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69
069화
‘술래잡기?’
동네 꼬맹이들이 하고 노는, 뛰어다니면서 서로 붙잡고 노는 그거?
“나를 잡는 과정에서 내게 등을 짚이는 자는 탈락! 그리고 내 등을 짚는 데 성공하는 녀석에게는, 앞으로 한 달간 원할 때만 수업을 참석해도 되는 특혜를 주겠다!”
……오오!
이건 꽤나 솔깃한 제안이다.
남들이 의미 없는 기초 수업을 받는 동안, 나름대로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 것은 사무현만이 아니었는지, 대다수의 신입 관도들이 하나같이 두 눈을 반짝인다.
“자, 그럼 시작이다!”
그 말과 함께, 어디 한번 잡아보라는 듯 뒤쪽으로 몸을 날리는 방의걸.
그러자 도합 이백에 달하는 신입관도들이 밀물처럼 방의걸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밧!
가장 선두로 방의걸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한 정도관도 하나가, 현란한 보법을 밟으며 방의걸의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두 팔을 펼친다.
하지만 방의걸은 애초에 뒤로 빠질 마음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앞으로 몸을 날려 신입 관도에게 거리를 허용한다.
“잡았……!”
스륵.
기다렸다는 듯 두 팔로 방의걸을 끌어안는 그 순간, 마치 유령처럼 신입관도를 지나쳐 그의 뒤를 점한 방의걸이 실소를 흘리며 그의 등을 짚는다.
턱.
“……아니!”
“낄낄, 뻔하구나, 뻔해.”
“이야아앗!”
“으라앗!”
특혜를 위해 제 한 몸 아끼지 않고 펄쩍 펄쩍 몸을 날려 대는 신입 관도들.
하지만 방의걸에게 접근하기 무섭게 그들을 하나같이 등을 내주고 말았고, 순식간에 십여 명의 신입 관도가 탈락하고 만다.
“탈락한 놈들은 외곽으로 물러나라! 방해된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로부터 물러나지 않고 도리어 빠른 속도로 탈락자를 늘려 가는 방의걸.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정도관의 몇몇이 눈길을 교환하더니 돌연 거리를 벌리며 포위망을 형성하려 한다.
“오호라, 벌써들 끼리끼리 친해진 모양이지? 잔머리를 쓰려 하는구나.”
포위망을 보고도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는 못했는지, 입가에 한가득 즐거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방의걸.
저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포위망을 좁히며 달려들자, 방의걸의 신형이 그대로 펄쩍 허공을 날아 그들의 머리 위를 넘는다.
그 순간…….
파바바밧!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여태껏 가만히 그 상황을 지켜보던 백의 무복의 사내가 경공술을 펼치며 방의걸을 향해 접근한다.
여지껏 다른 정도관도들이 보인 것과는 격을 달리하는 신법!
이에 다소 놀란 듯 방의걸이 두 눈썹을 추켜올린다.
“오호라, 이 녀석은 제법……!”
파밧!
자신의 옷깃을 낚아채기 위해 금나수의 수법을 동원하는 상대의 손짓을 슬쩍 흘려 낸 방의걸이, 한쪽 입꼬리를 흘리며 그의 등으로 손을 뻗는다.
쩡!
“큭!”
“음……!”
방의걸의 손을 받아치기 위해, 허공에서 다급히 몸을 돌려 일 장을 전개한 사내.
커다란 충격음과 함께 사내의 신형이 맨 바닥으로 추락했으나, 방의걸 역시 바닥에 착지하고도 석 장 가까이를 뒤로 밀려나야 했다.
그 순간…….
지이이익.
텁.
“……음?”
“어라?”
“……어?”
모두의 시선이 한데 모인 그곳에는, 득의양양하게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린 사무현이 방의걸의 등을 짚고 서 있었다.
“어이쿠, 하마터면 넘어질 뻔하셨네요.”
“……어?”
“전 합격 맞죠? 수고하세요.”
어부지리나 다름없이 합격에 성공한 사무현이 휘적휘적 그곳을 벗어나자, 한순간에 그를 위해 일한 꼴(?)이 되어 버린 정도관도들이 일그러진 얼굴로 그 뒷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그에게 뒤가 집힌 보법 교관 방의걸의 얼굴 역시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뒤를 잡았다고?’
다른 곳에 잠깐 정신을 판 결과다.
저 정파의 아이가 날린 일 장이 그의 예상을 뛰어넘어, 자신도 모르게 한순간 기감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거리까지 접근하는 동안 내가 눈치를 채지 못했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만일 이것이 실전이었다면 방의걸은 죽은 목숨이다.
등을 점할 수 있었다는 말은, 한순간이나마 그의 목숨을 충분히 노릴 수 있었다는 의미니까.
그렇게 방의걸이 불신 어린 얼굴로 멀어져 가는 사무현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우오오오!”
“형님께서 해내셨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사무현이 합격에 기세가 오른 사도관도들이 우렁찬 기합과 함께 방의걸에게 내달린다.
