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64
364화
“멈춰라아아아아!”
“……!”
저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내력이 실린 쩌렁쩌렁한 외침.
이에 단월혁을 지키고 서있던 단아란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슬쩍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 그곳에는, 연화를 필두로 한 삼존 사무제와 무림맹 연합이 그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쯧.”
저 멀리서 달려오는 이들의 기세에 천마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들에게 몸을 돌린다.
“하찮은 벌레들이 주제를 모르고 끼어드는구나.”
스스스스.
천마가 만들어 낸 세 자루의 마창이 기파를 뿜으며 진동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뒤이어질 참극을 예상한 단아란이 황급히 천마를 향해 일검을 전개한다.
“안 돼!”
쐐애애액!
단아란이 전개한 푸른 강기가 천마를 향해 쏘아져 날아든다.
이에 천마가 가볍게 검지를 튕기자, 세 자루의 마창 중 하나가 단아란을 향해 쇄도한다.
쩌정!
콰과과과과광!
“아란아!”
단아란의 강기를 꿰뚫고 날아든 마창이 그녀의 검강과 맞부딪치며 폭발을 일으킨다.
순식간에 단아란의 신형이 자취를 감추자 멀리서 그들을 향해 달려오던 검존이 두 눈에 핏대를 세운다.
“빌어먹을 놈이 감히!”
스스스스스.
분노한 검존이 허공으로 치솟으며 검초를 전개하자, 그의 검신에서 뿜어져 나온 붉은 매화 형태의 강기가 천마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비처럼 하늘하늘 쏟아져 내리는 매화의 강기가 순식간에 천마의 세상을 뒤덮는다.
화산을 대표하는 매화검법.
그 매화검법의 최고절기인 매화만천(梅花滿天)의 발현이다.
“……화산인가.”
적어도 화산이라는 곳의 이름은 알고 있었는지 천마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고는 그대로, 허공에 만들어 두었던 마창 하나를 검존에게로 날려 보낸다.
쐐애애애액!
콰과과과.
검존이 만들어 낸 매화가 마창의 앞을 가로막는다.
수십, 수백…… 어쩌면 수천 개에 달하는 매화가 겹겹이 마창의 진격을 가로막는다.
구마장로의 절기를 막아 내고 그의 숨통을 끊었을 때처럼.
하지만 마창의 속도는 그 정도로 줄어들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런 장애물도 없었다는 듯, 매화의 벽을 아무렇지 않게 허물어 버린 마창이 그대로 검존을 향해 날아든다.
“이런……!”
매화만천의 초식을 가볍게 파훼하고 날아드는 마창에 대경실색한 검존이 황급히 검강을 끌어 올리며 몸을 비튼다.
힘으로 막아 내지 못한다면 흘려 내야한다.
돌파하는 힘이 강할수록 측면에서 날아드는 힘에는 취약할 터!
거기까지 생각한 검존이 전력으로 마창의 측면을 후려치며 상체를 비튼다.
하지만…….
쩌저저정!
퍼벅!
“……!”
그 단아란마저도 가까스로 흘려낸 위력의 마창이다.
검존의 일검으로는 안타깝게도 마창의 경로를 조금도 비틀지 못했고, 그렇게 검존의 왼팔이 마창에 휘말려 통째로 뜯겨져 날아가 버린다.
휘익.
“검조오오오온!”
의식을 잃었는지 그대로 수직으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검존의 신형.
이에 무천검제가 목청껏 그를 부르짖으며 내달렸으나 낙하하는 그에게서는 아무런 미동도 없다.
그렇게 그가 바닥과 충돌하기 직전의 순간,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무천검제가 몸을 던지며 추락하는 검존을 받아 냈다.
터덕.
촤지이이익.
“후우…….”
검존을 구했다는 생각에 무천검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그 순간.
쐐애애애액!
“모, 모두 피해라!”
천마가 준비해 두었던 남은 하나의 마창이 그대로 무림맹의 군단을 향해 쏘아져 날아간다.
본능적으로 막지 못할 것임을 감지한 무천검제가 목청껏 소리쳤지만, 그의 경고를 듣지 못했는지 도존과 권존이 앞으로 뛰쳐나가고 있었다.
“타하아아앗!”
“으라아앗!”
쐐애애액!
콰과과과.
도존의 도가 수직으로 휘둘러지며 거대한 강기가 마창을 향해 뻗어 나간다.
이에 권존의 주먹이 앞으로 뻗어지며 뇌전을 머금은 강기가 그 뒤를 받친다.
더불어 아미권제와 섬천검제, 그리고 연화가 만들어 낸 강기까지도 차례로 그 뒤를 받쳐 간다.
하지만…….
쩌저저정!
콰과과과과과!
그렇게 중원을 대표하는 고수들이 펼친 강기들을 어렵지 않게 돌파해 낸 마창이 무림맹 진형 한복판으로 날아든다.
