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8
008화
그렇게 보란 듯이 소리치고는, 사무현이 큼직하고 빠른 보폭을 옮겨 비급고를 나선다.
그러자 그 순간, 예상대로 천마가 모습을 드러내며 난데없이 사무현의 앞을 가로막았다.
스윽.
“그만! 멈춰 서라!”
“아씨, 깜짝이야. 왜 막아? 벌레같이 살지 말고 목숨을 걸으라며?”
“이런 젠장, 그게 그냥 죽으라는 말은 아니지 않느냐!”
“어차피 이제 다 끝났다며? 어차피 끝난 거 내 마음대로 끝내겠다는데 뭐가 문제야?”
이 기회에 저놈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연기에 혼을 실어본다.
낄낄, 이제 넌 내 노예가 되는 것이여.
그렇게 가까스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결국 참다못한 천마가 다급한 음성으로 사무현에게 소리친다.
“이런 젠장. 방법이 있다!”
“뭐……? 방법? 무슨 방법?”
“본 교를…… 탈출할 방법이 있다.”
……대어(大魚).
대어를 낚았다.
“뭐…… 뭐라고? 어딜 탈출?”
자신도 모르게 말까지 더듬으며, 발걸음을 멈추고 천마를 돌아보는 사무현.
이에 잠시 망설이는 듯 미간을 찌푸리던 천마가 이윽고 한숨을 내쉬며 사무현에게 한쪽 벽면을 가리켜 보였다.
“쳐 봐라.”
“……어?”
“쳐 보라고. 벽면 말이다.”
“갑자기 벽면은 왜……?”
아……! 이런 데 설마, 숨겨진 비밀 통로 같은 곳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벽면을 살펴보던 사무현이, 조심스레 손으로 밀어 보았다.
그런데…… 어, 씨, 꿈쩍도 안 한다.
“……암만 봐도 그냥 벽인데?”
“누가 밀어 보라고 했냐? 주먹으로 쳐 보라는 말이다. 힘껏.”
“힘껏?”
“그래. 네 있는 힘껏 강하게 쳐 봐라. 부상 따위는 걱정 말고.”
주먹으로 벽을 쳐라…….
그것도 아무런 장치도 되어 있지 않은 석벽(石壁)을?
이런 걸 주먹으로 힘껏 갈기면, 그 뒤가 어찌 될지는 불 보듯 훤하다.
“……내 손은 부러뜨려서 어디에 쓰려고?”
“쓸데없는 잡념이 많구나. 목숨을 걸고라도 탈출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느냐?”
“…….”
“목숨을 건다면 방법은 있다. 하지만, 그러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니 잔말 말고 어서 쳐 봐라.”
……이 자식, 또 그새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하네?
하지만 이번에는 입장이 다르다.
천마가 던진 탈출이라는 저 미끼는, 사무현으로서는 도저히 물지 않을 수 없는 미끼다.
결국 한 번 속는 셈 치기로 한 사무현이, 짧게 심호흡을 하며 주먹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내가 한 가지만 말해 두는데.”
“음?”
“만약에 이상한 수작이면, 내가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너 성불시키고 만다.”
“하하, 그것도 재미있기는 하겠군. 좋을 대로 해라.”
“후우……. 에라!”
부웅.
쾅!
잠시 후 사무현의 주먹이 석벽을 후려치자, 예상치 못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면의 일부가 바스러져 잔해가 맨바닥을 나뒹굴었다.
“뭐, 뭐야. 이거 왜 이래?”
말로는 있는 힘껏이라고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을 생각해 약간은 힘을 빼고서 주먹을 휘두른 사무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통증은 뒤따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거미줄처럼 실금이 생긴 석벽과는 달리 사무현의 주먹은 생채기 하나 없이 말끔하다.
“……설마 부실 공사인가?”
“쯧, 또 헛소리냐?”
“아니면 뭔데? 왜 내 주먹에 맞고 이 석벽이 바스러지는 건데?”
“직접 생각이라는 것을 해 봐라. 뭐겠느냐?”
……안다.
지금 이 녀석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지만 그 말을 내 입 밖으로 내뱉기에는 스스로도 도통 현 상태를 이해할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멍하니 서 있는 사무현을 향해, 천마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조금 전 그 철문에 얻어맞았던 때를 생각해 보거라. 어느 정도 통증은 있었겠지만, 네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만들어져 있더냐?”
“그건 철문이 가벼운 재질이라…….”
“본 교의 인물을 포함해, 허가받지 않은 이들은 결코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천마고다. 그런 곳에 위치한 비급고를 지키는 문이, 얄팍한 일반 철로 만들어져 있을 것 같으냐?”
“그 말은…….”
“색으로 보아 최소한 현철(玄鐵). 비급고는 특히나 중요한 곳이니, 어쩌면 한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무게 역시 상당할 터.”
“……세상에.”
