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75
375화
“하아…….”
풀썩.
송별회를 마친 그날 밤, 막휘와 살암 일행을 떠나보낸 사무현이 침소에 걸터앉았다.
어차피 마음을 먹은 일이니만큼 최대한 담담함을 유지하려 했으나, 막상 모두가 떠나고 나자 남는 것은 짙은 허탈함뿐이다.
‘빌어먹게 힘 빠지네.’
영영 다시는 보지 못할 곳에 보낸 것도 아니고, 결국 훗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보낸 이들이다.
한데도 이렇게나 가슴이 먹먹한데, 반드시 보내야만 하는 하나를 보낼 때에는 어떤 마음이 들지 벌써부터 앞이 까마득하다.
그렇게 침소에 누운 사무현이 어두운 천장만을 노려보고 있던 그때, 난데없이 그의 방 창문이 열리며 한 줄기 바람이 흘러 들어온다.
휘이익.
“……거, 문 좀 닫아 주세요.”
어둠 속으로 굳이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사무현이 입을 열었다.
“창문으로 드나드시는 취미가 있으실 줄은 몰랐네요.”
“공식적으로 날 만날 기분은 아닐 것 같아서 말이다.”
어둠 속에서 들려온 단월혁의 음성에 사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잠시 후 그의 눈에 특유의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는 단월혁의 얼굴이 들어온다.
“잘 아시네요. 무슨 일로 오신 건데요?”
“……인사를 하러 왔다.”
“예? 인사요?”
“그래.”
사무현의 물음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단월혁이 가만히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을 잇는다.
“나와 연화는 오늘 밤 떠날 예정이다.”
“……시기 한번 적절하시네요.”
그런 용무로 온 것을 짐작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그럼, 다시 십만대산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아니다. 이제 연화의 병을 고쳤으니, 남은 생은 자유롭게 떠돌아다녀 볼 생각이다.”
“정말 완전히 나으신 거예요?”
“그래. 영영 방법이 없으리라 여겼는데, 남만이라는 곳에서 답을 찾았다.”
그러고는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는 단월혁.
평소 어지간해서는 웃는 것을 본 적 없는 그가, 얼마나 연화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 기회에 세상이 넓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해서, 남은 생은 중원 밖의 세상을 경험해 보자는 쪽으로 연화와 이야기를 마쳤다. 그러니…… 아마도 너와는 이것이 마지막 인사가 되겠지.”
“……마지막이란 말 정말 쉽게 하시네요.”
단월혁의 인사에 뒷머리를 벅벅 긁던 사무현이 이윽고 긴 한숨을 내쉬고 침소에서 몸을 일으킨다.
“가시기 전에……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묻거라.”
“그…… 스승님의 오른팔이요.”
그와 마찬가지로 아직도 붕대를 감고 있는 단월혁의 오른팔을 사무현이 바라본다.
그러자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깨달은 단월혁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먼저 말을 꺼낸다.
“생사경의 무공에 대해 물으려는 것이냐?”
“……예.”
“그 부분이라면 답해 줄 것이 없을 것 같구나. 알겠지만 나 또한 그 영역을 완전히 개척한 것은 아니라서 말이다.”
“아니요, 그런 것을 물으려는 게 아닙니다.”
지레짐작한 단월혁의 대답에 고개를 가로 저으며 사무현이 조심스레 질문을 던진다.
“스승님께서는 왜…… 생사경에 발을 딛지 않으신 건가요?”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물음에 단월혁의 눈썹이 추켜 올라간다.
그러나 이내, 덤덤해진 얼굴로 그의 얼굴을 응시한다.
“그걸 꼭 내게 물어야 할 이유가 있느냐?”
“그게…….”
“네게 도법(刀法)을 전승한 이 또한 십중팔구 생사경을 엿본 인물일 터. 그에게는 답을 듣지 못했더냐?”
“……예.”
사무현의 대답에 잠시 침묵을 지키는 단월혁.
그리고 이윽고, 생각을 마친 그가 입을 열었다.
“사람으로 남고자 했기 때문이다.”
“예?”
