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콰과과과광!
“이…… 기는……!”
수강이 머금어진 일수로 사무현을 한 차례 밀어낸 소교주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생각보다 치열한 전투 양상에 알아차리는 것이 너무 늦고 말았다.
이 전에 사무현이라는 녀석이 나타났을 때도 그랬지만, 현경에 오른 이의 기가 여기까지 접근할 동안 눈치채지도 못하고 있었다니……!
‘육신 때문인가?’
아무리 최적의 육신에 강림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그들은 술법을 통해 타인의 육체에 깃든 것뿐이다.
금강불괴의 육신 덕에 전생에 비해 나아진 부분도 존재하지만, 감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확실히 전생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하다.
“쯧, 본의 아니게도 여기까지만 해야 할 모양이구나.”
이럴 줄 알았다면 모든 절기를 퍼부어서라도 승부를 서둘렀을 것이다.
저 멀리서 전장을 향해 날아드는 단아란을 바라보며 소교주가 말을 꺼내자, 그가 도주할 것임을 눈치챈 사무현이 두 눈을 번뜩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온다.
스윽.
“누구 마음대로?”
“하하, 아쉬운 모양이로구나. 하지만 어찌하겠느냐? 아무리 나라도 현경급 고수 둘을 상대로는 당해 낼 도리가 없지.”
궁지에 몰리고도 여유로운 웃음을 흘린 소교주가 사무현을 내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안됐지만 내가 몸을 피하고자 한다면 너희는 나를 쫓을 수 없다. 나를 쫓아서는 네가 아끼는 동료들이 모조리 죽어 버릴 테니 말이다. 그렇지 않으냐?”
소교주의 물음에 사무현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의 말대로다.
당장 소교주와의 전투를 이어 가면서도 사무현은 등 뒤에서 벌어지는 녹림도들의 전투에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만약 단아란의 등장이 조금만 늦었다면 그들은 전멸을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 억울한 표정 지을 것 없다. 이 자리에서 네 숨통을 끊지 못하는 것은 나 역시 아쉬운 일이니까.”
“……일 대 일로 싸워서 이길 자신은 있고?”
의도적인 사무현의 도발에 소교주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도발이 제법이구나. 하나, 내가 굳이 그런 것을 받아 줄 이유는 없지.”
까드득.
느긋한 소교주의 음성을 들으며 사무현의 이가 소리 나게 갈린다.
그런 그를 비웃듯 바라보며, 소교주가 그대로 자리를 박차며 몸을 날린다.
파밧.
“하면, 다음에 보도록 하자꾸나.”
“이……!”
마치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듯 느긋하게 멀어지는 소교주를 바라보며 사무현이 천마도를 강하게 움켜쥔다.
하지만 이내 단념한 사무현이 막 그에게서 등을 돌리려던 그때.
콰과과과광!
“야! 거기서 뭐 해!”
저 멀리서, 마교도들을 볏단을 베듯 쓸어넘기는 단아란의 모습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고문님……!”
“야! 그걸 놔주면 어떻게 해! 당장 쫓아가!”
“……예?”
단아란의 이해 못 할 외침에 사무현의 눈이 커진다.
“여기는 내가 책임질 테니, 넌 저 새끼 끝까지 추격해서 죽여 놔! 못 이기겠으면 발목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라고!”
“……그렇게까지요?”
“이 새끼야! 저 새끼가 천마한테 합류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물어!”
“……!”
단아란의 한 마디에 그제야 그녀의 말을 이해한 사무현의 눈이 부릅떠진다.
가급적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저 멀리 죽산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정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의 격돌.
그 초대 천마와 맞붙을 수 있는 이는 사무현이 알기로 전 무림을 통틀어 단 한 명뿐이었다.
“뭐 해! 너 때문에 우리 오라버니한테 무슨 일 생기면 가만 안 둔……!”
쾅!
단아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몸을 날린 사무현이 전력으로 경공술을 펼쳐 소교주. 아니, 십삼 대 천마의 뒤를 추격한다.
단아란의 예상대로, 느긋하게 능선을 넘은 그의 기운은 천마와 무신 단월혁의 전장을 향해 똑바로 움직이고 있었다.
‘절대 안 놓친다!’
파바바밧!
무시무시한 속도로 경공을 펼치며 사라지는 사무현의 신형.
잠시 후 그가 전장에서 이탈하자, 단아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계속해서 검초를 전개한다.
스팟!
콰과과과광!
단아란의 일검과 함께 뻗어 나간 푸른 강기가 삼십여 명의 마교도들을 휩쓸어 버린다.
마음 같아서는 절기를 펼쳐서 모조리 쓸어 버리고 싶지만, 녹림과 천신련의 무사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분전 중이었기에 마음껏 큰 무공을 펼칠 수도 없다.
“젠장, 나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죽산 아래에서 맞붙고 있는 천마와 단월혁의 기운.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싸움이 지속될수록 분명 전투는 단월혁에게 불리하게 흘러갈 공산이 크다.
