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
“형제들을 지켜야 합니다. 놈들이 죽산을 포위했다는 것은, 단순히 저희에게 타격을 주는 정도를 넘어서 완벽한 결착을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무언가…… 뾰족한 수가 있느냐?”
“저들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죽산 전체에 완벽한 포위망을 구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일 겁니다. 저들이 산을 오르며 포위망을 좁히면 점점 더 탈출이 힘들어지니, 지금이라도 모든 형제들과 함께 포위망을 뚫고 무림맹으로 향해야 합니다.”
냉정한 막휘의 말에 막우가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지금…… 죽산을 버리고 도망을 가야 한다는 말이더냐?”
“치욕스럽더라도 그것이 옳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손 놓고 방어에 임하다가는,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지기만 할 겁니다.”
“잠깐! 이는 아니 될 말씀입니다!”
막휘의 말에 녹림왕이 무어라 입을 열려는 순간, 모웅채주가 황급히 입을 열어 반박 의견을 던진다.
“저들이 곧바로 산을 오르지 않고 아래의 산채들부터 각개격파에 들어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녹림은 산의 지배자입니다! 저희가 이미 방어진을 갖추고 있는데 이곳에 침입한다는 것은 마교로서도 상당한 전력 손실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웅채주의 말이 크게 틀리지 않았습니다. 이미 갖추어진 방어진을 무너뜨리고 평야로 나간다는 것은, 오히려 마교가 원하는 그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을 쳐야 한다는 상황을 전한다면 사기는 보나마나 바닥을 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집단전에서 한번 사기가 떨어진다면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모웅채주를 시작으로, 녹림 서열 여섯 번째인 대호채주(大狂砦主)와 일곱 번째인 오랑채주(汚狼砦主)가 격하게 반대를 하고 나선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모웅채주와 함께 죽산을 지킬 것을 주장하던 봉우채주는 슬쩍 막휘의 의견에 힘을 가한다.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하지만, 만약 마교가 정말로 녹림을 멸(滅)하고자 한다면 저희만으로는 막을 수 없습니다.”
“녹림칠십이채 중 예순일곱채가 한자리에 모였음에도…… 어렵다는 말인가?”
녹림왕이 미간을 좁히며 반문하자 봉우채주도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물론 저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머릿수와 지형을 활용한 전투가 먹히는 것은 절정에 미치지 못한 적들에 한해서입니다.”
“…….”
“그리고 솔직하게 말해, 절대 고수를 막아 낼 전력이 저희에게는 전무합니다. 천마는 고사하고 마교의 장로들을 막아 낼 방도조차 마땅치 않지 않습니까?”
반박할 수 없는 봉우채주의 말에 녹림왕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건 녹림의 고질적 문제다.
전쟁에서 절대 고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같은 절대 고수뿐.
이것이 녹림이 방대한 영역과 머릿수를 가지고도, 언제나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보다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받는 이유였다.
“그럼 역시…… 우선은 죽산을 빠져나가는 것이…….”
“안 됩니다, 왕이시어! 지금 녹림을 빠져나가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죽산을 지킬 방도를 모색하는 것이 옳습니다!”
막우가 한쪽으로 마음이 기울려 하자 모웅채주를 비롯한 여러 채주들이 맹렬하게 반대를 들고 일어난다.
이쯤 되자 슬며시 답답함이 일어난 막우가 모웅채주를 바라보며 묻는다.
“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봉우채주의 말대로 장로들을 앞세운 저들이 산을 오른다면, 우리가 그들을 막아 낼 수 있겠는가?”
“제아무리 마교의 장로들이라 해도 그들 또한 결국 인간입니다. 그들 또한 내력을 소진하면 지치기 마련! 압도적인 숫자와 화력으로 인해전술을 구사한다면, 저들의 진격 속도를 상당히 지연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연시키는 것이 대책은 아니지 않은가?”
“저희가 천마의 본대를 붙잡아 놓고 지연전을 벌이고 있다고 무림맹에 전서응을 띄우는 것입니다. 저들도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을 것입니다. 저희가 안쪽에서 호응만 해 준다면 마교 놈들을 앞뒤에서 공격하는 이상적인 그림이 되니 말입니다.”
“하…… 무림맹에게 지원을 요청하자는 말인가? 저들의 요청을 거절한 우리가?”
“저희는 아직 거절의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증거로, 파마불제께서도 지금 이곳 죽산에 계시지 않습니까?”
