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83
083화
“흐아아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는지, 하품을 쩍쩍 해 대며 사무현이 늘어져라 기지개를 켠다.
부스스한 머리칼와 푸석해진 피부, 그리고 그의 주위에서 풀풀 풍기는 주향(酒香)이 그에게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능히 짐작게 할 만했다.
‘술 마셨네.’
‘더럽게 마셨네.’
‘그럼 그냥 계속 잠이나 자지.’
오늘은 그냥 쉬면 안 되나? 라는 눈빛을 보내오는 모두를 빙 둘러보며, 술이 덜 깬…… 아니, 잠이 덜 깬 얼굴로 사무현이 미소를 머금는다.
“다들 잘 잤냐?”
“예! 형님!”
“하아암…… 미안하다. 어젯밤에 좀 늦게까지 한잔하느라…… 몸이 말이 아니다.”
“괜찮습니다! 형님!”
“하루 정도는 푹 쉬셔도 괜찮습니다!”
“저희끼리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열정적인 외침에, 사무현이 흡족한 얼굴로 박수를 친다.
짝 짝 짝.
“크으…… 그렇지. 이렇게 열정을 가지는 늬들을 보니, 내가 어제 밤늦게까지 고생을 한 보람이 있구나.”
……고생?
대놓고 술 냄새만 풀풀 풍기는데 고생?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침묵을 지키는 이들을 무시한 채, 사무현이 허공으로 고개를 돌리며 게슴츠레한 눈에 힘을 준다.
“어디…… 오늘은 어떤 수련을 하지? 음? 으음…….”
……뭐지?
어떻게 굴리라고 계시라도 받는 건가?
“아……. 그거 재밌겠네. 으음.”
허공을 향해 히죽히죽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무현의 모습에 모두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뭐지? 뭐가 재밌다는 거지?’
‘오늘은 대체 어떻게 굴리려고? 그냥 평범하게(?) 팔굽혀 펴기나 하자!’
‘귀신이라도 보나? 겁나 무섭네, 진짜.’
……침묵 속에서 떠오른 수많은 생각들 중 정답 하나가 스치긴 했지만, 어차피 그 누구도 그 생각이 정답임을 알지 못할 것이다.
“크으……. 좋아! 자, 오늘은 강해지려고 애쓰는 늬들을 위해 내가 특별한 선물을 주려고 한다!”
“……예?”
“특별한 선물이요?”
선물이라는 단어를 빙자한 새로운 수련법이라도 고안한 건가?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가득한 모두의 눈빛을 바라보던 사무현이, 한쪽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그의 품속에서 작은 목함 하나를 꺼내 든다.
“자……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알 리가 없지.’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
쓰윽.
“너는 좋게 말로 할 때 손 내리고.”
“……그러지.”
사무현의 한 마디에, 다소 풀이 죽은 얼굴로 손을 내리는 살암.
……요즘 들어 느끼는 건데 저것도 정상은 아니야.
“크흠……. 자! 이것이 바로! 어제 내가 밤늦게까지 고생하며 얻어 온 물건이다! 봐라!”
딸칵.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목함이 열리자, 청아한 향기와 함께 열 개의 영단이 모두의 눈에 들어온다.
“오오!”
“오오……?”
“……오?”
……아니, 반응이 왜 이래?
눈앞에서 영단을 보여 주면 난리가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사도관도들의 반응은 멀뚱하니 두 눈만 끔뻑일 뿐이다.
“……저게 뭐냐?”
“엄지손가락 반만 한데……? 둥그스름한 것이…….”
“킁킁……. 냄새가 청아한 게, 보약 종류 같기도 하고.”
기껏 환호성을 기대하며 목함을 열었는데, 하나 같이 물건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연신 고개만 갸우뚱하고 있다.
‘……이건 또 예상 못 했네.’
하기야…… 사파 녀석들 중에 영단이 뭔지 알 만한 녀석이 얼마나 되겠는가?