명색에 다섯의 화경급 고수가 힘을 합쳤지만, 마창의 속도를 아주 조금 늦추는 것까지가 그들이 할 수 있는 한계였다.
그리고…….
“피, 피해……!”
콰과과과과광!
섬천검제의 외마디 경악성과 함께, 무림맹의 진형 한가운데로 떨어진 마창이 인근의 삼십여 장을 휘감으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
쿠구구구.
“이런…… 시작되었는가……!”
저 멀리서 들려오는 심상치 않은 폭발음을 들으며 신불이 주먹을 움켜쥔다.
이번 폭음은 이전과는 다르다.
두 힘이 맞붙으며 벌어지는 굉음이 아닌, 강력한 힘이 대지를 때리며 광범위한 폭발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무림맹 연합을 향한 천마의 공격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는 것.
더불어, 무신 단월혁과 천무신녀 단아란이 천마와의 전투에서 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이럴 때 나는……!’
모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순간에 자신만 홀로 안전한 곳에 있다는 사실이 신불의 초조함을 증폭시킨다.
입술을 질근 깨물던 신불이 사무현을 돌아보자, 어느덧 운기조식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불안정하게 술렁이던 기는 안정되어 갈무리되었고 얼굴은 평안하기 그지없다.
저런 상태라면 사실상 호법은 필요가 없다.
감각이 깨어나 주위의 상황을 인지할 수 있을 테고, 기 또한 갈무리되어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아도 주화입마에 들 가능성은 거의 없을 테니까.
“……시주, 본승의 말이 들리시오?”
“…….”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운기조식이라는 것이, 기가 갈무리된 이후에도 심신을 갈무리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라는 게 필요한 법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현재 그의 귀는 열려 있을 것이다.
“대답은 하지 못하지만 들리는 것이라 믿겠소. 아무래도 전장에 벌어지는 상황이 심각해, 본승이 가 보지 않을 수 없겠소이다.”
“…….”
“물론 본승이 간다고 하여 상황이 얼마나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작은 손 하나라도 거들어야 하지 않겠소?”
신불의 말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사무현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그를 향해 조용히 반장을 해 보이며 신불이 말을 잇는다.
“만약 시주가 판단하기에 감당할 수 없는 적이라 생각된다면 도망치시오. 어두운 중원의 미래를 위해, 시주가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되어 준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니 말이외다.”
“…….”
“본승의 말년에 시주라는 좋은 벗을 만나 즐거웠소이다. 하면 이만.”
그렇게 인사를 마친 신불이 이윽고 전장을 향해 몸을 돌린다.
자신의 목숨 따위 아끼지 않겠다는 듯 비장함이 그의 얼굴에 드리운다.
그렇게 그가 몸을 날리려던 그때.
“신불 스님.”
“……!”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신불의 고개가 뒤쪽으로 돌아간다.
어느새 몸을 일으킨 사무현이 저 먼 하늘을 바라보고 서있었다.
“시주……! 깨어났소이까?”
“마지막 인사까지 다 해 놓으시고 뭘 그렇게 놀라세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돌아보는 신불을 향해 씩 웃으며 반문한 사무현이, 이윽고 바닥에 뉘어져 있는 천마도를 집어 든다.
스윽.
“가시지요, 같이.”
“…….”
“천마 모가지 따러.”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미소 짓는 사무현의 모습.
그 뜻밖의 자신감과 투지에 신불이 멍하니 그를 바라본다.
“자신이…… 있는 것이오?”
“예? 자신이요?”
“상대는 천마외다. 물로 시주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천마에 대적하기는…….”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저 이길 자신은 없어요, 신불 스님.”
신불의 말에 덤덤히 대답하는 사무현.
이에 신불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눈썹을 추켜올린다.
“자신이 없다 했소? 한데 어찌 그리도…….”
“이길 자신은 없지만, 어차피 지금이 아니면 딱히 방법도 없잖아요?”
“…….”
“그나마 힘이라도 빠져 있을 때 싸워야죠. 이만한 전력이 다시 모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으음…….”
지극히 현실적인 사무현의 반문에 신불이 고개를 끄덕인다.
말이야 맞는 말이다.
이만한 전력으로 덤벼도 못이기는 괴물을, 아무리 사무현이 더 성장한다고 해도 혼자서 상대할 엄두나 낼 수 있겠는가?
“어차피 싸우고 싶다고 싸우는 게 아니잖아요.”
“…….”
“해야만 하니까 하는 거지.”
스스스스.
그 말과 함께 불어온 한 줄기 바람이 사무현의 머리칼을 흩날린다.
스윽.
“그럼 가실까요?”
전장으로 한 걸음을 내딛는 사무현의 모습에, 멍하니 그가 한 말을 되새기던 신불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현 중원의 마지막 현경급 전력이 결전의 전장으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
짝! 짝 짝!
