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
004화
저벅저벅.
태상장로의 방을 나선 후, 화상장로는 곧장 칠 대 천마가 머물고 있는 마천관(魔天館)으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어제 지하 석실에서 보았던 칠 대 천마의 표정 변화가 생생히 떠오르고 있었다.
‘……분명 이상스러운 반응이었다.’
처음 태상장로가 의도적으로 부족한 예를 취했을 때, 칠 대 천마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은 분명 당혹스러움이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그가 그들의 무례함을 꾸짖으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지만, 칠 대 천마는 변화무쌍한 성정에 잔혹한 손속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 내려오는 인물.
만약 그가 진짜 칠 대 천마였다면, 거기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이제 곧 밝혀질 일.’
만약 놈이 진짜로 칠 대 천마를 흉내 내는 실험체라면, 태상장로의 말대로 어떤 식으로든 허술함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그가 마천관에 다다랐을 때, 난데없이 전각의 입구에서 예상치 못한 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지금 본좌의 명을 무시하는 것이냐!”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 저희에게는 그럴 권한이…….”
“갈(喝)! 누가 너희에게 본좌의 발길을 막을 권한을 주었더냐! 태상장로냐?”
“그, 그것이…….”
“무슨 일이냐!”
마천관의 입구에서 태상장로의 수하들을 꾸짖고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칠 대 천마.
이에 당황한 화상장로가 다급히 그리로 달려가, 칠 대 천마를 향해 포권을 해 보인다.
“화상장로가 칠 대 천마를 뵈옵니다!”
“어제 보았던 그 아이로구나.”
조금 전까지 불같이 노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한쪽 입꼬리를 삐딱하게 끌어올리는 칠 대 천마의 모습.
어제와는 사뭇 달라진 그 분위기에 내심 당황하면서도, 화상장로는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기억해 주시니 영광입니다. 한데, 혹여나 어떤 문제로…….”
“너 따위와 논할 문제가 아니니 태상장로를 불러오거라. 그에게 직접 말을 해야 할 듯하니.”
“태, 태상장로를 말씀이십니까?”
칠 대 천마, 아니, 사무현의 말에 적지 않게 당황한 화상장로가 다급히 수하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수하들의 보고를 받은 화상장로가 당혹스러워하며 얼굴을 치켜든 순간, 어느새 비릿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무현의 얼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밀담은 잘 나누었느냐? 화상장로.”
“예, 예?”
“하하, 감회가 새롭구나. 과거에도 본좌를 앞에 두고, 전음으로 밀담을 나누던 녀석이 하나 있었다. 명호가…… 만적일마(滿敵一魔)였던가?”
“……!”
만적일마.
칠 대 천마의 잔혹한 손속에 관한 일화들 중 기록으로까지 전해진 이야기.
천마를 앞에 두고 수하와 전음을 나누었던 그는 그 자리에서 천마에 의해 혀가 뽑혀 절명했다고 전해진다.
이 일화를 떠올린 화상장로의 얼굴이 창백해지는 사이, 그 모습을 즐기듯이 바라보며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본좌가 그 잡것을 어찌했더라?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날 듯 말 듯한데…….”
……꿀꺽.
“아, 그러고 보니 기억이 나려 하는군. 분명 내가 놈의 혀를…….”
털썩.
쿵.
“보, 본 교의 장로 화상이, 칠 대 천마께 죄를 청합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던지, 그대로 바닥에 엎드리며 내공도 싣지 않은 이마를 맨땅에 내리찍는 화상장로.
터진 그의 이마로부터 흘러나온 붉은 피가 바닥을 적셨지만, 그를 내려다보는 사무현의 얼굴은 덤덤하기만 했다.
“죄를 청한다라……. 하면, 목숨이라도 내어놓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인가?”
“예, 예?”
“…….”
“그……것이…….”
사무현의 물음에, 차마 답을 할 수 없었던지 바닥에 엎드린 채 눈알을 굴리는 화상.
