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8
048화
째재잭 짹.
“으…… 으음…….”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과 단잠을 깨우는 새소리에, 막휘가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침음성을 흘린다.
“벌써 아침…… 음?”
……가만.
내가 언제 잠이 들었지?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막휘가 다급히 상체를 벌떡 일으키자, 생전 처음 보는 낯선 방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아니, 여기가 대체 어디…….”
“어, 일어났냐?”
“……!”
……꿀꺽.
본능적으로 온몸의 근육을 경직되게 만드는 음성.
그제야 자신의 마지막 기억이 떠오른 막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침상 쪽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침상에 반쯤 드러누운 사무현이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쯧쯧, 그러게 그냥 손해배상만 하면 서로 깔끔할 것을. 왜 그렇게 버텨? 버티기를.”
“…….”
혀를 끌끌 차며 이야기하는 사무현의 모습에 막휘는 대답 대신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신의 식구 이외에는 생애 처음으로 만나본 강자.
될 때까지 더 저항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이쯤에서 물러나야 하는 건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한데…… 대체 왜 나를 이대로 내버려 둔 것이지?’
자신과 싸웠던 적을, 점혈이나 결박도 하지 않고 같은 방에서 재우다니.
대체 무슨 목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렇게 막휘와 사무현이 묘한 대립을 하고 있는 그때, 문밖에서 점소이의 음성이 들려온다.
“흠흠, 손님, 말씀하신 대로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예, 들어오세요.”
벌컥.
문을 밀고 들어선 점소이의 양손에는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두 개의 그릇이 들려 있었다.
“그 녀석 앞에도 하나 놔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막휘의 앞에 그릇 하나를 내려놓고, 사무현에게 남은 하나를 전달한 점소이가 꾸벅 인사를 마치고 방문을 나섰다.
잠시 후 다시 방 안에 둘만 남게 되자 사무현이 그릇에 담긴 젓가락을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뭐 하냐? 먹어.”
……뭐지?
그렇게 죽일 듯이 사람을 패서 기절시켜 놓을 때는 언제고?
사무현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막휘가 선뜻 음식에 손을 대지 못하자, 식사를 이어 가던 사무현이 툭하고 한마디를 뱉는다.
“독 안 들었다.”
“…….”
“입맛이 없나? 아, 어제 너무 많이 맞아서 못 먹는 건가?”
입이 헐면 그럴 수도 있지.
확실히, 어제 너무 많이 때리기는 한 모양이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을 꺼 버리는 사무현의 모습에, 결국 참다못한 막휘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이러는 것이오?”
“어? 뭐가?”
“나는 어제 당신과 싸운 ‘적’이 아니오? 한데 같은 방에서 재워 준 것도 모자라 식사까지 챙겨 주는 것은 무슨 의도요? 설마, 혹시 모를 원한을 남기지 않기 위함이오?”
“얼씨구?”
막휘의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사무현의 입에서 짧은 실소가 흘러나왔다.
“이게 그렇게 맞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네가 원한을 가진다고 내가 겁이라도 집어먹을 거 같냐?”
너 같은 놈한테 받을 원한을 걱정할 정도였으면, 마교도나 괴물 새끼한테 도망도 못 쳤어, 임마.
“하면 무엇 때문이오? 난 도무지 이해가…….”
“밥때 됐으니까.”
“…….”
“가뜩이나 흠씬 두들겨 맞은 놈이 제때 밥까지 못 먹으면 서러워서 살겠냐?”
예상치 못한 사무현의 말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는 막휘.
그런 그를 향해, 사무현이 식사를 이어 가며 아련한 얼굴로 말을 잇는다.
“네가 어제 나한테 꽤나 많이 얻어맞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 기준으로 그건 맞은 것도 아니다. 이러다 진짜 죽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맞고, 이틀 밤낮을 끙끙 앓다 깨어나고……. 일어나자마자 뭐라도 안 먹으면 죽겠다 싶어서, 풀뿌리라도 씹어 먹으며 복수를 다짐하고…… 아무튼 그래서 내가 서러운 걸 좀 잘 알아. 그러니까, 나한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일단 밥은 먹고 하라고.”
진심이 느껴지는 사무현의 음성에 감격을 한 것인지,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던 막휘가 천천히 그릇으로 시선을 돌린다.
닭고기 국물에 풀어진 국수를 가만히 바라보던 막휘가 천천히 젓가락을 집어 들어 그것을 입에 가져다 댄다.
“크흡! 흐읍…….”
“……뭐야, 너 우냐?”
“흐흡…… 아임다!”
아 씨, 깜짝이야.
이 새끼가 미쳤나 왜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지?
딱 봐도 우는 거 맞구만, 뭐.
“……그래. 일단 먹어라.”
그렇게 한동안 침묵의 식사를 이어 가는 막휘와 사무현.
