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
006화
“뭐라? 지금 무어라 했는가! 천마고라니!”
방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태상장로의 목소리에, 화상장로가 한순간 몸을 움찔하더니 곧 고개를 숙여 보인다.
“죄송합니다. 칠 대 천마께서 워낙에 완고하셔서…….”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만한 움직임을 보이시려 하면 어떻게든 보고를 먼저 했어야 할 것이 아닌가!”
불같이 노한 태상장로의 외침에, 보일 듯 말 듯 슬며시 미간을 찌푸리는 화상장로.
조금이라도 심기를 거스르는 순간 그대로 목을 베어 버릴 기세였는데, 대체 거기서 어떻게 막아설 수 있다는 말인가?
‘자기가 대신 나서 보라지. 빌어먹을 늙은이…….’
하지만 내심을 비칠 수는 없었기에, 화상장로는 곧 표정을 수습하며 답했다.
“너무 염려 마십시오. 말씀드렸다시피 그분은 분명한 칠 대 천마이십니다. 그러니 천마고에 출입하실 수 있는 권한 또한 충분히…….”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말일세!”
“……예?”
전혀 예상치 못한 태상원로의 대답에, 의아한 듯 두 눈을 추켜 뜨는 화상장로.
이에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던 태상장로가 이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럴 때가 아니지. 자네도 당장 따라오게. 천마고로 향할 것이니!”
“아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천마고에서 벌어질만한 문제가 무엇이 있다고…….”
갑작스레 전음으로 뜻을 전해 오는 태상장로의 모습에,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감을 감지한 화상이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몸을 일으켰다.
그제야 혹시나 일어날까 싶던 최악의 상황을 떠올렸는지, 태상장로를 바라보는 화상장로의 얼굴이 사색으로 물들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던 태상장로가, 이윽고 어두운 얼굴로 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이…… 이런!”
태상장로의 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육성으로 경악성을 흘리는 화상장로.
그러는 사이, 어느새 문 앞에 다가선 태상장로가 처소의 문을 열어젖히며 밖으로 몸을 날렸다.
“상황을 이해했으면 어서 움직이세!”
“비, 빌어먹을……!”
파밧!
다급히 태상장로의 뒤를 따라, 그답지 않게 경공까지 펼쳐 몸을 움직이는 화상장로.
그의 머릿속에는, 절대로 벌어져서는 안 될 최악의 상황이 그려지고 있었다.
***
“……이거, 이건 어떠냐?”
“잡술이다.”
“어…… 그럼 이건?”
“같지도 않은 장난질을 익히느니, 차라리 잡술을 익히겠다.”
“……저건?”
“음…… 그건 따로 좀 빼놔라.”
“오, 이거 좀 쓸 만해?”
“천마고에 보관할 수준도 안 되는 것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게 불쾌해서 그런다. 차라리 네 베개 대신이나 불쏘시개로 쓰거라.”
……이 새끼 봐라?
“야, 천마.”
“뭐냐?”
“그…… 심법인가 뭔가부터 익혀야 다음을 익힐 수 있는 거라며?”
“그렇지.”
“그런데 벌써 심법서 절반 이상을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제대로 확인해 줄 생각이 있기는 있는 거냐?”
그래, 솔직히 이 정도는 따질 수 있는 부분이다.
아무리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고 해도, 놈의 하는 짓거리는 건성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사무현이 참다못한 불만을 토로하자, 천마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흥미롭게 반문한다.
“본좌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냐?”
“그게 아니라, 네가 믿음이 안 가게 행동을 하잖아!”
“흐음……. 그래? 뭐,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구나.”
“그래, 그렇…….”
“그럼 안 하지, 뭐.”
그러고는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듯, 늘어져라 기지개를 켜더니 책장에서 등을 돌려 한쪽 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천마.
그 모습에 당황한 사무현이, 다급히 천마의 앞을 가로막으며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다.
“야야, 뭐 그렇게 흥분하고 그러냐?”
“오해하지 마라, 본좌는 조금도 흥분하지 않았으니.”
어…… 그건 그렇지.
“아니…… 난 그냥 네가 조금 더 집중해서 살펴봐 주면 좋겠다, 뭐 그런 뜻으로…….”
