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43
343화
파바바밧!
“모두 집중하게! 전방에 적들이 있으니!”
산의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며 큰소리로 소리치는 신불.
그의 뒤를 따라 비탈길을 질주하던 수천의 녹림도들이 그의 음성에 따라 각자의 무기를 꼬나 쥔다.
그리고 곧이어, 신불의 말대로 족히 이백은 되어 보이는 마교도들이 그들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왔구나! 녹림 녀석들을 모조리 쳐 죽여라!”
“존명!”
파바밧!
저 먼 뒤쪽에서 들려온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녹림을 향해 질주하기 시작하는 마교도들.
곧이어 신불의 일권을 시작으로, 포위망을 뚫으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들의 치열한 혈전이 시작된다.
“아미타부우우울!”
파아아앗!
콰과과광!
천둥이라도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일자로 뻗어 나온 권기에 얻어맞은 마교도들의 신형이 엉망이 되어 나가떨어진다.
하지만 이들 또한 혹독한 훈련을 받아온 마교의 정예임을 입증하듯, 순식간에 산개하며 신불의 광범위한 공격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한다.
“파마불제에만 집중하지 말고, 뒤쪽의 녹림을 공격해라!”
“존명!”
파바밧!
“놈들이 온다!”
“진형을 지켜라!”
“이야아아!”
퍼퍽! 퍽!
녹림도들을 습격하려 뛰어들던 마교 무사들 몇몇이 진형 중심부에서 뻗어 나온 장창에 몸이 꿰뚫린다.
장창을 피해 내고 접근한 무사들은 외곽에서 버티고 있는 녹림도들이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버텨내고 있다.
쩌정! 쩡!
촤아악!
“크헉!”
“자리! 자리 메워라, 어서!”
적들의 공격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도록, 신불의 뒤에 바짝 붙은 녹림도들이 똘똘 뭉쳐진 진형으로 외곽에서 그들을 덮쳐 오는 마교도에 필사적으로 대항한다.
외곽에 있는 누군가가 목숨을 잃으면 안쪽에 있던 이들이 곧바로 자리를 메운다.
흡사 초식 동물들이 무리를 이루어 맹수를 상대하는 모양새다.
“이……! 가소로운 놈들이!”
파바밧!
외곽에서 진형을 붕괴시키는 것이 쉽지 않겠다 판단했는지, 절정급 고수들 몇몇이 허공을 날아 녹림의 진형 한가운데로 뛰어든다.
그러자 진형 안쪽에서 화살 세례가 쏟아져 날아드는 이들을 공격한다.
파바박! 파박!
“크악!”
“아악!”
몇몇 이들은 어둠 속에서 날아드는 화살에 목숨을 잃었지만, 명색에 절정고수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들 중 대다수는 화살 세례를 받으면서도 진형 한가운데에 떨어지는 데 성공했다.
촤아악! 촤좌좍!
“크아악!”
“아아악!”
마교 무사들이 안착하기 무섭게 인근의 녹림도들이 붉은 피를 흩뿌리며 바닥을 나뒹군다.
제아무리 상위서열의 녹림도들 이라고는 하나, 천마신교의 전투대대에서도 정예로 분류되는 고수들을 당해 내는 것은 불가능.
튼튼하게 유지되던 진형의 중심부 곳곳에서 균열이 만들어지자, 자연스레 외곽의 적들에 대한 대비도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
퍼버벅! 퍽!
스걱!
“끄아악!”
“아악!”
“이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녹림도들의 비명에 신불이 황급히 뒤쪽으로 몸을 날린다.
아니, 날리려 했다.
쐐애애액!
콰과과과.
“아니……!”
어둠을 헤치고 저 멀리서 날아오는 반월 형태의 검붉은 강기.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위력이 담긴 강기는 십중팔구 극마급 고수가 전개한 공격이다.
저런 것이 밀집된 녹림도들 사이로 떨어지면 어떤 결과를 만들지 빤했기에, 신불은 다급히 방향을 바꿔 검붉은 강기의 앞을 가로막았다.
쿵!
스스스스.
“타하앗!”
우렁찬 기합과 함께 내뻗어지는 신불의 일권.
지금까지 광범위한 권기를 내뿜던 것과는 달리, 두 다리를 바닥에 딛고 전개한 일권에서 은백색의 강기가 일자로 뻗어 나간다.
잠시 후, 녹림을 향해 날아들던 검붉은 강기가 신불의 강기와 맞부딪치며 커다란 폭발을 만들어낸다.
콰과과과광!
상대의 강기를 파괴한 신불의 강기가 그대로 어둠을 가르고 강기를 전개한 장본인에게까지 나아간다.
그들과 약 이십여 장의 거리를 두고 위치한 커다란 바위 위에서, 강기를 전개한 표령이 묵색 검 한 자루를 움켜쥐고 서있었다.
“흡……!”
콰과과과광!
이글거리는 검붉은 검강을 한껏 끌어 올려 신불이 전개한 강기를 베어 가는 표령.
