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2
032화
욱신욱신.
……아프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세상은 어둡고 온몸에서는 불에 타는 듯한 통증이 올라온다.
‘정신 차려라! 어서 일어나야 한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과도 같은 음성.
음……. 뭔진 몰라도 좀 조용히 해 주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아파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의식을 잡아라! 기절해 버리면 모든 것이 다 끝장이다!’
……가만히 듣자 하니, 이거 어딘가 귀에 익은 목소리다.
아마도…… 천마? 그 녀석의 목소리 같은데…….
‘죽고 싶으냐? 이대로 정신을 못 차리면 넌 반드시 죽는다! 그간의 고생들을 모두 수포로 만들 셈이냐!’
새끼가 말 한번 막하네.
죽긴 대체 누가 죽는다는…….
……뭐라고?
“……흐업! 쿨럭! 쿨럭! 커헉!”
“저, 정신이 든 것이냐?”
바닥에 엎드려 연신 기침을 토해 내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한 순간 안도 어린 미소를 머금는 천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자, 사방에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와 한쪽에 떨어져 있는 천마도가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아, 천마도.’
……저게 왜 저기 있지?
기절할 때라도 무기 놓치면 저 새끼가 개지랄을 하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든 사무현이 힘겹게 천마도가 있는 곳으로 기기 시작하자, 당황한 천마가 두 눈썹을 추켜 올린다.
“갑자기 왜 그러느냐? 우선 몸부터…….”
“……도.”
“뭐?”
“천마……도.”
……한번 말하면 알아들어라, 좀.
말할 힘도 없는데.
그렇게 어찌어찌 사무현이 천마도를 다시 손에 쥐자,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천마가 다급히 사무현에게 다가가 그의 얼굴을 마주했다.
“정신은 든 것이냐? 하면 지금부터 내 말을 똑바로 들어라.”
“무슨…….”
“지금 날아든 것은 강기(罡氣)다.”
“……뭐?”
강기……. 내가 강기에 얻어맞아서 이렇게 아픈 거였구나.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거지?
“저 정도의 거리에서 이만한 위력의 강기를 날릴 수 있다는 것은, 거의 분명한 극마(極魔)의 고수라는 의미. 십중팔구, 장로들 중 하나가 나타났다는 말이다.”
“……이럴 때가 아니었네, 망할.”
천마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사무현이, 온몸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을 이겨 내고 다급히 몸을 일으킨다.
장로들이 움직였다.
저 말 한마디로, 현재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게 돌아가는지 순식간에 이해되었다.
일전에 저 천마로부터, 장로라는 것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강한 존재들인지 이야기 들은 바가 있으니까.
‘혼자 힘으로도 어지간한 문파는 쓸어버릴 수 있는 놈들이라고 했지, 아마?’
마공을 익혔으나 마기(魔氣)에 지배받지 않는 이들.
환골탈태를 통한 반로환동(反老還童)을 이루어, 근 삼백 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탈(脫)인간들…….
‘……일단 튀자.’
다행인 것은, 폭발로 인해 일어난 자욱한 흙먼지가 그의 모습을 감추어 주고 있다는 것.
그렇게 사무현이 은밀하게 먼지 속에서 몸을 움직이려는 그 순간…….
쐐애애액!
“……망할.”
콰과과과광!
사무현이 막 발을 내딛기 무섭게, 정확히 그의 발 앞으로 한 줄기의 강기가 날아들어 다시 한번 거친 폭발을 일으켰다.
이에 거의 다섯 장 가까이를 나가떨어진 사무현이, 바닥에 엎드려 힘겹게 숨을 헐떡인다.
“쿨럭! 크헉! 허억!”
아니……. 이거 좀 사기 아닌가?
눈으로 보고 피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른데, 금강불괴의 육체를 한 방에 무력화시키는 파괴력이라니.
심지어 운 좋게 피한다고 해도, 이 정도의 폭발력이라면 여파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도 없을 정도다.
“이, 이런! 괜찮은 것이냐?”
다급함이 느껴지는 천마의 음성이 머릿속을 빙빙 울리는 것 같다.
이 새끼야……. 니 눈엔 이게 괜찮아 보이냐? 이게?
“수작 부리지 마라. 굳이 눈이 아니더라도, 네놈의 움직임 정도는 분명하게 느끼고 있으니까.”
……진작 말해 주지, 망할 새끼.
아무튼 그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이 음성은, 분명 화상장로, 그놈의 목소리다.
‘……도망은 무리겠네.’
굳이 보지 않고도 이렇게 정밀한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라면, 어설픈 눈속임은 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설상가상, 슬슬 동이 터 오기 시작하는지 칠흑 같던 어둠도 조금씩 물러가고 있었다.
“……씨팔, 설마 여기서 뒈지는 건 아니겠지?”
“안 죽는다.”
“…….”
“본좌가 네놈의 육신에 깃든 순간부터 네 생사(生死)는 본좌의 것. 그러니 그 누구라도, 본좌의 허락 없이는 너를 죽일 수 없다. 알겠느냐?”
평소보다 한층 진지해진 천마의 음성.
……망할 새끼.
