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54
354화
“끝이다.”
“……!”
스팟!
사무현의 일도가 섬광같이 머리 위로 날아들자, 십삼 대 천마가 황급히 몸을 비틀어 사무현의 도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곧이어 텅 빈 사무현의 몸통으로 내력이 실린 일각을 꽂아 넣는다.
콰아앙!
휘리리릭.
촤지이이이익.
“……커헉! 쿨럭!”
촤악!
바닥에 검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 내며 고통스럽게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사무현.
한순간 실수를 해 버렸다.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확신했고, 그 순간 그의 도(刀)에 무의 이치가 아닌 감정이 섞여 버렸다.
이는 천마의 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런…… 거였나…….’
현경의 경지에 오른 이후에도, 천마도법을 완벽에 가깝게 펼칠 수 있다 자신하게 된 이후에도 그와 천마의 도 사이에는 알 수 없는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명상으로 그 차이를 하나하나 깨우쳐 가고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확실하게 이해했다.
‘상대를 베는 데 필요한 것은 오직 무의 이치뿐이다. 그 외에 모든 것은 그저 불순물에 지나지 않지.’
온몸으로 이해를 하고 나서야 지나가듯 던졌던 천마의 한 마디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망할 놈.
기왕 설명해 줄 거면 그 불순물이 뭔지도 좀 자세히 설명해 줄 것이지.
‘아니, 어쩌면 수도 없이 가르쳐 주었을지도 모르지.’
흥분하지 마라, 살기를 가라앉혀라, 도를 지배하려 하지도 말고, 도에 지배되지도 말아라…….
수많은 표현들을 빌어 계속해서 그에게 가르침을 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기에 사무현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뿐.
천마는 언제나, 그 어떤 것보다도 사무현의 성장을 최우선시했다.
마치 지금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후우.”
또다시 천마의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려 하자, 고개를 한번 흔든 사무현이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이런 실수를……!’
사무현이 몸을 일으키는 사이, 십삼 대 천마는 잘려 나간 자신의 왼손을 바라보며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왼손의 수강으로 놈의 도격을 받아 내려 하던 그때, 온전히 받아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수강을 두텁게 만들었다.
그 결과 손목 아래까지 넓은 면적을 보호하고 있던 수강이 손목 위로 올라와 버렸고, 그 순간 상대의 도초가 부드럽게 휘어지며 그의 손목 아래를 통째로 베어 버렸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것은 그야말로 찰나.
그리고 이런 실책을 저지른 것은 상대의 도격에서 두려움을 느낀 까닭이다.
‘내가…… 저런 애송이에게 두려움을 느꼈다고?’
무신도, 천무신녀도 아닌 고작해야 애송이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불신을 느낀 십삼 대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본다.
피로 범벅되어 엉망으로 찢겨 나가 있는 상태.
금강불괴에 가까운 육신이, 그것도 수강에 의해 보호받고 있던 육신이 이렇게 되었다.
이는 지금까지 사무현의 도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위력.
‘설마…… 저놈이……?
자신의 오른손을 향하고 있던 십삼 대 천마의 눈이 사무현을 향한다.
“이…… 잡것이……!”
십삼 대 천마의 얼굴이 꿈틀하더니, 곧 그의 눈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기 시작한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도 받은 것처럼.
이마에 굵은 힘줄을 세운 그가 무시무시한 살기를 흩뿌리며 사무현에게 발을 내디딘다.
“감히…… 너 같은 애송이가 그런 눈을……!”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다.
칠 대를 모욕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도, 서로의 목숨이 오가는 상황에 대한 공포도, 그를 여기까지 몰아넣었다는 희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무심(無心).
그리고 저 눈빛은, 십삼 대 천마인 자신에게 단 두 번뿐인 패배를 선물한 두 사람의 눈을 고스란히 빼다 박고 있었다.
그것이 십삼 대 천마의 역린을 건드렸다.
“벌써 이겼다고 생각……!”
스팟!
“……!”
십삼 대 천마가 막 한 걸음을 더 떼어 내려는 순간, 알 수 없는 본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그가 발을 멈춘 그 순간 십삼 대 천마의 무복 앞섶이 펄럭이며 바닥에 떨어진다.
스르륵.
“……!”
느끼지도, 반응을 하지도 못했다.
지금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 것은 순수한 본능.
바꾸어 말해서 ‘운’이었을 뿐이다.
“……와라.”
“…….”
“끝을 보자.”
“……!”
