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38
038화
“천마신공의 추혈장이라……. 어디 얼마나 제대로 익혔는지 볼까?”
“당신의 천마신공과는 조금 다를 거요, 초대.”
흥미로운 미소를 머금는 초대 천마를 향해, 십삼 대 천마가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말이 이해가 가질 않는 듯 초대 천마가 고개를 반쯤 기울이며 질문을 던진다.
“……무슨 뜻이지?”
“무학이란 시간이 지날수록 발전하기 마련. 그대의 천마신공은, 내 대까지 최소 두 단계는 더 진보했소.”
“……큭.”
“음……?”
“큭큭…… 큭큭큭…… 하하하하하!”
십삼 대 천마의 발언에 돌연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초대 천마.
그리고 잠시 후, 웃음을 그친 그의 입가에 명백한 비웃음이 머금어진다.
“진보? 지금 본좌의 천마신공을 진보시켰다고 했느냐?”
“…….”
“한심한 것. 천마신공은 조금의 변형도 줄 수 없는 완벽한 무공이다! 감히 그런 무공에 흠집을 내는 멍청한 짓거리를 하다니.”
“……그건 좀 오만한 편견이군.”
초대 천마의 발언이 불쾌했던지, 두 눈을 가늘게 뜬 십삼 대 천마가 오른손에 검붉은 강기를 집중시켰다.
“어디 직접 겪어 본 이후에도, 같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보겠소.”
콰구구구.
그 말과 함께, 십삼 대 천마의 오른손에서 뻗어 나간 강기가 초대 천마를 향해 쏘아져 날아간다.
삽시간에 비무대의 바닥을 파괴하며 인근을 집어삼킬 듯한 크기로 팽창하는 검붉은 강기.
그 모습을 무심하게 지켜보던 초대 천마가 돌연 냉소를 머금으며 그의 오른손에 마기를 집중시킨다.
“겪어 본다라……. 과연. 그 또한 나쁘지 않겠지.”
그 말과 함께 자신의 코앞까지 접근한 거대한 강기에 오른손을 내미는 천마.
그 순간, 십삼 대 천마가 전개한 강기가 그대로 폭발해 십육 방으로 찢어진다.
콰과과광!
“이런……! 추혈장을 찢었다고?”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일 수(一手)에 자신의 추혈장이 허무하게 찢겨 버리자, 십삼 대 천마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놀라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날아드는 검은 강기가 어느새 자신의 석 장 앞까지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치잇……!”
초대 천마의 강기를 받아 내기 위해, 양손에 수강을 끌어올려 앞쪽으로 내미는 십삼 대 천마.
두 사람의 수강과 강기가 맞부딪친 그 순간, 초대 천마의 강기가 조금 전 십삼 대 천마가 펼쳤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한 크기로 팽창하며 인근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득, 콰드득, 콰드드드득.
“크으으읍……!”
어느새 굵은 힘줄이 솟은 이마.
십삼 대 천마의 두 눈에 붉은 핏대가 서고, 그의 입술을 타고 검붉은 피가 물처럼 흘러내렸다.
주르륵주르륵.
투두둑.
“으으……! 크하아압!”
촤좌좌자좍!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가까스로 받아 내고 있던 강기를 돌연 수강으로 찢어발기기 시작하는 십삼 대 천마.
잠시 후, 어느새 그의 신형을 에워싼 강기가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구구구구.
후두둑. 투두둑.
폭발과 함께 흔적도 없이 파괴된 비무대.
그 잔해와 함께 흩날리는 먼지로 인해 십삼 대 천마의 신형이 눈에 들어오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서 있는 그의 모습은, 언뜻 보기에도 더 이상의 전투는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초대 천마가 피식 실소를 흘리며 한마디를 내뱉는다.
“……운이 좋군. 금강불괴의 육체가 네 목숨을 구했구나.”
“…….”
“물론 그마저도…… 마지막 순간 강기를 찢는 임기응변을 하지 않았다면 의미 없는 일이었겠지만.”
“…….”
“……이제 어찌할 테냐?”
최종 선고를 앞에 둔 초대 천마의 물음.
구태여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음성에서는 두 번은 없다는 분명한 의지가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의 그 음성이 끝나기 무섭게, 어딘가 허탈한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십삼 대 천마가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마인(魔人) 적마소가, 천마를 뵈옵니다.”
천마의 자리에 오름과 함께 버려졌던 과거의 이름을 끄집어내어, 초대 천마 앞에서 예의를 갖추는 십삼 대 천마 적마소.
