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0
040화
어두운 이공간.
말없이 맨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사무현의 옆에 앉아, 천마가 연신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대단하더구나. 정말이지 본좌는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쓰러져도 쓰러져도 일어나 거침없이 도초를 휘두르는 그 모습! 크으……. 그만한 기개라면 머지않아 반드시 그 괴물 놈을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본좌가 장담……!”
“……야.”
“음?”
“뒈졌는데 또 뒈지기 싫으면 입 다물고 있어.”
살기와 분노로 뒤범벅된 눈으로 자신을 쏘아보는 사무현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천마가 스리슬쩍 그에게서 시선을 떼어 낸다.
“……그러지.”
“…….”
“……그나저나, 정말로 너무하더구나.”
“너…….”
“아니, 잠시만 들어 보거라. 놈은 비무 중에 몇 번이나 너를 기절 시킬 수 있었다. 한데 구태여 기절하지 못하도록 교묘하게 두들겨 팬 것은, 실로 악의적인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그렇지 않으냐?”
정말로 자신이 다 화가 난다는 듯 씩씩거리며 열변을 토하는 천마의 모습.
그 순간, 감정선이 동했는지 사무현의 눈썹이 꿈틀한다.
“……일부러 기절을 시키지 않았다고?”
“그래, 네가 의식을 잃을 수 있는 급소는 빼놓고 일부러 뼈와 근육만을 두들겨 패는데…… 어우, 복날의 개도 그렇게 처참하게 잡지는 않을 것이다.”
까드드득.
천마의 말을 끊고, 이공간 내에 사무현의 이 가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진다.
“……들어.”
“……음?”
“도(刀)부터 만들어, 지금 당장.”
얼마나 짙은 한이 서렸는지, 천마마저 모골을 송연하게 만드는 사무현의 음성.
이에 천마가 기다렸다는 듯 허공에서 태도를 만들어 내밀자, 그것을 받아 든 사무현이 이를 부득부득 갈며 천마도법의 자세를 취했다.
“개같은 괴물 새끼! 이제 억울해서라도 그냥은 못 내려가! 중원에 갈 때 가더라도 기필코 한 방은 먹이고 간다!”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그래야 본좌의 전승자다운…….”
“닥치고 너도 자세부터 잡아! 으라아아!”
그 어느 때보다도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담아 거칠게 태도를 휘두르는 사무현.
그리고 그런 그의 도초를 피해 내는 천마의 입가에는, 보일 듯 말듯한 흡족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
사흘.
빌어먹을 괴물 새끼로부터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도록 얻어터진 지 꼭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금강불괴의 육체 덕분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었던 사무현의 얼굴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몸 곳곳에 남아 있던 타박상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족히 십수 일은 요양해야 마땅한 중상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어디 하나 부러지거나 치명상을 당한 곳이 없다.
천마의 말대로 놈은 그저 사무현의 몸을 자근자근 다져 놓았을 뿐.
그리고 이것은 사무현의 열정을 더더욱 강하게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오늘…….
뚜둑, 뚜둑.
“……보아하니, 오늘도 일부러 나를 부른 모양이로구나.”
“그럼요, 혹시나 안 나오시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설마 또 비무를 청하려는 것이냐?”
“그럼, 설마 그 얼굴이 뵙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겠습니까?”
……처음 만났을 때보다. 아니, 불과 사흘 전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삐딱해진 사무현의 행동에 사내가 황당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만큼 맞았으면 다시는 덤빌 엄두도 못 내는 것이 보통인데, 이놈은 그날 그렇게 얻어맞아 사경을 헤매고도 또 자신을 찾았다는 말인가?
“아무래도 그날 가르침이 부족했던 모양이로구나.”
“너무 넘치셨지요.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해 제가 다시 온 게 아닙니까?”
“……그러하냐.”
“퉤! 문답무용이랍니다. 어떻게, 오늘도 선공은 양보해 주시겠습니까?”
“……그러도록 하마.”
“으라아!”
파박!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기 무섭게, 바닥 깊이 발끝을 박아 넣어 그의 얼굴 쪽으로 흙더미를 차 내는 사무현.
이에 미간을 찌푸린 사내가 가볍게 손을 휘둘러 날아드는 흙먼지를 날려 버리자, 그 틈을 비집고 사무현의 일 도가 사내의 옆구리를 횡으로 베어 온다.
쩌정!
“그렇지. 막을 줄 알았지!”
사내가 한쪽 손으로 천마도의 도격을 받아 내자, 사무현이 기다렸다는 듯 한쪽 발을 움직여 사내의 다리를 옭아매…….
턱.
“……어?”
사내의 하단을 노리고 뻗어지는 사무현의 다리를, 도리어 사내의 발이 지그시 밟아 누른다.
도를 막는데 정신이 팔렸을 그 짧은 순간에 이 공격을 반응해 낸다고?