시종일관 오만방자하던 놈이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어지간히 위기 상황이기는 한 모양이다.
아마도, 이쪽에서 겁을 집어먹고 평정심을 잃지 않도록 독려하는 것이겠지.
‘……걱정도 팔자다, 이 새끼야.’
내가 인마, 남들 당과 물고 다닐 때는 장군귀랑, 남들 학관 다닐 때는 거지새끼들이랑, 그리고 얼마 전까지는 그 마교 새끼들이랑 뒹굴던 놈이다.
산전수전도 건너뛰고 귀신전에 마교전까지 치른 내가, 고작 화상 새끼한테 쫄 거 같냐?
욱신.
“끄응……. 더럽게 무겁네.”
천마도의 무게를 느낀 것이 얼마 만이더라?
탈출을 위해 삽질만 해 댄 이후로는, 몸의 일부 같아 무게감도 거의 느끼지 못했는데.
이거 하나를 들고 일어나는 게 버거운 것을 보니, 새삼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게 실감 된다.
스스스.
“칠 대 천마를 사칭하고 초대 천마를 속였으며, 본 교의 무사들을 살해하고 천마도라는 신물마저 탈취해 도주했다. 이 자리에서 사지가 찢겨 죽어도 더 할 말은 없을 터.”
어느새 먼지가 걷히며 서로의 모습이 드러나자, 오만한 미소를 머금은 화상장로의 얼굴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더럽게 안 어울리네.”
“뭐라?”
“아니, 넌 그렇게 웃지 말라고.”
이 새끼야, 그런 재수 없는 웃음은 너 같은 놈한테 어울리는게 아니야.
그런 걸 소화하려면 적어도 저…….
‘……천마 새끼 정도는 돼야지.’
소리 없이 웃음을 흘리는 사무현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화상 장로의 입가에 머금어진 미소가 일순 뒤틀리더니 곧 그를 중심으로 싸늘한 살기가 퍼지기 시작한다.
“죽다 살아난 주제에 아직도 여유가 남았나 보군. 어디, 언제까지 웃을 수 있나 지켜보지.”
……쯧쯧, 저 봐. 바로 본성 나오네, 저거.
‘그러니 넌 안 되는 거다.’
오만함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자들만에게만 주어지는 것.
자신이 우세를 점하고도 여유를 가지지 못하는 저런 모습으로는, 오만함의 흉내조차 내는 것도 버겁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저건 오만함을 가장한 초조함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흉내를 내려면 좀 그럴싸하게 내야지.”
들릴 듯 말 듯한 중얼거림을 끝으로, 화상장로를 향해 천마도의 도신을 겨누는 사무현.
어느새 그의 입가에는, 천마를 닮은 특유의 삐딱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긴말 집어치우고 드루와라. 누가 죽나 어디 한번 해보자, 이 화상 새끼야.”
***
십만대산의 천면봉(天面峰).
멀리서 보았을 때 하늘과 맞닿아 있는 듯한 착각을 일게 만드는 이 봉에서는, 정상에서 드넓은 고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그 봉의 정상에서, 세상을 오시하는 광오한 눈빛을 가진 한 사내가 저 아래에 펼쳐진 고원 한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상장로가 직접 움직였으니, 이제 곧 해결될 것입니다. 심려 놓으소서.”
뒷짐을 지고 선 채로 무심하게 고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던 사내. 초대 천마의 귓가로, 등 뒤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태상장로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에 무덤덤하게 저 아래를 내려다보던 천마의 두 눈이 일순간 가늘어진다.
“……심려?”
“아……. 죄송합니다. 이 늙은 것이 실언을……. 잘 해결될 일이니 마음 쓰실 것이 없다는 뜻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그대는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군, 태상.”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초대 천마의 음성에, 태상장로의 등골에 남몰래 식은땀이 흐른다.
“속하가 미흡하여, 천마의 크신 뜻을 감히 헤아리지 못한 듯하옵니다.”
“설령 화상이 무능력해 저 잡것을 놓친다고 한들, 내가 그것을 신경 쓸 거라 생각하느냐?”
“……예?”
“내가 저것을 진정 죽이고자 한다면, 하늘 아래에 놈이 숨 쉴 곳이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두 번의 질문.
이에 대답을 아끼며 생각에 잠겨 있던 태상장로가, 이윽고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놀란 얼굴로 천마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설마…… 천마께서 보고자 하시는 것은…….”
“가치다.”
“…….”
“죽일 가치가 없다면 죽이지 않을 것이고…… 살릴 가치가 없다면 살리지 않을 것이다.”
……꿀꺽.
천마의 말에 담긴 뜻을 눈치챈 태상장로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킨다.
‘……그런 것이었나,’
처음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도주한 칠 대 천마에 대해, 초대 천마는 어떠한 분노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그는 애초부터 지금까지, 저 칠 대 천마를 그와 동등한 선상에 올려 둔 적이 없다.
‘단순히…… 상징적인 벌레를 뜻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초대 천마는 말하고 있다.
자신을 두려워해서 도망가는 벌레는 구태여 잡아 죽일 가치가 없으니 죽이지 않겠다고.