그러는 사이, 어느새 그릇을 비워가는 사무현의 귓가로 호기심 어린 천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언제 말할 셈이냐?”
“…….”
“파손된 바닥이랑 숙박비, 지금 먹고 있는 음식값은 물론, 어제 밀린 음식값까지 싹 다 내줘야 한다고…….”
‘아, 좀 닥쳐 봐, 이 새끼야!’
입을 뻐끔거리며 천마에게 경고를 날린 사무현이 조심스레 먼저 빈 그릇을 한쪽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곧이어 막휘 또한 식사를 마쳤는지, 천천히 빈 그릇을 한쪽으로 밀어내며 몸을 일으킨다.
“크흠흠, 저기 잠깐…….”
스윽.
……어?
금방이라도 몸을 돌려 나갈 줄 알았던 막휘가 난데없이 사무현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그대로 바닥에 부복한다.
아니, 얘가 갑자기 왜 이래?
“감사합니다, 은공.”
“……어?”
“이 막휘, 한평생을 통틀어 가장 값진 식사를 대접받았습니다. 또한 주옥과도 같은 말씀으로 느낀 바가 많으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은혜?
아니, 여기서 갑자기 은혜가 왜 나와?
……대접은 이쪽에서 받은 건데.
“허락만 해 주신다면, 앞으로 은공을 형님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아니, 이 막휘는 이미 은공을 형님으로 모시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저를 아우로 받아주십시오, 형님.”
“아니…… 갑자기 웬…….”
“제가 지내던 곳에서는, 자신이 인정하는 강자를 형님으로 모시는 전통이 있습니다. 저를 가볍게 상대하시는 고고한 무위와 저 따위가 감히 헤아리기 힘든 넓은 마음씀씀이만 보더라도 제 형님이 되시기에 충분합니다. 아니, 반드시 형님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어…… 그거야…….”
“부탁드리겠습니다, 형님! 이 막휘를 아우로 받아 주십시오!”
……음.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잘은 모르겠는데, 한 가지는 알겠다.
잘만 하면 어영부영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로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형님께서 허락만 하신다면 앞으로 열과 성을 다하려…….”
“그러니까, 말로만?”
“……예?”
슥.
“……닷 냥.”
“……예?”
“닷 냥.”
“…….”
“닷 냥.”
두 냥 정도는 더 챙겨도 되잖아.
……어차피 쪽팔릴 거.
***
“고마워, 아우. 덕분에 잘 먹고 잘 잤네.”
“……예.”
“열흘 만에 먹고 씻었더니, 이제야 좀 사람 사는 것 같네. 다 아우 덕분이야. 진심으로 고마워.”
“……별말씀을요.”
마치 모든 것을 해탈한 듯, 무미건조한 얼굴로 저 먼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하는 막휘.
차마 저 모습을 더 이상 보기 힘들었기에, 사무현은 조용히 고개를 돌리며 헛기침을 흘렸다.
“흠흠, 아무튼 난 이제 내 볼일을 보러 갈 건데…… 아우는 어떻게?”
“예, 저도 제 볼일이 있습니다.”
“그래? 아쉽게 됐네.”
“예, 정말 아쉽지만 언젠간 뵐 인연이면 또 뵙겠지요. 안녕히 가십쇼.”
그렇게 꾸벅 인사를 해 보이고는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겨 사무현에게서 멀어지는 막휘.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쓴웃음을 머금고 있는데, 그의 옆으로 천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보이느냐? 한순간이나마 믿었던 이에게 뒤통수를 맞은 저 힘없는 발걸음이.”
“……고마해라.”
“들리지 않느냐? 당장이라도 의형제를 무르고 싶어 하는 자의 처절한 절규…… 어어? 어디 가냐?”
……망할 새끼.
나라도 편할 리 없는 속을 구태여 아주 벅벅 긁어 대는구나.
‘하지만 별수 있나, 무전취식을 할 수도 없고.’
어차피 결국은 모두 다 잘된 일이 아니겠는가?
원래라면 육십 대쯤 더 맞아야 할 놈은 덜 맞아서 좋고, 나는 하룻밤 편안히 쉬고 먹었으니 좋고.
……다음에 혹시라도 기회가 돼서 만나면 그때 잘해 주면 되지 뭐.
“갑자기 어딜 그렇게 가냐니까?”
“물건 팔러.”
“음?”
“연무학관이니 뭐니 하는 곳에 들어가더라도, 수중에 돈은 있어야지.”
그 말과 함께, 단 한 번도 그의 품에서 빼지 않은 낡은 주머니 하나를 슥 꺼내 보이는 사무현.
이제, 그가 마교에서 챙겨 온 깽값(?)이 얼마인지 확인해야 할 순간이었다.
***
“……뭐라고요?”
지금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라는 뜻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사무현의 얼굴을 마주하며, 아룡상회(兒龍商會)의 악양지부 부지부장 전추(錢追)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열 냥이란 말일세, 은자 열 냥.”