그 순간, 그의 귓가로 유쾌하기 그지없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 하하하하!”
“아……?”
“농이다! 본좌가 네 목숨을 빼앗아 무엇에 쓴다는 말이냐?”
호쾌하기 그지없는 사무현의 음성에 화상이 고개를 들자, 입가의 미소와는 달리 두 눈만큼은 조금도 웃지 않고 있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본 교의 기강이 무너지기 직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직은 희망적인 부분이 남아 있구나.”
“가, 감사합니다.”
“좋다. 하면 지금 바로 천마고로 안내하거라.”
“예, 예?”
아니, 갑자기 말이 왜 그리로 튀지?
사실 천마고의 출입을 허가하는 것은, 장로로서 화상이 가진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다.
천마고의 출입을 허가할 수 있는 이는 현 천마신교 내에 오직 둘뿐이니까. 하지만…….
“어찌 되묻는 것이냐?”
만약 조금 전까지의 화상장로였다면, 당연히 ‘천마고에 출입하시려면, 태상장로께 보고를 드려 허가를 맡아야 하니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라고 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저렇게 무슨 말만 하면 죽일 듯이 두 눈을 치켜뜨고 있는데, 대체 무슨 수로 그런 답을 하냐고!’
더 공포스러운 것은, 희번덕이는 저 눈과는 달리 칠 대 천마의 입은 미소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것이야말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칠 대 천마의 광기(狂氣)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인가.
‘젠장, 차라리 태상장로한테 깨지고 말지.’
현재 교 내의 가장 큰 권력은 태상장로가 쥐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쨌거나 그 역시 화상과 같은 장로의 신분.
그에게라면 약간의 꾸지람이나 가벼운 징계 정도로 넘어가겠지만, 눈앞의 천마에게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당장은 힘이 없다고 하지만 그는 분명 머지않아,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명을 통해 자신의 목을 취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이었으니까.
‘그래……. 어차피 이자가 진짜 천마라면, 사실상 천마고의 출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결국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킨 화상장로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몸을 일으키며 그를 향해 예를 갖추었다.
“존명!”
***
크다.
모양새는 수수하다 못해 단조롭기까지 한 정육면체의 형태였지만, 크기만 놓고 보면 그가 머물고 있는 전각의 세 배에는 족히 달하는 크기다.
“이곳이 현재의 천마고입니다.”
“……엄청 크네.”
“예?”
“아, 내 기억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말이다.”
어쩐지 조금 당황한 듯한 사무현의 모습에, 화상장로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꺼낸다.
“아마도 그러할 것입니다. 칠 대 천마께서 활동하셨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칠백 년 전의 일이니까요.”
“뭐? 칠백 년?”
“예. 그 사이 교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천마고가 새로 중축된 것이 약 삼백 년쯤 전이라 들었으니, 기억과 다르실 수밖에 없기는 하겠…….”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예?”
난데없이 따지고 드는 사무현의 한마디에, 당황한 화상장로가 고개를 치켜들어 그를 응시한다.
이에 어딘지 모르게 당황한 듯 허공을 응시하던 사무현이, 다급히 화상장로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말을 받았다.
“아니…… 내가 그걸 어찌 아느냐는 말이다. 내가 죽은 것이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오래전의 일인지…….”
“아……. 그, 그렇지요. 죄송합니다. 저희가 미처 그런 것들을 설명드릴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
“그……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전해진 기록에 의하면, 천마께서는 칠백 년 전 중원 정벌 당시에 현경의 고수와 싸워 목숨을 잃으셨습니다.”
“……그래?”
“예, 그리고 이백 년 전 중원 정벌의 시도가 한 번 더 있기는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고…… 그 때문에 현재의 본 교는, 과거의 힘을 대부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물론 천마께서 강림하셨으니,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인 셈이지요.”
은근슬쩍 아부까지 곁들여 천마의 기분을 풀기 위해 노력하는 화상장로.