그리고 또한, 벌레 하나 잡지 못하는 패는 쓸 가치가 없으니 살려 둘 생각이 없다고.
이는, 범인(凡人)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의 사고(思考).
‘과연…… 이분의 눈에 비친 나는 어떠한가…….’
과연 장차 천하가 온전히 그의 것이 된다면, 자신은 여전히 살려 둘 가치가 있는 인물일까?
그를 되살린 후 처음으로 느낀 ‘공포’라는 감정에, 태상장로는 미세하게 떨리는 자신의 눈빛을 감추기 위해 더더욱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
쾅!
지이이이익.
“……큭!”
‘……또 버텨 냈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상대가 전개하는 도초는 하나같이 단순하기 그지없고, 숙련도에 비해 무(武)의 깊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 공격이 모두 읽히는 것 같은 이 찝찝함은 대체 무엇이냐.’
허초는 무시하고 정확한 실초들만을 가려 방어에 집중한다.
피하거나 막을 수 없다고 판단되면 모든 힘을 집중해 피해를 최소화한다.
‘반응이 다소 늦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말이 되는 일이라는 말인가?’
자신의 공격을 모두 읽어 낼 정도의 강자라면, 최소한 그와 동급인 극마, 혹은 그 이상의 눈을 가진 고수여야만 한다.
하지만 정작 눈앞에 있는 이놈은, 도강(刀罡)조차 구사하지 못하는 분명한 애송이.
물론 제대로 된 절기를 구사한다면 쓰러뜨리지 못할 상대는 아니지만, 극마에 오른 그가 고작 절정에도 미치지 못한 애송이를 상대로 절기까지 구사하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
으득.
‘……기분 나쁜 놈!’
파밧!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불쾌감에 어금니를 깨문 화상장로가 다시 한번 섬광같이 사무현에게 접근한다.
“이 초식으로 상단 방어, 곧바로 물러나며 삼 초식으로 우하단 방어.”
쿵! 쩌정!
“힘에 저항하지 말고 뒤로 물러나라. 그리고 바로 기본자세.”
타닷.
“놈! 놓칠 것 같으냐!”
공세에 실린 힘을 이겨 내지 못한 사무현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리자, 화상장로가 기세를 늦추지 않고 사무현에게 접근했다.
“도면을 어깨에 기대어, 방패 삼아 버텨라.”
스윽.
천마의 훈수(?)대로 사무현이 천마도의 도면을 펼쳐 방어 자세를 취하자, 그 도신 위로 화상장로의 장력이 날아들었다.
쩌저저정!
“크으읍……!”
극도로 순수한 만년한철 덩어리에 연마 작업만을 거쳐 만든 희대의 신병, 천마도.
하지만, 극마급 고수가 전개하는 장력(掌力)은 수강(手罡)을 머금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강철을 휘어 버리고 바위를 부순다.
천마도의 강인한 도신은 그 가공할 장력을 버텨 냈지만, 사무현이 그것을 견뎌 내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부웅.
콰지지직.
“……큭!”
결국, 천마도와 함께 다섯 장 가까이 허공을 날아 바닥을 나뒹구는 사무현의 신형.
잠시 후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그의 입가에는 내상의 흔적인 검붉은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젠장……. 세긴 세네, 화상 새끼.”
“아직은 괜찮다. 저놈도 자꾸만 빗나가는 예상 탓에, 네놈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으니.”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은데.”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아찔한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사무현은 애써 덤덤히 몸을 일으켰다.
그런 사무현의 모습을 무언가 마땅치 않다는 듯 지켜보던 화상장로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 꺾으며 입을 연다.
“……대체 무엇이냐?”
“음……?”
“속일 생각은 집어치워라. 제아무리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한들, 나를 상대로 그만큼이나 버틸 만한 실력을 가진 녀석이 어찌 도강을 쓰지 않는 것이냐?”
……쓸 줄 모르니까 안 쓰지, 이 새끼야. 쓸 줄 모르니까.
하지만 이것을 곧이곧대로 답할 수도 없었기에, 사무현은 피식 실소를 흘리며 도리어 천마도의 도신을 그에게 겨누었다.
“내가 호구도 아니고, 물어본다고 답을 해 주겠냐?”
“……상관없다, 구태여 답을 하지 않아도 답은 나온 것과 같으니.”
그러고는 화상장로가 양손을 들어 올리자, 그의 두 손에 검붉은 강기가 피어올랐다.
“네놈이 줄곧 근접전에서의 일격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런대로 어울려 주려 했지만, 역시 위험을 감수할 이유는 없는 것 같군.”
음…… 그런 거였나?
천마 새끼가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저 놈의 추측이 맞은 모양이다.
그놈, 눈치 한번 빠르네.
……그나저나 대체 뭐 어쩌려는거지?
“석 장.”
“……음?”
“지금 이 순간부터 네놈이 죽기 직전까지, 나와의 거리가 그 안으로 좁혀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말과 함께, 화상장로의 양손에 깃들어 있던 검붉은 강기가 허공을 격하고 사무현을 향해 쇄도했다.
쐐애액!
쩌저정!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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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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