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2
042화
사방에 거목들이 늘어져 있는 숲속.
그곳에서 홀로 천마도를 겨누고 있는 사무현의 얼굴에는, 평소와 사뭇 다른 진지함이 어려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사무현의 천마도에 푸른 도강이 머금어진다.
“……크읍.”
도강을 끌어올린 채 영문 모를 인상만 가득 찌푸리는 사무현의 모습에, 한쪽에서 지켜보던 백발의 사내가 한마디를 내뱉는다.
“공력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기의 성질에 집중해라. 내가 가르쳐 준 화기공을 함께 운용해야 한다.”
“크으으!”
“그렇게 다짜고짜 공력만 집중시켜 봐야…….”
“으으으!”
“……하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식은땀까지 흘리는 사무현의 모습에, 결국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짧게 한숨을 내쉬는 사내.
그러고는 곧이어, 머금고 있던 도강마저 지워 낸 사무현이 긴 숨을 내쉬며 사내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어휴, 이거 아무래도 안 되겠는…….”
쐐액!
콰과광!
지이이이익.
“……크헉!”
……와, 이거 진짜 위험했다.
난데없이 사내로부터 날아든 한 줄기의 붉은 강기.
가까스로 천마도를 휘둘러 받아 내기는 받아 냈지만, 손끝까지 저려 오는 이 감각으로 보건대 만약 맞았으면…….
“되는구나.”
“예?”
아니, 되긴 뭐가 된다는…….
그렇게 무심코 천마도를 향해 시선을 돌리자, 도강 위로 피어오른 붉은 화기가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어…… 이게…… 되네에?”
“…….”
“어이구…….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별게 다 된다더니…… 하하, 나 참.”
어색한 사무현의 미소와 그의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한 줄기의 식은땀.
그 모든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내가 이윽고 묘한 냉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궁지에 몰리면이라……. 과연. 이제야 무엇이 문제였는지 알겠구나.”
“…….”
“……나흘 뒤에 다시 오도록 하마. 그때까지 화기를 자유롭게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어떻게든 가능하게 만들어 줄 생각이니, 부디 스스로 해낼 수 있기를 기대하마.”
말을 마치고 멀어져가는 사내의 뒷모습을 독기 어린 눈으로 노려보는 사무현.
그런 그의 귓가로 심드렁한 천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결국 걸리고 말았구나.”
“빌어먹을 괴물 새끼, 눈치 한번 더럽게 빠르네.”
“쯧쯧, 상식적으로 화기공을 익힌 지 보름이 넘었으면, 아지랑이 같은 화기라도 보여주는 시늉을 했어야 할 것이 아니냐?”
“적한테 밑천을 함부로 보여선 안 되니, 한 반년간은 아무것도 못 하는 척 연기하라고 한 게 누구였더라?”
미간을 확 찌푸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사무현의 모습에, 할 말을 잃은 천마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돌린다.
“……녀석이 눈치가 빠르긴 하더구나.”
“에라, 빌어먹을 거.”
풀썩.
결국 짜증 섞인 욕지거리와 함께 드러누워 버린 사무현이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벌써 보름인가.’
어느새 그 ‘괴물’에게 화기를 다루는 법을 배운 지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천마와의 수련 덕에, 사무현은 꼬박 사흘 만에 화기라는 것을 도강과 함께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는 천마의 조언이 상당 부분 도움이 되었는데, 이때 알게 된 것이 화기라는 것을 운용하는 방식이 마기(魔氣)의 운용방식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이었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본좌도 과거 네 몸에 빙의되었을 때 그 화기라는 것을 운용해 보았다.’
‘아니, 배우지도 않고 그게 가능해?’
‘본좌는 그저 마기를 운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것뿐이다. 아무튼 요지는, 네 육체는 이미 화기라는 힘을 한 번 펼쳐 본 적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본좌의 의식이 행한 것이기는 하지만.’
‘네 말대로, 그건 네 의식이니까 가능했던 거 아니냐?’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라. 네 육체는 이미 화기를 다룰 수 있으니, 그것을 다룰 수 없도록 억누르는 것은 네 의식이다. 이질적인 힘에 본능적으로 저항하는 것을 멈추고 네 힘의 일부로 받아들여라. 결국 화기 또한 네가 심법을 수행하며 만들어진 또 하나의 기운일 뿐이니.’
아무튼 이런저런 천마의 조언들 덕분에, 사무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화기라는 것을 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며 알게 된 두 번째 사실은, 도강에 화기를 함께 운용하면 그 위력이 배는 강해진다는 것이었다.
