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46
346화
쐐액!
쩌저정!
섬광같이 몸을 날려 접근한 구마장로의 일권이 신불의 일장과 맞부딪친다.
손에 머금어진 은백색의 수강이 검은 마기에 집어 삼켜질 듯 위태롭게 일렁인다.
“크읍……!”
“이…… 지독한 늙은이가!”
엉망이 된 몸으로도 자신의 공격을 버텨 내는 신불에게 자존심이 상했는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구마장로가 일각을 내뻗는다.
콰앙!
하지만 신불은 한쪽 무릎을 들어 올려 그의 공격을 받아 냈고, 자연스럽게 허공에 들린 신불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 순간.
쐐액!
“……!”
촤지이이익!
“……큽!”
밀려나는 신불의 등을 네 줄기의 거대한 강기가 훑고 지나간다.
가까스로 상체를 숙였기에 망정이지, 반응이 조금만 늦었다면 몸 전체가 토막 날 뻔했다.
쿠당탕탕.
“……크헉!”
균형을 잃고 바닥을 나뒹군 신불의 등이 순식간에 붉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몸을 일으키는 신불의 앞으로 호조를 치켜세운 조암장로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신다.
“아깝군. 이번 일격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그래 봐야 두 번은 없을 것 같군.”
이제 몸을 일으키는 것도 힘겨워하는 신불을 바라보며 조소를 머금는 구마장로.
실제로 저 정도면 그냥 내버려 둬도 머지않아 숨이 끊어질 것이다.
아무리 화경에 오른 고수라도, 저 정도의 부상과 출혈에 오래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자…… 하면 이제 슬슬, 중원의 전설이신 파마불제의 처형식을 시작해 볼까?”
“음.”
구마장로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기는 조암장로.
저들의 인기척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며 신불이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던 그때.
쓰윽.
“그만. 잠시 멈추게.”
조암장로와 구마장로의 발걸음을, 생각지도 못한 표령장로가 가로막는다.
“이게 무슨 짓인가? 표령장로.”
“소교주께서 오셨소.”
“그래서? 소교주께서 오신 것과 이쪽의 볼일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소교주께서 오신 이상, 파마불제의 숨통을 끊는 것도, 녹림왕의 숨통을 끊는 것도 그분의 권한이라는 말이외다.”
표정을 굳히고 단호한 어조로 답하는 표령.
이에 눈썹을 꿈틀한 구마가 무어라 입을 열려던 그때, 조암장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구마장로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표령장로의 말이 맞네.”
“조암장로……!”
“흥이 깨진 것이 아쉽긴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게 맞네.”
은연중에 구마장로의 어깨를 짚은 손아귀에 힘을 주는 조암장로.
그러고는 그를 향해 전음을 전한다.
상황을 바르게 인지시키는 조암장로의 한 마디에 구마장로가 가만히 입술을 깨물다 곧 고개를 돌린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자, 저 멀리서 소교주를 향해 다가가는 녹림왕의 모습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
터벅터벅.
‘소교주…… 라고?’
희미해지려는 의식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발걸음을 옮기는 녹림왕.
어느덧 주위는 적막에 빠졌다.
이는 저 소교주라는 자의 등장과 함께 치열하던 전투가 중단되었음을 의미하는 것.
즉, 지금 그의 앞에 선 저자가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몰살시킬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위치의 인물이라는 뜻이다.
‘어르신께서 멀쩡하시더라도…… 저것은 당해 낼 수 없다.’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저 괴물을 싸워 이길 생각은 접어 두어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그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것은, 상대에게 자신의 뜻이 전해지기를 바라는 염원 때문이었다.
‘나 하나로 만족해 주시오.’
너무 많은 이들이 죽었다.
황룡채의 형제들, 그리고 더 나아가 녹림의 형제들.
심지어 선대와의 의리를 위해 녹림을 도와주려 했던 파마불제마저도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
이제 더는 이 무의미한 전쟁을 계속할 이유도, 힘도 남아 있지 않다.
그저 저 소교주가, 그의 손으로 녹림왕을 쓰러뜨리는 것에서 만족해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
이 모든 염원을 담은 막우의 눈빛을 읽었는지, 소교주의 눈에 한순간 이채가 스쳐 지나간다.
“너 하나로 저들을 살리는 제물이 되어 보겠다는 거냐? 그 몸으로?”
“…….”
“과연…… 괜히 녹림왕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구나. 그런 몸으로도 수하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꽤나 제법이구나.”
감명받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탄성을 흘리는 소교주.
그리고 그 순간, 소교주의 전신에서 돌연 어마어마한 기세가 방출된다.
스스스.
콰드득 콰드드득.
“……!”
털썩.
인근의 대지에 균열을 만들어 버릴 만큼 위압적인 기세에 막우의 두 무릎이 강제로 바닥에 꿇린다.
한 손으로 목의 출혈을 막고 있었지만, 몸 곳곳에 뚫린 구멍에서 잠시 멎는 듯하던 피가 줄줄 새어 나오기 시작한다.