“너 또한 알겠지만 생사경의 무공은 인간의 육신으로 쓸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자연과 세상의 법칙을 다루기 위해서는 육신이 선(仙)의 영역으로 들어서야 한다.”
“…….”
“하면 그때부터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불릴 수 없는 존재가 되겠지. 하나, 나는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살고 싶었다. 내 곁에 있던 모두가 죽고 홀로 영겁에 가까운 생을 살아야 한다면, 그 결과는 지독한 공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 하면 단아란 고문님도…….”
“아란이는 아직 생사경의 무공을 넘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천재이니, 지난번 전투에서의 깨달음으로 그 경지를 엿볼 수 있을지 모르지.”
“…….”
“하나 역시, 그 경지를 개척할지 말지는 그 아이의 선택이다.”
“……이해했습니다.”
단월혁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무현.
이제야 초대천마와 위혜보, 단월혁의 차이가 이해가 간다.
초대천마는 힘에 대한 갈망을 이기지 못하고 생사경의 선을 망설임 없이 넘었을 것이다.
그 결과 결국 지독한 공허에 빠져, 자신의 공허함을 없애줄 이를 찾기 위해 중원을 침략하는 전쟁까지 벌인 것이겠지.
하지만 단월혁은 연화와의 삶을 생각하며 끝까지 사람으로 남기를 원했고, 위혜보는 자신의 도(刀)를 완성시킨 순간 힘에 대한 갈망을 버렸다.
그랬기에 그들은 초대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천천히 되새기던 사무현이, 이윽고 창가 옆에 서있는 단월혁에게 정중히 포권을 해 보인다.
스윽.
“감사합니다, 스승님.”
“…….”
“십만대산에서 제 목숨을 살려 주시고 키워 주신 은혜, 제가 죽는 날까지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랄 것은 없다. 나 역시 내 스승님께 받은 것을 전해 줄 기회가 있었으니, 널 만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처음으로 사무현을 향해 미소를 머금은 단월혁이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스윽.
“한번 맺은 연은 사람의 힘으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잠깐의 작별로 마음 쓸 것 없다. 연화가 네게 그리 전해 달라 하더구나.”
“……예.”
“그래, 그럼…… 잘 지내거라.”
사무현의 어깨에서 떨어지는 단월혁의 손길.
그리고 잠시 후 사무현이 고개를 들었을 때, 활짝 열린 창문과 텅 빈 방 안 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창문 좀 닫고 가시지.”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씁쓸한 미소를 머금는 사무현.
그렇게, 또 하나의 인연과 작별하는 순간이었다.
***
막휘와 살암 일행이 떠난 후 달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었다.
시간의 흐름이 많은 것을 치유해 주었는지, 슬픔과 무기력감에 잠겨 있던 사천방에도 어느덧 전쟁 이전과 같은 나날들이 다시 시작되었다.
아침이면 손익패를 필두로 한 사천방도들이 우렁찬 기합과 함께 수련을 이어 갔고, 사천방의 금융사업도 전쟁 이전보다 더더욱 활기를 띠었다.
중원에서 사무현을 칭하는 별호 또한 사도패왕(邪道覇王)으로 바뀌었고, 남경을 포함해 인근 어디를 가더라도 그의 무용담을 떠드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수룡왕은 노략질을 하지 않고 장강의 질서를 세우는 일에만 집중하겠다는 조건으로 천신련에 가입했고, 녹림 또한 막휘가 왕으로 즉위하며 그간 있었던 크고 작은 노략질을 멈추었다.
사파는 도를 지나치지 않는 사업들에만 힘을 쏟았고, 암천막 또한 천신련의 이름에 누가 될 수 있는 일들을 자제하기 시작하니 양민들의 삶도 이전에 비할 바 없이 평화로워졌다.
사도패왕 사무현과 천신련의 사도일통(邪道一通).
그것은 중원무림에 새로운 평화의 바람을 불어오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천신련주 사무현에게 한 통의 서신이 날아들었다.
이는 바로 숭산(嵩山)의 소림(少林)에서 온 서신이었다.
