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36
336화
무당산(武當山).
호북에 위치한, 구파일방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무당파의 본문이 자리한 산이다.
동시에, 하남과 섬서 어느 쪽과 비교해도 거리가 멀지 않은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구파일방 중 곤륜파 다음으로 폐쇄적이며 도가 성향이 강한 이곳 무당산에, 유례를 찾기 드물 정도의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있었다.
이들은 바로 중원을 침공한 마교를 막기 위해 모인, 무림맹과 사파의 연합 세력들이었다.
“뭐야? 이 빌어먹을 새끼가! 지금 그 입으로 무어라 지껄였느냐!”
“귓구멍이 막혀 못 들었느냐? 이곳 조사전(祖史殿)은 너희 사파 놈들이 더러운 발을 디딜 곳이 아니라 했다!”
흉흉한 거치도를 등 뒤에 찬 사내와 무당파 도복을 입은 중년인이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 더러운 발? 왜, 이 건물만 특별히 보옥을 써서 짓기라도 했다더냐?”
“뭐? 보옥? ……되었으니 꺼져라, 그저 돈이라면 환장하는 네놈들에게, 조사전이 무엇인지 설명해 준들 알아듣기나 하겠느냐?”
“오호라, 고고하신 도사님들은 돈 없이도 잘 먹고 잘사실 수 있나 본데…… 그럼 이 으리으리한 도관은 대체 뭐로 지었지? 연무장에는 그 비싸다는 청석까지 쫘악 깔려 있던데, 그거 하나면 도관 밖의 양민들이 한 달은 먹고산다는 걸 알고는 계시는 건가?”
“이…… 이놈이?”
빈정거리는 거치도 사내의 물음에 무당의 중년인이 눈썹을 꿈틀한다.
정(正)과 의(義)를 쫓는다는 무당파이지만, 사실 사파보다도 양민들의 삶이나 돈의 가치 따위에 무지하다는 것이 의표를 찌른 까닭이었다.
“이……! 양민들의 고혈을 빨아 가며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것들이, 감히 어디서 양민들의 삶을 입에 담느냐!”
“기, 기생충? 지금 말 다 했느냐?”
“시국이 시국이라 참고 있기는 하다만, 마교만 아니었어도 당장 네놈의 목을 쳐 버렸을 것이다!”
“이이……! 입으로만 떠들지 말고 어디 한번 해 보거라!”
챙!
결국 참다못한 사내가 거치도를 뽑아 들자 무당의 중년인의 입가에도 기다렸다는 듯 싸늘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감히 내 앞에서 도를 뽑았느냐?”
“오냐, 뽑았다! 겉으로만 동맹이라 말하면서 뒤로는 호박씨나 까는 네놈들과 더는 함께할 수가 없음이니!”
“큭, 그래. 그리 말해 주니 아주 고맙기 그지없구나.”
스릉.
사내를 바라보며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드는 무당의 중년인.
그러자 거치도 사내의 뒤쪽에 서 있던 사파의 동료들도 하나둘씩 무기에 손을 가져가기 시작하고, 중년인의 뒤쪽에 서 있던 무당의 제자들도 검을 뽑을 준비를 마친다.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벌어질 일촉즉발의 상황.
그러던 그들의 사이로 난데없는 음성이 날아들었다.
“좋아, 거기까지.”
“……!”
귀에 익은 여인의 음성에 무당의 중년인이 황급히 고개를 들어 조사전의 지붕 위를 바라본다.
그곳에는 옆으로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중년 여인이 재미있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처…… 천무신녀 님!”
“이야아, 요즘 애들 겁 없네. 누구든 먼저 욕지거리 하는 놈, 그리고 칼 뽑는 놈들은 내가 가만 안 둔다고 했을 텐데.”
히죽히죽 웃으며 그들을 내려다보던 단아란이, 이윽고 가볍게 몸을 일으켜 지붕에서 내려온다.
타닷.
“자…… 그럼 어디, 귀찮고 피곤하지만 내 말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본보기 한번 세워 볼까?”
“자, 잠깐 기다려 주십시오! 천무신녀 님!”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단아란의 기세에 황급히 포권을 해 보이며 무당의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결코 천무신녀 님의 말을 무시한 것이 아닙니다! 저들이 멋대로 조사전을 들어오려 하지만 않았어도, 이런 마찰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 허튼소리 하지 마라! 나는 분명 식당을 찾고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냐!”
“무당의 조사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이는 오직 무당의 제자뿐입니다! 이를 제지하는 것은 무당의 제자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천무신녀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강하게 피력하는 무당의 중년인.
그 행동이 당혹스러웠는지 그의 뒤에 서 있던 무당의 제자들이 슬그머니 서로의 눈치를 살핀다.
그런 그의 말에 삐딱하게 고개를 가로 꺾은 단아란이, 잠시 후 열어 젖혀진 조사전 안으로 발걸음을 들이민다.
쓰윽.
“처, 천무신녀 님?”
저벅저벅.
“……뭐, 별거 없네.”