근 이백 년간 천마가 존재하지 않았던 천마신교에, 진정한 천마가 재림하는 순간이었다.
***
그리 넓지 않은 방 안.
백발과 백염을 길게 늘어뜨린 초로의 노인이, 두 눈을 감은 채 중년 여인의 맥을 짚고 있었다.
“흐음…….”
스윽.
한참 만에서야 두 눈을 뜨고 여인의 손목을 내려놓은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한 번 끄덕이며 그를 마주한 중년 여인을 응시했다.
“혹…… 한명초(寒命草)를 복용하시는 주기가 잦아지셨습니까?”
“어…… 그게…….”
노인의 물음에 선뜻 대답지 못하고, 자신의 옆에 앉은 중년 사내를 흘깃 응시하는 여인.
그러고는 곧 어색한 미소를 띠며 노인을 향해 말을 잇는다.
“그…… 최근 들어서는 엿새에 한 번…….”
“닷새.”
“…….”
“닷새에 한 번 꼴이네.”
여인의 말을 끊고, 무심한 얼굴로 앉아 있던 사내가 대신 답을 한다.
그리고 그의 대답에, 잠시 미간을 찌푸리는 듯하던 노인이 신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처음 이곳에 정착하셨을 때에는 분명 열흘에 한 번 꼴로 복용하신 것으로 압니다. 맞습니까?”
“그랬네.”
“흐음…….”
무언가 깊은 고뇌에 잠기듯, 잠시 말을 아끼던 노인이 이윽고 사내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계시겠지만…… 병세가 다시 진행되기 시작한 듯합니다.”
“……역시 그런가.”
“너무 염려치 마십시오. 한명초와 함께 복용하는 소량단(消凉團)의 양을 늘리면, 다시 병세를 멈출 수 있을 것입니다.”
“하면, 그리 처방해 주게.”
“예, 하오면…….”
사내의 말에 짧게 고개를 숙여 보인 노인이 등 뒤에 메고 온 봇짐을 풀어 목함 하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원래라면 한 달 치를 생각해서 챙겨 온 양인데, 우선 보름치로 나누어 드십시오. 열흘 내에 다시 들러 상태가 호전되는지 본 후 다시 소량단의 양을 조절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노인이 빈 봇짐을 둘러메자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여인이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괜히 바쁜 걸음을 하게 만들어 미안하네요. 이제 산을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을 나이일 텐데…….”
“하하, 염려 마십시오. 두 분 선인(仙人)께 비할 바는 아니지만, 아직 그 정도로 늙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저희 아버지와 가문을 지켜 주신 은혜를 제가 어찌 잊겠습니까? 제 남은 생이 얼마이건 간에, 두 분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지요.”
“황노(黃盧)…….”
그의 말에 여인이 안쓰러운 미소를 머금자, 늘상 있는 일처럼 의원 황노가 재빨리 몸을 일으킨다.
“어이쿠, 이만 가 보아야겠군요. 더 늦으면 해가 떨어져 산을 내려가기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잠깐. 가기 전에 이걸 받게.”
막 떠나려는 황노를 향해, 난데없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네는 사내.
그가 건넨 것이 금자 몇 냥과 서신임을 깨닫자, 황노의 두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이번에 내려가면 가까운 개방 분타에 들러, 그 서신에 적힌 내용대로 정보를 좀 알아봐 달라 전하게.”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시기에 이런 큰돈을 내십니까?”
“자네는 알 것 없네. 한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틀림없이 처리해달라고 당부하게.”
“아……. 예. 그리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조심히 가게.”
그렇게 사내의 인사를 받으며 황노가 방문을 나서자,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여인이 사내를 향해 두 눈을 샐쭉하게 흘겨 보인다.
“……언제부터 알았어요?”
“무엇을 말이냐?”
“자꾸 다 알면서 물어볼래요?”
여인이 고운 미간을 찌푸리며 재차 묻자, 그제야 깊은 한숨을 내쉰 사내가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나름대로는 내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노력한 것이겠지만…… 내 감각은 네 생각만큼 그리 무디지 않다.”
“치……. 잘난 건 알고 있지만, 그럴 땐 그냥 모르는 척해 달라구요.”
“이미 많이 하고 있다.”
“…….”
예상치 못한 사내의 대답에, 잠시 두 눈을 크게 뜨는 여인.
그러고는 이내 다시금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그 말은 않기로 하지 않았느냐?”
“……치.”
