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67
367화
쩌적 쩌저적.
“쯧, 한 번에 베이는 게 없네.”
스팟!
놀란 눈으로 갑주를 내려다보는 천마를 향해, 못마땅한 듯 짧게 혀를 찬 사무현이 다시금 섬광같이 일도를 휘두른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천마를 향해 날아든 거대한 강기가 실금이 간 갑주를 부수기 시작한다.
쩌저저저정! 쩌적, 쩌적!
“……!”
갑주를 이루고 있는 마기의 일부가 파편처럼 파괴되어 흩날렸지만 그럼에도 갑주는 여전히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 번 더 사무현의 강기를 막아 낸 천마가 등 뒤에서 뽑아낸 두 개의 손을 동시에 움직여 사무현을 내려친다.
쐐액!
콰과과과과광!
쩌저저저적.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마기의 손이 내려쳐진 인근의 대지가 갈라진다.
하지만 어느새 사무현의 신형은 허공으로 뛰어올라 천마와의 거리를 벌리고 있다.
그러자…….
쿵!
허공에 뜬 사무현을 바라보며 천마가 진각을 내딛는다.
그러자 바닥을 꿰뚫고 올라온 거대한 마기의 가시가 사무현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콰구구구구.
순식간에 발아래까지 당도한 마기의 가시를 향해, 사무현도 섬광같이 일도를 휘둘러 마기의 가시를 베어 낸다.
쩌쩌저정!
콰과과과광!
마기의 가시가 반으로 갈라지며 짧은 폭음이 울려 퍼진다.
마기를 베어 낸 사무현이 바닥에 착지하기 무섭게 자리를 박차며 천마와의 거리를 좁힌다.
파밧!
“……과연.”
스륵.
짧게 고개를 주억인 천마가 마기의 팔을 지워 내더니, 잠시 후 자신의 우수에 수강을 머금는다.
그리고 잠시 후, 사무현의 도강과 천마의 수강이 맞부딪치며 쩌렁쩌렁한 굉음을 동반한 거친 충격파를 만들어 낸다.
쩌저저저정!
***
“저게…… 그 사도관 아이라고?”
불신 어린 눈으로 사무현을 바라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리는 권존.
연무학관에 들어와 사도관을 휘어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저 간간이 한 번씩 나오는 사파의 천재 정도일 것이라 생각하고 넘겼다.
정파보다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사파의 특성상, 소싯적에 소위 천재라고 불리는 재목들은 오히려 사파에 더 많이 치중되어 있었으니까.
그 때문에 저 사무현이라는 아이 또한 수많은 사파의 천재들과 마찬가지로, 결국 출신과 무공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작은 집단의 우두머리 정도 되는 그릇으로 성장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는 권존의 완벽한 착각이었다.
‘사도관 출신의 아이가 중원 무림을 대표해서 천마와 싸우고 있다니……!’
물론 저 아이가 싸우기 이전에 무신 단월혁과 천무신녀 단아란이 먼저 천마와 혈투를 벌였다.
어쩌면 저 아이가 저렇게 호각지세로 천마와 싸울 수 있는 것은, 앞선 싸움으로 천마가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까닭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지금 중원 무림의 미래가 저 사도관 출신의 젊은 무인 하나에게 달려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꽈악.
“……힘내거라.”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며 사무현을 응원하는 권존.
연무학관의 관주임에도 불구하고 사파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그가, 진심을 다해 사파의 무인을 응원하는 순간이었다.
***
“……예상보다 훨씬 잘 싸우네요.”
사무현과 천마의 접전을 멍하니 바라보던 연화가 중얼거린다.
사실 그가 사무현에게 기회를 주자고 한 것은, 그가 천마를 꺾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저 그의 신념이 보다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리고, 단월혁과 단아란의 다음 대에 이어 중원을 지키게 될 사무현에게 모두를 대표해 싸울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사무현이 싸우는 동안 단월혁과 단아란에게 조금이라도 회복할 시간을 줄 수 있으니, 전황 자체에도 크게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다.
한데…….
“어쩌면…… 정말로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연화의 희망적인 한 마디에, 놀란 눈으로 전장을 지켜보던 단월혁이 입을 열었다.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성장이긴 하구나.”