여기까지 정보를 주었는데, 천마가 하고자 하는 말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할 만큼 사무현은 아둔하지 않다.
그의 현 육체는,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평범한 육체가 아니다.
‘설마…… 그 삼 년간의 실험들이……?’
그래……. 이제야 지난 삼 년간, 저 마교도 놈들이 그에게 했던 짓거리들이 무엇인지 짐작이 된다.
매일 같이 사무현의 몸에 자행했던, 이유도 목적도 알 수 없었던 그 끔찍한 고문들.
저들이 실험체라 부르던 수백 명 중 사무현을 포함해 단 세 명만 살아남았을 때까지도 그 알 수 없는 고통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저 천마라는 놈을 이 몸에 강림시키기 직전까지도.
그렇게 이 상황에 대한 충격에 할 말을 잃은 사무현의 귓가로, 확신 어린 천마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게 알겠느냐?”
“…….”
“너, 금강불괴(金剛不壞)다.”
금강불괴.
무공이니 뭐니 하는 것들에 대해 무지한 사무현이지만, 그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육체가 금강석과 같이 단단해져 도검(刀劍)에도 육체가 상하지 않아, 사실상 무인에게는 꿈의 경지나 다름없다는 육체.
천마라는 녀석이 직접 공인한 데다, 스스로도 이 상황을 확인했으니 이는 분명한 사실일 터.
그것을 인지하고 나자, 사무현의 두 손과 몸이 흥분으로 가늘게 떨리기 시작한다.
“마, 말도 안 돼. 그럼 나, 사실상 무림최강…….”
“거기까지.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음…… 그건 너무 갔나?
“……흠흠, 그 정도는 아니야?”
“금강불괴라 하면, 외공으로 이루고자 하는 육신의 최고 경지인 것이 사실이다. 어지간한 검기(劍氣)로는 생채기도 나지 않을 테고, 강기(罡氣)로도 베어 내기 어렵지. 다만…….”
“다만……?”
“지금의 네게는, 딱 그 육체뿐이지 않느냐?”
……아, 이것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물론 어지간한 하급 무사들의 공격은 무시할 수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 내공과 초식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절정급 고수들에게는 그저 만만한 사냥감이 될 뿐이다.”
“그래서, 하려는 말이 뭔데?”
“모르겠느냐? 너는 이미 무공을 익히기에 최고의 육체를 지닌 상태. 본좌가 마음만 먹고 너를 단련시킨다면, 얼마지 않아 탈출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탈출.
사실 스스로 무공을 익히려고 마음을 먹고 있기는 했지만, 저 천마라는 놈의 도움이 없다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장담할 수 없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고의 육체가 마련된 상황에서, 저 천마의 도움까지 합쳐진다면……?
정말로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감에 사무현이 고무된 미소를 머금는 그 순간, 천마가 한쪽 손을 들며 사무현의 상념을 멈춰 세웠다.
“한데 그 전에…… 한 가지 네게 확인해 둘 것이 있는데.”
“확인?”
“네 반응을 보아 애초부터 네가 금강불괴였던 것은 아닌 듯하고…… 설마 본좌의 후손들이, 본좌의 그릇이 될 네 몸에 무언가 수를 써 놓은 것이냐?”
“……아마도.”
그럴 거다.
처음에는 삼백 명이나 되던 실험체들 중 마지막 실험에서 사무현과 함께 살아남은 이들은 그를 포함해 도합 셋.
결국 그들이 겪은 그 지독한 고통은, 그리고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잃은 그 많은 희생자들은, 보다 완벽한 천마의 육체를 만들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개같은 새끼들.’
자유를 얻은 지 얼마나 되었다고, 왜 벌써 잊어버린 것일까?
저들을 향했던 미칠 듯한 분노와 희생당한 이들의 지독한 한(恨)을…….
“……자, 그럼 먼저 내공인지 뭔지부터 기르면 되는 거지? 이 심법이라는 걸 익혀서.”
그 말과 함께, 조금 전 품 안에 챙겨두었던 광염천파심법의 비급서를 건드려 보는 사무현.
조금 전과는 사뭇 달라진 그의 분위기를 느꼈기 때문일까?
흐리멍덩한 눈으로 사무현을 응시하고 있던 천마의 한쪽 입꼬리가, 삐딱하게 말려 올라갔다.
“아니, 그 전에 확인할 것들이 좀 더 남아 있는 것 같구나.”
“뭔데 그래?”
“……우선 나가자. 이건 본좌의 후손들에게, 본좌가 직접 물어야 하는 것들이니.”
***
태상원로 고극혈.
자신을 대신할 임시 교주로 조암장로를 내세우면서까지 일선에 서는 것을 거부했으나, 그가 천마신교 내에 가장 핵심적인 권력을 지닌 것을 부정하는 인물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장로들이나 고위 서열의 무사들을 제외하면 감히 찾는 이가 드문 그의 처소에, 예상치 못한 한 인물이 방문해 오만한 자세로 상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흐음…….”