그들의 함성에 정신을 차린 방의걸이 다시금 정신을 다잡고 몸을 움직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정도관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도관의 탈락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
“……수준 차이 심각하네.”
어느새 나 홀로 자유의 몸이 된 사무현이, 연무대 외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저 기괴한 술래잡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정도관은 나름대로 보법을 펼치며 전술적으로 방의걸을 붙잡으려 하고 있다면, 사도관은 그저 공만 쫓아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을 보는 듯하다.
‘저기서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말이지?’
연무학관에 이제 막 입관한 신입 관도들 사이에도 저만한 격차가 벌어져 있는데, 앞으로의 시간 동안 저 격차가 얼마나 더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암담해질 지경이다.
저러니 사도관이 백 년간 정도관을 이겨 본 적이 없을 테지.
‘저런 것들을 데리고 정도관을 이긴다라……’
……아무래도 안 될 것 같다.
사도관주의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주며 슬쩍 연무학관에 취칙할 수 있도록 부탁이나 해 볼까 했는데, 저 정도면 말 그대로 이루지 못할 꿈이다.
‘저쪽에 만만치 않아 뵈는 녀석들도 몇 섞여 있고.’
예를 들어 조금 전 방의걸과 일 장을 교환했던 백의 무복 녀석.
그 녀석의 경우, 결승에서 맞붙었던 살암을 넘어서는 기도를 지니고 있다.
그런 녀석과 맞붙을 만한 녀석이 한 놈, 그 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살암과는 승부를 겨뤄볼 만한 녀석들이 최소 여섯 놈.
‘그나저나 저 거지도 굉장하네.’
의도적으로 기척을 지우고 접근한 사무현에게 등을 잡히긴 했지만, 그것을 끝으로 그 누구에게도 옷깃조차 스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
그렇게 약 반 시진 가량이 지나고 나자, 드넓은 연무대에는 오직 방의걸 혼자만이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고 서서 쓰러진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후우……. 이제 다 끝났나? 다들 기운들이 좋아서 오래 걸렸군.”
“허억……! 허억……!”
“으으…….”
“괴, 괴물 같은 거지……. 아니, 거지같은 괴물…….”
마지막에 저건 욕인 것 같은데?
……아닌가?
“자! 오랜만에 팔팔한 신입 관도들을 받게 되어 기쁘다! 원래라면 조금 더 수업을 진행하려 했는데, 나를 땀나게 해 준 대가로 오늘은 여기서 수업을 마치겠다!”
……수업하려고 해도 더는 못할 것 같은데요?
애들 상태가…….
저기 쟤는 입에 게거품까지 물고 있네.
뭘 저렇게 목숨 걸고 뛰었대?
“자, 그러면 이제 연무대 청소를 정하도록 하겠다. 다들 일어나서 정도관과 사도관은 서로 마주하도록!”
……음? 아직 뭐가 더 남았어?
“자, 지금부터 정도관과 사도관의 대결을 시작하겠다! 시합에서 진 쪽이 이곳 연무대를 깨끗이 청소하고 가도록 한다!”
정도관과 사도관의 대결이라는 부분이 모두의 승부욕을 자극했던 것일까?
그 전까지는 더 이상 뛸 힘도 없다는 듯 뻗어 있던 것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몸을 일으킨다.
“크으……. 드디어 저 역겨운 것들을 교육시킬 기회가 왔구나. 자, 다들 일어나자!”
“하! 더러운 사파 놈들이 허튼 꿈을 꾸는구나! 모두 일어나세!”
“크으……. 이거 흥미진진하네.”
조금 더 구경하기 좋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며, 싱글벙글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무현.
그런 그를 향해 방의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다.
“뭘 하고 있느냐? 너도 어서 가서 합류해야지.”
“예? 전 합격자 아닌가요?”
“그거야 그렇지. 그래도 청소랑 수업은 엄연히 다르지 않느냐?”
“……아.”
……그런 거였어?
젠장, 난 또 엄청난 특권을 받았다고 좋아하고 있었네.
그렇게 짧은 한숨을 내쉰 사무현이 사도관의 진형에 합류하자, 사도관의 기세가 한층 더 불타오른다.
“와아! 형님께서도 오셨다!”
“정파 놈들아! 너흰 다 죽었다고 복창하고 있어라!”
……얘들은 또 왜 이렇게 좋아해?
뭐……. 그래도, 내가 왔다고 저렇게 뛸 듯이 좋아하는 걸 보니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
“하! 사파 놈들이 어부지리나 취할 줄 아는 놈만 믿고 기세가 살았구나!”
“남의 공로나 주워 먹는 놈이나 그 놈을 따르는 것들이나, 수준을 알 만하구나!”
“……아니, 듣자 듣자 하니까 저 새끼들이?”
자신도 모르게 발끈하며 주먹을 움켜쥐는 그때, 쩌렁쩌렁한 방의걸의 음성이 이어진다.