다소 뻔뻔한 모웅채주의 말에 막우가 조용히 주먹을 움켜쥔다.
하지만 그를 지지지하는 채주들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의견에 힘을 실어 주었다.
“파마불제께서 이곳에 계시기 때문에라도 무림맹은 거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전략적으로도 오히려 이편이 옳습니다. 천마만 죽인다면 끝나는 전쟁인데, 구태여 양쪽의 적과 모두 싸울 필요가 있겠습니까?”
“안 됩니다, 아버지! 설령 무림맹이 지원을 온다고 해도 최소 며칠의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동안 형제들이 얼마나 죽어 나가게 될지를 떠올려 보십시오!”
“왕이시여!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전쟁에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 조용히 하라!”
막휘까지 끼어들며 다시금 언쟁이 격화되자, 막우가 내력이 실린 우렁찬 목소리로 일갈한다.
순식간에 자리가 조용해지자 천천히 숨을 고른 막우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죽산보다는 형제들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소녹림왕의 의견은 틀리지 않았다.”
“와, 왕이시여!”
“하나.”
무게감 어린 눈으로 좌중을 둘러본 막우가 어렵사리 입술을 떼어 내 말을 잇는다.
“포위망을 뚫고 죽산을 빠져나가는 것 또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채주들의 의견도 설득력이 있다.”
“아, 아버지!”
“해서, 우선 무림맹으로 가장 빠른 전서응을 보내겠다. 무림맹과 연합을 하고자 하나 상황이 여의치 못하니, 죽산으로 와서 마교의 본대를 합공(合攻)하자는 서신을 담아서 말이다.”
“실로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왕이시여!”
녹림왕의 결정에 지당하다는 듯 고개를 숙여 보이는 대다수의 채주들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하는 일부 채주들.
이곳에 모인 상위 서열의 채주들도 이런 반응일 것인데, 저 아래에서 무의미한 희생을 강요당해야 하는 하위 서열의 채주들의 상황이 어떨지는 불 보듯 빤하다.
결국 참지 못한 막휘가 한번 더 막우를 제지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버지, 한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이건 정말 무모한…….”
“그만!”
“……!”
쩌렁저렁 울려 퍼지는 막우의 고함에 막휘가 입을 다문다.
“그만하거라. 더 이상 내린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시간이 없다!”
“…….”
“소녹림왕은 이만 물러가라! 마교도들이 쉽게 산을 오르지 못하도록, 모든 산채들의 경계를 극대화하라 전하거라! 녹림왕으로서 하는 명이니라!”
“……명 받들겠습니다.”
결국 더 이상 아무런 반발을 하지 못하고 물러나고 마는 막휘.
명을 따르는 와중에도 이것이 정녕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는 듯, 그의 얼굴에는 짙은 근심의 기색이 어려 있었다.
***
“끄으읍…… 끄으으…….”
콰드드득.
……털썩.
검은 마기가 물든 손이 피투성이가 된 녹림도의 목뼈를 통째로 비틀어 버린다.
그가 쓰러진 인근에 수십에 달하는 녹림도들이 처참한 몰골로 쓰러져 있고, 그들을 몰살시킨 것으로 판단되는 검은 무복의 마교도들이 심드렁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쯧…… 이건 뭐, 청성이나 곤륜보다 나을 것이 없군. 뭐가 이렇게 시시해?”
“차라리 그놈들이 훨씬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이쪽의 수가 많았어도 사상자가 있었는데, 이런 놈들이라면 솔직히 저희 중 열 명 정도만 움직였어도 충분했을 것 같습니다.”
만악대의 부대주, 마문(魔問)의 중얼거림에 대원중 하나가 재빠르게 맞장구를 친다.
그도 그럴 것이, 포위망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최소한의 병력만으로 산채들을 상대하며 올라가던 그들이었다.
그리고 지금, 명색에 산채 하나를 전명시키는 만악대에서 투입된 전력은 고작해야 삼십.
아무리 부대주라는 전력이 끼어 있었다고는 하지만, 수백에 이르는 산채 하나의 전력을 괴멸시키는 데 사상자 하나 나오지 않았다는 것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런 놈들이 상대라면 굳이 이렇게 천천히 기동하며 포위망을 유지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혹여나 놈들 중 일부가, 포위망을 열고 도주할 것을 염려하신 게 아니겠습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런 식이라면 이백 년 전 이런 놈들에게 당한 본교의 수준이 의심스럽구나.”
