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70
370화
“이……!”
햇빛을 등진 사무현과는 달리, 한순간 그의 시야를 빼앗으려는 햇빛에 천마가 미간을 찌푸린다.
사실 이 정도는 평소라면 거슬릴 만한 요소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익숙지 않은 상황과 익숙지 않은 긴장감이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도 그의 신경을 갉아 먹고 있었다.
“시건방진 것이!”
스팟!
쩌저저저저정!
수강을 머금은 천마의 일수가 미약한 도강을 머금은 사무현의 일도와 맞부딪친다.
도신을 통해 전해지는 가공할 무게감에 사무현의 입에서 줄줄이 피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쩌엉!
결국 천마의 수강에 의해 튕겨진 사무현의 신형이 뒤쪽으로 주욱 밀려난다.
하지만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린 사무현이 끈질기게 천마의 하단을 베어 온다.
쿵!
내력이 실린 일각으로 사무현의 도를 받아 버리는 천마.
하지만 상대의 힘에 저항하지 않고 부드럽게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 사무현이 연달아 그의 흉부를 베어 온다.
부웅.
이번에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사무현의 도격을 피해 낸 천마가 한 손으로 일곱 개의 잔영을 만들어 각기 다른 방향에서 사무현을 덮친다.
쩌저정! 쩡! 촤아악!
천마의 공격을 모두 방어하지 못한 사무현의 다리와 옆구리, 오른쪽 어깨의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간다.
하지만…….
스걱.
촤아아악!
“……!”
완벽한 방어를 포기하는 대신 천마의 목을 사선으로 베어 버린 사무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내는 데 성공했지만, 단아란의 심검이 베고 지나간 자리가 조금 더 깊게 베이며 상처가 벌어진다.
주르륵.
“……큭!”
본능적으로 목의 상처를 지혈하기 위해 뒤로 물러나 왼손을 가져가는 천마.
하지만 사무현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도리어 천마에게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가까이 달라붙으며 연이은 도격을 전개한다.
쩡! 쩌저정!
“큭……!”
상처를 지혈하지도 못하고 분주하게 사무현의 도격을 막아 내는 천마.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던 천마가 이윽고 텅 빈 사무현의 복부를 향해 일각을 내뻗는다.
콰아앙!
스걱!
촤지이이이익.
“……쿨럭!”
“큭……!”
천마의 일각이 복부에 닿는 순간, 사무현이 기다렸다는 듯 천마의 허벅지를 베어 버렸다.
이에 분노한 천마가 곧바로 자리를 박차며 몸을 날리자 피를 토해 내던 사무현이 황급히 한쪽으로 몸을 던진다.
콰아아아앙!
천마의 진각이 사무현이 앉아 있던 자리를 짓뭉개며 굉음을 동반한 진동을 만들어 낸다.
곳곳에 갈라진 땅의 파편들이 허공으로 치솟을 정도의 위력이다.
조금만 늦었다면 뼈조차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가까스로 진각을 피하긴 했지만 곧바로 균형을 잡지 못한 사무현을 향해 천마의 마기가 잇따라 작렬한다.
콰과과광!
휘리리릭.
촤지이이이익.
“……쿨럭! 커헉!”
“이놈……!”
후두둑.
사무현에게 마기를 날리는 순간, 두 번을 연달아 베였던 목선으로 난데없이 심검이 날아들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출혈.
입술을 꽉 깨물며 혈도를 점하는 천마를 향해, 한번 호흡을 가다듬은 사무현이 재차 몸을 날린다.
“이야아아아!”
“버러지가!”
콰과과광!
사무현의 도격과 천마의 좌수가 맞부딪치며 또다시 쩌렁쩌렁한 충격파가 일어난다.
몸 곳곳이 점점 더 붉게 물들어 가는 천마와 사무현.
누구 하나가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들의 싸움에, 어느덧 그들의 전투를 바라보는 이들 사이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
‘이럴 수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며 섬천검제가 주먹을 움켜쥔다.
딱히 절대고수들의 멋들어진 비무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그가 생각하는 전투의 개념을 벗어나 있다.
처음에는 그로서도 상상하기 힘든 탈 인간급 고수들의 절기들과 전설 속의 무공들이 오가며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몸을 파괴할 정도의 지독한 전투가 끝난 이후에는, 오직 악의와 살의만 가득한 전투가 치러지고 있다.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상대의 목숨만을 끊어 내기 위한 처절한 전투가.
“……지독하군.”
섬천검제의 옆에서 떨리는 권존의 음성이 들려온다.
“모든 공격이 동귀어진 방식이라니…….”
자신과 정확히 같은 생각을 한 권존의 중얼거림에 섬천검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서로의 몸이 망가졌음에도 우위를 점하고 있는 쪽은 분명한 천마.
