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툭.
챙그랑.
마지막까지 만악대주의 손에 쥐여 있던 검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제야 그의 죽음을 확인한 손익패가 그대로 탈진한 듯 바닥에 쓰러진다.
털썩.
“야, 야!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 누님.”
당황한 적사의 물음에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익패가 숨을 헐떡인다.
“그냥…… 다리가 좀 풀린 것뿐입니다.”
창백하게 질린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손익패의 대답.
온몸의 긴장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팔과 다리에서 잔경련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수도 없는 전투를 치러 온 손익패 또한 겪어 본 적이 없는 상황.
그만큼 저 만악대주와의 전투가 손익패에게 공포와 위압감을 가져다주었다는 의미리라.
‘하기야…… 저런 놈을 상대로 홀로 버티고 있었으니.’
적사 자신과 청사, 거기에 저 허량이라는 무당의 후기지수까지 손익패와 협공을 가해 겨우 제압한 괴물이다.
그런 괴물을 손익패 홀로 최소 일각 이상을 버텨냈다.
마교 내에서도 상위서열에 속할 것이 분명한 만악대주를 상대로 저렇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은, 손익패 또한 이제 사파에서는 적수를 찾기 힘든 고수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한테도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던 녀석이.”
“예,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야, 아무것도.”
손익패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상념을 지운 적사가 주위를 둘러보며 전황을 파악한다.
“화산파는 매화검진을 펼쳐라!”
“존명!”
파바바바밧!
“크아악!”
“아아악!”
화산파의 제자들이 일제히 모여서 펼치는 매화검진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매화의 검기를 만들어 마교도들을 휩쓴다.
“무당의 제자들은 태극검진을 펼쳐라!”
“존명!”
콰과과과과!
화산의 매화검기가 휩쓸고 있는 마교도들의 위로 무당의 물길 같은 검기가 쇄도한다.
화산의 검기가 예리하고 변칙적이라면 무당의 검기는 부드러우면서도 파괴적이다.
혼돈으로 가득한 마교도들의 진형 위로, 허공으로 뛰어오른 십 수 명의 소림 승려들이 은백색의 권기를 뿜어낸다.
“아미타부우우울!”
파아아아앗!
콰과과과과광!
“끄아아악!”
“시, 십팔나한이다!”
구파일방을 대표하는 이대(二代) 검문(劍門), 화산과 무당보다도 한 층 더 위력적인 권기를 쏟아 내는 소림의 십팔나한들.
구파일방의 최고전력이라 평가받는 그들이 밀집해 있던 마교도들의 진형을 붕괴시키자, 그 뒤를 이어 청성파와 아미파, 곤륜파와 정창파를 위시한 나머지 구파일방이 혼란에 빠진 마교도들을 포위해 공격한다.
그리고 그들의 반대편에서는…….
“타하아앗!”
쐐애애액!
콰과과과광!
포탄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폭발적인 파괴력을 지닌 푸른 검기가 마교도들의 진형을 갈라놓는다.
오대세가의 수장 격인 창천남궁세가(蒼天南宮世家)의 제왕검기(帝王劍氣)다.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번쩍.
콰과과과광!
우레와 같은 뇌전을 동반한 은백색의 권기가 남궁세가의 검기에 이어 마교도들을 무너뜨린다.
황보세가의 벽력신권.
그들의 뒤를 이어 팽가의 무사들이 태도를 뽑아 들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베어 넘긴다.
서거걱! 촤아악!
“끄아아악!”
“지, 지독한 놈들! 우선 뒤로 빠져야……!”
스스스스스.
“뒤, 뒤에는 독이다!”
마교도들의 진형 뒤쪽에서 피어오르는 녹색 독연(毒煙).
거기에 스친 마교도들이 게거품을 물며 바닥에 쓰러진다.
“사, 사천 당가다!”
독과 암기로 일가를 이룬 사천당가가 기세에 밀려 후퇴하는 마교도들의 후방을 점한다.
모용세가의 검사들도 사천당가를 처리하기 위해 달려드는 마교도들을 앞장서서 베어 내고 있다.
어느 모로 보나, 곳곳에서 밀리고 있는 마교도들에게 승산이 있는 전장은 없다.
‘이게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인가…….’
하나로 뭉쳐진 저들의 무시무시한 연합공세를 지켜보며 적사가 내심 마른침을 삼킨다.
어째서 과거의 살왕이 정파에 대적하려면 음지와 사파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나하나의 세력으로도 무시무시한 놈들이 저렇게 연합을 이루니, 과거 전성기 시절의 암천막조차 오합지졸로 비추어질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모두 흩어지지 마라! 서로가 서로를 지키며 진형을 유지해라!”
“예! 형님!”