그녀가 맞붙어 본 천마의 강함은 탈마의 범주를 분명히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며 마교도들을 쓸어 넘기던 그때, 단아란의 옆으로 신불이 다가온다.
파바밧.
타닷.
“아, 아란 시주! 와 주었구려!”
“신불 스님! 살아 있었네요?”
“솔직히 좀 아슬아슬했소이다.”
단아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하는 신불.
하지만 그의 말이 과장이 아님을 증명하듯 신불의 상태는 언뜻 보아도 심각해 보였다.
여기저기 넝마가 된 승려복이 굳어 버린 피딱지로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지경이었으니까.
그런 신불의 상태를 훑어보는 단아란을 향해, 신불이 재빨리 질문을 덧붙였다.
“한데…… 설마 혼자 온 것이오?”
“혼자 왔겠어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하, 하면…….”
“아니 이것들이 왜 이렇게 늑장을 부리는 거야! 지금! 내가! 이럴 때가! 아닌데!”
콰과과과광!
쩌저저저저정!
“크아아악!”
“아아아악!”
답답함과 짜증을 한껏 담은 단아란의 연이은 검격에 또다시 수십 명의 마교도들이 목숨을 잃는다.
어지간한 검강으로는 막아 낼 수도 없는 위력의 강기가 사방으로 난사되니, 밀집돼있는 마교도들의 진형으로는 피하기가 쉽지 않았으니까.
“……크음, 아미타불.”
단아란의 무자비한 손속에 죽어 가는 마교도들을 바라보며 신불이 짧은 헛기침을 흘린다.
……분명 이쪽을 도와주러 온 것인데 왜 슬슬 무서워지려 하는 것일까?
말문을 닫은 신불이 슬그머니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려는 그때.
“젠장! 이제야 오셨네!”
“뭐라 하셨…… 으음?”
단아란의 외침에 감각을 개방하던 신불이, 이윽고 무언가를 느끼고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잠시 후.
스스스스스.
녹림의 동쪽을 포위하고 공격하던 마교도들의 머리 위로 붉은빛의 매화가 떨어진다.
흐드러지게 만개한, 때아닌 매화의 환상에 마교도들을 포함한 몇몇 녹림도들까지도 홀린 듯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잠시 후, 무언가를 깨달은 마교도 중 하나가 경악 어린 음성으로 소리친다.
“피, 피해! 화산……!”
촤좌좌좍!
스거거걱! 서거걱!
“끄아아악!”
“아아아아악!”
언뜻 부드럽게 내려앉을 것만 같았던 매화의 꽃잎들은, 작은 조각 하나하나도 사람의 육신 정도는 어렵지 않게 갈라 버린다.
화산의 정수라 불리는 매화검법의 최고 절초가 죽산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저벅저벅.
“……검존!”
저 멀리서 걸어오는, 매화 문향이 새겨진 흑색 도복을 바라보며 신불이 환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리고…….
스스스스스.
매화의 꽃잎을 피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비규환의 한복판에, 거대한 태극문양의 강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콰과과과과광!
“크아악!”
“아아아아악!”
“무, 무당이다!”
“무천검제!”
검존에 이은 무천검제의 등장.
이쯤 되자 자신만만하게 녹림도들을 밀어붙이던 마교도들의 진형에도 심상치 않은 술렁임이 일어난다.
“자, 잠깐…… 이거 설마…….”
“타아아앗!”
콰과광! 콰광! 콰과과광!
이번에서는 북쪽에서, 우렁찬 기합과 함께 은백색의 뇌광을 번쩍이는 강기가 마교도들을 휩쓸었다.
황보세가의 절기인 벽력신권의 발현이다.
그리고…….
스팟!
콰과과과과광!
한순간 허공에서 섬광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벽력신권과 마찬가지로 뇌우를 연상케 하는 강기가 마교도들을 휩쓸었다.
“권존……! 섬천검제까지!”
하나둘씩 늘어가는 증원군에 신불이 미소를 되찾는다.
그러던 그 순간.
파바바바밧!
“으라아아앗!”
경공술을 펼치며 모두의 머리를 뛰어넘은 한 여인의 신형이, 그대로 가장 많은 수의 무사들이 밀집된 마교도들 한가운데로 떨어진다.
콰아아아앙!
쩌저저저저정!
지축을 뒤흔드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여인의 몸에서 퍼져 나간 기파가 인근의 마교도들을 바닥에 고꾸라뜨렸다.
그리고 그녀의 옆으로 함께 떨어진 거구의 사내가, 등 뒤에서 태도를 뽑아 들어 정면을 향해 내려친다.
“타하아앗!”
부웅.
콰과과과과과!
“아미권제, 도존까지……!”
검존, 도존, 권존.
그리고 아미권제와 섬천검제, 무천검제까지 한 자리에 모였다.
거기에 부상당한 신불까지 포함하면…….
“사, 삼존사무제다!”