“본좌는 충분히 집중하고 있었다.”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삐딱하게 이야기하는 녀석의 모습이, 도와 달라고 했으면 까불지 말라는 의미를 가득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괜스레 한마디 했다 본전조차 찾지 못한 사무현이, 내심 피눈물을 흘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내가 오해했네. 내가 잘못한 것 같다.”
“같다?”
“내가…… 잘못했다.”
……씨팔.
차라리 장군귀가 낫지.
언뜻 능구렁이 중의 능구렁이 같으면서도, 성격만 놓고 보면 영락없는 애새끼가 따로 없다.
이런 놈한테 굽신거리며 도움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라니.
‘……그래, 이렇게라도 탈출해야지.’
그래야 저놈을 성불시키지. 그래야…….
그렇게 사무현이 참을 인 자를 머리에 새기며 비굴한 미소를 머금자, 어느 정도 마음에 찼는지 피식 실소를 흘린 천마가 다시 책장 쪽으로 몸을 돌린다.
“본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니, 너무 염려할 것 없다. 그저 아직까지는 본좌의 마음에 차는 것이 없었을 뿐이니.”
“그, 그렇겠지.”
천마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맞장구를 치면서도, 사무현은 천마의 저 말이 어느 정도는 진심일 것이라 생각했다.
천마가 허가하는 무공만을 익히겠다는 약속을 내걸고 도움을 받기로 했을 때, 가장 먼저 천마는 무공의 시작이 되는 심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무공이라 함은, 앞으로 네 힘의 근본이 되어 줄 내공, 그것을 쌓아 줄 심법(心法)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어떤 무공이건, 어떤 성향의 공력을 쌓느냐에 따라 위력이 천차만별로 갈리지. 예를 들어 정도의 심법을 통해 쌓은 정순한 내공은 대부분의 무공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만, 마공에 있어서만큼은 마기를 근본으로 하는 천마신교의 심법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러니 제대로 된 심법과 그에 맞는 무공들을 익혀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대성을 이룰 수 있지.’
결국 처음 선택한 심법이 앞으로의 길을 결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천마의 말.
그렇게까지 심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녀석이니, 어지간한 심법은 눈에 차지도 않는 것이겠지.
‘그래, 어쩌면 저 녀석은 그만큼 신중하게 내 심법을 골라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까지 계속해서 퇴짜만 놓던 녀석의 행동이 다르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자, 그럼 계속 볼까? 여기 이건…….”
“볼 것도 없다, 다음.”
역시…… 건성일지도 모르겠다.
***
실로 깐깐하기 그지없는 천마의 눈에 맞춰 심법 비급서를 모조리 들춘 결과, 드디어 사무현이 익힐 수 있는 비급서가 세 권으로 간추려졌다.
“자……. 그러면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익히면 되는 거지?”
“뭐, 그렇게 되는구나.”
거의 백여 권은 될 것 같은 심법 비급서 중, 저놈의 눈에 차는 것이 고작 세 권뿐이라니.
하기야, 생각해 보면 셋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차피 무슨 심법을 익히건, 마공만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는 것이 사무현의 생각이었으니까.
그렇게 천마가 선택한 비급서 세 권을 책장에서 반쯤 뽑아 둔 상태로, 사무현이 입을 열었다.
“이름만 놓고 보면 이게 제일 마음에 드는데…… 흑살귀문심법(黑殺鬼刎心法)?”
“나쁘지 않다. 사람을 기습적으로 죽이기에는 최적화되어 있다고도 말할 수 있는 심법이니.”
……이게 지금 무슨 소리래?
사람을 뭐, 어떻게 죽여?
“……그게 무슨 말이야? 이게 무슨 심법인데 사람을 기습적으로 죽여?”
“본좌가 한창 활동할 당시에, 중원의 음지에 살막(殺幕)이라는 살수 집단이 있었지. 개개인의 무위는 그리 높지 않으나, 그것은 평균적으로 목숨줄이 짧은 살수라는 직업 특성 때문이었고……. 아무튼 그 심법은, 놈들이 익히는 살검(殺劍)에 최적화된 심법이다. 기의 수발이 월등히 빨라, 순간적으로 강한 공격을 펼칠 수 있는 무공들에 유리하지. 일격필살이라고나 할까…….”
이야……. 중원에서 사람 취급은 받고 싶어서 마교 무공을 걸렀더니, 이제 살수의 무공을 추천해 주네?