그 차이를 좁히고 상대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서는 다소 극단적인 수법이라도 동원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한 외줄 타기가 아닌가?’
천마의 수강이 목선을 스치더라도 사무현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어이 생채기를 만들어 낸다.
급소를 제외한 부분은 얼마든지 내어 주며 상대의 급소를 노리고 있다.
그 결과, 저 지독한 악의에 질려 도리어 마의 하늘이라 불리는 천마가 선뜻 과감한 수를 쓰지 못하고 자꾸만 공수를 양보하고 있다.
보는 이조차도 심장을 옥죄이게 만드는 저런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한순간도 아니고 전투 내내 이어 갈 수 있다는 것은 섬천검제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정도면 배짱이 두둑하거나 임기응변이 뛰어난 정도를 논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가만…… 그러고 보니 지금이라면……?’
저들의 치열한 혈전을 지켜보며 숨조차 편하게 내쉬지 못하고 있던 섬천검제의 머리에, 불현듯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지금이라면…… 저 천신련주가 천마를 상대로 호각에 가까운 전투를 벌이고 있는 지금이라면.
무신과 천무신녀, 그리고 중원 연합이 모조리 달려든다면 천마를 끝장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눈에 봐도 천마의 상태는 위태로웠으니까.
전투를 지켜보던 섬천검제가 은연중에 자신의 검에 내력을 불어넣으려는 그때.
“멈추거라.”
“……무신 님!”
자신의 기척을 알아챈 무신의 한 마디에 섬천검제가 당황하며 그를 응시한다.
“지금 저 싸움에 끼어들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예, 예?”
“보이지 않는 것이냐?”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섬천검제의 물음에 단월혁이 말없이 죽산 인근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의 시선을 따라 함께 고개를 돌린 그 순간 섬천검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저건……!”
천마의 전투를 멀찍이서 포위하고 있는 무림맹의 뒤쪽에서, 보다 넓은 포위망을 형성하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수천의 무리들.
바로 조금 전까지 죽산에서 혈전을 벌이던 마교의 무사들이다.
“지금은 저들도 상황을 파악하려는 듯 보이지만, 무림맹이 움직인다면 저들도 반드시 움직이고 만다.”
“…….”
“그렇게 된다면 전투의 결과를 정말로 장담할 수 없게 될 테지. 그편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느냐?”
단월혁의 물음에 섬천검제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문다.
그는 바보가 아니다.
당장 천마 하나만을 상대한다고 하더라도 그 피해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그들의 뒤쪽에서 진을 치고 있는 마교도들까지 합류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불 보듯 빤하다.
그렇게 할 말을 잃은 섬천검제에게서 시선을 떼어 내며 단월혁이 말을 잇는다.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녀석을 믿고 지켜보는 것뿐이다.”
단월혁의 말에 몇 번인가 입을 열려던 섬천검제가 결국 입을 다문다.
천마의 힘은 애초부터 그들의 계산범주를 한참이나 뛰어넘고 있었다.
‘결국…… 지켜보는 방법뿐인가.’
그동안 은근히 사파를 멸시해 오던 정파의 수장으로서 비겁하기 그지없는 선택이다.
괴로움에 두 눈을 질끈 감는 것도 잠시.
어느덧 다시 눈을 뜬 섬천검제의 눈이 사무현에게로 향한다.
‘부디 지켜 다오.’
그가 지키려는 사람들을.
그리고, 섬천검제가 지키고자 하는 중원을.
그렇게 모두의 바램을 등에 업은 사무현과 천마의 전투가, 어느덧 점점 그 끝을 향해 다다르고 있었다.
***
콰과과광!
“큭……!”
천마의 수강과 도격을 맞부딪친 사무현이 침음성을 흘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먼저 공격을 가한 쪽은 분명 사무현이었다.
천마의 수강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도 처음에 비해 훨씬 약해진 상태.
하지만 그럼에도 사무현이 뒤로 밀려났다는 것은 그의 상태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는 증거다.
“가거라!”
부웅.
쩌저저저정!
천마의 좌수가 휘둘러지며 검은 마기가 날아든다.
비틀거리던 사무현이 머리 위로 도를 치켜들어 수직으로 그어 내린다.
천마도법의 일 초식 천하양단.
무의 이치에 충실한 일도에 그를 덮치려던 마기가 반으로 갈라져 폭발한다.
콰과광! 콰과광!
부웅.
쩌저저정!
마기를 베어 낸 사무현에게 몸을 날려 일장을 내뻗는 천마.
이에 사무현 역시 만근도의 묘리를 살린 일도로 응수한다.
그렇게 잠깐의 힘겨루기 끝에, 이번에는 천마의 왼팔이 갈라지며 붉은 피가 터져 나온다.
촤악!
“이……!”
