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68
368화
“저, 저런!”
“안 돼!”
사무현의 몸이 베이는 모습을 본 이들 중 일부가 경악 섞인 고함을 내지른다.
하지만 잠시 후, 허공에서 베인 사무현의 신형이 연기처럼 흩어져 버리자 이내 그들은 그것이 이형환위의 잔상임을 깨닫는다.
타닷.
조금 전 위치에서 다섯 장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사무현.
그의 흉부 앞섶이 깔끔하게 잘려 나가 있고 그 틈새로 붉은 피가 흐르고 있다.
후두둑.
벌어진 상처를 지혈할 틈도 없이 천마의 신형이 사무현을 향해 유성처럼 날아든다.
피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직시한 사무현이 도를 고쳐 쥐며 방어 자세를 취한다.
‘다 비운다.’
감정은 비우고 무의 이치에만 집중한다.
천마라면. 아니, 위혜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
“……그 녀석이라면.”
습관처럼 중얼거린 사무현이 어느새 코앞까지 접근한 천마를 향해 섬광 같은 일도를 휘두른다.
쩌저저저저정!
천마의 마검과 사무현의 천마도가 부딪치며 굉음을 동반한 충격파가 퍼져 나간다.
마검의 힘에 밀렸던 조금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천마도와 마검이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룬다.
끼긱. 끼기기긱.
스스로 의지라도 지닌 것처럼 마기의 불길을 키우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천마의 마검.
그럼에도 사무현이 균형을 잃지 않고 버텨 내자 천마의 눈에 이채가 스친다.
“놀랍구나. 그 짧은 사이에 또 성장을 한 것이냐?”
“…….”
“점점 재미있어지는구나.”
스륵.
쩌저저저정!
한순간 마검을 비틀어 공간을 만든 천마가 그대로 천마도를 후려친다.
그러고는 그대로 사무현의 흉부를 검 끝으로 찌르고 들어온다.
쩌저저저정!
어느새 천마도를 회수한 사무현이 도신의 옆면으로 마검의 찌르기를 받아 낸다.
하지만 천마의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쩌저정!
콰과과광!
콰과과과광!
지이이익.
“……큭!”
정확한 한 점을 노리고 연달아 날아드는 찌르기.
그야말로 검은 뇌전을 연상케 만드는 날카로운 공격에, 공격을 받아 내는 사무현의 신형이 계속해서 뒤쪽으로 밀려난다.
더불어, 도강으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마도가 금방이라도 파괴될 것처럼 요란하게 진동한다.
‘이대로는 안 돼!’
흐름을 바꿔야 한다.
저 무식한 공격을 계속 받아 냈다가는 그의 몸이나 천마도, 그 어느 쪽도 버티지 못한다.
이에 한 번 더 천마의 찌르기가 날아드는 순간, 과감하게 힘을 끌어모은 사무현이 전력으로 마검을 밀쳐 낸다.
콰과과과광!
“걸렸구나.”
공격에 나선 사무현을 향해 비릿한 냉소를 머금는 천마.
어느새 좌수에 수강을 머금은 천마가, 십여 개가 넘는 잔영을 만들어 무방비한 사무현을 뒤덮는다.
“……!”
쩌저저정!
퍼버벅! 퍽!
촤아아악!
황급히 회수한 천마도로 몸의 중심부를 보호했지만, 천마의 수강이 사무현의 몸 곳곳을 스치고 지나간다.
다행히 치명상이 된 곳은 없었지만 순식간에 여러 곳에서 출혈이 터져 나오며 몸의 균형이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
쐐액!
쩌저저저정!
천마가 균형을 잃은 사무현의 도를 후려치며 그의 방어 자세를 무너뜨린다.
순식간에 열려 버린 사무현의 흉부로 천마의 좌수가 날아들었다.
“……!”
쩌저저정!
천마의 일장이 사무현의 흉부 한가운데에 꽂히며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뿜어져 나온다.
휘리리릭.
쿠당탕탕.
촤지이이이익.
다섯 장 가까이 나가떨어진 사무현의 몸이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늘어졌다.
***
“안 돼!”
피를 흩뿌리며 허공을 나는 사무현의 신형을 확인한 순간, 녹림도들의 선두에 서 있던 막휘가 발작하듯 앞으로 뛰어나온다.
“아, 안 되십니다!”
“진정하십시오! 왕이시여!”
살아남은 녹림의 채주들을 물론 좌호법까지 몸을 날려 막휘를 잡아 바닥에 억눌렀다.
쿵!
“이……! 이거 당장 놓으십시오!”
“제발 참으십시오!”
“왕께서 가신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이……!”
자신을 억누르는 수많은 이들 아래에서 이를 악물며 이마에 핏대를 세우는 막휘.
온 힘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는 그를 막기 위해 녹림의 채주들도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이런 반응은 비단 막휘 하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으아아아아! 형니이이임!”