손익패와 막휘의 빈자리를 훌륭할 정도로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는 적월과 나혼수, 만패가 사천방도들을 이끌고 만악대의 잔당들을 쓸어 버리고 있다.
거기다 어느새 다른 곳에서 전투를 마무리 지은 천신련의 연합 세력들도 속속들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세하고 있다.
“여기다! 사천방을 도와 마교도들을 섬멸하자!”
“이야아아!”
정파처럼 하나 된 무공으로 철저한 전투를 이끄는 것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개성을 이해하며 서로가 서로의 등을 지켜 주는 천신련도들.
그들 중 최정예라고 할 수 있는 사천방이 전방에서 마교도들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그들만 위험하게 만들 수 없다는 듯 또 다른 천신련도들이 곧장 뒤를 받친다.
“……젠장, 이거 참 쉴 수 없게 만드네.”
“동감이다.”
적사와 같은 감정을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인 청사가 삼지조의 날을 쓰다듬는다.
그렇게 그들이 막 앞으로 걸어 나서려는 순간.
“먼저 가겠습니다!”
파바밧!
“저, 저 자식이 저게……!”
“야……! 야, 인마! 넌 좀 쉬어야지!”
그들보다 먼저 앞으로 뛰어나가는 손익패를 뒤따라 적사와 청사도 몸을 날린다.
조금 전까지 지쳐서 헐떡이던 녀석이 무슨 힘이 솟아났는지 최전방까지 단숨에 날아가고 있었다.
***
채챙! 콰광! 쾅!
쩌엉!
여기저기서 병기들이 맞부딪치는 소리들과 폭음들이 울려 퍼진다.
곳곳에서 흩뿌리는 피와 비명 소리가 난무했지만 전장의 분위기는 명백히 한쪽으로 기울고 있다.
“……놀랍군.”
어느 순간 멈춰서 전장을 바라보고 있는 무천검제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그들이 마교도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아니면 사파와 음지의 연합세력이 생각보다 마교를 상대로 선전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그런 것이 아니다.
무천검제가 놀라고 있는 부분은 바로…….
“확실히 대단하군.”
어느새 무천검제의 옆으로 다가온 검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덧붙인다.
“아무리 규모가 크다 해도 고작 사파의 연합체가, 오대세가나 구파일방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말이야.”
“……자네 눈에는 그것만 놀라운가?”
“음?”
“생각해 보게. 과연 지금의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전력이, 이백 년 전 마교와 싸웠을 당시를 넘어서는 전력인가?”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
무천검제의 물음에 검존이 순순히 인정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백 년 사이 중원은 과거의 힘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백 년 전 삼성 오무제가 지배하던 당시의 힘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
당시에는 음지나 사파의 세력이 약해, 대부분의 이권과 힘을 정파가 독점할 수 있었던 시기였으니까.
“그렇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도리어 마교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고 밀어붙이고 있네.”
“그것은…… 이 전투에 천마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이백 년 전의 전쟁에서도, 천마의 손에 죽은 무림인의 수는 생각만큼 많지 않을 걸세. 그는 삼존 오무제와 같은 거물들을 제거할 때나 힘을 썼지. 실제적인 전투는 장로들과 소교주들, 그리고 마교의 전투대대가 벌였다고 봐야 하지.”
“그거야 그렇지.”
무천검제의 말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인 검존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전장을 바라본다.
과거와 지금의 중원이 무엇이 다른가.
물론 마교의 힘이 약화된 것도 있겠지만, 역시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그것이 아니다.
“……하나가 되었군.”
검존의 입에서 결국 무천검제가 생각했던 답이 흘러나온다.
“사파와 음지, 무림이 전부.”
“그래, 과거의 무림이 이루지 못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네. 당시에 사파는 오히려 마교의 측에서 중원 무림과 맞서 싸웠지. 그 당시 마교보다 더한 적이 바로 무림맹이었을 테니 말이야.”
“……그래, 그랬었지.”
무천검제의 말에 고개를 주억이며 검존이 생각에 빠진다.
이백 년 전 마교와 중원의 긴 전쟁이 끝난 후, 신무림맹을 창설하며 초대 무림맹주에 자리했던 이가 바로 지금의 무천검제 천광이었다.
당시의 그는 사파와 음지, 정파를 가리지 않고 중원을 하나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무림맹을 이끌었었다.
사파라면 이를 갈고 있던 대다수의 정파 무인들이 이런 천광의 뜻에 반대했지만, 결국 이백 년 후 다시 일어난 마교의 침공에서 중원을 지키고 있는 것은 이백 년 전 천광의 결단이었다.
“……연무학관의 힘이군.”
검존의 입에서 흘러나온 한 마디에, 천광의 입에서도 은은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그리 생각하는가?”
“보게.”
천광의 물음에 검존이 턱 끝으로 전장의 중심부를 가리킨다.