……이건 도로 집어넣자.
“그럼…… 이건? 천음대령심법(天陰大靈心法).”
“그건 아교(餓敎)라고, 본좌에 의해 멸문된 문파 중 강시라는 것을 연구하던 문파의 것이다.”
“……강시?”
“그래. 시체를 조종해서 무기화시키는 것인데…… 뭐 그런 것은 자세히 알 것 없고, 아무튼 다른 무공들은 보잘것없지만 한기공(寒氣攻)에 독공(毒攻)을 섞어 사용하는 기공만큼은 꽤나 쓸 만했다. 원래 목적은 강시의 음기(陰氣)와 시독(屍毒)에 쓰이기 위한 무공 이었겠지만…… 그것이 기공이 되었을 때 의외로 상당한 살상력을 자랑했지. 만약 놈들이 그 무공을 제대로 연구했다면, 아마 북해빙궁에 버금가는 세력이 될 수 있었을 거다.”
음……. 살수무공에 이어서, 강시를 만드는 데에서 유래한 독공이라…….
……이것도 넣어 두자.
그렇게 천음대령심법의 비급서마저 치우자, 남은 비급서는 책장 끝자락에 꽂힌 하나뿐이었다.
마치 불길에 스친 듯 검은 그을음 같은 것이 묻은 서적의 표지에는, 광염천파심법(洸炎天波心法)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럼 이건…….”
“……과거 중원 진출 당시에, 사파를 규합해 본좌에 맞섰던 혈교(血敎)라는 집단의 심법이다.”
어쩐지 지금까지 와는 다른, 덤덤한 천마의 음성.
이에 슬쩍 그의 눈치를 살핀 사무현이, 손에 들린 비급서를 쓸어 보며 재차 질문을 던졌다.
“……거기는 어떤 무공을 익히던 놈들인데?”
“화폭(火爆)의 힘을 기반으로 한 기공(氣攻)을 주력으로 삼던 문파였다. 혈마(血魔)라는 녀석이 창시했다고 알려진 문파인데…… 본 교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할 사파의 세력을 규합해 낸, 실로 눈엣가시 같은 세력이었다. 문파의 규모는 본 교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개개인의 무위는 상당했지. 아무튼 이놈들의 비급서는 원래 없던 것이었는데 생긴 것을 보니, 아무래도 본좌의 후손 중 누군가가 놈들의 본거지를 친 모양이로구나.”
“그럼…… 지금 중원에 혈교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본좌도 알지 못한다. 본좌가 죽은 후대의 이야기니 말이다.”
……알지 못한다.
멸문되었을지도, 멸문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문파.
만약 혈교라는 문파가 중원에 남아 있다면, 이 무공을 익히기에 찝찝한 부분이 없지 않다.
만약 사무현이 이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이 놈들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는 자연히 놈들의 비급서를 가져간 천마신교의 소속으로 오인받을 수 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어차피 달리 선택사항도 없잖아.’
살수 집단이나, 강시를 만들던 문파의 무공을 익힐 바에야 차라리 혈교라는 놈들의 무공을 익히는 것이 낫다.
그러면 적어도, 중원에서 공적으로 몰려 토벌당하는 일 같은 것은 없을 테니까.
‘중원에 나가서는 무공 익힌 척하지 말고 조심조심 살면 되지, 뭐.’
그렇게 생각을 정하고 나니, 모든 것이 확고해진다.
“좋아, 그럼 이것으로 결정……!”
“쉿, 조용히 해라.”
“……음?”
난데없이 한쪽 검지를 뻗어 입술에 가져다 대며, 어쩐지 심상치 않은 눈빛으로 비급고의 문 쪽을 응시하는 천마.
이에 당황한 사무현이 그리로 시선을 돌리자, 잠시 후 천마의 입가에 묘하게 일그러진 듯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거…… 자존심이 상하는군. 아무리 산 몸이 아니라고는 하나, 이만한 거리까지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니.”
‘……접근이라고?’
“……집중하거라. 지금부터 본좌가 네 행동을 지시할 것이다.”
“…….”
“……밖에 괴물이 있느니라.”
그리고 잠시 후, 천마의 입가에 여태껏 본 적이 없던 섬뜩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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