사내의 말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사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그거 알아요?”
“무엇을 말이냐?”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당신 진짜 똑같아요.”
“머리 색만 보아도 이리 바뀌었는데,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구나.”
“……외모에 대해 말한 거 아닌데요?”
“…….”
“와……. 설마 자기는 안 늙었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요?”
큰 눈을 깜빡이며 빤히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의 물음에 사내의 입가에 고스란히 쓴웃음이 머금어진다.
“거기까지 하자꾸나.”
“……풋.”
사내의 반응이 재미있었는지 조용히 실소를 흘리는 여인.
그러던 그때, 난데없이 사내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음?”
“왜요? 갑자기.”
“이거…… 제법 놀랍구나. 경고를 이토록 빨리 어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거늘.”
“예?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구나.”
그 말을 끝으로, 그대로 몸을 일으켜 방문을 나서는 사내.
순식간에 사라진 그의 빈자리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여인이, 자신도 모르게 멍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
“……이 방향이 아닌가?”
처음 있던 장소에서 걸어온 지 꼬박 두 시진.
그 빌어먹을 괴물 놈이 사라진 방향으로 한참을 걸은 끝에, 기어이 숲을 벗어나 드넓은 평지가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쯤 되면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괴물 놈은 여전히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여기보다 더 멀리에 거처가 있나? 아니면 방향을 중간에 잘못 잡았나?”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무현의 귓가로, 심드렁한 천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고민할 게 뭐 있느냐? 그냥 본좌가 말한 대로 숲을 넘어라. 하면 나타날 것이 아니냐?”
“……그렇게 선 넘었다 뒈지면 네가 책임지냐?”
사람이 변명을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죽여 대는 그런 괴물 새끼한테, 어설픈 흠을 잡히면 그 뒤를 감당할 수 없다.
“자, 이제 어쩔까? 이 근처에서 도법 수련이라도 하며 난장판을 부리면 괴물 새끼가 나오지 않을까?”
“……그런 고민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어? 왜?”
“……이미 와 있다. 네놈 뒤에.”
……와, 나 지금 심장 멈추는 줄 알았어.
이 새끼야, 제발 그런 건 좀 빨리 말해라.
제발 좀…….
“……네가 찾던 ‘괴물 새끼’가 혹 나를 지칭하는 것이더냐?”
등 뒤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음성에, 사무현의 등을 타고 또다시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음……. 역시 겁은 좀 나네.
……그래도 쫄지 말자.
“하하, 오셨네요? 어떻게 해야 뵐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나를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경고를 무시했다는 말이냐?”
“엄밀히 말하면 경고를 무시한 건 아니지요, 숲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누구 말씀대로.”
어제와는 달리 다분한 도전 의식이 느껴지는 사무현의 음성과 눈빛에 흥미를 느꼈는지, 사내의 입가에 조용히 냉소가 머금어진다.
“……그래?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가 무엇이냐?”
“어제 저한테 하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봤거든요.”
어젯밤 일을 생각하자 다시금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사무현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솟아오른다.
“정체가 파악되기 전까지는 죽이지 않겠다. 하지만 경고를 어기고 숲을 빠져나가면 죽이겠다. 만약 숲을 빠져나가고 싶으면 그쪽을 꺾어 봐라.”
“…….”
“그래서 대체 나더러 뭘 어쩌라는 걸까…… 곰곰이 생각을 해 봤는데요.”
“……그래서, 결과가 나왔느냐?”
“예, 바로 이런 거죠.”
사내의 말에 어금니를 꽉 깨물며, 등 뒤에 메여 있던 천마도를 풀어 오른손에 쥐는 사무현.
그런 그의 모습에, 냉소를 머금고 있던 사내가 천천히 미소를 지워 냈다.
“……결국 그것이 결론이더냐?”
와…… 씨, 겁나 무섭다.
하지만, 여기서 쫄면 안 된다.
밤새도록 천마 새끼와 나눈 끝없는 논쟁 끝에 나온 유일한 해답이니까.
“……예.”
“그래, 그 뜻이 가상하구나. 정히 소원이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지.”
그 말과 함께, 사무현에게 천천히 검신의 끝을 겨누는 사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 공포감이 한순간 사무현을 엄습했지만, 그는 죽을힘을 다해 그 감정을 떨쳐 내며 우렁찬 음성으로 사내에게 소리쳤다.
“무림말학 사무현이, 이름 모를 대협께 정식으로 비무를 청하는 바이옵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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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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