***
“감사합니다, 신불 스님.”
“아미타불…… 감사랄 것이 있겠소?”
정갈하게 차려진 다과상 앞에 마주 앉은 신불과 사무현.
평소대로라면 항상 그랬듯이 한 손에는 술병을 들고 있어야 할 신불이지만 지금 그의 손에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찻잔이 들려 있었다.
이는 바로, 이곳이 중원 무림을 대표하는 상징성을 지닌 소림사의 내부. 그것도 방장의 집무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봉혼진이 있다고는 하나, 누구라도 몸 안에 귀(鬼)를 품고 사는 것이 마음 편할 리 만무하지요. 물론 대법을 준비하는 과정이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중원을 지킨 것이나 다름없는 이에게 자유로워질 자격은 충분하외다.”
그 말과 함께 신불이 다과상 위에 올려 둔 한 권의 낡은 서적이 눈에 들어온다.
그 겉표지에는 흐릿하게나마 봉해술(封解術)이라는 옅은 글자가 남아 있었다.
“……예.”
신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현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자유로워질 자격은 충분한 놈입니다.”
“……음?”
스스로가 아닌 제삼자를 말하는 듯한 사무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신불.
하지만 이내 별다른 의구심을 품지 않았는지, 찻잔을 내려놓고는 자리를 털고 몸을 일으킨다.
“역시 본승과 차는 영 어울리지 않는구려. 일을 속히 마무리 짓고, 기분 좋게 술이나 한잔하도록 하십시다.”
“지금 당장이요?”
“시주께서 오시는 날에 맞춰 곧바로 대법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이미 준비는 해 두었소. 그리고…….”
말을 잠시 멈춘 신불이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잇는다.
“아는 이들이 많아 그리 좋을 것은 없지 않겠소이까?”
“……예, 감사합니다, 스님.”
그렇게 신불과 함께 몸을 일으키는 사무현.
그들이 막 방문을 열자, 저 멀리서 웬 곡소리 같은 것이 들려온다.
“음……? 무슨 일이 있나요?”
“시주가 신경 쓰실 일은 아니오. 그저 장례를 준비하고 있는 것뿐이니.”
“장례요?”
“석오(析悟)라는 어린 동자승의 일이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앓던 지병이 있었는데…… 오늘 아침 결국 부처님 곁으로 가고 말았소이다.”
“이런…… 제가 괜한 때에 발걸음을 한 건…….”
“아아, 아니외다, 시주의 대법을 준비한 건 그보다 훨씬 먼저부터 계획된 일이 아니오?”
사무현의 걱정을 덜어 주려는 듯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은 신불이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앞서 발걸음을 옮긴다.
“따라 오시오. 서적에 쓰여진 대로라면 준비 조건은 까다롭지만 방법이 어렵지는 않았으니 말이오.”
“예, 스님.”
저벅 저벅.
그렇게 신불과 함께 집무실을 빠져나오는 사무현.
동자승의 장례 준비 때문인지, 사찰 곳곳에서 향 내음이 퍼지고 있었다.
***
딱 딱 딱 딱.
“혼명무세신음천명(混名無世神陰天命)…….”
낭랑한 목탁소리와 함께 서적에 적힌 주문(呪文)을 읊어나가는 신불의 음성이 들려온다.
그리 두텁지 않은 서적을 내력으로 한 장씩 넘겨 가며 분주히 목탁을 두드리는 그의 모습은 확실히 사무현이 알던 평소의 그와는 거리가 있었다.
‘스님은 스님이시네.’
금불(金佛)을 연상케 하는 황색 승려복을 정갈하게 차려입은 그의 앞에는,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듯한 진(陣)과 수십 개의 촛불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진의 중심부에 가만히 선 채 부적 하나를 쥐고 있는 사무현.
신불이 읊어 나가는 서적의 남은 장수가 점점 얇아지는 것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이게 맞는 거겠지.’
그가 일전에 사천방의 묘지에서 신불에게 했던 부탁.
그것은 그의 몸 안에 있는 봉혼진을 풀고, 귀신을 성불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이제는 내 차례겠지.’