쩌엉!
허공에 뜬 상태로 사무현의 도를 걷어차는 천마.
사무현의 도가 옆쪽으로 밀쳐지자, 바닥에 내려앉기 무섭게 천마의 일각이 사무현의 하단으로 날아든다.
쿵!
천마의 일각을 무릎으로 받아 낸 사무현이 재빠르게 발을 바꿔 반대편 발로 일각을 내뻗는다.
그러자 마기가 머금어진 천마의 좌수가 사무현의 발목을 움켜잡았다.
뚜두드득.
스걱.
촤아아아악!
사무현의 발목이 뒤틀리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천마의 팔꿈치 위쪽을 사무현의 일도가 베어나간다.
결국 팔을 지켜 내기 위해 사무현의 발목을 놓고 뒤로 물러섰지만, 천마의 왼팔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후우…… 후우…….”
“허억……! 허억……!”
거칠어진 천마와 사무현의 호흡.
하지만 지금의 접전으로 승부의 기울기는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욱신 욱신.
“큭……!”
오른 발목이 부러졌는지 왼발로만 체중을 지탱하고 서있는 사무현.
그와는 달리, 천마는 왼팔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도 그럭저럭 몸을 운신할 수 있는 상태다.
천천히 자신의 좌수를 들어 손을 쥐었다 펴 보인 천마가 곧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다음 한 합으로 끝이겠구나.”
“…….”
선언과도 같은 천마의 말에 지그시 입술을 깨무는 사무현.
확실히 상황이 좋지 않다.
운신을 할 수 없게 된 제약도 제약이지만, 사실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사무현을 괴롭히고 있었다.
‘시야가…….’
흐릿하다.
세상이 빙빙 돌고 온몸에 좀처럼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고통 정도는 정신력으로 어떻게든 버텨 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의 정신보다 육체가 먼저 한계를 호소하는 모양이다.
그럴 수밖에.
오늘 하루 동안 그가 흘린 땀보다 피가 더 많을 테니까.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싸울 수 있었던 것 자체를 기적이라 할 만했다.
“후우…….”
천천히 긴 숨을 내쉰 사무현이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앞에 마주한 천마를 바라본다.
자신만만하게 떠들고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사무현과 마찬가지로 온몸이 피로 물들어 있다.
탈마의 육신으로 생사경의 무공을 쓴 대가.
이는 결코 닿지 않을 것만 같은 위치에서 고고하게 그들을 내려다보던 천마를, 철저하게 그가 서있는 바닥까지 끄집어 내렸다.
어떤 식으로든, 이제 정말 다음 한 합으로 끝이라는 이야기다.
“……퉤.”
스윽.
입 안에 고인 핏물을 마저 뱉어 낸 사무현이 천천히 천마도의 도 끝을 하늘 방향으로 치켜세운다.
승부를 가르는 마지막 한 합이라면 결국 이것밖에 없다.
“……간다.”
“…….”
“모가지 잘라 주러.”
스산한 살기가 느껴지는 사무현의 도발.
아니, 선언이라고 봐야 할까?
이에 눈썹을 꿈틀한 천마가 자신의 좌수에 남은 기운을 집중한다.
스스스스.
“오거라.”
꾸욱.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왼발에 체중을 실으며 자세를 낮추는 사무현.
잠시 후 그가 펄쩍 허공을 도약해 천마를 향해 날아든다.
찬란한 햇빛을 받은 도광을 번뜩이면서.
스스스스.
사무현의 몸이 낙하하며 천마와의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진다.
사실 여기서 천마가 정면승부를 피한다면 사무현에게 불리한 상황이다.
천마와는 달리 사무현은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니까.
그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천마는 그저 담담히 서서 사무현과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다.
그리고 이윽고, 서로가 지근거리에 다다르자 사무현의 일도가 천마를 향해 수직으로 떨어진다.
스스스스.
천마도법 일 초식.
천하양단.
세상을 반으로 가르겠다 말하는 오만함.
천마도법의 모든 초식을 통틀어 가장 위혜보다운 초식이자, 천마도법을 상징하는 것과 다름없는 초식.
더불어, 처음 도를 손에 쥔 순간부터 사무현이 가장 많이 반복해왔던 초식이다.
‘떠올려라!’
그가 도객으로서 쌓아 왔던 모든 것을.
몸으로, 경험으로, 깨달음으로 익힌 무의 이치를!
단순한 내려치기이면서도, 도(刀)가 추구하는 정수를, 사무현의 모든 것을 담은 일도가 천마를 향해 떨어진다.
“간다아아아!”
“이노오옴!”
스륵.
쩌저저저저정!
어느새 천마의 좌수에 생겨난 마검과 사무현의 일도가 맞부딪치며 인근에 널찍한 충격파를 만들어 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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