조금 놀라긴 했지만, 고작 두 번의 기습이 실패로 돌아갔다고 당황할 사무현이 아니다.
그는 이미 천마와 이공간에서 수도 없이 많은 실전 경험을…….
쾅!
……아, 젠장.
주먹 한번 더럽게 빠르네.
“하수들은 대부분 다 계획이 있지.”
“…….”
“……얻어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쩡!
주먹을 맞고 휘청거리는 사무현의 명치에, 귀신같이 날아든 사내의 팔꿈치.
숨조차 쉬기 힘든 통증 속에서 사무현이 반사적으로 도를 휘두르려 하자, 어느새 그의 손목을 움켜쥔 사내가 오만한 냉소를 머금어 보인다.
“이번 가르침도 어디 달게 받아 보거라.”
음……. 이러면 완전히 망했는…….
쾅! 쾅! 쾅! 퍽! 퍽! 쩍! 쩍! 쩍!
……와 씨, 잠깐만.
천천히 좀 때려 주세요.
뭐 어떻게 맞는지도 모르겠…….
쾅! 쾅! 퍽! 퍽! 퍽!
……그래, 그냥 패라. 패.
죽이지만 마라. 죽이지만…….
괴물 새끼야…….
그렇게 반 각 가까이 신명 나는 타작(?)이 끝나고, 사흘 전과 비슷한 꼴로 바닥에 쓰러지는 사무현.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쓰러지는 그의 귓가로 너무도 선명한 상대의 조언이 들려왔다는 사실이다.
“체술을 쓰는 상대에게 거리를 좁혀 주는 것은 무기가 지닌 이점을 스스로 버리는 행위다. 알아 두도록.”
……가르침 정말 고맙다, 이 괴물 새끼야.
쿵.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상대의 음성을 끝으로, 사무현은 그렇게 또다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
***
두 번째의 기절 이후 이틀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미 한 번 겪었던 상황이기 때문인지, 사무현의 육체는 서글플 정도로 빠르게 회복했다.
그리고 이 시간 동안 사무현은 또다시 천마와 필사적인 수행의 시간을 가졌다.
천마도법의 열네 초식 중 어느덧 아홉 번째 초식까지 전수받았고 이공간에서는 도법과 실전 수련을, 현실에서는 아직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 일 갑자의 내력을 흡수하기 위해 심법 수련에 정진했다.
그리고 사흘의 시간이 더 흐른 뒤, 사무현은 또다시 괴물을 찾았다.
이날의 비무에서 사무현은 본격적으로 도강을 운용하며 싸움에 임했으나, 역시나 반 각 만에 떡이 되어 바닥을 나뒹구는 신세가 되었다.
그렇게 또 사흘 후…… 또 사흘 후…….
몸이 회복될 때마다 오기와 분기가 뒤섞인 사무현의 도전은 이어졌고, 사무현이 사내를 상대로 일각을 버티기 시작한 것은 십만대산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 시작할 때쯤부터였다.
***
쾅!
휘리리릭.
쿠당탕.
“끄으…….”
침음성을 흘리며, 어떻게든 일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사무현.
그러나 결국 그의 육체는 의지를 따라가지 못했고, 한 손을 허공에 뻗는 그 한 동작을 끝으로 사무현의 몸이 맨바닥에 축 늘어지고 말았다.
“……이제 끝났군.”
사무현의 의식이 끊어졌음을 인지하고 나자, 가볍게 무복을 털며 몸을 돌리는 백발의 중년 사내.
그런 그의 모습을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던 중년 여인이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사내에게 다가간다.
“오늘도 고생했어요. 이제는 제법 잘 버티네요?”
“……얻어맞는 것에도 버틴다는 표현을 쓰느냐?”
“맞더라도 그냥 맞는 게 아니잖아요. 눈으로 보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얻어맞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상대도 다름 아닌 당신인데.”
“……그냥 생각이 없는 놈일 뿐이다.”
얻어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인지, 사무현은 사내의 공격이 날아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끔찍한 통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몸을 사리려 할 텐데, 저놈은 어떻게 되먹은 녀석인지 움직임에 조금도 위축됨이 없다.
오로지 그 상황에 맞는, 할 수 있는 동작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있을 뿐.
“……솔직히 당신도 조금 즐기고 있지요?”
어쩐지 은근한 미소를 띠며 물어오는 여인의 모습에 사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한다.
“설마 그럴 리가 있겠느냐?”
“치, 거짓말도……. 솔직히, 누구를 좀 많이 떠올리게 하지 않아요?”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
“글쎄요……. 누구겠어요?”
사내의 말에, 정말로 모르냐는 듯 큰 눈을 깜빡이는 여인.
이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사내가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시선을 회피한다.
“비교할 것을 비교해야 할 것이 아니냐?”
“말은 그렇게 해도, 어느 정도 생각은 나나 보네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냐?”
