껏 침묵 속에서 살육을 반복해 오던 살암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암천막 소속이었느냐?”
“그렇습니다! 이들 중 암천막이 아니었던 자가 대체 몇이나 되겠습니까!”
마치 절규와도 같이 변한 음지 무사의 외침.
이에 살암의 얼굴에 처음으로 복잡한 감정의 빛이 스쳐 지나간다.
“……그래, 내가 당연한 것을 물었구나.”
“저희를 공격하지 말아 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시킨 대로 움직였을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당신이 유일한 음지의 왕이지 않습니까! 어찌 저희를 공격하시는 겁니까!”
“……왜 너희를 공격하느냐고?”
저들의 물음에 대한 답을 떠올리며 살암이 씁쓸한 미소를 머금는다.
“새로 쌓기 위해서다.”
“예, 예?”
살암의 대답에 당황한 듯 반문하는 이들.
아마 저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지난 시간 동안 사천방에서, 천신련에서 살아가면서 그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과거 음지 전역을 지배했던 강대한 암천막이 어째서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시작부터 잘못 쌓아 올린 누각이었다.’
오직 힘, 명령, 복종만으로 이루어진 집단.
그 집단을 더 큰 힘으로 누르고, 또 그 힘을 더 큰 힘으로 누르며 계속된 체계를 쌓아 올라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더 큰 힘이 찾아온 순간 와르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살암은 불과 얼마 전까지 그 암천막과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더는 같은 길을 반복하지 않겠다.’
심복이라 부르던 이가 등에 칼을 꽂고, 힘을 잃는 순간 모두가 적으로 돌변하는 그런 암천막은 더 이상 존재해선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청소.
이전까지 남아 있던 암천막의 잔해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처음부터 새롭게 하나하나 쌓아 올려 나가야만 한다.
비록 그 길이 더없이 고되고 괴로울지라도.
“자…… 오거라.”
피에 젖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살암이 그들에게 검 끝을 겨눈다.
“살기 위해 마교에 영혼을 팔아넘긴 너희들을, 친히 내 손으로 베어 줄 것이니.”
“이이……! 이야아아!”
“으아아아!”
공격을 멈출 뜻이 없음을 밝히는 살암의 한 마디에, 어느새 그를 포위하고 있던 음지의 무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고 그에게 달려든다.
그렇게 전장의 한쪽에서, 한때 암천막이라는 이름을 짊어지고 있던 이들 간의 처절한 전투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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