아무런 감정도 깃들지 않은 무심한 음성으로 말을 뱉어내는 사무현의 모습이, 오래전 그의 목숨을 끊어놓았던 단월혁의 모습과 겹쳐진다.
그리고 이 순간 천마는 깨달았다.
그가 본의 아니게, 저 사무현이라는 녀석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밀도록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그곳을 기어이…… 저런 애송이가 먼저 도달하고 말았다고?’
그가 살아생전에도 감히 닿아 보지 못했던 영역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설령 벌어진 일이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는 없다!
콰아아앙!
분노에 눈이 뒤집힌 십삼 대 천마의 몸을 검은 마기의 폭풍이 감싸 안는다.
“큭……!”
순식간에 퍼져 나온 엄청난 기파에 사무현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십삼 대 천마는 십중팔구 내력이 거의 바닥이 난 것이나 다름없던 상태였다.
한데 그럼에도 이런 공력을 끌어낼 수 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이놈……! 내 생명을 갉아먹는 한이 있더라도 네놈만큼은 반드시 저승으로 보내 주마!”
이성을 잃어버렸는지 광기 어린 눈으로 사무현을 향해 소리치는 십삼 대 천마.
그 순간 사무현은 상황을 이해했다.
그가 생명을 갉아먹는다고 한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진원진기!’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근본적인 기.
소위 생명력이라고도 말하는 이것을 그는 지금 공력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차라리 목숨을 잃었으면 잃었지 절대로 써서는 안 된다며 칠 대가 신신당부를 전했던 것이기도 하다.
드득, 드드득.
아아아아.
기파를 이겨 내지 못한 대지가 갈라지며 여인의 곡소리와도 같은 특유의 공명음이 울려 퍼진다.
이는 천마신공의 최고절기 천마멸세를 펼칠 때 나타나는 현상.
저 정도의 절기를 받아 내기 위해서는 사무현도 멸세천마도 수준의 절기를 펼쳐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내력이…….’
부족하다.
그것도 현저하게.
그리고 그 부족한 내력을 충당할 유일한 방도는 하나뿐이다.
저 십삼 대 천마와 마찬가지로 진원진기를 사용하는 것.
칠 대는 죽음의 위기가 닥치는 순간에도 진원진기를 사용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말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것 외에 달리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저 천마멸세가 폭발한다면 살아남을 방법이 전무할 테니까.
그렇게 사무현이 최악의 수단을 마음먹으려던 그 순간.
‘몇 번을 같은 말을 반복하게 만드는구나. 고수들의 대결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공력의 크기 따위가 아니다.’
‘…….’
‘단 한 번의 도격밖에 전개할 수 없는 내력이라면, 그 한 번에 집중해 승부를 보면 그뿐이다. 결국 중한 것은 깨달음. 그러니 멍청하게 상대의 내력이 강하다고 겁부터 집어먹을 것 없다. 도객이 자신의 도(刀)를 믿지 못하면 무엇을 믿겠느냐?’
……망할 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이 순간까지도 잔소리를 떠올리게 만들다니.
차라리 보이기라도 하면 욕이라도 한바탕해 줄 텐데.
이래서야 기억으로만 남은 그의 잔소리를 믿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멍청한 짓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해야 한다.’
목숨을 걸어야 할 순간이지만 판단에 의심은 없다.
천마라면.
그가 아는 천마 위혜보라면 당연히 그와 같은 선택을 했을 테니까.
스윽.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은 사무현이 눈을 감는다.
감정을 비우기 위해.
잡념을 비우기 위해.
오직 눈앞에 직면한 것을 베어내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 외에 모든 것들은 무의 이치를 가로막는 불순물에 불과하니까.
그렇게 천마멸세를 눈앞에 두고도 도리어 차분해지는 사무현의 모습에 십삼 대 천마의 입꼬리가 일그러지듯 말려 올라간다.
“칠 대가 네게, 살 가능성이 없으면 차라리 포기하라 가르쳤느냐?”
“…….”
“……행동 하나하나가 속을 뒤집어 놓는 재주를 가진 놈이구나.”
아무런 대꾸도, 표정 변화도 없이 조용히 눈을 감고 있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십삼 대 천마가 소리 나게 이를 간다.
그러는 사이,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오는 마기의 폭풍은 점점 더 거세졌고 갈라진 대지의 파편이 허공에 떠올라 한 줌 먼지로 화했다.
때가 무르익었다고 판단했는지, 십삼 대 천마가 싸늘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만 죽어라.”
파아앗.
콰과과과과과.
그 한 마디와 함께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마기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기 시작한다.