“제엔장! 다 비켜! 우리가 형님께 가야 한다!”
있는 대로 고함을 내지르며 전장으로 뛰어나가려는 사천방도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수룡왕이 가로막는다.
“이런 빌어먹을 것들이……! 싸그리 다 뒈지고 싶은 거냐!”
“막지 마시오! 이것은 우리 사천방의 일이오!”
“당장 비키지 않으면 공격하겠소이다!”
평소라면 사무현이 있더라도 두려워했을 수룡왕이다.
하지만 사무현의 목숨이 경각에 걸린 이 순간 사천방도들의 눈에는 그 어떤 두려움도 존재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한 그들의 기세에 수룡왕이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던 그때.
스륵.
“비켜라.”
어느덧 사천방도들의 선두에 서있던 살암이 자신의 검 끝을 수룡왕에게 겨눈다.
“이……! 지금 너까지 이게 뭐 하는 짓거리냐!”
“잠시나마 전우였던 이와 싸울 마음은 없다. 방주에게 갈 수 있도록 길을 터라. 하면 아무 일도 없을 테니.”
망설임 없는 냉정한 눈으로 수룡왕을 바라보며 말하는 살암.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느낀 수룡왕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이 녀석 제정신인가?’
사천방의 애송이 놈들은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저놈은 바로 그 암천막에서 성장한 살왕의 후계자다.
음지사왕이 죽은 지금, 차기 음지의 지배자가 될 녀석이 이렇게나 비이성적 판단을 내린다고?
그렇게 수룡왕이 혼란 속에 갈등하던 그때.
“아미타불! 모두 진정하고 앞을 보시게!”
어느새 그들의 대치에 끼어든 신불의 외침.
사천방도들에게는 사무현 다음으로 신뢰를 얻고 있는 신불이다.
그의 한 마디에 가까스로 침착함을 찾은 모두가 신불의 말대로 전방으로 향해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어? 혀, 형님!”
놀라움과 안도의 기색이 느껴지는 손익패의 외침.
조금 전까지 죽은 듯 쓰러져 있던 사무현이 아무렇지 않은 듯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
저벅.
“윽…….”
몸을 일으키고 한걸음을 내딛는 순간 사무현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온다.
엉망으로 찢겨 나간 무복 상의 안으로, 천마의 일장이 적중한 흉부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쯧…… 몇 대 부러졌나 보네.”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에 미간을 찌푸리는 사무현.
하지만 잠시 후, 천마를 향해 시선을 돌린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넌 어떠냐?”
“네놈…….”
후두둑.
사무현의 모습에 무어라 입을 여는 순간 천마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만근각(萬斤脚)이다.”
만근도의 묘리를 각법으로 펼쳤다.
겉으로 드러난 충격보다도 내부가 뒤흔들린 충격이 훨씬 클 것이다.
보란 듯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무현의 모습에, 천마가 천천히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본다.
그의 무복 위로 사무현의 발이 깊게 틀어박힌 흔적이 새겨져 있었다.
“……의도한 것이더냐?”
그의 장(掌)이 흉부에 닿는 찰나의 순간을 노리고 날아든 일각.
도를 쓰지 않았다 뿐이지 사실 동귀어진에 가까운 무식한 방법이다.
천마의 물음에 사무현이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너희 천마라는 새끼들은 그게 약점 같아서 말이야.”
“……약점?”
“기를 다루는 능력은 괴물 같은데, 몸을 쓰는 솜씨는 생각보다 별로 대단하지 않더라고. 십삼 대 천마라는 놈도 그랬듯이.”
“…….”
“뭐, 초대라고 다를 것도 없네.”
사무현의 도발이 거슬렸는지 천마의 눈이 가늘어진다.
“……제 상황도 모르고 시건방을 떠는구나. 반격을 가하며 충격을 감소시켰다고는 하나, 본좌의 장을 맞은 이상 네놈이 멀쩡할 리 없다.”
“그거야 피차 마찬가지고.”
“마찬가지?”
콰아아앙!
우렁찬 굉음과 함께 천마의 몸 주위로 폭발적인 기의 파동이 흩뿌려진다.
충격파만으로도 사무현의 몸을 비틀거리게 만들 정도의 엄청난 파동이.
“……!”
“천지분간도 못하는 놈이…… 본좌가 그리도 우스워 보였더냐?”
온몸이 오싹오싹해질 정도의 기세를 내뿜으며 건재함을 과시한 천마가 사무현을 향해 그대로 우수를 휘두른다.
부웅.
마치 허공의 벌레라도 쫓는 듯한 가벼운 손동작과 함께, 거대한 채찍의 형태로 뻗어 나간 마기가 곡선을 그리며 사무현에게 날아든다.
쩌저저저정!
“큭……!”
다급히 천마도를 통해 막았지만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무게감에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 순간 마기의 채찍을 쥔 천마의 손이 크게 휘저어지더니, 기괴한 곡선을 그린 채찍이 이번에는 머리 위쪽에서 사무현을 내려쳤다.