저 살암처럼 있는 집에서 산 녀석이나 영단 구경을 해 봤겠지.
“막휘 형님, 저게 뭔지 아십니까?”
녹림왕의 후계자쯤 되면 뭔가 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손익패가 막휘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그래, 막휘 녀석쯤 되면 알아볼 만도…….
“글쎄? 그것참, 토끼똥같이 생기긴 했구나.”
……그놈 참 산적답네, 산적다워.
백 명이나 되는 놈들 중 알아보는 놈이 없으니, 이것 참 마음 한구석이 짠해질 지경이다.
“하아……. 야, 이것들아! 이게 바로 영단이다! 영단!”
“……에?”
결국 참다못한 사무현이 목소리를 높이자, 웅성거리던 이들 사이에 짧은 침묵이 맴돌았다.
그리고…….
“우와아아아!”
“영단! 저게 말로만 듣던 그 영단이야?”
“형님! 저 하나만 주십쇼! 제가 목숨을 걸고 충성을……!”
“이 새끼야, 닥치지 못해? 형님! 제가 이놈보다 더 셉니다! 저한테 주시……!”
“모두들 조요오오오옹!”
우렁찬 외침으로 순식간에 주위를 정리한 막휘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좌중을 노려본다.
“지금 형님 앞에서 이 무슨 소란들이냐!”
“…….”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 다들 내 뒤로 서열대로 서도록 해라!”
그렇게 모두를 침묵시킨 막휘가, 당당히 발걸음을 옮겨 사무현의 앞에 바로 선다.
“형님! 형님의 오른팔 막휘가 왔습니다! 제가 먼저 받겠습니다!”
“……막휘야.”
“예! 형님!”
“……그렇게 받고 싶었냐?”
사무현이 황당하다는 듯 묻자, 실로 당당하게 어깨를 쫙 편 막휘가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꼭 받고 싶습니다!”
“……이 영단 아직 주인 안 정해졌는데.”
“아닙니다! 그 영단은 제 영단이 확실합니다!”
“……뭘 근거로?”
“제가 형님 다음으로 싸움 잘합니다!”
……아, 그게 자신감의 원천이었니?
싸움 잘하는 거?
“잠깐. 그 말에는 좀 어폐가 있는 것 같은데.”
“음?”
막휘의 말에, 그와 제법 떨어져 있던 살암이 건들거리는 미소와 함께 한쪽 손을 들어 보인다.
“나한테 졌던 건 그새 잊었나? 결승에 올랐던 것도 나로 기억하는데 말이지.”
“……흥, 독을 써서 결승에 오른 걸 자랑이라고 떠드는군. 다시 한번 붙어볼까? 그 자신만만한 얼굴을 뭉개 주고 싶은데.”
“쯧쯧, 감당할 수 있겠느냐? 너 따위가.”
살암의 한 마디에 막휘가 이마에 핏대를 세우는 그 순간, 여기저기서 기다렸다는 듯 산발적인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언제 서열 정리를 했어? 형님 빼고 나머지는 평등 아니야?”
“옳다! 난 비무 대회에 참가도 못 해 봤는데 누구 마음대로 당신들이 두 번째야!”
“날 잡았네, 아주! 오늘 서열 한번 정해 봐?”
그나마 있던 의리고 뭐고 날려 버린 채, 영단에 눈이 돌아 멱살잡이를 시작하려는 사도관도들의 모습.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사무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맴돈다.
‘……개판이네.’
이러니 남들이 사파라고 욕을 하지……. 쯧쯧.
그렇게 혀를 끌끌 차고 있는 와중에, 이 상황을 느긋하게 지켜보던 천마가 흡족해하며 입을 연다.
“예상했던 이상으로 판이 아주 잘 깔렸구나.”
“뭐……. 그건 그러네.”
“슬슬 시작해라. 열기가 너무 과열되기 전에.”