천마는 사무현을 옭아매던 족쇄를 풀어 주었다.
그 족쇄가 마교로부터 얻은 것이건, 아니면 장군귀로만 여겼던 혈마로부터 얻은 것이건, 아니면 어릴 적 버림받았던 가족에게서 얻었던 것이건.
천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족쇄에 꽁꽁 묶인 사무현에게 새로운 삶을 만들어 주었다.
‘네게 자유를 줄 능력은 되지 않지만.’
적어도 편히 쉴 수는 있도록 해 주는 것이, 그가 천마에게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길 일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천마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의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그때, 이윽고 신불이 읊어 나가던 서적의 마지막 장을 남겨 두고 그를 중심으로 놓인 촛불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스스스스.
탁 탁 탁 탁 탁.
“구혼외상명명대해(究魂畏想明命大海)…….”
목탁을 두드리는 신불의 손과 함께 그의 음성도 덩달아 빨라진다.
그리고 이윽고, 서적의 마지막 장이 넘겨진다.
스륵.
스스스스스.
‘……이건?’
진을 중심으로 기이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기류가 일렁인다.
머리칼을 살랑살랑 움직이는 바람.
그의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차가운 냉기가 올라온다.
그리고…….
사무현의 머릿속에 들려오는, 오랜 잠에 빠졌다 깨어난 듯한 위혜보의 음성.
내부의 봉혼술이 거의 다 무너져 내렸음을 직감한 사무현이 고개를 드는 그때.
“추평태세망망회우(追平太世妄罔回佑)…….”
화악!
신불이 서적의 마지막 장을 거의 다 읽어 나가고 있던 중, 난데없이 흔들리던 촛불이 일시에 모조리 꺼져 버렸다.
그들이 있던 장소에 어둠이 찾아들자 잠시 후 당황한 신불의 음성이 들려온다.
“어? 어어? 으음?”
“……스님?”
“아…… 자, 잠시만 기다리시오. 크흠. 거 참…… 갑자기 어두워져서…….”
화악.
신불이 손을 썼는지 창문을 막아 두었던 묵색 천의 일부가 걷히며 밝은 빛이 들어온다.
시야가 확보되자 신불이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나머지 구절을 읊어 내린다.
“……귀혼승천평야(歸魂昇天惹).”
“…….”
“음…… 끝났소이다.”
한 손으로 식은땀을 닦아 내며 몸을 일으킨 신불이 이윽고 모든 창의 암막을 거두어 낸다.
무언가 상당히 미심쩍게 끝난 의식에 사무현이 반신반의한 얼굴로 그를 바라본다.
“저…… 스님?”
“으음? 왜 그러시오?”
“이거…… 잘 된 거 맞죠?”
상당한 불신이 느껴지는 사무현의 음성.
이에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신불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잇는다.
“허허, 이런 전개는 생각지 못했구려. 이럴 줄 알았으면 마지막 구절 정도는 외워 두는 건데…….”
“설마…… 잘 안 된 거예요?”
“아니오, 아니오. 마지막 구절은 혼의 넋을 위로해 승천을 돕는 구절이었을 뿐. 봉혼술의 해제는 완벽하게 진행되었고, 귀신을 육체에서 쫓아내는 의식까지도 문제없었소이다.”
“……그래요?”
“그렇소. 그까짓 한 구절을 늦게 읊어 낸 정도로는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외다.”
자신만만한 신불의 대답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사무현.
확실히, 잠깐이긴 하지만 위혜보 녀석의 음성을 들었고 영혼이 나타났을 때 특유의 현상으로 촛불이 꺼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마무리가 묘하게 찝찝함을 남기긴 했지만, 분명 별다른 일은 없었을 것이다.
벌컥.
“자, 하면 이제 우리끼리 담소나…….”
“아아아악!”
“……음?”
신불이 의식을 치른 당문을 열고 나서기 무섭게, 저 멀리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이에 놀란 신불과 사무현이 서로를 한번 바라보고는 이내 황급히 비명 소리가 난 곳으로 몸을 날렸다.
