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7
047화
‘……큭, 제법 쓸 만한 주먹을 가지고 있구나.’
그의 반 밖에 되지 않는 몸으로, 그의 부친 못지않은 강렬한 주먹을 날릴 수 있다니.
하지만, 이것은 놈의 크나큰 실책이다.
가볍게 손이나 봐줄 마음이었는데, 이제 놈이 살려 달라고 애걸을 해도 멈출 마음이 없어졌으니.
‘놈! 어디 한번 제대로 놀아 보자!’
그렇게 벌떡 몸을 일으킨 패력권의 시야로, 실로 재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놈의 얼굴이 들어왔다.
‘감히 벌써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가증스러운 저 얼굴을 짓뭉개 버리겠다 다짐하며, 순식간에 사내에게 접근하는 패력권의 신형.
잠시 후 그의 두툼한 주먹이 사내를 향해 날아가는 그 순간, 난데없이 그의 귓가로 선명한 사내의 음성이 들려온다.
“야, 야, 일어나. 뭐 하냐?”
“크…… 흐흐…… 노옴…… 놈…….”
짝! 짝!
“야야, 정신 안 차릴래?”
“흐흐…… 흐흐…… 감히이…….”
“……이 새끼 이거 완전히 갔네.”
아니, 덩치에 안 맞게 뭐 이리 맷집이 약해?
한 대 맞고 기절한 주제에, 바닥에 쓰러져 뭐가 좋다고 실실 웃으며 침을 흘리는 패력권의 모습.
그런 그의 뺨을 내려치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사무현이 곧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몸을 일으켰다.
“……좀 살살 팰걸. 분풀이도 안 되네, 염병.”
“…….”
“여기, 이 집에서 비싸고 맛있는 거 전부 가져다주세요!”
쓰러진 패력권을 바닥에 둔 채, 멀쩡한 빈자리에 앉으며 점소이를 향해 소리치는 사무현.
이에 아직까지 입을 떡하니 벌리고 굳어 있던 점소이가,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예? 아, 예예. 비, 비싼 거 전부 말씀이십니까?”
“예. 돈은 이쪽이 낼 테니 걱정 마시고.”
쓰러진 패력권을 발로 툭툭 걷어차며 말하는 사무현의 모습에서 차마 눈을 떼지 못하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주방으로 향하는 점소이.
잠시 후 그가 사라지고 나자, 객잔 안에는 다시금 침묵이 찾아들었다.
***
아버지.
반드시 넘어서야 하지만,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벽과 같은 존재.
수많은 형제들을 이끄는 그 넓은 등은, 어린 시절의 그에게 그저 존경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언제까지고 아버지를 벽으로만 느끼고 살 수는 없어.’
이립을 꼭 사 년 앞둔 시점에서 떠오른 생각.
이에 그는,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해 정면으로 도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도 처참하기 그지없는 패배.
그의 아버지는 강했고, 심지어 그를 쓰러뜨리는 손길에서는 그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던 배려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그에게 있어 씻을 수 없는 커다란 상처로 남았다.
‘아버지의 곁에서는 아버지를 넘을 수 없어.’
그 다짐과 함께 그는 세상에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된 한 가지 사실.
자신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
나름대로 이름을 떨치고 다닌다는 사파고수들과 싸우며 그는 생각했다.
자신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그렇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챙겨 두었던 초청서를 가지고, 그는 악양으로 향했다.
연무학관에 들어가 더 강해질 기회를 쌓기 위해.
그래, 그때까지는 완벽했다.
모든 것이 완벽…….
짝! 짝! 짝!
“야야, 안 일어나? 대체 언제까지 처 잘래?”
“으…… 으음……?”
뭐야,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누군가 쓰러진 자신의 뺨을 내려치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패력권 막휘(幕彙)가 두 눈을 끔뻑이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흐릿했던 시야가 점점 선명해지더니 그의 눈에 반가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흑발의 사내가 들어왔다.
“이야, 일어났구나? 내일까지 못 깨어나면 어쩌나 하던 차였는데.”
“너는…… 흐억! 이놈!”
그제야 자신의 마지막 기억을 떠올린 막휘가 다급히 몸을 일으키며 상대와의 거리를 벌렸다.
타닷.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분명 놈과 싸우던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던 한낮이었다.
객잔 내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던 것이 기억난다.
한데 지금의 객잔은 손님 하나 없이 조용하기 그지없고, 벽면에 붙어 있는 몇 개의 초롱불만이 객잔 내부를 밝혀 주고 있었다.
“괜한 힘 빼지 말고 이쪽으로 오지?”
그가 상황을 파악하는 동안에도, 제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그를 향해 손짓을 하고 있는 사내, 사무현의 얼굴에는 심드렁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이놈……! 무슨 간악한 수를 쓴 것이냐!”
“……뭐? 뭔 수?”