마치 물줄기처럼 강기가 두 갈래로 갈라졌지만 강기의 줄기는 끊어지지 않았다.
“큽……!”
지직 지이익.
신불의 강기에 실린 힘을 완전히 이겨 내지 못한 표령의 신형이, 바위 위에서 조금씩 뒤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위험하다!’
여기서 균형을 잃어버리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장담할 수 없다.
표령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던 그때, 호조에 검붉은 강기를 끌어 올린 조암 장로가 신불을 향해 절기를 전개한다.
“타하아앗!”
스팟!
각기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사선으로 휘둘러지는 조암장로의 호조.
잠시 후 허공에서 복잡하게 엉켜진 십여 줄기의 거대한 강기가 신불을 향해 쇄도한다.
그사이를 가로막는 거목들까지 닿는 족족 파괴해 버리면서.
콰과과과과.
“크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강기를 확인한 신불이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상대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겠지만, 지금 그에게 날아드는 저 공격도 결코 경시할 만한 위력의 강기가 아니다.
결국 표령에게 향하고 있던 강기의 줄기를 끊어 낸 신불이 자신의 코앞까지 당도한 조암장로의 강기를 쌍장으로 받아낸다.
쩌저정!
쩌저저저정!
“크음……!”
지이익.
양손에 수강을 끌어 올리며 쌍수를 내뻗었지만, 조암장로의 강기를 온전히 상쇄시키지 못한 신불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신불의 양손에서 은백색의 강기가 어른거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손바닥 형상의 거대한 강기가 조암장로의 강기를 밀어낸다.
“저건……!”
신불의 여래신장을 확인한 조암장로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애초에 소림의 무학은 마공(魔攻)의 상성.
여래신장은 그런 소림의 무학에서도 정점에 서 있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무공이다.
조암장로의 강기가 순식간에 소멸하듯 사라지자, 어느새 균형을 바로잡은 표령이 그를 향해 소리친다.
“피하시오!”
“칫……!”
여래신장과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조암과 표령이 몸을 날리며 자리를 이탈하자, 잠시 후 날아든 여래신장이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요란하게 작렬했다.
콰구구구구.
“읏……!”
굉음과 함께 땅을 부수고 솟구친 흙먼지가 거목들보다 훨씬 높게 솟구쳐 오른다.
인근의 대지가 뒤흔들리는 듯한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조암장로가 저 멀리서 그들을 노려보는 신불을 응시한다.
“확실히…… 지금 맞붙으면 위험을 감수해야겠군.”
“마공의 상성인 소림의 무공을 이백 년 이상 갈고 닦은 노괴(老怪)요. 이 정도는 오히려 예상 범주라고 봐야지.”
조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표령이 날카롭게 눈을 번뜩인다.
“오히려 이렇게 보란 듯이 상승초식을 선보인 것도…… 자신의 밑바닥을 보였으니 얼마든지 들어와 보라는 미끼일 수도 있소.”
“설마 그렇게까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확답할 수 없소. 확실한 것은, 저들이 죽산을 빠져나가기 전에 녹림왕을 제외한 모두를 죽여 없애야 한다는 것뿐이지.”
쓰윽.
어느새 품속에 손을 넣은 표령이, 잠시 후 주먹만 한 검은 구체 하나를 꺼내 들며 말을 잇는다.
“……그때까지 최대한 힘을 빼놓는 편이 위험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 아니겠소?”
휘익.
쾅!
스스스스스.
표령이 내던진 구체가 폭발하며 대량의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기 시작한다.
죽산의 하늘 위로 끊임없이 솟구쳐 오르는 검은 연기에 조암장로의 눈에 이채가 어린다.
“그건…….”
“우린 그저 느긋하게 지켜보면 되오.”
“…….”
“죽산에 퍼져 있는 교의 모든 병력들을 상대로, 저 노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어느새 녹림과 뒤엉켜 싸우는 마교도들을 정리하기 시작하는 신불.
명색에 극마급 고수들을 상대로 합을 나눈 까닭인지, 그의 움직임은 처음보다 분명히 둔해져 있었다.
***
“이럴 수가…….”
포위망을 뚫기 위한 마교와의 한 차례 전투를 끝마친 후, 파마불제는 망연자실한 얼굴로 모두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리고 그의 정면에 선 막우 역시, 낯빛에서 분함과 절망을 감추지 못한 채 주먹을 움켜쥐고 몸을 떨고 있다.
‘이게…… 살아남은 전부인가.’
생각보다 더한 피해에 두 눈을 질끈 감는 신불.
처음에는 삼천에 가까웠던 이들이, 마교의 연이은 공세에 어느새 이천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마교의 포위망을 뚫기 위한 첫 번째 공격이 끝나자, 그 수는 이제 천 명 남짓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는 중턱 언저리에 도착할 즈음이면 전멸하고 만다……!’
실수했다.
마교라는 존재를 너무도 얕잡아 봤다.