‘화기라는 것은 마기에 비해서도 크게 손색이 없다. 아마도 자유롭게 다룰 정도가 되면, 천마도법(天魔刀法)의 절기와도 접목을 시킬 수 있겠지. 그렇게만 되면 그 괴물 놈에게서 벗어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도 가능해? 전성기 시절의 너랑도 맞설 수 있는 정도라며?’
‘누가 싸워서 꺾으라고 했느냐? 그 정도까지 되려면 백 년이 걸려도 장담 못 한다.’
‘그럼 어떻게 벗어난다는…….’
‘뭐겠느냐?’
‘……너 이 새끼, 설마?’
‘……탈출이지. 그러니 그 준비가 될 때까지는, 놈에게 네 힘을 함부로 보이지 마라.’
……망할 놈의 탈출 인생.
대체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지었길래, 겨우겨우 천마신교에서 탈출했더니 이제는 괴물 새끼의 손아귀에서 탈출을 해야 할 상황이다.
아무튼 그 때문에라도 그 괴물 놈한테 밑천을 드러내선 안 되는데, 눈앞에 닥쳐 온 위기에 나도 모르게 화기를 사용하고 말았다.
“……야, 천마야.”
“음?”
“나흘 뒤에는…… 화기 쓰는 시늉이라도 해야겠지?”
“글쎄, 그거야 네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
“…….”
“탈출을 생각해서 몸으로 때우든지 아니면 몸이라도 편하게 있는 그대로 까발리든지.”
“…….”
“현명한 선택해라.”
……망할 새끼.
어차피 뭘 하건 나 혼자 독박 쓰고 책임지라 이거구나.
‘인생 혼자라더니…….’
한때나마 이 빌어먹을 놈을 함께 사선(死線)을 넘은 동료라 여겼다니.
아아, 진정한 내 편은 세상 어디에도 없구나. 어디에도…….
***
“……근래 들어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맥을 짚고 있던 손을 떼어 내며 노인 황노가 묻자, 중년 여인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반문했다.
“아니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껄껄, 아닙니다. 근래 들어 표정이 밝아지시고, 눈빛에 근심이 사라지신 듯해 여쭌 것입니다.”
“아, 요즘 조금 재미있는 일이 생겨서 거기에 신경을 쓰다 보니 그런가 봐요.”
여인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으며 말하자, 황노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 왔다.
“재미있는 일이라니요?”
“으음……. 정확히는 저보다 가가에 관련된 일이에요.”
“어르신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평소답지 않게 자리를 비우시는 일이 종종 있었지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것입니까?”
“호호, 글쎄요? 황노가 한번 맞혀 보실래요?”
“흐음…….”
즐거운 듯한 여인의 웃음에, 황노가 턱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이리저리 고개를 갸우뚱하며 고심하던 황노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두 눈을 크게 뜨며 여인을 응시한다.
“설마…… 근래에 제자라도 생기신 것은……?”
“…….”
“아…… 하하, 죄송합니다. 이거 제가 나이가 들더니 실언이 늘었군요. 그분께서 갑자기 제자를 받으실 리 만무하시지요.”
가만히 두 눈을 깜빡이는 여인의 반응에 민망한 웃음을 흘리며 한쪽 손을 휘젓는 황노.
이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여인이, 곧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꺼냈다.
“황노.”
“예?”
“의술도 모자라 독심술까지 익혔어요?”
“……예?”
“…….”
“어…… 그 말씀은…… 설마 진짜로 어르신이……?”
반신반의한 황노의 반응에, 씩 하고 미소를 머금은 여인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다.
“허, 허허……. 세상에. 아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 것입니까? 도통 세상사나 제자를 키우는 것에는 무심해 보이시던 분께서…….”
“어쩌다 보니 이것저것 가르치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 정식 제자는 아니에요. 뭐…… 본인 스스로도 부정하고 있고요.”
“그것만 해도 어딥니까? 대체 누가 어르신의 눈에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실로 큰 기연이로군요. 아주 빼어난 무의 기재인 모양입니다.”
여인에게서 들은 생각지도 못한 소식에 자꾸만 흡족한 미소를 머금는 황노.
그런 그의 모습에, 어쩐지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여인이 슬쩍 그의 시선을 회피한다.
“글쎄요……. 꼭 그런 것과는 관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습니까? 아무튼 기쁜 일입니다. 전설로만 여겨지는 그분의 무공이 후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흥복이지요. 중원은 물론, 무림에 속한 모두의 큰 흥복입니다. 허허허.”