“분명 막상막하로 겨루고 있었는데, 대체 내가 어느새…….”
“막상막하……?”
……아니, 무림 애들은 한 대 맞고 뻗었을 때도 막상막하라는 표현을 쓰나?
그게 그런 식으로 쓰는 표현이 아닐 텐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무현의 귓가로, 심드렁한 천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저거 꿈꿨네.”
“뭐?”
“간혹 있다. 너무 순식간에 기절해 버리면, 무의식 속에서 홀로 상상 속의 사투를 이어 가지. 아무래도 그거랑 현실이랑 헷갈려 하는 것 같다.”
“거 참…… 뭐 그런 경우가 다 있대?”
“……지금 무슨 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냐?”
자신을 앞에 두고, 난데없이 허공을 바라보며 영문 모를 소리들을 중얼거리다니?
괴이하기 그지없는 사무현의 행동에 패력권 막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응? 야야, 왜 그러고 있냐? 긴장 풀어. 더 안 때려.”
“이…… 놈! 내게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수법이 두 번 통하는 기적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얼씨구.”
……너 그냥 주먹 한 방에 기절하셨어요, 이 인간아.
그리고 뭔 수에 당했는지도 모르는데, 대체 어떻게 두 번을 안 당한다는 거야?
자의식 과잉인가?
“야, 됐고. 나도 긴말하기 피곤하니까 그냥 거기 서서 잘 들어라. 네가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내 식사가 너 때문에 방해를 받았거든?”
“그게 뭐 어쨌다는 말이냐!”
“어쨌다니? 너 때문에 요리를 다시 시켰으니, 요리값은 네가 지불해 줘야지. 이해가 되냐?”
“뭐, 뭐라? 지금 내게 돈을 내놓으라는 말이냐?”
“에헤이, 누굴 시정잡배로 보나? 이건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손해배상이지, 손해배상.”
사무현의 말이 이어질수록, 사내의 얼굴이 점점 더 울긋불긋하게 달아올랐다.
“으드득……! 이놈, 방심한 틈을 타 한 번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이 패력권 막휘가 만만해 보이더냐?”
“아니, 그쪽이 누구건 손해배상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지? 아까 내 식사를 망친 건 기절시킨 거로 퉁 칠 테니까, 이제 그냥 요리값만 지불…….”
“이노옴! 감히 나를 약탈하려 들다니! 박살을 내주겠다!”
……지금 내가 잘못 들었나?
……약탈?
파밧!
사무현의 말을 끊고, 그대로 노도와 같이 달려드는 막휘.
잔뜩 흥분한 눈빛과는 달리, 그의 머리는 꽤나 맹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놈이 어떤 수법을 썼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를 기절시킬 만한 한 방은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집중에 집중을 다해 놈의 움직임을 읽어야 한다.’
그렇게 판단을 마친 막휘가, 사무현을 향해 허공에서 일각을 내지른다.
파밧!
‘좋아, 맞았……!’
텁.
“……어?”
아니……. 이게 아닌데?
묵직한 소리와 함께 상대가 뒤쪽으로 밀려날 것을 예상했는데, 정작 상대는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고선 막휘의 발을 한 손으로 부여잡고 있었다.
“하아……. 대체 왜지? 무림인이라는 새끼들은 왜 하나같이 이렇게 뻔뻔한 거지?”
불만과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무현이, 그대로 막휘의 발을 부여잡은 채 그의 거대한 몸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어……? 잠깐만. 이거 설마……?
“그래, 돈 필요 없다. 너 이 새끼, 오늘 그냥 뒈져 봐라!”
“자, 잠깐!”
사무현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눈치챈 막휘가 다급히 입을 열었지만, 이미 분노에 눈이 돈 사무현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도, 돈 줄게! 돈 드리겠……!”
“필요 없어!”
휘이이이익!
콰광!
“……끄헉.”
전신의 내력을 끌어올려 닥쳐올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했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충격을 막아 내지는 못했다.
목재로 만들어진 바닥을 부수고 안에 틀어박힌 막휘가 힘겹게 호흡을 하려는데, 그의 몸이 또다시 질질 끌려 나와 강제로 허공에 들렸다.
“어…… 어?”
……뭐지? 아직 안 끝났나?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고개를 들어 보니, 어느새 그의 발목을 움켜쥔 사무현이 반대편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있었다.
“자, 잠깐…… 설마…….”
……이번에는 반대냐? 응?
“양심도 없이 살아서 뭐 해! 그냥 뒈져, 이 새끼야!”
휘이이이익!
콰광!
“……꾸엑.”
“후우…….”
……기어이 반대편 바닥을 부수고, 머리부터 틀어박힌 채 가는 경련을 일으키는 막휘.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지, 그의 발목을 쥐고 있던 사무현의 악력이 어느 순간 느껴지지 않는다.
아…… 이제 끝인가 보다.
어떻게든 살기는 살았네……. 살기는……?
