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콰구구구구구.
“세…… 세상에…….”
산산이 파괴된 먼지가 전장을 휘감으며 용오름을 만들어낸다.
이 정도면 그야말로 자연재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어찌 이것이 인간의 몸으로 펼쳐진 무공의 위력이라 할 수 있을까?
천마라는 존재에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여겼던 마교의 장로들마저도, 그의 무공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파괴력에 할 말을 잃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 중 유일하게 평정심을 지키고 있는 이는, 현 천마신교의 소교주인 십삼 대 천마. 단 하나뿐이다.
“이거…… 의심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너무 손쉽게 끝났군요.”
“예, 굳이 저희가 이런 작전까지 펼치며 기다릴 필요도 없었던 듯합니다.”
상식의 범주를 훌쩍 넘어서는 초대 천마의 강함에 탄사를 흘리는 조암 장로와 구마 장로.
이에 이 작전을 주도했던 태상 장로가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다들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이 작전의 목표는 적들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함만이 아니었네.”
“예? 하오면…….”
“우리가 마도천하(魔道天下)를 이룩했을 때,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 폐허에서 영광을 누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나?”
“아……!”
태상장로의 말을 이해한 조암 장로와 구마 장로가 놀란 두 눈을 치켜뜬다.
저 말대로라면 태상장로는 초대 천마가 나설 경우, 이렇게 일방적인 상황이 펼쳐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이 아닌가?
“가급적 초대께서 나서기 전에 우리의 손으로 저들을 굴복시키기를 원했네. 저 역겨운 정파 놈들은 모조리 제거해야 할 대상이겠지만, 얼마든지 교에 동화될 수 있는 무고한 이들까지 죽일 필요는 없으니 말일세.”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태상장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조암 장로가 문득 떠오른 듯 질문을 던진다.
“하면 저희의 이번 작전은 실패한 겁니까? 결국 저렇게 모두가 죽어 버렸다면…….”
“음…… 솔직하게 완벽한 성공이라 말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실패했다 말할 수도 없네. 비록 이 전장에 선 이들은 잃었지만, 우두머리를 잃은 음지와 사파의 남은 잔존세력들은 모두 우리의 손에 들어올 것이니.”
태상장로의 설명에 다소 밝아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이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오래도록 시간과 공을 들였는가?
지금은 소교주 신분이지만 한때 십삼 대 천마라는 이름으로 천하를 호령했던 이는 맞지도 않는 제자를 키워야 했고, 초대 천마는 수년이라는 시간 동안 십만대산에서 때를 기다려야 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밟아 버릴 수 있는 저들을 상대로.
그런 와중에 자신들의 무능력으로 작전이 실패했다고 한다면, 후에 천마의 눈에 어떤 식으로 그들이 보일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상황이 마무리된 듯한데, 지금이라도 내려가 승전을 축하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습니다. 혹여 살아남은 생존자가 있다면 제거하고, 속히 뒤처리를 하는 게 좋겠습니다.”
부족함을 만회하려는 듯 열의를 보이는 조암과 구마.
이에 태상장로가 막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그들의 앞에서 전장을 바라보던 십삼 대 천마가 무심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다들 경거망동 하지 마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예?”
십삼 대 천마의 한마디에 의아한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는 이들.
어느덧 하늘로 솟구쳐 오른 용오름이 다소 옅어지긴 했지만,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른 지상을 확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쯧…… 명색에 극마지경이라는 놈들이 눈에만 의존하는 꼴이라니.”
한심하다는 듯 짧게 혀를 차고는 이내 다시 말문을 닫아 버리는 십삼 대 천마.
그의 말에 장로들이 재빨리 기감을 개방하며 전장을 살피자, 잠시 후 그들의 얼굴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아니……!”
“설마…….”
스스스스.
그들이 불신 어린 얼굴을 하고 있던 그때, 허공에 떠 있던 초대 천마의 손이 가볍게 휘둘러지더니 광범위한 바람이 불어와 전장의 먼지들을 날려 버리기 시작한다.
***
‘정신 차려라! 한가로이 누워있을 때가 아니다!’
물속에서 말을 거는 듯 흐릿하게 들려오는 음성.
하지만 간절한 그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무현의 사고는 쉽사리 이어지지 않았다.
눈앞의 세상은 잿빛이고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는다.
간헐적으로 들이쉬는 호흡으로 계속해서 버적거리는 흙먼지가 들어온다.
‘어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여기서 네가 일어나지 않으면 사천방도 구할 수 없다! 모두 다 죽는다는 말이다!’