“하하……. 글쎄요. 정작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기는 한데…….”
아마 당사자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각혈하며 뒤집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중에는 기연이었다고 생각하겠지?’
과정이 다소 험할지언정, 그 결과만큼은 그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을 모두 견뎌 낸 이후의 일이 되기는 하겠지만.
‘……다 잘되겠지.’
……잘될 것이다.
아마도…….
***
“으라아아!”
“아직도 동작이 거칠구나.”
쾅!
“크헉!”
사무현이 휘두른 일 도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흘려 낸 사내가 그대로 사무현의 명치에 일각을 꽂아넣는다.
한 순간 숨이 멈춘 사무현이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접근한 사내가 냉소를 흘리며 권기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몇 번을 말하지만…… 체술을 상대로 스스로 거리를 내어 주는 것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
“……아.”
뒤이어질 상황을 짐작한 사무현이 절망적인 일성을 흘림과 동시에, 권기를 머금은 사내의 주먹이 사무현의 몸 곳곳에 틀어박힌다..
쩌적! 쩍! 쾅 쾅 쾅!
일반적인 권기라면 분명 금강불괴의 육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없을 것인데, 사내의 주먹은 여전히 사무현의 몸 깊숙한 곳까지 충격을 전달한다.
‘……여기까지네.’
오늘도 이렇게 처맞다가 기절하며 끝나는 건가?
그렇게 해탈에 가까운 마음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데, 붉은 화기를 끌어 올리는 사내의 주먹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어? 자, 잠깐……!”
사내의 주먹이 사무현의 안면에 틀어박히려는 그 순간, 다급히 왼손에 화기를 끌어올린 사무현이 사내의 주먹을 받아 냈다.
콰광!
지이이이익.
“크으읍……!”
어깨가 빠질 듯한 통증과 함께 석 장 가까이 밀려나기는 했지만, 얼굴이 함몰될 뻔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렇게 멀찍이 밀려나 왼손의 화기를 지워 낸 사무현이 사내를 향해 눈을 부릅뜨며 항의했다.
“아니!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저를 죽일 셈입니까?”
“역시…… 네놈은 죽기 전까지 몰아치지 않고서는 전력을 다하지 않는구나.”
어……? 뭐야, 나 지금 낚인 거야?
사내의 말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급히 표정을 수습한 사무현이 방어 자세를 취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목숨을 건 전투와 가르치고 배우기 위한 비무는 원래가 다른 거 아닙니까? 아니, 세상에 무공을 가르쳐 준다고 해 놓고 죽이려고 드는 경우가 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러니 말이다. 나도 소싯적 이런저런 녀석들을 가르쳐 보았다만, 너같이 죽기 직전까지 몰아쳐야만 반응하는 녀석은 본 적이 없다. 보통 적당히 손을 쓰면 알아서 구르기 마련이었거늘.”
……세상에, 나 이전에도 이미 선배 희생자들이 있었어?
젠장,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애도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거야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그래,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 해서 나도 그에 맞춘 방식으로 가르침을 베풀려 하는 것뿐이다.”
오……. 이것도 천마 새끼 못지않게 말을 잘하는데?
저렇게 말을 해 버리니 이쪽에서 차마 대꾸할 말이 궁색……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이런 식으로 수련하다가는 피 말라서 뒈지겠다!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지요! 수련하다 맞아 뒈지면 대체 누가 책임질 겁니까!”
“염려 마라. 네 몸은 금강불괴이니, 뼈가 부러지고 초주검이 되는 한이 있어도 목숨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그것도 충분히 문젠데요.”
……저 인간 정말 마교도 아니야?
어째 하는 짓거리를 보면 볼수록, 마교도 놈들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뼈가 부러지고 초주검이 되는 건 난데 왜 그쪽이 괜찮다는 건데?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전력을 다해라. 말하지 않았느냐? 혈교의 무공을 전승받을 만한 자질이 되지 않으면 목숨을 취할 것이라고.”
“아하, 그러니까 살아남고 싶으면 알아서 잘해라? 못 살아남으면 자질이 없는 거다? 지금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아주 잘 알아듣는구나. 자, 그럼 계속해 보도록 하지.”
“이런 젠장, 뭐 이딴 경우가……. 으어어! 잠깐만요! 으아아!”
콰쾅!
대지를 뒤흔드는 거대한 충격음과 함께,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소리가 깊은 숲속에 울려 퍼진다.
십만대산의 남동 쪽에 위치한 작은 숲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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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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