천무신녀 단아란과 무신 단월혁을 제외한다면, 현 정파를 대표한다고 일컬어지는 절대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들의 힘과 명성을 익히 알고 있는 마교도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가던 그때, 그들이 형성한 포위망 외곽에서 우렁찬 함성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와아아아아!”
“마교 놈들을 모조리 섬멸해라!”
“모…… 모두들…….”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는 신불.
천신련에 이어진 무림맹의 등장.
곧, 중원의 모든 힘이 하나로 합쳐진 순간이었다.
***
“거기 서라! 심삽 대!”
“……쯧, 귀찮은 것이 따라붙었군.”
초대 천마가 위치한 죽산의 아래로 경공술을 펼치고 있던 소교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언뜻 보아 뒤따라 붙는 이도 더 없는 듯한데, 저 천신련주라는 애송이는 끈질기게 자신의 뒤를 추격하고 있었다.
‘따돌리고 가려면 못할 것도 없지만…….’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그에게 있어서도 꽤나 갈등이 된다는 것에 있었다.
저 사무현이라는 녀석을 처리할 기회는 지금이 아니면 다시 언제가 될지 모르니까.
‘저 애송이의 성장세는 분명 위험하다.’
물론 당장 초대 천마에게 위협을 줄 정도는 전혀 아니다.
하지만 무신 단월혁과 천무신녀 단아란, 거기에 지금보다 더 성장한 저 애송이까지 힘을 합친다면 훗날 어떤 변수를 만들어낼지 장담할 수 없다.
‘다행히 천무신녀는 이쪽에 관심이 없는 모양이군.’
감각을 개방해서 천무신녀의 위치는 확실히 파악해 두었다.
전장에 화경급 고수 여럿의 기운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그녀의 기운은 그곳을 벗어나 초대 천마와 단월혁이 싸우고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면…….’
슬그머니 자신을 뒤쫓아 오는 사무현을 바라본 소교주가, 이윽고 짧은 냉소를 머금으며 경공술을 멈춘다.
스륵.
타닷.
그가 바닥에 안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현의 신형이 그의 맞은편에 안착한다.
타닷.
“후우…… 잡았다, 이 새끼.”
“……구태여 홀로 날 쫓아오다니. 나와의 승부가 그리도 중했더냐?”
“헛소리하지 마라. 네가 어디로 가는지 빤히 아는데 그냥 보내 줄 것 같았냐?”
스륵.
그러고는 어느덧 천마도를 소교주에게 겨눈 사무현이 싸늘한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을 잇는다.
“그리고…… 칠 대를 모욕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하……! 진심이더냐? 고작 그 때문에 그토록 열심히 나를 쫓았다고?”
자신을 향해 서늘한 살기까지 피우는 사무현의 모습에 소교주, 십삼 대 천마가 헛웃음을 흘린다.
저 녀석의 지금 말은 진심이다.
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저 애송이는 지금 칠 대 천마라는 존재에 지나칠 정도의 집념과 자긍심을 보이고 있다.
‘누가 보면 제 놈이 칠 대 천마 본인이라도 되는 줄 알겠군.’
어처구니가 없긴 했지만 소교주는 이내 냉정을 되찾았다.
“……좋다, 나 역시 한때 천마라는 이름을 쓰고 있던 몸. 너 같은 애송이에게 만만히 보이고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스스스.
쩌적 쩌저적.
말을 마친 소교주의 몸 주위로 거친 기파가 뿜어져 나오며 인근의 대지를 산산이 파괴하기 시작한다.
“오거라. 전장에서 보았던 것이 내 진면목이 아니었음을 가르쳐 주마.”
“그래? 그거참 기대되네.”
스스스스.
천마의 말에 조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천마도에 붉은 화기를 끌어 올린다.
그리고…….
파밧!
쩌저저저정!
사무현의 천마도에 어우러진 붉은 화기가, 마기를 끌어 올린 소교주의 수강과 부딪치며 굉음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순간, 소교주의 손을 감싸고 있던 마기가 일순간 형체를 흐트러뜨리며 소교주의 우수로 통증이 전해진다.
“아까 그게 진면목이 아니었다고 했지?”
소교주의 수강과 도를 맞댄 사무현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말을 잇는다.
“나라고 그게 전력이었을 것 같냐?”
“이놈……!”
“자칫 큰 공격이 오가면 뒤쪽에 우리 애들한테도 피해가 갈지 모르는데, 좀처럼 마음껏 힘을 쓸 수가 있어야 말이지.”
소교주와 사무현이 대치 중인 대지가 충격파를 이겨 내지 못하고 마른 가뭄의 논처럼 쩍쩍 갈라지기 시작한다.
“자, 이제 방해꾼도 없으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붙어 보자.”
바로 앞에서 소교주를 노려보는 사무현의 입가에 새하얀 어금니가 드러난다.
“여기서 과연 누가 살아남는지.”
“이놈이 감히!”
콰과과과과.
사무현의 도발에 분노한 소교주의 몸 주위로 검은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온다.
칠 대 천마의 전승자와 십삼 대 천마의, 목숨을 건 격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