천마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내력이 실린 음성으로 모두를 향해 소리친다.
“동작 그만!”
“읍……!”
“큽……!”
털썩.
사무현의 내력을 감당하지 못한 몇몇 이들이 휘청이며 바닥에 주저앉는다.
아니…… 쟤들부터 영단 먹여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소리만 쳐도 쓰러지네?
조금은 안쓰러운 마음에 슬쩍 내력을 회수한 사무현이 모두를 향해 말을 잇는다.
“흠흠……. 모두 싸울 것 없다. 영단을 쟁취할 기회는 너희 모두에게 줄 생각이니까.”
“오오……!”
웅성 웅성.
영단을 쟁취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만으로도 모두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흥분이 스쳐 지나간다.
“자, 지금부터! 영단이 걸린 패싸움을 시작한다!”
“……예?”
사무현의 외침에 두 눈을 끔뻑이며 그를 돌아보는 백여 명의 사도관도들.
지금…… 영단을 두고 뭘 한다고?
“……형님?”
“엉?”
“지금…… 패싸움을 하라고 하신……?”
“어, 맞어.”
“…….”
“아, 패싸움이라는 말은 좀 안 맞겠네. 음……. 여기 서 있는 늬들끼리 맨주먹으로 치고받고 싸워서, 마지막까지 서 있는 열 명한테 영단을 주겠다.”
“아니…… 형님…….”
사무현의 예상치 못한 발언에 막휘가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대표라는 이가! 모든 형제들을 이끌어야 할 우두머리가! 모두가 혹할 만한 영단을 걸고 이런 막무가내식 싸움을 시킨다고?
“그럴 거면 차라리 시합의 형태를 취하심이…….”
“에이, 그래서는 연습이 안 되지.”
“예?”
“연습은 실전처럼. 모르냐?”
“…….”
“지난번처럼 그 정파 놈들이랑 싸움이 붙으면, 그때도 일대일로 한 명씩 나와서 싸우자고 할래?”
모두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사무현의 물음에 사도관도들의 얼굴이 일순 딱딱하게 굳어진다.
“일대일 승부에서의 강함이 꼭 집단전의 강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집단전에서는 행동의 제약이 늘어나고, 맞서는 상대의 기량을 파악할 시간이 없지. 또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적도 여럿이 힘을 모은다면 상대할 수 있다. 이건 반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지. 일대일이라면 손쉽게 꺾을 수 있는 적도, 집단전에서는 내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적으로 변모해 버리니까.”
“…….”
“너희가 진정 강해지고자 한다면, 일대일 비무보다 이런 치열한 집단전을 많이 치러 볼 필요가 있다. 이해됐으면 잔말 말고 싸울 준비나 하도록.”
사무현의 설명이 끝나자, 모두가 마지못한 얼굴로 자세를 취하며 주위를 경계한다.
하지만 막상 함께 수련하던 이들에게 선공을 펼치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는지, 그들은 하나같이 슬슬 눈치만 살피며 방어 자세만 고집하고 있었다.
“흐음……. 아무래도 이럴 땐 신호가 필요하겠지?”
소극적인 모두의 반응에 가만히 턱 끝을 쓸어 보인 사무현이, 이내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한 마디를 던진다.
“제일 먼저 한 명 쓰러뜨리는 놈은 그냥 통과.”
쾅!
……풀썩.
사무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언가 터지는 것 같은 우렁찬 소리와 함께 한 사람이 바닥에 엎어진다.
“마…… 막휘…… 형…… 님…… 어떻…… 게?”
부들부들 떨며 막휘를 올려다보는 손익패의 두 눈에는 경악과 불신의 빛이 가득하다.
그런 손익패의 시선을 슬며시 외면하며 막휘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썩을.”
툭.
결국 버티다 못한 손익패가 두 눈을 뒤집어 까며 기절해 버리고 만다.