인근을 모조리 집어삼킬 기세로 퍼져 나가던 마기가 사무현의 인근에 다다른 그때, 사무현이 무심한 눈으로 천마도를 들어 올린다.
그리고, 어느새 코앞까지 날아든 마기를 향해 사무현의 도가 내리그어진다.
스륵.
쩌저저정!
천마도법 일초식 천하양단.
무의 이치에 충실한 그의 도가 천마멸세의 마기를 베어 낸다.
하지만…….
지직 지이익.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천마멸세는 전 무림 최강의 무공 중 하나로 손꼽히는 천마신공의 최고절기다.
더 없을 정도로 무의 이치에만 충실한 사무현의 도격으로도 천마멸세를 온전히 베어 내지 못했고, 그의 신형이 조금씩 뒤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꽈악.
후득. 후드득.
입술을 꽉 깨문 사무현의 입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적신다.
두 다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후들후들 떨리고 있고, 도를 쥔 우수를 통해 전해지는 무게감에 전완근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강하다.’
사무현의 머리에서 순수하게 떠오른 감탄.
싸우는 중에도 몇 번이나 깨달음을 얻으며 벽을 넘어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삼 대 천마는 호락호락 사무현에게 승기를 내어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다.’
스윽.
후들거리는 손아귀에 억지로 힘을 주며 도신의 끝을 앞으로 기울인다.
그래, 이 정도는 버틸 수 있다.
화기를 두른 무신 단월혁의 검초는 지금 이 천마멸세보다도 무거웠다.
단아란의 검초는 이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했다.
그리고 칠 대의 도는…….
‘……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런 이들과 수천 번 이상의 비무를 벌이며 성장한 사무현이기에 버틸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이 단련시켜준 사무현이기에 버틸 수 있다.
‘고맙다.’
누구에 대한, 무엇에 대한 고마움일까?
처음 천마에게 수련을 받기 시작한 날로부터 지금까지, 매일 만 번씩 똑같은 도초를 반복하며 스스로를 단련했다.
두 다리는 굳건하게 대지를 딛고, 허리는 꼿꼿하게, 어깨는 유연하게, 손목은 부드럽게, 손아귀는 흔들림 없이 도를 쥐고 내려친다.
이 같은 동작을 매일 같이 반복하며 스스로를 단련한 결과가 이것이다.
부족한 내력으로도, 부족한 체력으로도, 무의 이치에서 어긋남이 없다면 버틸 수 있다.
지금 그의 전신에서 느껴지는 부서질 듯한 이 통증과 고통도, 매일 같이 이어지던 훈련의 끝자락에서 느꼈던 고통과 크게 다를 바 없으니까.
그러니 고마워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의 그를 단련시켜 준 그의 스승이자 벗에게.
결국, 그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사무현을 지켜 주고 있는 이는 칠 대 천마 위혜보다.
과거의 그가, 지금의 사무현을 지켜 주고 있다.
“이…… 애송이 놈이……!”
천마멸세를 베어 내며 버티고 서 있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십삼 대 천마의 눈이 흔들린다.
당장이라도 쓸려 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가 진원진기로 전개한 천마멸세를 상대로 아직까지 버텨 내고 있다.
그것도 별다른 절기를 펼친 것도 아닌, 평범하기 그지없는 도격으로.
“오냐……! 어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보자!”
악에 받친 듯 목소리를 높이며 십삼 대 천마가 더더욱 공력을 끌어 올리려던 그때.
주르륵.
“……!”
입과 코에서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붉은 핏물에 십삼 대 천마의 얼굴이 굳어진다.
아무리 천마멸세가 상식을 뛰어넘는 공력을 필요로 하는 절기라지만, 벌써 그의 진원진기를 이렇게 많이 소모시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결국…… 빼앗아서 얻어 낸 몸이라는 건가……!’
어떤 이유에서건 더 이상 이 승부를 오래 지속할 수는 없다.
이쯤에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이제부터는 시간이 갈수록 그가 불리해진다.
“후우…… 타하아앗!”
파아아아앗!
십삼 대 천마의 우렁찬 기합과 함께, 팽창을 계속하던 마기의 형체가 흔들리는가 싶더니 심상치 않은 기파가 일어난다.
그리고 잠시 후, 천마멸세의 마기가 검은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과콰광!
콰구구구구.
십삼 대 천마와 사무현의 신형을 순식간에 감싸 안으며 주위를 초토화시키는 마기의 폭발.
잠시 후 폭발이 그치자 검은 연기가 거대한 용오름을 만들어 내며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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