“사파도, 음지도, 오대세가도, 구파일방도. 누구 하나 마교 이외의 세력을 적이라 생각지 않고 있네. 서로가 서로의 등을 지켜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싸우고 있지.”
“…….”
“경험과 훈련의 결과일세.”
검존의 말에, 무천검제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뿌듯한 미소가 번진다.
당시에도 수많은 이들의 불만을 한 몸에 받아 가며 강행했던 일이었지만, 이후로도 사도관도들과 정도관도들의 다툼과 갈등이 벌어지며 끊임없는 논란에 휩싸였던 연무학관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천광을 포함한 모두가 확신할 수 있었다.
연무학관의 존재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음을.
‘……이번 전쟁이 끝나면, 나도 연무학관에 한 자리를 얻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지금까지는 스스로를 갈고 닦는 것과 무당의 후학들을 기르는 데만 전념했지만, 정사를 가리지 않고 무림의 후배들을 위해 힘쓰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렇게 천광이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이윽고 짧게 헛기침을 한 검존이 한쪽으로 몸을 돌리며 말을 꺼낸다.
“이제 슬슬 움직여 봐야겠네. 더 이상 여유를 부릴 때는 아닌 것 같아서 말일세.”
“그도 그렇…… 어디로 가는 건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장을 내버려 두고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는 검존의 모습에 무천검제가 의아한 듯 고개를 돌린다.
검존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는, 구마장로에 맞서 피투성이가 되어 가고 있는 살암이 있었다.
“가급적 후배의 성장을 위해 지켜만 보려 했지만…… 아무래도 이 이상은 위험할 것 같아서 말이네.”
“확실히…….”
검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무천검제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싸움이 끝나지 않은 다른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곳에서는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의 덩치를 자랑하는 수룡왕이 조암장로의 마기에 힘으로 맞서며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언뜻 불리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거칠게 상대의 마기를 베어 내며 끊임없이 압박하고 있는 쪽은 분명히 수룡왕이다.
하지만, 몸에 훨씬 많은 상처를 입고 있는 쪽 역시 수룡왕.
극강의 파괴력으로 상대의 기세를 누르며 몰아붙이는 듯 보이지만, 사실 저것 또한 자신의 약점을 보이고 싶지 않은 과도한 허장성세다.
이미 저 정도의 출혈이라면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 테고, 지금은 최후의 정신력으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황일 것이다.
‘나도 움직여야겠군.’
이 정도까지 버텨 준 것만으로도 저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역할을 마쳤다.
생각을 마친 무천검제와 검존이,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각자의 적을 향해 몸을 날렸다.
***
쩌저저저정!
“크윽……!”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살암이 상대의 일수를 받아내며 침음성을 흘린다.
장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에 인근의 대지가 쩌적쩌적 갈라진다.
그리고, 이미 한참 전에 부러진 갈비뼈와 반쯤 부러진 왼쪽 다리에서 심상치 않은 통증이 느껴진다.
“……검력(劍力)이 몰라보게 떨어졌구나.”
자신의 장을 받아내고 있는 살암을 바라보며 구마장로가 조소를 머금는다.
“이제 슬슬 한계인 모양이구나. 그 정도면 음지의 잡놈치고 잘 싸웠다고 봐야겠지.”
“이……!”
“그러니 이제…… 쓸데없는 미련은 버리고 네 스승의 뒤를 따르거라.”
콰아아앙!
말을 마친 구마장로의 몸에서 거친 마기가 폭풍처럼 뿜어져 나온다.
이에 살암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나자, 구마장로의 양손이 앞을 향해 뻗어진다.
“가거라!”
콰과과과과!
“윽……!”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마기의 폭풍을 바라보며 살암이 본능적으로 검을 휘두르려다 멈칫한다.
벌써 몇 차례나 천뢰살광무를 파훼해 버린 초식이다.
흐름을 지배해 버리는 바람 앞에 수많은 빗줄기는 그저 무력하게 쓸려 나갈 뿐.
저 자의 무공은 환검을 쓰는 자신에게 있어 그야말로 극상성이다.
‘차라리 검으로 베어 내는 편이…….’
그렇게 살암이 입술을 깨물며 검강의 크기를 부풀려 나가던 그때.
스스스스.
“……아?”
살암을 향해 날아드는 마기의 폭풍 앞을, 흐드러지게 쏟아지는 붉은 매화의 강기가 가로막았다.
‘안 돼……!’
잠시 후 벌어질 일을 떠올린 살암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저자의 무공은 모든 종류의 환검에 극상성.
그리고 잠시 후.
콰과과과광!
거친 폭발음과 함께, 살암의 예상대로 마기의 폭풍이 매화의 검기를 휩쓸리기 시작한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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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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