“크흠, 전 통과한 것 같군요.”
“…….”
“……한쪽으로 빠져 있겠습니다.”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는지, 바닥에 쓰러진 손익패를 질질 끌고 나와 안전한 곳으로 옮겨 주는 막휘.
할 말을 잃은 수많은 눈길들을 등 뒤로 한 막휘가, 먼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희 중…… 영단이 탐나지 않는 자 있다면!”
“…….”
“……그 녀석만 내게 돌을 던져라.”
“크으……. 그렇지, 옳은 말이다.”
막휘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사무현이, 회심의 미소와 함께 검지를 치켜세운다.
“선착순, 한 명 더.”
이 한 마디가, 망설이던 모두의 심경을 뒤흔들었다.
“이야아앗! 뒈져라!”
“영단 내 거! 내 거야, 이 새끼야!
“넌 평소부터 마음에 들었어! 인중 딱 대! 이 새끼야!”
의리?
애초부터 영단 앞에 그딴 건 필요 없었다.
입관 전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가 대부분 이었는데, 고작 십수 일만에 무슨 의리가 깊어졌겠는가?
그저 가장 먼저 움직여 공공의 적이 된다는 것이 두려웠을 뿐.
그들이 망설이던 사이 누군가 한 명이 손쉽게 이득을 봐 버리니, 더 이상 이들의 머리에 망설임과 인내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야아앗! 뒈져라!”
“영단 내 거! 내 거야, 이 새끼야!”
……여기가 지옥인가?
영단 하나를 위해 며칠 전까지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을 물고 뜯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그리고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흡족한 웃음을 터뜨리는 녀석이 있었으니…….
“하하, 그렇지. 바로 이래야 하는 것이다!”
아주 박수까지 치며 좋아하는 천마의 모습에, 게슴츠레한 눈을 하며 사무현이 물었다.
“……이게 진짜 맞아?”
“물론이다. 원래 무위라는 것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난전 속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는 법이지. 네가 어떻게 강해졌는지를 떠올려 봐도 알 수 있지 않으냐?”
“뭐…… 그야 그런데.”
“영단을 얻기 위해서라면 쓰러져도 쓰러져도 일어나며 한계를 극복하려 할 것이다. 오, 저기 보거라! 눈은 풀렸는데 주먹질을 이어가고 있지 않으냐? 바로 저런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오……. 확실히 천마의 말대로, 이미 온몸이 흙투성이가 된 녀석들도 몇 번이고 일어나 영단을 쟁취하기 위한 싸움판에 끼어든다.
일전에 정파 놈들과의 싸움에서는 보지 못했던 장면이다.
‘……자존심보다 영단이 중하다는 거겠지.’
정파 놈들이라면 달랐을지 모르지만, 사파는 그럴 것이다.
애초에 생존을 위해 무림에 뛰어든 이들이니.
저들에게 영단이라는 것은, 이 험난한 세계에서 살아남게 만들어 줄 구명줄처럼 느껴질 테니까.
‘……그런데 청사, 저 새끼는 왜 저렇게 열심히 싸워?’
저것도 영단 못 먹고 컸나?
“하하! 저기 봐라, 저기 저것들은 벌써 무리를 이루어 싸우고 있지 않으냐? 똑똑한 놈들 같으니.”
천마가 가리킨 방향에는, 살암을 상대하기 위해 연합을 맺은 십수 명의 이들이 있었다.
……그런데 천마야.
너 생각보다 좀 많이 즐기는 것 같다?
‘……그래도 이런 식이면 성과는 금방 나오겠네.’
이 천마라는 녀석이 이렇게 열심히니, 저 녀석들은 분명 그 어떤 집단보다도 빠르게 강해질 것이다.
인성에는 문제가 있겠지만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한 녀석이니까.
‘기다려라, 정파 새끼들아. 천마가 직접 키운 사파 놈들이 간다.’
사무현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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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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