조사전 안에 들어가 주위를 한번 휘휘 둘러본 단아란이, 그대로 고개를 돌려 무당의 중년인을 바라본다.
“야, 나는 왜 안 막냐?”
“…….”
“왜 안 막느냐고? 무당의 제자들 말고 못 들어가는 곳에 들어갔는데.”
“그…… 건…….”
“왜, 날 막다가는 한 대 처맞을까 봐?”
“…….”
“이 새끼 아무 말 안 하네? 진짜 무당의 제자가, 힘으로 안 될 것 같으니까 금단의 영역을 허락해 준 거냐?”
“…….”
“솔직하게 말해, 이 새끼야.”
어느새 다시 조사전을 걸어 나온 단아란이 중년인의 앞에 서서 싸늘한 미소를 머금는다.
“조사전에 들어갈 수 있는 게 무당의 제자뿐이라는 거, 뻥이지?”
“…….”
단아란의 말에 아무런 답을 하지 못하고 입술만 깨무는 무당의 중년인.
그 순간, 싸늘하게 표정을 굳힌 단아란의 일각이 중년인의 복부에 틀어박힌다.
쾅!
우당탕탕.
촤지이이익.
“……컥! 커헉! 우웩!”
단아란의 공격에 나가떨어진 중년인이 바닥에 엎드려 헛구역질을 해 댄다.
그런 그를 향해 다가가며 단아란이 싸늘한 냉소를 머금는다.
“이게 엄살 부리네? 내공도 거의 안 써서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헉…… 허억…….”
“후딱 안 일어나!”
단아란의 호통에,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아 내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무당의 중년인.
그러자 그의 뒤쪽에 서 있던 젊은 제자들이 결연한 얼굴로 앞으로 나선다.
“천무신녀 님! 이는 부당합니다!”
“뭐? 부당?”
“저희가 언행이 다소 과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무기를 쓰거나 손을 댄 적은 일절 없습니다! 도리어 무기를 먼저 뽑아 든 것은 저들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저희 사숙께만 이러시는 것은 부당합니다!”
“……아하.”
젊은 제자들의 말에 고개를 한번 끄덕인 단아란이, 곧 입가에 미소를 지우며 앞머리를 뒤로 쓸어넘긴다.
“그러니까…… 내 말을 개무시한 것도, 내 앞에서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치며 상황을 모면한 것도, 나한테 한 대 얻어맞을 거리도 안 된다. 뭐 그런 뜻인가?”
“그…… 그것이 아니라…….”
“와…… 이거 적당히 훈계로 넘어가려 했는데, 진짜로 성질 건드리네?”
일그러진 미소와 함께 어금니를 깨문 단아란이 막 그들을 향해 한 걸음 나서려는 순간이었다.
“거기까지만 해 주게, 천무신녀.”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 무당의 젊은 제자들을 제치고 앞으로 걸어 나오는 무천검제.
이에 앞으로 나섰던 젊은 제자들을 노려보던 단아란이, 무천검제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천광 오라버니도 제 성질 아실 텐데,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시네요?”
“제자들은 내 엄히 징벌해 버릇을 고쳐 놓겠네. 그러니 여기서는 내 체면을 한번 봐줄 수는 없겠나?”
“흐으음…….”
“그리고…… 개방의 방주가 태극관(太極館)에서 회의를 소집했네. 녹림에 간 파마불제에 관한 이야기라고 하던데…….”
“신불 스님이요? 드디어 소식이 왔대요?”
“그런 것 같네.”
확 밝아진 단아란의 얼굴에 내심 안도를 한 천광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히 그 덕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는지, 짧게 혀를 찬 단아란이 무당의 제자들을 한 번 더 노려보고는 등을 돌린다.
쓰윽.
“아 참, 깜빡할 뻔했네.”
“음?”
스팟!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사라진 단아란의 신형이, 거치도를 뽑아 들고 상황을 지켜보던 사내의 앞에서 나타난다.
“이 새끼도 내 말 어겼지?”
콰앙!
“……!”
풀썩.
명치 깊숙이 틀어박힌 단아란의 일권에, 입을 몇 번 벙긋거리던 사내가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렇게 대충 상황을 일단락 지은 단아란이 자리를 벗어나며 천광에게 말을 꺼낸다.
“오라버니도 늦지 않게 오세요.”
“그러도록 하겠네.”
파밧!
가볍게 몸을 날린 단아란의 신형이 자리를 벗어나자, 사파 무리를 향해 몇 걸음 다가간 무천검제가 그들에게 포권을 해 보인다.
쓰윽.
“미안하게 되었네. 조사전은 무당의 선조들의 넋을 기리는 상징적인 곳일세. 아이들이 다소 과민반응을 한 듯한데, 너그러이 이해해 주면 고맙겠네.”
“아…… 예.”