처음 사무현이 중원으로 떠나갔을 때, 단월혁은 그가 머지않아 화경의 경지를 넘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당시에도 이미 그의 도(刀)는 단순한 절정의 고수가 펼칠 수 있는 무의 깊이를 넘어서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것을 감안한다고 해도, 저 나이에 화경도 아닌 현경의 경지를 개척한 것은 괄목상대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의 성취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직 승부를 입에 담기는 어렵구나.”
“왜요? 지금까지는 사 공자가 몰아붙이고 있는 것 같은데…….”
“아직 천마가 진짜 힘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예?”
단월혁의 말에 눈을 치켜뜨는 연화.
그러자 단월혁의 옆에 서있던 단아란이 어두운 얼굴로 말을 덧붙인다.
“힘을 아끼고 있는 거예요. 상대를 가늠하기 위해서, 아니면…….”
“…….”
“그저……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르고요.”
단아란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는 연화.
단월혁과 단아란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고, 수만에 달하는 중원의 무사들을 앞에 두고도 현경의 고수를 상대로 즐기는 싸움을 할 여유가 있다니?
단월혁과 단아란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필사적으로 천마를 공격하는 사무현과는 달리 무심한 얼굴로 그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는 천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연화의 얼굴에도 초조함이 깃들던 그 순간.
콰아앙!
우렁찬 폭음과 함께, 돌연 사무현의 신형이 뒤쪽으로 튕겨 날아간다.
***
부웅.
촤지이이익.
“……큭!”
천마와 접전을 벌이다 밀려난 사무현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일그러져 있다.
바닥에 석 장 정도의 긴 자국을 만들며 밀려난 그의 앞에는, 어느덧 순수한 마기로 이루어진 검을 쥐고 있는 천마가 서있었다.
‘저건……!’
검이나 도라는 날붙이에 강기를 두르는 그런 단순한 형태가 아니다.
천마의 수강은 어떤 식으로든 저항해 낼 수 있었지만, 조금 전 마검과 부딪친 순간 도를 쥔 손아귀가 찢어져 버릴 뻔했다.
욱신욱신.
‘……아니, 딱히 저항한 것도 아닌가.’
한 번이라도 밀리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에 거의 전력투구로 맞부딪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격돌의 순간마다 발생하는 마기와 충격파에 온몸 곳곳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이 올라온다.
금강불괴의 육신인 자신이 이럴 진데, 이런 괴물과 지금껏 가공할 대결을 펼친 무신과 천무신녀가 새삼 얼마나 인간 같지 않은 이들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마검에 의해 한참이나 뒤쪽으로 밀려난 사무현을 바라보며 천마가 이내 무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돌적으로 달려들던 녀석이, 갑자기 생각이 많아진 얼굴이구나.”
“…….”
“설마…… 고작 여기까지가 네 한계였더냐?”
굳어버린 사무현을 향해 실망스럽다는 듯 물어오는 천마.
이에 천천히 심호흡을 한 번 한 사무현이 조용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사무현의 얼굴에는 어느덧 단월혁이나 위혜보와 같은 무심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계속하지.”
스윽.
도 끝을 천마에게 겨누는 사무현.
그런 그를 보며 천마가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순간.
스팟!
쩌저저저저저정!
“……!”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린 사무현이 천마의 마검과 격돌한다.
조금 전 수강과의 충돌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고 파괴적인 충격파가 사방으로 흩뿌려졌지만 사무현은 밀려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천마의 마검과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흠.”
마검을 통해 전해지는 무게감에 두 눈을 가늘게 뜬 천마가 곧 큰 동작으로 마검을 휘둘러 사무현을 떼어 낸다.
그리고 뒤쪽으로 밀려나는 사무현에게 곧바로 따라붙으며 거칠게 공세를 이어간다.
부웅.
쩌저저저저정!
쩌저적, 쩌저저적.
천마의 마검과 사무현의 도가 맞부딪치며 만들어진 충격파가 인근의 대지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무현의 무복도 충격파에 의해 너덜너덜하게 찢기기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다.
지금 그의 손에서 펼쳐져야 할 것은 어떠한 불순물도 담지 않은 순수한 무의 이치일 뿐!
콰과과과과광!
지이익.
지익.
천마와 사무현이 거칠게 맞부딪치며 이번에는 그 둘의 신형이 각각 뒤쪽으로 밀려난다.
석 장 정도 뒤쪽으로 밀려난 사무현과는 달리, 겨우 일 장 남짓 밀려난 천마의 신형.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를 놀라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는지 천마의 눈에 드물게 이채가 스쳐 지나간다.