“……!”
사천방.
그 단어에 조금은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느낀 사무현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천마를 찾는다.
그러자 그의 바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창백한 천마의 얼굴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그, 그래! 정신이 드느냐!”
“시…… 시끄…… 쿨럭!”
답지 않게 놀란 듯한 녀석의 얼굴에 시끄럽다고 한마디 뱉어 주고 싶었지만, 호흡을 내뱉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 기침이 터져 나왔다.
“쿨럭! 쿨럭! 커헉!”
“그래, 그래. 어서 다 토해 내고 일어나라!”
흙먼지 속에 엎드려 기침을 토해내는 사무현의 모습에, 다소 안도 섞인 목소리로 격려하는 천마.
잠시 후 꽤 많은 양의 피 먼지를 뱉어 낸 사무현이 몸을 일으키며, 다급히 사천방도들을 찾아 주위를 둘러본다.
“다들…… 다들 괜찮냐?”
“저, 저는 괜찮습니다.”
“쿨럭……! 저, 저도 살아 있습니다, 형님.”
뒤에서 들려온 막휘와 손익패의 음성.
그리고 그들의 뒤를 이어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사천방도들 하나둘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혹여나 자신의 옆에 있던 이들 중 죽거나 다친 이들이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이들은 먼지로 뒤덮인 얼굴을 훔치며 동료들을 살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듯합니다, 형님!”
“후우…… 그래.”
막휘의 대답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 사무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마기가 그를 향해 쏟아진 것도 아니었다.
그들과 상당히 멀리 떨어진 마기가 폭발하며 만들어 낸 여파.
그로부터 사천방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현은 전력으로 광범위한 도막을 펼쳐야 했다.
‘다행히…… 성공한 건가?’
온몸의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기혈도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래도 큰 부상 없이 살아남는 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조차도, 아슬아슬한 순간 그의 앞을 막아서 준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어림없었을 일이다.
사방에 몰아치는 흙먼지 속에서 고개를 드는 사무현.
그의 앞에는, 호리호리한 체구의 여인이 검 한 자루를 늘어뜨린 채 전방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우선 저 여자 덕분에 큰 부상 없이 넘겼지만…… 아무래도 저쪽도 정상은 아닌 듯 보이는구나.”
“음.”
천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단아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사무현.
그녀의 자세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다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평소와는 달리 좌수검을 쥐고 있다.
이는 오른팔에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하는 것.
이는 초대 천마 같은 괴물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약점이다.
“후우…… 퉤!”
입에서 한 움큼 핏물을 토해 낸 단아란이 잠시 후 엉망이 된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허공을 올려다본다.
“……대체 저건 뭐 하는 괴물 새끼야?”
천마신교의 소교주라는 녀석과 싸우면서도 생각하고 있었다.
소교주가 이 정도면 대체 천마라는 놈은 어느 정도 되는 괴물일지 장담할 수 없겠다고.
그리고 이윽고 마주한 천마라는 존재는 그런 그녀의 상상을 아득하게 넘어서고 있었다.
욱신욱신.
뚝 뚝.
‘……꼴사납네.’
하필이면 소교주를 상대하던 도중에 받은 기습으로, 검을 쥐어야 할 그녀의 오른팔이 피투성이로 변해 버렸다.
급한 대로 좌수검을 쥐고 뛰어들어 저 괴물 놈의 공격으로부터 제자들을 보호하긴 했지만, 과연 빠질 대로 빠진 체력과 정상적이지 않은 이런 몸으로 얼마나 잘 싸울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그렇게 단아란이 입술을 깨물며 허공을 바라보던 그때.
스스스스.
인위적인 바람과 함께 사방에 자욱하던 흙먼지가 걷히자, 허공에 떠서 그들을 내려다보는 초대 천마의 모습이 모두의 눈에 들어온다.
참혹하기 그지없는 전장의 모습까지도.
“쿨럭……! 세…… 세상에…….”
“어찌 이런…….”
“아미타불…….”
어느새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 검존과 무천검제, 신불이 차례로 눈앞의 참상에 신음을 토해 낸다.
그 크기를 표현키 어려울 만큼 넓게 파인 구덩이를 중심으로, 인근 여기저기 널브러진 끔찍한 시신들.
하지만 그들 모두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저 드넓은 구덩이 안쪽에는 시신이 단 한 구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어찌 잔혹한…….”
시신도 없이 죽은…… 아니,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는 표현이 더 옳은 사망자가 어림잡아도 삼천이 넘어간다.