생존자가 없는지 확인하려는 듯, 쓰러진 녹림도들을 한 번 더 살펴본 마문이 이윽고 수하들을 향해 턱짓을 해 보인다.
“이곳은 끝났다. 다시 이동을 시작해라.”
“존명!”
마문의 외침과 함께 뿔뿔이 흩어져 산개하는 만악대의 대주들.
개미 새끼 하나 빠져나갈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철저하게 거리를 유지한 이들이 다시금 천천히 죽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
“지…… 지금…… 지금 무어라 했느냐.”
마교의 공격을 받은 녹림이 무림맹에 다급한 전서응을 띄운 이튿날 새벽.
산 아래쪽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마교의 공세에 결과를 보고받은 막우가 창백한 얼굴로 되물었다.
“몇 곳이나 당했다고?”
“이, 일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어, 모두 다 전멸한 것이라 장담할 수 없으나…….”
바닥에 납작 엎드린 녹림도 하나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보고를 이어간다.
“마교의 포위망이 죽산의 중턱 인근까지 좁혀졌고…… 그 아래에 진형을 갖추고 있던 서른다섯 곳의 산채들이 모두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으음…….”
신음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고개를 드는 막우.
‘실착인가.’
녹림이 마교의 상대가 될 것이라 여겼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산에서 방어를 하고 있다는 이점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 발을 묶어 두는 것은 가능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잠깐 발을 묶어 두는 것조차 어렵다는 말인가!’
이래서는 안 된다.
그들이 보낸 전서응은 두 마리다.
하나는 무당산, 하나는 무림맹의 본거지인 악양.
무당산으로 보낸 전서응은 지금쯤 도착을 했겠지만, 만약 무림맹이 아직 무당산에 당도하지 않았다면 전서응이 악양에 채 당도하기도 전에 그들은 전멸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와, 왕이시여……. 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우선 황룡채를 중심으로 경계를 강화해야…….”
“아, 아니면, 지금이라도 포위망을 뚫는 것을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를 높이며 자신들의 의견을 떠들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당혹스러운 얼굴로 막우의 의견을 묻는다.
그들도 느끼기 시작한 것이리라.
어쩌면 지금 이곳 죽산이, 정말로 그들 모두의 죽을 자리가 될지 모른다는 사실을.
그런 그들의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이내 자신도 저들과 다를 바 없음을 떠올린 막우가 괴로운 얼굴로 눈을 감는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포위망을 뚫는다면……?’
……가능할까?
어제까지는 죽산의 아래쪽을 멀찍이서 포위하고 있던 저들이지만 벌써 중턱 인근까지 포위망을 좁혔다.
그에 반해 녹림은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상당한 전력을 소실한 상태.
물론 하위 서열의 산채들과 상위 서열의 산채들은 전력적으로 비교가 불가하다지만, 어제보다도 훨씬 더 악조건에 빠져 버린 것은 분명했다.
그래도 혹시 모를 한 가닥 희망을 떠올린 막우가 입을 다문 채 조용히 서 있는 막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찌 생각하느냐?”
“…….”
“말을 해 보거라. 어제 네가 제시했던 포위망을 뚫는 작전이, 지금도 가능성이 있다고 여기느냐?”
막우의 물음에 막휘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모르겠습니다.”
“……!”
“확실한 것은…… 지금 그 작전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제가 아니라는 것에 있습니다.”
막휘의 대답에 막우를 포함한 채주들의 눈이 커진다.
“그게…… 무슨 뜻이냐?”
“제가 마교의 포위망을 뚫을 수 있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은, 그 작전을 시도라도 해 보기 위해서는 녹림만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
막휘가 하는 말의 의도를 파악했는지 두 눈을 크게 뜨는 막우와, 여전히 의아한 얼굴로 막휘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는 채주들.
짧은 침묵 끝에 막휘가 확신어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마교의 포위망을 뚫어내기 위해서는, 마교와 녹림의 전력 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쪽의 부족함을 채워 줄 수 있는 노련한 절대 고수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설마…… 지금 네 말은…….”
“예, 아버지께서 생각하시는 바로 그분입니다.”
이쯤 되자 막휘가 누구를 일컫는 것인지를 깨달은 채주들의 당혹스런 얼굴을 빙 둘러 바라보며, 막휘가 싸늘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파마불제 신불.”
“…….”
“그분의 도움이 아니라면, 저희 모두는 이곳 죽산에서 죽게 될 겁니다.”
결코 나오지 않았으면 했던 이름이 막휘의 입에서 흘러나오자, 채주들의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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