이에 사무현이 멍하니 허공만을 응시하고 서 있자, 화상장로가 곧 의아한 음성으로 질문을 던졌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지요?”
“으음……? 아…… 아무것도 아니다.”
“예. 하면 입구는, 수하들을 시켜 대기토록 명하겠습니다.”
“아…… 그래, 좋을 대로 하도록.”
그렇게 허리를 숙여 포권하는 화상장로를 뒤로한 채, 사무현은 천마고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외길의 통로.
그 통로를 시작점에 서서, 사무현은 천마의 맹렬한 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칠백 년이라니? 네가 분명 내게는 이백 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어…… 그래, 그땐 그랬지.”
“그땐 그랬지? 설마 본좌를 속인 것이냐?”
“속이기는? 아까 말 못 들었냐? 너 이후로도 중원에 침입한 천마가 또 있었다잖아! 이백 년 전에!”
그 말대로, 사무현이 들어 알고 있던 건 이백 년 전 중원을 침략했던 천마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알고 보니 칠백 년 전에도 중원 정벌을 시도했던 천마가 있었고, 그놈이 바로 사무현의 몸에 강림한 ‘칠 대 천마’였던 것이다.
“……본좌 이후로도 중원 정벌을 시도한 천마가 있었다고? 하면 이상하지 않느냐?”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늬들 같은 광신도 집단에서 너 같은 놈 하나 더 나오는 건 일도 아니지.”
“아니, 생각을 좀 해 보거라. 그만한 녀석이 전 세대에 있었다면 그놈을 부활시킬 일이지, 구태여 칠백 년 전의 본좌를 부활시킬 것은 무엇이란 말이냐?”
문득 던져진 천마의 질문.
하지만 그 질문에는, 불신과 의아함보다는 어쩐지 묘한 흥미의 기색이 떠올라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함께 흥미가 동하는 것…….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네 후손들한테 물어야지.”
……같지는 않다.
애초에 산 사람을 납치해 죽은 사람을 살리겠다고 노력하는 미친 것들인데, 그런 것들 머릿속을 알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애초에 미친놈들을 이해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지금은 괜한 것에 신경 쓰기보다, 당초에 이곳에 들어온 목적에만 신경 쓰는 것이 옳다.
“아무리 가까운 시대를 살았던 놈이래도, 결국 중원 정벌에 실패했던 놈 아니야? 칠백 년 전에 죽은 네가 더 믿음직스러워 보였나 보지. 뭘 복잡하게 고민하고 있냐?”
“흐음…….”
“자자, 그런 것들은 나중에 고민해 봐도 될 일이고, 지금은 이곳에 온 목적에나 충실하자고. 난 너처럼 시간이 남아도는 입장이 아니거든. 이쪽으로 가면 되냐?”
“아마도……. 어차피 외길이 아니냐?”
천마고의 내부는 생각과는 달리 어둡고 단조로웠다.
끝없는 외길 통로와 통로를 따라 한쪽 벽면으로 일정하게 박힌 야광석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여닫을 수 있는 문과 팻말이 간격을 두고 드문드문 걸려 있었다.
“어디 보자……. 여기는 무기고(武器庫), 그 뒤가…… 영약고(靈藥庫)…….”
하나하나 팻말을 확인하며 얼마쯤 걷자, 이윽고 서고(書庫)라고 적힌 팻말과 문짝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고……. 설마 여기가……?”
“그래, 이곳이 비급고다.”
“……그렇단 말이지?”
벌컥.
천마의 답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현이 기다렸다는 듯 서고의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잠시 후 서고의 내부가 눈에 들어오자, 사무현의 입에서 경악 어린 한마디가 흘러나온다.
“이, 이럴 수가……?”
“하하, 놀랐느냐? 이것이 바로 대천마신교의…….”
“……뭐가 이렇게 보잘것없어?”
“보잘것없는 비급고…… 뭐라고?”
사무현이 내뱉은 한마디에 천마가 다급히 고개를 치켜드는 사이, 어느새 서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은 사무현은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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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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