이전의 공격까지 포함한다면 도합 오천.
폭발의 여파에 말려 죽은 이들까지 포함한다면,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여기 모인 전력의 태반이 죽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가늘게 떨리는 손을 움켜쥐며 신음하던 신불이, 곧 주먹을 움켜쥐며 천마를 향해 소리친다.
“이……! 꼭 이래야만 했소이까!”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아무리 마교라고는 하나, 어찌 인간으로서 이런 끔찍한 공격을 행할 수 있다는 말이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신불의 음성.
하지만 그의 분노에 답하는 천마의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끔찍하다라…… 이 상황이 말인가?”
“그럼 아니라는……!”
“본좌가 손을 쓰기 전보다 끔찍한가?”
“……!”
천마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신불의 말문이 막힌다.
그의 얼굴을 똑바로 내려다보는 천마의 눈에 그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자신과는 무관한 제삼자의 일이라는 듯이.
“스스로 왜 전투를 벌여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저 죽이고 또 죽이고…… 아우성과 비명만 가득하던 전쟁보다, 진정 본좌의 손속이 더 끔찍하다 여기는가?”
“…….”
“……본좌는 도리어 자비를 베풀었다 생각하는데.”
본질을 꿰뚫고 있는 듯한 천마의 눈을 마주하며, 신불은 자신이 시험대 위에 올려진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가 어떤 답을 내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바라보는 천마의 모습에 신불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은데…… 내가 먼저 하나 물어도 되겠소?”
난데없이 그들의 대화에 끼어든 검존의 물음에 천마가 그에게 시선을 돌린다.
“말하라.”
“마치 이 끔찍한 전쟁을 멈추기 위해 당신이 개입을 했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적어도 그런 말은, 이 전쟁을 일으킨 배후의 입에서는 나와서 안 되는 것 아니오?”
“……!”
검존의 날카로운 지적에 퍼뜩 정신을 차린 신불이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사마(邪魔)로구나.’
이 상황을 일으킨 장본인이 태연하게 그의 가치관을 시험대에 올려보낸다.
마치 자신이 선과 악이라는 관념을 뛰어넘은 절대자의 위치에 서기라도 한 것처럼.
그럼에도 상대에게서는 교활함과 악의를 조금도 느낄 수 없으니, 이는 순수한 악(惡)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다.
신불이 상대의 악랄함에 치를 떠는 사이, 어느덧 검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천마가 뒷짐을 지고 선 채 입을 열었다.
“나는 너희의 생각을 물었을 뿐이다. 나름대로 신경을 써서 한 청소를 끔찍하다 말하니, 이해할 수 없어서 말이다.
“처, 청소라고? 지금 청소라고 했나?”
천마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분노로 몸을 떠는 검존.
침착함을 지키고 있던 무천검제 역시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쓰윽.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위를 청소라 부르다니…… 이백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너희의 그 악랄함은 조금도 변치 않았구나.”
“악랄함이라…….”
무천검제의 말에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 천마가, 이윽고 느릿하게 한 손을 들어 올리며 다시 한번 마기를 집중시킨다.
스스스.
“호기심에 괜한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을 잡아먹었구나. 과거도 지금도, 너희와 본좌가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 것을…….”
쩌저저정!
천마의 말이 이어지던 그때, 난데없이 그가 서 있던 인근에서 우렁찬 폭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단아란이 전개한 한 줄기의 강기가 그대로 천마의 신형을 덮친다.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후우…… 마교 놈이랑 뭐 하러 입 아프게 떠들고 있어?”
쓰윽.
푸른 검강이 머금어진 검신을 비스듬히 기울인 단아란이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을 잇는다.
“저 새끼 모가지만 잘라 버리면 끝나는 상황인데.”
그녀의 말에, 어느덧 잡념을 지운 이들이 단아란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아미타불…… 마구니 시주도 가끔은 옳은 말을 하는구려.”
“원래 아란이가 과격하긴 해도 틀린 말은 안 하지 않습니까?”
“아미타불, 무태 시주. 입이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 했소이다. 아직도 저 마구니 시주한테 잘 보이려 하시오?”
“……둘 다, 말장난은 싸움이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네.”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검존과 신불, 무천검제의 티격거리는 대화가 오간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그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 사무현이 발걸음을 떼려는 그때였다.
“잠깐 멈춰라.”
난데없이 그의 발길을 붙잡는 천마의 음성에 사무현이 고개를 돌린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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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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