“이 새끼, 너 오늘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감히 내 돈을 떼어먹어? 음식값으로 철전 한 푼당 한 대씩이다, 부디 조금이라도 덜 나오길 바라라.”
아, 끝난 거 아니었구나.
그나저나…… 철전 한 푼에 한 대면 대체 몇 대를 맞아야 하지?
……음식값이 얼만데?
“이봐요, 점소이! 여기 다 해서 얼마 나왔어요?”
그들의 싸움(?)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점소이를 향해 거칠게 질문을 던지는 사무현.
이에 화들짝 놀란 점소이가 이내 다급히 손가락을 접으며 셈을 시작한다.
“아……. 예에. 드신 식사만 하신다면 모두 합해 은자 한 냥…….”
……뭐? 은자 한 냥?
객잔에서 먹은 음식 한 끼가 은자 한 냐앙?
아니, 무슨 혼자서 객잔에 비싼 요리는 혼자 다 처먹었나?
무슨 계산이 그래?
“오호라, 딱 백 대네? 좋아, 넌 이제 진짜 뒈졌다.”
“즈…… 즈암끄안…….”
“뭐래는 건지는 모르지만, 내가 알 바 아니지? 퉤, 아무튼 넌 뒈졌어.”
“드…… 드온…… 드온 주울…….”
“입 다물어, 이 새끼야!”
쾅! 쾅! 쾅!
아…… 아버지.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무림이 넓긴 넓네요…….
아버지랑 꼭 닮은 주먹을 가진, 잔혹성은 그보다 열 배 정도는 더 될 거 같은 괴물 새끼가 여기 있습니다.
……집 괜히 나왔나 봐요.
어느새 또다시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막휘는 자신의 어리석은 선택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다.
애석하게도…….
***
퍽! 퍽! 퍽!
“딱 대! 마흔 셋! 마흔 넷!”
“야, 걔 또 기절했다.”
“뭐? 벌써?”
에이, 아직 반도 못 때렸는데.
흥분해서 너무 세게 팼나?
게거품을 물고 부서진 바닥에 틀어박힌 막휘라는 녀석을 내려다보며, 사무현이 아쉬운 듯 혀를 찬다.
“또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저 패야 되나? 나도 슬슬 피곤한데.”
“……이쯤 했으면 충분한 거 아니냐?”
“충분하긴? 남아일언 중천금인데. 한 번 내뱉은 말은 당연히 지켜야지.”
음…… 이놈이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아니면 마교 때부터 지금까지 겪어 온 혹독한 일상들이 사람을 완전히 바꿔 놓은 건가?
‘어째 나보다 더한 거 같은데?’
살아생전에 중원 무림의 재앙이라고까지 평가받았던 칠 대 천마이지만, 저항도 못 하는 상대를 저렇게까지 두들겨 패 본 기억은 없다.
차라리 깔끔하게 죽였으면 죽였지…….
그렇게 기절한 막휘를 보고 사무현이 갈등하고 있는 그때, 멀찍이서 그의 눈치를 살피던 점소이가 달려와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저…… 소협.”
“저요?”
“예, 혹시 숙박까지 이용하실 계획이십니까? 이제 슬슬 문을 닫아야 할 시각이라서요.”
“아하, 그럼 숙박도 이용할게요. 다 하면 얼마죠?”
“숙박비는 철전 스무 냥입니다. 음식값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은자 한 냥이고요.”
“아하, 그래요? 어디 보자…….”
점소이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손을 밀어 넣은 그 순간, 사무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
이 멍청한 놈.
왜 생각을 못 했을까?
이곳에 오자마자 객잔으로 달려오는 나머지, 마교에서 훔친 보물들을 미처 현금화하지 못했다.
그렇게 조용히 굳어 버린 사무현의 모습을 바라보며, 점소이가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부서진 바닥에 대한 청구는…… 어느 분께…….”
“…….”
“……헤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는 의지를 담은 사무현의 눈빛을 회피하며, 어색한 웃음을 흘리는 점소이.
음……. 아무래도 대충 넘어가기는 힘든 분위기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야.”
“…….”
“야야, 일어나 봐. 아무래도 네가 돈 좀 내야 할 것 같은데.”
“…….”
“흠흠, 얘가 좀 깊이 잠들었나? 안 일어나네.”
“…….”
“헤헤, 꼭 지금 계산 안 해도 괜찮죠? 이 사람이 일어나면, 돈 받아서 내일 계산할게요.”
기절한 막휘를 툭툭 건드리며 해맑게 웃어 보이는 사무현의 모습에, 점소이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어쩌겠는가?
안 된다고 하면 더 두들겨 패서라도 기어이 깨워 내고야 말 것 같은데.
“……시정잡배.”
점소이는 알 수 없을 것이다.
천마의 입을 통해, 조금 전 자신의 생각이 고스란히 내뱉어졌다는 사실을…….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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