중원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저들이기에, 적당히 틈을 주면 그저 싸우기 위해 달려들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이백 년 만에 중원으로 나온 마교도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영악해져 있었다.
‘저렇게 능숙한 몰이사냥을 할 줄이야…….’
사실 신불이 제대로 힘을 썼다면 녹림의 피해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알고 있음에도 신불이 힘을 아꼈던 것은, 저 어둠 속에서 언제라도 습격하기 위해 때를 기다리는 마교의 장로들 때문이었다.
‘한 녀석이라면 힘이 좀 빠져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지만…… 수가 둘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만약 저들 둘이 공세에 합류했을 때 신불이 그들을 제압하지 못한다면 녹림은 전멸을 면할 수 없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힘을 아꼈다가는 산 아래에 당도하기도 전에 전멸하고 만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조용히 눈을 감고 고민하던 신불이, 이윽고 마음을 다잡았는지 다시 눈을 뜨고 산 아래로 발걸음을 옮긴다.
쓰윽.
“계속 가세.”
“어르신…….”
“염려 말게.”
복잡한 신경을 담은 막우의 음성에 신불이 결단이 선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지금 이 순간부터, 누구 하나라도 이 노인네보다 먼저 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니.”
“…….”
신불의 말에 수많은 생각이 들었는지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는 막우.
그렇게 잠시 동안 침묵을 지키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신불을 향해 말을 꺼낸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그 전에 한 가지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이라 했는가?”
“예, 저…….”
잠시 머뭇거리던 막우가 이내 들리지 않는 전음으로 신불에게 자신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그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신불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
파바바박!
“결국 다시 움직이는구려.”
파마불제를 선두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녹림도들을 바라보며 조암장로가 미소를 머금는다.
마교의 전 병력을 소집할 때 사용하는 검은 연기탄을 터뜨렸으니, 죽산 곳곳에 퍼져 있던 교의 전투대대들이 모여들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파마불제라고 한들, 고작 천여 명 남짓한 녹림도들과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그와 표령이 파마불제가 지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니까.
“천귀대주.”
“예, 장로님.”
“놈들의 발을 묶어라. 한꺼번에 모조리 나가면 파마불제가 마음껏 힘을 쓸 테니, 숫자를 나누어 최대한 힘을 빼놓도록.”
“존명! 삼대대까지 나를 따라라!”
파밧!
조암의 명을 받은 천귀대주가 장검 한 자루를 뽑아 들고 앞으로 뛰어나간다.
그리고 그를 따라, 전투 대기 중이던 천귀대원들 중 삼백여 명의 대원들이 녹림도들을 향해 경공을 펼치며 날아든다.
이에 표령과 조암장로 모두 느긋이 팔짱을 끼며 상황을 지켜보려던 그때.
“아미타부우우울!”
파아아아앗!
선두로 질주하던 신불의 우렁찬 일성과 함께, 그의 우수가 내뻗어지며 거대한 크기의 여래신장이 천귀대주를 포함한 천귀대 무사들을 뒤덮었다.
콰과과과과광!
콰구구구구.
“큭……!”
“아니……!”
조금 전 표령의 절기를 밀어냈을 때보다도 오히려 한층 더 거대해진 듯한 강기.
그 일격에 선두에 선 천귀대주가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그 뒤를 따라 천귀대원들 중 태반 가까이 강기에 휘말려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수많은 절정고수들을 집어삼키고도 성이 안 찬다는 듯 그들이 위치한 언덕 인근에 틀어박히는 여래신장.
대지가 뒤흔들리는 진동을 고스란히 느끼며 조암의 얼굴에 긴장감이 드리운다.
“시작인가……!”
“……그런 것 같구려.”
조암과는 달리, 표령의 입가에는 도리어 즐겁다는 듯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제야 발톱을 숨기고만 있던 범이 날뛰기 시작했소이다.”
드디어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는 듯 흡족해하던 표령이, 뒤쪽으로 고개를 돌려 남은 천귀대원들에게 명을 내린다.
“칠대대까지 앞으로 나가라.”
“……!”
“파마불제와 정면 대결을 하면 네놈들의 목숨값이 너무 싸지니, 녹림도들에게 들러붙어 최대한 발길을 붙잡도록.”
“존명!”
파바바밧!
표령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몸을 날리는 천귀대원들.
이에 또다시 파마불제의 가공할 절기가 그들을 덮쳤으나, 천귀대원들은 죽음을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이들처럼 끈덕지게 산개하며 접근을 이어 간다.
“아미타불! 본승의 뒤를 따르게!”
콰앙!
“파마불제 어르신의 뒤를 바짝 따라붙어라! 뒤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신경 쓰지 마라!”
“와아아아!”
천귀대원들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 섬광처럼 몸을 날리는 신불과, 진형을 유지하며 악착같이 그에게 따라붙는 녹림도들.
어느새 수적 우위조차 잃어버린 그들의 결사 항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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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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