“글쎄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요?”
“…….”
“……자꾸 알면서 모르는 척하기예요?”
사내의 대답을 채근하듯, 두 눈을 가늘게 흘기며 물어 오는 여인.
이에 계속해서 대답을 회피하던 사내가 결국 그녀와 눈을 마주하며 쓴웃음을 머금는다.
“……녀석의 결백함을 주장하는 것이냐?”
“그렇게까지 말하면 좀 거창한 것 같고,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악인은 아니라는 거죠. 지난번에 황노가 얻은 정보에서도 실제 사무현이라는 사람이 그곳에서 살았다고 하잖아요.”
“하나, 그때까지는 무공을 익힌 적이 없었다고 하지 않느냐?”
“무공이야 당신 말대로 마교에서 익혔을지도 모르지요. 탈출을 하려면 힘이 필요하니까요.”
“…….”
“아무튼 중요한 건, 적어도 당신 생각처럼 허튼 꿍꿍이를 가지고 접근한 사람은 아니라는 거에요. 반년 동안 그만큼 치고받고 했는데, 당신도 느끼는 바가 있을 거 아니에요?”
논리정연한 여인의 말에, 차마 대답할 말이 없는지 침묵을 지키는 사내.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끝끝내 침묵을 지키는 사내의 손을 잡으며 여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날 위해서 필요 이상으로 날을 세우고 있는 것 알아요.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요.”
“…….”
“세상에 그 어떤 마교도가 당신을 상대로 수작을 부리려 하겠어요?”
은근하게 사내를 띄워 주는 여인의 말에, 결국 사내가 실소를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네가 하고자 하는 말은 알겠다.”
“정말요? 그럼 이제 그 사람을…….”
“아직은 아니다.”
“…….”
“어차피 악연으로 시작된 인연이니만큼…… 조금만 더 멋대로 굴고 싶구나.”
사내의 말 속에 담긴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여인은 질문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그와 발걸음을 맞추었다.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그의 결정을 신뢰할 수 있다는 듯이…….
***
스팟!
콰구구구.
사무현의 거친 일 도와 함께 뻗어 나간 도풍(刀風)이, 전방에 위치한 십여 그루의 거목들을 쓰러뜨렸다.
자신의 일 도가 만들어 낸 파괴력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던 사무현이었지만, 잠시 후 잘린 거목의 절단면이 눈에 들어오자 곧 그의 얼굴은 실망으로 물들었다.
“쯧쯧. 아직도 투박함이 짙구나. 그래서야 도법이 아닌 도끼질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거, 귀에 딱지 앉겠네.”
“본좌의 잔소리가 듣기 싫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아느냐?”
“……어떻게?”
“잘하면 된다.”
……그래,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수백 년 전에 뒈진 전설 속의 꼰대 새끼 같으니.
“……나라고 못 하고 싶어서 못 하겠냐?”
“아직도 네가 ‘벤다’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휘두르는 것’과 ‘베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야! 나도 머리로는 알고 있어! 몸으로 체득이 안 돼서 그렇지!”
“그래, 말 한번 잘했구나. 머리로 안 되는 것을 몸으로 체득을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 아느냐?”
“설마…… 잘?”
“노오력! 노오력을 하면 된다! 요즘은 하루에 이공간을 포함해 몇 번이나 도초를 연습하느냐!”
아…… 씨, 또 당했네.
망할 꼰대 귀신 새끼.
“……한 초식당 이, 삼천 번 정도?”
“그것 봐라! 본좌가 무어라 했느냐? 처음 도를 가르쳤을 때부터 분명 만 번씩이라 당부 하였거늘!”
야…… 천마야, 그때는 배운 게 내려치기 하나밖에 없었잖아…….
이제는 배운 초식이 아홉 개인데, 어떻게 그걸 만 번씩 하냐…… 상식적으로…… 새끼야.
“야, 그럼 합이 구만 번인데 그건 좀 심한…….”
“전보다 도초를 휘두르는 속도가 빨라지고 숙련되었으니, 구만 번이라 해도 여섯 시진이면 충분하지 않느냐?”
“……여섯 시진이면 하루의 절반이야, 인마.”
“어차피 네놈은 하루 열두 시진 모두 깨어 있지 않느냐! 남들 잘 시간에 도를 휘둘러야 남들보다 빠르게 대성 하는 것이다! 내가 나 좋자고 이런 말을 하느냐? 다아 너 잘 되라고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냐! 네놈이 말하는 그 괴물 새끼를 때려눕혀야 중원에 나갈 것인데, 이런 속도로 대체 어느 세월에 중원에 나갈 셈이냐!”
야…… 여기에 붙잡혀 있어서 억울한 것도 나고, 얻어맞아서 열받는 것도 나야.
……왜 네가 더 열을 내고 있냐.
“아니, 그건……!”
“아까부터 혼자 뭘 그리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냐?”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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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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