“……말이 돼요?”
결국, 어렵사리 사무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물음.
이에 다소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던 중년 사내. 전추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받는다.
“말이 안 될 건 뭔가?”
“아니……. 그렇잖아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영단인데요? 그리고 여기 있는 금 손잡이에 보석은…….”
“그 영단, 얼마나 된 물건인가?”
“……예?”
“…….”
“…….”
“못해도 십 년은 더 된 물건이겠지. 그렇지?”
확인이 아니라 확신을 가진 질문.
이에 사무현이 우선 고개를 끄덕이자, 혀를 끌끌 차며 전추가 말을 이었다.
“십 년 이상 된 영약은 보약,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무림인들이 혹할 만한 영단이라 하면 만들어진 지 오 년 안팎의 물건이어야 한다고. 어디 산속에서 틀어박혀 있다 온 건가?”
“아…….”
“그리고 이 금 손잡이. 이거, 겉만 도금된 물건이야. 무게만 봐도 알지.”
“…….”
“뭐…… 그나마 보석 종류는 그럭저럭 팔 수 있는 물건들이긴 한데, 값이 나가는 종류의 보석들은 아니고. 이제 셈이 좀 되는가?”
……세상에.
금 손잡이는 도금이고, 보석은 비싸지 않은 종류에, 영단은 오래돼서 제 효험을 다하지 못한다고?
이런 젠장,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이 어처구니없는 심정을 담아 사무현이 천마에게 고개를 돌리자, 자신도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다는 듯 어색한 미소를 머금은 천마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안타깝지만 본좌도 몰랐던 사실이다. 무(武)외의 것들에는 관심을 둬본 적이 없었으니까.”
“아니 무슨…….”
“자자, 팔 건 팔고, 안 팔 물건은 도로 가져가시게. 보석값은 은자 다섯 냥. 영단도 은자 다섯 냥. 합산 열 냥!”
“…….”
“길게 생각하지 마시게. 만약 이 자리에서 모두 넘긴다고 하면, 내 특별히 한 냥을 더 쳐주도록 하지. 어떻게 하겠나?”
“끄응…….”
“에잉, 계속 고민만 할거라면 그냥 나가 보게. 나도 다음 손님 받아야 하니까. 그나마 젊은 친구가 고생해서 얻은 물건 같아서, 은자 한 냥이라도 더 쳐주려 했더니.”
그러고는 더 이상 생각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사무현에게 휘휘 손을 저어 보이는 전추.
결국 짧은 한숨을 내쉰 사무현이 물건을 내려놓고 전추를 향해 두 눈을 부릅뜬다.
“……거기서 한 냥만 더 쳐주시면 안 될까요?”
“…….”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그…… 크흠흠…… 그러세.”
결국 그렇게, 은자 열두 냥에 거래를 마친 사무현이 전추의 방을 나섰다.
저벅저벅.
“젠장, 한 몫 단단히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야. 잠깐만 서 봐라.”
“어? 갑자기 왜?”
갑자기 평소답지 않게 미간을 찌푸린 얼굴로 서서, 조금 전 나선 전추의 방을 바라보는 천마.
이에 사무현이 의아한 듯 그를 바라보자, 한쪽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린 천마가 조용히 입을 연다.
“감각에 기를 집중해 봐라.”
“……뭔데 그래?”
어쩐지 심상치 않은 천마의 음성에 감각을 집중하자, 제법 멀찍이 떨어진 전추의 방 안에서 나는 소리가 사무현의 귀에 들려왔다.
‘낄낄, 역시나 세상 물정 모르는 촌뜨기가 맞았구나. 십 년이 지나면 영단의 효험이 떨어진다는 말을 믿다니. 아무튼 덕분에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겠구나.’
‘한데,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찌 저런 촌뜨기가 이런 질 좋은 영단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뭐, 도둑질을 했을 수도 있고 우연치 않게 은거 고수의 물건을 손에 넣었을지도 모르지. 아무튼, 확실한 건 정상적인 방법으로 손에 넣은 물건은 아닐 것이라는 거다. 설령 나중에 진실을 알아도, 무림맹에 신고도 못 하겠지.’
‘저는 혹여나 영단은 팔지 않는다고 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하! 어처구니가 없구나. 감히 되도 않는 헛소리로 누굴 속이려 드는……?”
뿌드드득.
천마의 말을 끊고 선명하게 들려오는 이 가는 소리.
두 주먹을 몇 번이나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는 사무현의 이마에, 어느새 굵은 힘줄이 우뚝 솟아 있다.
“아…… 진짜 내가 착하게 살려 그랬는데.”
“…….”
“……주위에서 도무지 도와주질 않네, 염병.”
아룡상회 악양 지부에 재앙이 닥치는 순간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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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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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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