“……!”
쩌저저저정!
다급히 천마도를 머리 위로 들어 방어했지만, 결국 어디하나 발 디딜 곳도 없었던 탓에 사무현의 신형이 마기의 채찍과 함께 바닥에 추락한다.
콰과과과과광!
“이런……!”
꽈악.
이번만큼은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좌수에 쥔 검을 강하게 움켜쥔 단아란이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딛는다.
그 순간.
“진정하거라.”
“오라버니……!”
“아직이다.”
뒤를 돌아보는 단아란을 향해 담담하게 대답하는 단월혁.
하지만 어투와는 달리 검을 쥐고 있는 그의 좌수도 가늘게 떨리고 있다.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다려라.”
“……!”
“만에 하나의 상황에는 내가 먼저 움직일 것이니.”
감정을 최대한 억누른 단월혁의 음성에 결국 고개를 끄덕인 단아란이 출수하려던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그 순간, 솟구쳐 오르던 먼지 속에서 기다리던 인기척이 느껴졌다.
바스락.
***
스스스스스.
욱신. 욱신.
“……쿨럭!”
사방에 솟구쳐 오르는 흙먼지들 속에서 마른기침을 토해 내는 사무현.
살았다.
필사적으로 몸의 중심부를 지키며, 요사스럽게 변화하는 마기의 채찍에 죽을힘을 다해 저항한 결과였다.
비록 땅바닥 깊이 처박히긴 했지만.
콰수수.
“하아…….”
박혀있던 바닥에서 빠져나와 호흡을 들이마시자 공기 중에 섞인 먼지가 입 안으로 들어온다.
입 안과 목이 까슬까슬하고 텁텁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정말 목숨을 구한 것도 다행스러운 일이었으니까.
힘겹게 천근같은 몸을 일으키는 사무현.
그런 그의 모습을 발견한 천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낸다.
“제법이구나. 이번에도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솔직히 생각 못 했다.”
“하아…… 하아…….”
“하지만 그 또한……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모양이구나.”
흡사 재미있는 장난감이 망가지기라도 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짓는 천마.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는 사무현을 바라보며 천마가 말을 잇는다.
“현경의 고수 셋을 한 자리에서 상대한 것은 나로서도 꽤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하나 결국, 인외(人外)의 벽을 허물지 못한 너희들은 내게 있어 한낱 미물에 불과하다.”
“미물…… 이라고?”
“너희들 중 누군가가 인외의 영역…… 생사경(生死境)에 발을 들여놓았더라면 본좌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나 그 경지에 가장 가까웠던 저 무신조차 그곳을 엿보기만 했을 뿐 발을 들이지 않았지. 그것이 오만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인외의 영역에 겁을 집어먹었는지는 모르지만…….”
거기까지 말을 이어가며 천마가 저 멀리서 그들을 지켜보는 단월혁을 바라본다.
“내가 준 기회를 날린 것은 너희들이다. 그러니, 너희 세대에 중원은 무너지고 천하는 마(魔)의 이름 아래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흡사 최종 선고와도 같은 천마의 한 마디.
이에 일부 무인들은 공포에 질렸고 일부 무인들은 분노한 듯 각자의 무기를 움켜쥐었다.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지만 사실 여기 있는 모두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현경의 고수 세 사람이 모두 쓰러지고 난다면, 남은 그들이 힘을 모은다고 해도 저 괴물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모두의 얼굴에 절망과 분노가 드리우려던 그때.
스스스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던 사무현의 도 끝이 서서히 하늘 방향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이다.’
욱신욱신.
정신을 아찔하게 만드는 통증 속에서도 사무현이 고개를 들어 천마를 바라본다.
몸 곳곳의 뼈마디가 부러진 듯 욱신거리고 온 몸의 근육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금강불괴라 망정이지 평범한 무인의 육체였다면 벌써 온몸의 뼈가 부서지며 승부가 나고 말았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몸 상태로 싸운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아직 보여 주지 못한 것이라도 남았느냐?”
조소가 머금어져 있는 천마의 물음.
그래.
바로 그것이다.
아직 보여 주지 못한 것.
아직 펼쳐 내지 못한 것.
위혜보가 남은 힘을 끌어모아 그에게 보여 주었던 마지막 일도(一刀).
천마도법의 십삼 초식.
천마도법을 익힌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공시켜 본 적이 없는 그 초식이 아직 그에게 남아 있다.
“그것도 못 쓰고 쓰러진다면…….”
스윽.
“……그놈을 두 번 죽이는 거니까.”
한 걸음을 앞으로 내디디며 사무현이 중얼거린다.
십삼 초식을 완성하기 위해 천마는 목숨을 버렸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 사무현 자신이 목숨을 걸어야 할 순간이다.
최후의 초식을 펼칠 준비를 마친 사무현을 천마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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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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