“대결의 방법은 간단하다! 조금 전의 술래잡기처럼 상대에게 등을 집히면 탈락이다! 제한 시간은 이 사루계(沙漏計)의 모래가 다 떨어질 때까지! 양쪽 중 더 많이 서 있는 쪽이 승리다!”
그 말과 함께, 어느 틈에 준비했는지 품속에서 주먹만 한 사루계를 꺼내드는 방의걸.
그리고 곧이어, 그의 손에 들린 사루계가 반대편으로 뒤집어진다.
“그럼, 시작!”
“와아아아!”
“사파 놈들의 버릇을 고쳐 주자!”
사루계에서 모래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정도관의 진형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내달리기 시작한다.
그런 그들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사무현이 고개를 좌우로 꺾어 보인다.
“내가 이런 거에 승부욕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닌데.”
“이야아아!”
“……저렇게 열정적인 놈들한테 대충해 주는 건 또 예의가 아니지.”
“형님! 가시지요!”
어느새 사무현의 뒤에 선 손익패의 음성에 사무현이 희번득이는 미소를 머금는다.
“좋아……. 간다!”
“형님을 따라라! 가자아!”
“와아아아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함성을 들으며 뛰쳐나간 사무현이, 그를 향해 달려드는 정파 무인 하나를 뛰어넘으며 그의 등을 짚는다.
그렇게 한 놈을 탈락시키고 빠르게 다음 상대를 찾아 주위를 둘러보는데…….
터덥.
“……어?”
“큭……. 잡았다, 이 비겁한 놈!”
아니, 네가 왜 내 발목을 잡고 늘어지냐?
넌 탈락잔데.
“이야앗!”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사무현이 두 눈을 끔뻑이고 있는 사이, 청의 무복을 입은 또 한 명이 사무현을 향해 달려든다.
탈락한 놈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는 상황.
아니, 잠깐만. 여기 반칙하는 이놈 좀 먼저 떼어 내야…….
“……에라!”
쾅!
거의 반사적으로, 그를 향해 달려드는 놈을 발로 차서 날려 버리는 사무현.
그러자 한순간, 정도관과 사도관 사이에 싸한 침묵이 맴돈다.
그리고…….
“와아아! 형님께서 정파 놈을 때려 눕히셨다!”
“저, 저 비겁한 사파 놈들! 다들 봤는가! 규칙이고 뭐고, 저것들을 엎어 버리세!”
아니……. 잠깐만. 이건 저쪽이 먼저 반칙한 건데?
비겁한건 내가 아니라 쟤네라고!
“죽어라! 더러운 사파 놈들아!”
“역겨운 정파 놈들을 모조리 쓸어 버리자!”
음……. 이거 이제 본격적으로 개판이 돼 버렸다.
보법을 겨루어 탈락자를 만들겠다던 시합의 규칙은 온데간데없이, 그냥 맞붙어서 서로를 두들겨 패 기절시키기에 바쁘다.
이러면 그냥 패싸움이네, 패싸움.
“죽어라! 이 악적……!”
“아, 좀 꺼져 봐!”
쾅!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또 한 놈을 주먹 한 방에 날려 버린 사무현이, 다급히 몸을 날려 한쪽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방의걸에게 다가간다.
타닷.
“여기요!”
“음? 사도관 대표로구나.”
“아니, 지금 저 상황 저렇게 그냥 두실 거예요?”
대체 왜 말리지 않느냐는 사무현의 질문에, 방의걸이 두 눈썹을 추켜올리며 반문한다.
“응? 뭐 문제가 있느냐?”
문제가…… 없어 보이나?
저게……?
“보법이고 뭐고 없이, 저건 그냥 싸움박질이잖아요?”
“뭐가 문제더냐? 난 아직 보법을 가르친 적이 없는데.”
퉁명스러운 방의걸의 대꾸.
아하……, 그러고 보니 등을 짚으라고 했지, 보법만 써서 등을 짚으라고는 한 적이 없었구나.
허허, 그것 참 틀에 얽매이지 않는 거지다운 발상일세.
‘이 인간은 글렀어.’
대놓고 반칙이 난무하는 이 상황을 바로잡을 생각도 없이, 그저 즐거운 구경거리나 난 것처럼 낄낄거리고 있는 모습이라니.
“아오! 제엔장!”
짧은 욕지거리를 내뱉은 사무현이 다시금 전장으로 몸을 날린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어차피 저 거지 교관은 이 상황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가?
“일단 이겨야지, 빌어먹을 거!”
다시금 전장에 합류한 사무현이 눈앞에 보이는 정파 놈 하나에게 호쾌한 주먹을 휘두른다.
쾅!
사무현의 주먹 한방에 저 멀리까지 날아간 정도관도의 모습을 확인한 사무현이, 곧장 정도관이 우세한 쪽으로 몸을 날린다.
“에라아!”
쾅! 쾅! 쾅!
뭐라도 터지는 듯한 요란한 타격음과 함께, 사무현이 뛰어든 곳의 정도관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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