“나는 지금부터 네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겠다.”
“……!”
“네 손으로 내 몸을 건드릴 수만 있다면, 네 바람대로 너 하나의 목숨으로 끝내 주도록 하마.”
소교주의 약속에, 바닥에 엎드린 막우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떠오른다.
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누구도 살리지 못했던 무능한 왕이었지만,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 녹림의 끈을 이어 갈 이들만큼은 살릴 수 있다.
바로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
“이…… 이익……!”
후두둑.
“아…… 아버지!”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피를 흘리면서도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막우의 모습에, 막휘가 다급히 그를 부르며 앞으로 나서려 한다.
그 순간.
쓰윽.
“……좌호법님?”
“참으십시오.”
막휘의 앞을 가로막은 좌호법 곡회가 침착한 어조로 말을 꺼낸다.
“이것은 왕의 의지이십니다.”
“의지라니요! 저대로면 아버지께서는……!”
“이 이상 하는 것은 왕을 무시하는 처사이십니다!”
“……!”
“……참으셔야 합니다.”
막휘를 향해 호통을 치고 있는 곡회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다.
그 모습에 막휘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릴 수 없음을 깨달았다.
꽈악.
‘……아버지.’
아들로서는 막우의 결정을 결코 지켜만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소녹림왕.
유사시에는 녹림왕을 대신해 녹림을 지키고,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그러니, 소녹림왕의 입장에서는 결코 막우의 선택을 막아설 수 없다.
여기서 그를 막는다는 것은 곧 막우가 잡고 있는 한 가닥 희망을, 녹림을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을 꺼뜨리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나는…… 어찌 이리도……!’
무력하다.
연무학관에 들어가 사무현을 만나고, 이전과는 비교조차 안될 만큼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스스로 성장했다 여겼으나,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것도 소교주가 전개한 기세에 무릎 꿇지 않도록 떨리는 두 다리를 간신히 붙잡으면서.
‘그래도 봐야 한다……!’
그가 고개를 돌려 버려서는 안 된다.
이 비참한 현실에서.
그리고 그 현실을 끝까지 책임을 지려 하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자신의 뒤에 선 모두를 지키기 위해, 항상 커 보이기만 했던 그가 잔뜩 몸을 움츠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 모습을 핏대 선 눈으로 지켜보는 막휘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저벅.
“읍……!”
털썩.
후두둑.
결국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어지는 막우.
그의 몸 곳곳에서 떨어지는 붉은 피가 흥건하게 바닥을 적시고 있지만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
‘할 수 있다.’
걸을 수 있다.
내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만, 한평생 단련에 단련을 거듭해온 그의 육체는 스스로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무시무시한 압력 속에서도 발걸음을 떼어 낼 수 있으니.
“후우…….”
이제 열 걸음.
그 정도면 된다.
그러면 어떻게든 그에게 주먹을 뻗을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먹은 막우가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쿠구구구.
“……!”
후두둑.
그를 압박하던 기세가 한층 더 무거워지며 그의 몸에서 다량의 피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
“한 번만 더 멈춰 서면, 그대로 죽이겠다.”
“……!”
선언과도 같은 소교주의 한 마디에, 이를 악물고 한 손을 앞으로 뻗는 막우.
그렇게 바닥을 지탱한 그가, 뒷무릎 한쪽을 힘겹게 앞으로 내디딘다.
그렇게,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소교주를 향해 다가간다.
턱. 터덕.
“와…… 왕께서…….”
결국 몇몇 녹림도들이 차마 막우의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고 두 눈을 질끈 감거나 고개를 돌린다.
그 순간, 선두에 선 막휘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친다.
“고개 돌리지 마라!”
“……!”
“아버지께서는 아직 싸우고 계시다! 그 뒤에 숨은 우리는! 적어도 저 투쟁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책임이 있다!”
꽈악.
막휘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려던 녹림도들이 두 주먹을 움켜쥐며 막우의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어느새, 한 손만 더 뻗으면 옷자락에 닿을 수 있을 만큼 그들의 거리는 가까워져 있었다.
‘하, 한 걸음만 더…….’
쿵!
“……!”
난데없이 그의 등을 짓누르는 압력감이 배가 된다.
한 걸음.
이제 딱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옷자락 정도는 스칠 수 있는데!
하지만 느낄 수 있다.
여기서 그가 한 손을 앞으로 뻗는다면, 그를 짓누르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거기서 몸을 일으킬 수 없을 것이다.
후두두두둑.
“……!”
설상가상 바닥에 떨어지는 피의 양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가만히 있어도 몸이 덜덜 떨릴 정도의 한기가 돌기 시작하고, 시야가 흐릿해지며 어지럽게 빙빙 돌기 시작한다.
‘……여기까지인가.’
죽을힘을 다했으나 안 되는 일은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럴 수밖에.
저 괴물이, 그에게 가능성 있는 내기를 제안했을 리 없으니.