“야, 정신 차려! 정신!”
“으…… 으음…….”
자신의 뺨을 두들겨 패는 거친 감각에 손익패가 눈을 떴다.
그러자 흐릿해지는 시야 속에서 그의 뺨을 내려치고 있는 적사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쿨럭……! 쿨럭! 누, 누님?”
“이게 살아 있으면서 어디서 죽은 척이야! 진짜 죽고 싶냐!”
“예, 예?”
창백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며 소리치는 적사.
한편 아직 현재의 상황이 파악되지 않는지 어리둥절한 얼굴로 손익패가 두 눈을 끔뻑인다.
대체 여기가 어디인지.
언제부터 그가 이렇게 쓰러져 있었는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제가…… 왜 이렇게…….”
의아한 듯 고개를 들며 주위를 둘러보는 손익패.
그 순간, 그와 다섯 장 정도의 거리에 뻥 뚫려 있는 커다란 구덩이가 그의 눈에 들어온다.
“저, 저건……!”
언뜻 지름이 삼십여 장은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구덩이.
그 인근에는 여기저기 팔다리가 잘려 나간 끔찍한 시신들이 즐비해 있었지만, 구덩이 안쪽은 한 줌 핏물도 찾아볼 수 없이 깨끗했다.
애초에 그곳에 아무런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끔찍한 광경에 손익패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자 적사가 긴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저 멀리 서있는 천마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얼른 일어나. 그리고 정신 바짝 차려.”
“…….”
“이제부터는…… 정말 아차하면 죽는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적사의 음성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키던 손익패가 주위를 둘러본다.
이 끔찍한 광경에 분노를 표할 만도 한데, 누구 하나 목소리를 높이거나 흥분해서 적에게 달려들려는 이가 없다.
‘아차하면……?’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정신을 아무리 집중한다고 해도, 아무리 빠르게 몸이 반응한다고 해도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 또 펼쳐진다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이건 그야말로 운에 기대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는 상황이다.
등줄기에서 흘러내리는 차가운 땀방울을 느끼며 손익패가 고개를 돌리자, 폭발의 여파에서 살아남은 수룡왕과 살암의 황망한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수룡왕의 입에서 그답지 않게 떨리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음지와의 전쟁 때 보았던 모습과도 또 한 차원이 다르다.
일전에는 모두가 어떻게든 힘을 모으면 대적할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지금 그때의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천신련의 모두가 공포와 싸우고 있는 사이, 폭발의 중심부에 있었던 무림맹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이럴 수가…….”
전장에 펼쳐진 참혹한 광경을 두 눈으로 확인하며 섬천검제가 망연자실한 듯 중얼거린다.
단 일격이었다.
마기로 만들어진 한 자루의 창이 그들을 강타하는 순간, 천여 명의 무림맹 정예 무사들이 폭발 속에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끄으윽……! 도, 도존이……!”
오른팔이 통째로 날아간 권존이, 복부에 큰 구멍이 뚫린 채 쓰러진 도존을 바라보며 절망적인 얼굴로 침음성을 흘린다.
저들은 현 중원을 대표하는 삼존 사무제 중 두 사람이다.
각각 도법과 권법으로 정파무림을 대표하는 이들.
한데 그런 그들을 마치 벌레처럼 가벼운 일수로 절명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그들의 뒤에 있던 무림맹의 무사들까지도……!
‘저것이 정말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고?’
일전에도 천마의 힘을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지만, 지금 이 순간 확실히 와닿았다.
대체 어째서 강자지존의 율법으로 살아온 저 마교가 천마(天魔)라는 한 명의 인간을 신으로 떠받들 수 있는 건지.
상식이라는 것을 아득히 뛰어넘은 압도적인 힘.
귀신의 힘이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 저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존재를 마주한다면, 나약한 인간은 굴복하는 것 외에는 달리 도리가 없을 것이다.
지금 섬천검제의 눈에 비친 천마는, 반드시 베어 넘겨야 할 악적이 아니라 자비를 베풀어 달라 구걸해야 할 악신(惡神)처럼 보이고 있었다.
“지, 지금이라도 퇴각을…….”
“정신 차리게! 섬천검제!”
더듬거리며 중얼거리는 섬천검제를 향해, 의식을 잃은 검존을 지켜 낸 무천검제가 멀찍이서 소리친다.
“이 자리에서 모두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천마를 죽여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중원은 끝이야!”
“주, 죽인다고요? 저 괴물을…….”
“자네는 맹주일세! 섬천검제!”
“……!”
“모두가 최후의 순간까지도 정신적 보루로 삼는 것은 맹주인 자네의 선택이야! 자네 하나가 길을 잃어 모두를 개죽음으로 몰고 갈 셈인가!”
무천검제의 연이은 호통에 조금은 정신이 들었는지 섬천검제가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고개를 든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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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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