“……놀랍구나. 설마 이 정도 경지에 다다른 녀석을 한 세대에 셋이나 만나게 될 줄은 몰랐거늘.”
“…….”
“아니, 엄밀히 말해 한 세대는 아니겠군…… 그렇지 않으냐? 칠 대.”
“……칠 대?”
확신 어린 천마의 물음에 사무현의 한쪽 눈썹이 추켜 올라간다.
‘아, 그런 건가.’
조금 전의 격돌로 천마는 자신의 존재를 칠 대 천마. 위혜보가 빙의한 것으로 확신한 모양이었다.
이에 사무현의 입가에 명백한 비웃음이 어린다.
“착각이 심하네.”
“착각?”
“지금 네 앞에 선 게 그 녀석이었다면, 네 그 어설픈 칼솜씨로 설칠 수 있었을 것 같냐?”
사무현의 비아냥거림에 천마의 눈이 가늘어진다.
확실히, 오랜 세월을 절대자로서 살아온 특유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일전에 저 몸을 통해 느꼈던 칠 대는 다소 제멋대로고 자유분방해 보였지만 저렇게 경망스럽고 가벼운 느낌은 아니었다.
‘하면 얼마 전까지 화경의 경지에 있던 벌레가, 그 짧은 사이 현경의 끝자락에 선 이들과 동등한 수준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말인데…….’
한평생 천재이니 귀재이니 하는 것들을 발아래에 두며 살아온 천마이지만, 저 상황만큼은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것이 가능하려면, 현경에 오르기 전부터 이미 현경의 끝에서 깨우쳐야 할 것들을 알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
하지만 이는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깨달음이라는 것이 누군가 말로 설명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떻게든 초식의 형태로 남겨 전수시킨다 해도, 초식을 펼치는 이의 깨달음이 미치지 못한다면 결국 형(形)만을 흉내 낸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모로 놀랍구나.”
결국 천마의 입에서 사무현을 인정하는 짧은 감탄이 흘러나온다.
“본좌의 앞에 엎드려 살려 달라 빌던 벌레가 이렇게 우화(羽化)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칠 대가 생각지도 못한 즐거움을 주는구나.”
그 말과 함께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머금는 천마.
이에 사무현의 입가에도 서늘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즐겁다고?”
천마의 말에 실소를 흘린 사무현이 도 끝을 천마에게 겨누며 말을 잇는다.
“모가지가 잘리는 순간까지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
“…….”
“네가 말하는 그 칠 대의 도에.”
“칠 대의 도라…….”
사무현의 말에 담긴 뜻을 곱씹기라도 하듯, 조용히 읊조린 천마가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좋구나. 하면 시험해주마. 네가 스스로 칠 대의 도를 자처할만한 자격이 있는지. 그리고…….”
스윽.
말을 마친 천마가 좌수를 들어 올리자, 그의 손 위로 마창 하나가 만들어진다.
언뜻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형태였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을 느낀 사무현이 본능적으로 방어 자세를 취한다.
“그가 내게 했던 약조를 지킬 수 있겠는지를 말이다.”
쐐애애애액!
쩌저저저저저정!
천마의 손짓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든 마창을 사무현이 받아친다.
도강을 머금은 천마도와 마창이 맞부딪치는 순간,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격통과 함께 사무현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쩌저저저적!
“큭……!”
당장이라도 도를 놓쳐 버릴 것만 같은 압력이 도신을 타고 생생하게 사무현에게 전해진다.
오직 무의 이치에 충실했음에도 당해 낼 수 없는 거력(巨力).
필사적으로 모든 힘을 끌어 올린 사무현이, 이마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가까스로 마창을 베어 낸다.
“끄으윽……! 으아아아!”
스팟!
콰과과과과과과광!
사무현이 베어 낸 마창이 폭발하며 그가 서있던 인근에 흙먼지가 솟구친다.
그리고 그 폭발의 중심부로, 마검을 쥔 천마의 신형이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이런! 조심……!”
당황한 단아란의 다급한 음성.
하지만 그보다,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무현을 향해 천마가 마검을 내려치는 것이 더 빨랐다.
“……!”
촤아아악!
천마의 마검이 한순간 사무현의 신형과 겹쳐지며, 그가 있던 자리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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