파바바밧!
“무슨 일인가!”
명색에 화경과 현경에 오른 이들답게, 신불과 사무현은 순식간에 비명 소리가 난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다.
그곳은 입구에서부터 향냄새가 진동하고 있었는데, 장례를 준비하던 것으로 보이는 승려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멍하니 별당 안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는가!”
“저…… 저…… 서, 석오 스님이…….”
“석오 스님? 죽은 석오 동자승을 말하는가? 그가 대체 왜…….”
저벅.
신불이 답답한 듯 승려들을 채근하고 있던 그때, 난데없이 그들의 앞으로 낯선 인기척이 들려왔다.
저벅저벅.
“……아니?”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떡 벌리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신불.
그런 그의 앞으로, 죽은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동자승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복잡한 심사가 깃든 얼굴로.
“서, 석오 승려…… 사, 살아난 것이오?”
스스로도 무어라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당황하며 물어보는 신불.
그러는 사이, 어느덧 사무현의 앞에 멈춰선 동자승이 불신과 짜증, 절망이 범벅이 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그 눈빛이 어쩐지 묘하게 낯이 익다고 사무현이 느낀 그 순간.
‘한번 맺은 연은 사람의 힘으로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연화가 단월혁을 통해 남겼던 한 마디가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어째서.”
모두가 숨죽인 적막 속에서 동자승의 불만스러운 음성이 흘러나온다.
“어째서 본좌가, 하고 많은 것들 중에 하필 땡중…….”
덥석.
동자승의 입에서 엄한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황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아 버리는 사무현.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이 역력하던 그의 얼굴이, 무슨 일이 벌어진지를 깨달은 듯 서서히 놀라움으로 물들어 간다.
그리고 잠시 후…….
“큭.”
무엇 때문인지, 치솟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실소를 흘리는 사무현.
잠시 후 그가 동자승의 입에서 손을 떼어 내자, 불만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동자승의 얼굴에서도 곧 일그러진 미소가 머금어진다.
“이 꼴을 좀 보거라.”
“…….”
“하아…….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구나.”
자신의 양팔을 들어 자신의 작디작은 승려복을 둘러보는 동자승.
한편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은 채 그런 그를 바라보던 사무현이, 이윽고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어 동자승과의 눈높이를 마친다.
그리고…….
스윽.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
동자승을 향해 한쪽 손을 뻗으며 말하는 사무현.
그런 그를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던 동자승이, 이내 피식 실소를 흘리며 오만하게 작디작은 왼손을 내뻗는다.
“뭐…….”
꼬옥.
“……그러자꾸나.”
동자승의 작은 손이 사무현의 커다란 손에 쥐어진다.
이들의 이런 만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끔뻑이며 상황을 지켜보는 소림의 승려들.
오직 신불만이 이 상황을 눈치 챈 것인지 양 손으로 민머리를 부여잡고 절망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들이 자신과는 동떨어진 현실인 양, 동자승과 사무현은 오직 서로만 이해할 수 있는 신뢰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완(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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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작가 보용도입니다.
에 이어 두 번째 작품이었던 가 375화로 완결을 맞았습니다.
여기까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는 의 후속작이었습니다.
두 작품의 전혀 다른 주인공이 한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소설인데, 독자분들께 이 부분이 조금은 즐겁게 느껴지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이었던 사무현은, 전작의 주인공인 단월혁과는 달리 처음에는 너무도 서툴고,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미숙한 주인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칠 대 천마 위혜보를 만남으로 인해 성장하고, 시련을 겪고 배워가며 한 명의 위대한 무인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무현을 답답하게만 여겼던 독자분들이 조금씩 사무현의 성장을 응원해주시고,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고 성장시켜가는 천마와 사무현의 관계를 애정 있게 봐주셨다면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이것으로 사무현과 위혜보의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지금까지 사무현과 위혜보의 이야기를 함께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외전은 따로 계획한 것이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소림의 승려로서 살아가야 하는 위혜보의 모습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더욱 성장한 세 번째 작품으로 다시 독자분들께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가 올림-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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