“차가 입에 맞으시는지요?”
고개를 반쯤 꺾으며 찻잔을 내려놓는 사무현의 모습에, 상석을 내어놓은 고극혈이 공손하게 질문을 던져 왔다.
이에 사무현이, 고개 숙인 고극혈의 머리를 응시하며 말을 꺼낸다.
“본좌가 말을 하지 않았던가?”
“……예?”
“본좌는 주도(酒道)는 즐기지만, 다도(茶道) 따위에는 흥미를 두지 않지. 새로운 몸의 입맛에는 좀 맞을까 했는데…… 역시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군.”
“이런……. 송구합니다. 하면 차라리, 주안상을 들이라 명하겠습니다.”
“아니, 그럴 것 없다. 지금 본좌는 그대와 주담이나 나눌 만한 기분이 아니니.”
파리라도 쫓는 듯 한쪽 손을 휘저으며 건성으로 대꾸하는 사무현의 모습에, 한순간 고개를 숙인 고극혈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아무리 봐도 저 품위 없고 예측하기 힘든 말투나 행동거지들은, 그들이 기록으로만 전해 들은 칠 대 천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다도에 흥미가 없고, 주도만을 즐기던 사소한 습관 하나까지도.
‘하면…… 역시 그분께서 착각을 하셨다는 말인가?’
무근거한 추측을 늘어놓을 만큼 가벼운 분이 아니기에 다시금 의구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역시 저 모습을 보면 불신을 가지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고극혈이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 사이, 사무현이 어쩐지 묘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꺼낸다.
“무슨 생각을 하는가, 태상장로?”
“……예?”
“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말을 흘렸는데, 어째 궁금해하는 기색이 느껴지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히죽히죽 영문 모를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무현의 모습에, 고극혈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천마고 내에서, 칠 대 천마가 ‘그분’과 만난 것은 분명한 사실.
하지만 ‘그분’은 칠 대 천마를 벌레라 칭하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둘의 기세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분명 ‘그분’일 텐데, 망신을 당했을 칠 대 천마 쪽에서 오히려 그 일을 끄집어내다니?
“역시 궁금하지 않은 겐가?”
“예? 아……. 아닙니다. 과연 어떤 일로 심기에 거스르셨는지, 나름대로 추측을 해 보느라…….”
“본좌가 조금 전, 천마고에서 아주 재미있는 만남을 가졌다.”
“……예?”
“과거의 본좌에는 미치지 못하나, 지금의 본좌가 감당하기는 제법 힘든 벌레였지. 본좌에게 기습을 가한 후 그대로 도주해 버렸는데…… 이걸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이지.”
“그……것이…….”
“어떤가, 태상장로? 강자존의 율법을 지키는 본교에서 지금의 본좌가 그를 처벌할 수 있겠는가? 천마의 권한으로 말이다.”
두 눈을 희번덕이며 은밀하게 물어오는 사무현의 모습에, 태상장로가 잠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찌 대답을 해야 할까?
여기서 모든 것을 밝히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우선 이 자리는 적당히 얼버무린 후 자리를 먼저 갖도록 하는 것이 옳을까?
그렇게 태상장로가 심각한 고심에 빠져 있는 그때, 가만히 침묵을 지키며 그의 반응을 살피던 사무현이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 농이다! 그놈을 벌하는 것은 본좌의 손으로 직접 해야만 속이 시원할 터. 권위와 직위로만 찍어 누르는 것은, 본좌가 가장 혐오하는 저 중원 놈들의 습성이 아닌가?”
“소, 송구합니다.”
“해서…… 당장은 그 모든 일들을 내버려 두고, 본좌의 힘을 되찾는 것에만 집중할 생각이다. 스스로를 지킬 힘도 없는 것만큼 꼴불견인 천마의 모습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스윽.
그렇게 말을 마친 사무현이 느긋하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처소의 입구에 섰다.
“이제부터 수하들을 시켜, 본좌가 힘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조달토록 할 것이다. 혹여나 불필요한 잡음이 생겨나지 않도록 미리 조치해 두도록.”
“명 받들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막 문을 열고 나서려는 순간 문득 떠올랐다는 듯 고개를 돌린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본좌의 이 새로운 육체가 생각보다 흥미로운데…… 그대들의 작품인가?”
“흥미롭다 하시면…….”
“본좌는 쓸데없는 말장난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태상원로의 말을 끊은 사무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자, 잠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태상원로가 순순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배교의 강시술과 본 교의 흑미륵마공을 연구해, 반강제로 신체를 강화하는 방법을 육체에 적용시켰습니다. 온전한 금강불괴는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정도의 효과는 보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런가…….”
“그리고 또한…….”
“……음?”
“지난 삼 년간 진행된 흡성대공진(吸成大空陣)의 결과로, 이미 일 갑자의 순수한 내력이 육체에 자리하고 계실 것입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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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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