“이, 이 친구가 깨어나면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래, 내 제자들은 따끔히 훈계할 것이니 이만 물러가 줄 수 있겠는가?”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천하의 무천검제가 다소 낮은 자세로 사과하자, 사파의 무리들도 언짢은 기색 없이 쓰러진 사내를 부축해 자리를 벗어난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다시 무당의 제자들에게로 고개를 돌린 무천검제가 싸늘하게 식은 얼굴로 모두를 둘러본다.
“오윤(悟尹).”
“예, 예! 태사부님.”
“앞으로 서라.”
무천검제의 한 마디에, 조금 전 단아란에게 맞고 나가떨어졌던 사내가 황급히 달려와 그의 앞에 선다.
바짝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얼굴은 그야말로 창백하게 질려있다.
“네 검을 이리 내라.”
“예, 예?”
“…….”
“여, 여기 있습니다.”
쓰윽.
검집과 함께 내밀어진 오윤의 검을 회수한 무천검제가 그대로 그것을 허리춤에 꽂으며 입을 열었다.
“현 시간부로 마교와의 전쟁이 끝날 때까지 검의 파지를 금하겠다. 어떤 이유에서건 전우에게 검을 겨눈 너는 무당의 검을 쥘 자격이 없다.”
“그, 그런……! 태사부님! 무기를 꺼내 든 것은 사파 놈들이……!”
“언제부터더냐.”
“…….”
“조사전이 무당의 제자들만 드나들 수 있게 된 것이.”
“……!”
무천검제의 준엄한 물음에 말문이 막힌 오윤의 얼굴이 굳어진다.
무당의 조사전.
한때는 양민들에게도 개방되어, 많은 이들이 무당의 얼을 느낄 수 있도록 자율적인 방문이 허가되던 곳이다.
실은 그저 사파가 그곳에 발을 디뎠다는 사실이 화가 났을 뿐, 조사전 자체는 오히려 무당의 손님들에게 언제나 열려 있는 장소였다.
오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고개를 숙이자, 그런 그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던 무천검제가 그대로 등을 돌린다.
“장문인에게 네 검을 맡길 것이니, 돌려받을 때까지 자숙하고 있거라.”
“……예.”
그렇게 오윤에게 경고를 마친 무천검제가 자리를 벗어난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태극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 난데없이 그의 옆에서 익숙한 또 다른 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제자들 단속이 참 쉬운 일이 아니오. 윗사람 마음을 이렇게나 몰라주니.”
“……무태 대협.”
이미 무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덤덤히 그를 바라보며 무천검제가 입을 열었다.
“줄곧 나를 기다리신 거요?”
“뭐……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답답한 일이 있어서 바람을 좀 쐬다 보니 천광 대협의 목소리가 들리더이다.”
“답답한 일이라 하셨소?”
“서서 말하자면 기니, 걸으면서 합시다.”
넉살 좋은 미소를 머금고 무천검제와 함께 걸으며 검존이 말을 잇는다.
“이백 년 전까지만 해도 사파라면 이를 갈았던 우리도 참고 있는데…… 젊은 제자들이 혈기를 주체하지 못 하더이다. 오늘 무당과 같은 일이, 화산 쪽에서도 한 차례 있었소.”
“어제는 남궁세가, 그 전날에는 사천당문이었지요.”
무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천광.
사실 이곳이 무당의 본산이기에 다소 과한 본을 보인 감이 있었지만, 사파와 한 공간에 선 저들의 예민함을 천광이라고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무태의 말대로, 이백 년 전 그 무림맹이 사파를 끌어안겠다고 선언을 하기 이전까지 사파는 그들의 명백한 적이었으니까.
“뭐…… 다들 도리가 있겠소? 그래도 아직까지 진짜로 큰 사건이 터지지 않은 것은, 연무학관을 통해 정파와 사파가 서로의 벽을 조금이나마 허물었기 때문일 것이오.”
연무학관을 통해 정파와 사파를 함께 길러 내기 시작한 것은 바로 무천검제 천광이 무림맹주로 있었을 당시 처음 추진했던 계획이었다.
은근히 자신의 업적을 띄워 주는 무태의 말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천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보다는 마교의 존재가 큽니다. 전설로만 전해 듣던 공포스러운 존재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지 않게끔 잡아 주는 것이겠지요.”
“그리 생각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겸손한 천광의 대답에 무태가 말을 더 이어 가려던 그때.
쿠구궁.
“……음?”
난데없이 그들이 향하는 방향 끝 쪽에서 들려온 진동 소리에 무태와 천광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한다.
“어…… 지금 저 소리는…….”
꼭 태극관에서 난 소리처럼 들리지 않소? 라고 무태가 말을 이어 가려던 그때.
“지금 뭐라고 했어, 이 새끼야!”
저 멀리서 쩌렁쩌렁한 단아란의 외침이 들려온다.
“……아무래도 좀 서둘러 가야할 모양이오.”
“동감이오.”
파바밧!
아래쪽이 시끄러워 걱정이다 했더니, 위쪽도 만만치 않다.
이백 년 묵은 사고뭉치의 소란을 막기 위해 쏜살같이 몸을 날리는 무천검제와 검존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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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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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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