‘모두…… 미안하다.’
결국 그는 이번에도 여기까지였다.
노력은 했으나 누구도 살리지 못한 무능력한 왕.
그래, 그것이 그의 한계였다.
그렇게 막우가 막 고개를 떨구려는 순간.
“힘내십시오! 왕이시여!”
막우의 뒤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녹림도의 외침이 들려온다.
“마교 따위에 지지 마십시오!”
“저희를 지켜 주십시오! 왕이시여!”
“……!”
꽈아악.
자신을 향해 왕이라 부르짖는 녹림도들의 외침을 듣는 순간, 아무런 감각조차 느껴지지 않던 손아귀에 돌연 힘이 실린다.
무엇일까?
대체 무엇이 더 이상 남지 않았던 육신에 한 가닥 힘을 불어넣은 것일까?
……모른다.
책임감일지, 애정일지, 그도 아니면 자존심일지.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평범한 막우라면 이 상황에 일어설 수 없겠지만, 녹림왕 막우라면 어떻게든 일어날 수 있다.
아니, 일어나야만 한다.
꽈곽.
턱.
부러질 듯 어금니를 깨물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막우가 한쪽 발을 땅으로 내디딘다.
겨우겨우 바닥을 기어가는 것이 고작이었던 그가, 한쪽 무릎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드득 드드드득.
“……!”
어느새 반 이상 몸을 일으키는 막우의 모습을 지켜보며 소교주의 눈이 커진다.
믿을 수 없다.
아무리 녹림왕이니 뭐니 그럴싸한 이름이 붙어 있다 해도, 그래 봐야 화경에도 이르지 못한 뜨내기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한데, 그런 버러지가 탈마에 이른 자신의 기세를 이겨 내고 있다.
그것도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뚱이를 이끌고!
“크…… 크륵…… 크흑…….”
저벅.
어느새 완전히 몸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막우가, 실성한 듯 바람 섞인 웃음을 흘리며 한 걸음을 내디딘다.
거리에 들어왔다.
이제 주먹을 내뻗기만 하면 저 고고한 척 구는 놈의 얼굴에 한 방을 먹여 줄 수 있다.
그리고, 녹림을 지킬 수 있다.
그 같은 무능력한 왕을 마지막까지도 왕이라 불러 주는 모두를…….
‘내가 녹림왕이다.’
당혹스러움이 역력한 소교주를 향해 막우가 차가운 미소를 머금는다.
그렇게, 아무런 내력도 실려있지 않은 두터운 그의 주먹이 날 것 그대로 소교주의 안면을 향해 날아든다.
부웅.
퍼어엉!
막우의 주먹이 소교주의 안면에 닿으려던 그 순간, 그의 몸 주위로 검은 호신강기가 만들어지며 막우의 주먹을 날려버린다.
후두둑.
“……!”
철철 피가 흐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막우가 두 눈을 크게 뜨던 그때.
“쯧.”
서걱.
못마땅함이 느껴지는 짧은 혀차는 소리와 함께 막우의 세상이 기울어진다.
그리고 이윽고, 빙글 돌아버린 세상에서 굳건히 서 있는 자신의 몸을 발견하는 막우.
그것이 녹림왕 막우가 세상에서 본 마지막 장면이었다.
쿵.
털썩.
소교주의 수강에 의해 목과 몸이 분리된 막우의 시신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와…… 왕께서…….”
“아버지이이이이이!”
막우의 죽음에 할 말을 잃은 녹림도들과, 처절한 절규를 내지르는 막휘.
하지만 그들에게는 슬퍼하거나 분노할 시간 따위 주어지지 않았다.
어느덧 그들을 향해 손을 뻗은 소교주의 전신에서 심상치 않은 살기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흥이 깨졌다.”
스스스스.
콰드득 콰드드득.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죽여주마. 단 하나도 남김없이.”
천마에게 녹림왕을 데려가겠노라 단언 했지만 그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소교주인 자신에게조차 생체기 하나 내지 못하고 죽었을 벌레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잠깐 싹트려던 흥미는 금세 시들해 버릴 테니까.
“이……! 처음부터 녹림왕과의 약속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냐!”
분노한 좌호법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려 퍼진다.
약속은 거짓이었다.
아니, 어쩌면 시작은 거짓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막우는 저 소교주의 자존심에 분명한 상처를 내 버렸고, 소교주는 약조 따위 헌신짝처럼 뒤집어 버렸다.
“벌레와의 약속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인간이 있더냐?”
스스스스.
‘안 돼!’
당장이라도 출수할 것처럼 팽창하는 소교주의 마기에 막휘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대로라면 모두 죽는다.
그의 아버지가, 녹림왕이 죽었으니 이제 자연스럽게 막휘가 녹림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그로서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해도 저 소교주의 공격을 막을 방도가 없다!
이를 깨달은 막휘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던 그때.
“가거라.”
파아아아아앗!
말을 마친 소교주의 우수에서 폭발적인 검은 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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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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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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