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1
11. 나, 왕평 영입
“상서령, 왕 장군을 만나려는 연유가 무엇이오?”
나는 제갈량의 이러한 물음에 망설임 하나 없이 답을 하였다.
“예, 군사. 저는 지난날 한중공방전에서 우리 군에 투항한 왕 장군을 한번 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때 대왕께서 따로 왕 장군을 만나 보시더니 곧바로 아문장, 비장군에 임명을 하셨습니다. 군사께서도 아시지만 대왕의 인재를 보는 능력은 정말로 신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왕께서 친히 왕 장군을 발탁한 데는 필시 그의 능력이 출중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여, 군사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왕 장군을 만나 보고 그의 능력이 역시 대왕께서 평가하신 것과 같다면 제2군의 휘하 장수로 데려오고 싶어서입니다.”
나의 이러한 대답에 제갈량이 물었다.
“그렇구려. 그런데 어찌 내가 왕 장군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오?”
제갈량의 이러한 물음에 나는 나의 추측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제갈량이 왕평을 휘하로 들였을 것이라는 내 추측이 맞길 바랄 수밖에…’
“대왕께서 왕 장군을 발탁하신 연 후에 왕 장군은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대왕께서 따로 왕 장군에게 일임한 일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전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다른 연유가 있다는 것인데 저는 곧바로 군사부터 떠올랐습니다. 하여, 제가 생각하기에 분명 군사께서 대왕에게 말해 왕 장군을 군사의 휘하로 데려왔을 것이라 추측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저는 군사께 이렇게 찾아와 왕 장군을 소개해 달라 청하는 것입니다.”
제갈량의 나의 말에 꽤 감탄한 표정이 되었다.
“역시 상서령은 보통 사람이 아니구려! 맞소. 내가 지난날 대왕께 말씀드려 왕 장군을 휘하로 데려왔소. 하나… 왕 장군은 한 가지 큰 흠이 있으니…”
나는 제갈량이 말한 왕평의 흠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왕평이 글씨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하나, 정사의 기록을 살펴 보았을 때, 왕평은 글을 읽지는 못 하지만 대신 읽어 주는 구절을 들으면 즉시 이해하고 곧바로 그 자리에서 제대로 된 뜻풀이와 함께 자기 의견을 곁들어 말하였다고 하니, 왕평은 난독증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하여 나는 곧장 제갈량에게 왕평의 약점이 글씨를 읽지 못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을 하였다.
“왕 장군이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내가 이리 말하자 제갈량은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상서령 어떻게 그 일을 알고 있는 것이오?”
이에 나는 그저 대단한 일이 아닌 것처럼 말했다.
“예 어쩌다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히라… 알겠소.”
나는 이어서 왕평이 글씨를 읽지 못하는 것이 큰 흠이 아님을 제갈량에게 피력하면서 바로 왕평을 불러달라 청했다.
“사람의 능력만 출중하다면 그 정도 흠이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군사 지금 제가 왕 장군을 만나고 싶은데 가능하겠습니까?”
나의 이러한 요청에 제갈량이 화답했다.
“알겠소. 내 지금 바로 왕 장군을 이쪽으로 부르도록 하겠소.”
그렇게 제갈량은 집사를 불러 무어라 지시를 내렸고, 곧 집사는 저택을 나가 어디론가로 향하였다.
그리고 꽤 시간이 흐른 후…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 다그닥 다그닥…
“워워…”
말에서 누군가가 내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곧 집사가 안으로 들어 왕평을 데리고 왔음을 알렸다.
“군사, 분부하신데로 왕 장군을 모셔왔습니다.”
“어서 들라하게.”
그렇게 왕평이 안으로 들어왔고, 왕평은 자기 상관인 제갈량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군사, 저를 찾아계셨습니까?”
“그렇다네. 왕 장군 어서 오시게.”
왕평은 제갈량 옆에 앉아 있는 나를 보더니 황급히 또 나에게 인사를 하였다.
“상서령께서도 계셨습니까?”
“왕 장군, 내 왕 장군을 보기 위해 일부러 군사를 찾아왔네.”
내가 자신을 만나러 일부러 제갈량의 저택을 방문하였다고 하자 왕평은 눈이 커졌다.
“소… 소장을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이에 제갈량은 웃으며 왕평에게 우리 곁으로 와 앉기를 권했다.
“하하. 왕 장군, 상서령이 자네와 긴히 할 말이 있는 듯하니 어서 이쪽으로 와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세.”
“예… 군사.”
나는 왕평을 곁에서 보게 되자, 우선 왕평의 외형부터 살폈다.
왕평은 이국적이고 다부진 외형을 가지고 있었고, 굳게 다문 입술과 단호한 의지가 엿보이는 눈빛에서 보통 사람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제갈량은 내가 왕평을 살피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에게 말했다.
“상서령 왕 장군과 긴히 할 말이 있을 것이니 내가 잠시 자리를 비켜 주겠소.”
이에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두 손을 모았다.
“군사의 배려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면서 제갈량은 왕평을 자로 부르며 농이 섞인 말을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자균, 상서령의 질문에 하나도 빠짐없이 제대로 이야기해야 할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상서령에게 큰 혼이 날 수 있어.”
이에 왕평은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상서령께서 여쭈어 보는 것에 대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상서령, 자균 편히들 이야기를 나누시오.”
그렇게 제갈량이 자리를 비켜 주었고 나는 곧 왕평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 * *
나는 곧바로 마속에게 했던 것처럼 즉시 붓을 들어 제갈량의 1차 북벌 상황이 자세히 담긴 지도를 그렸고, 왕평에게 이를 보여 주었다.
왕평은 곧장 지도에 달려들어 그것을 살폈는데 그는 글자를 읽지는 못하였지만 지도에 자세히 나와 있는 지형의 생긴 모습을 보고 그곳이 어디인지 대충 짐작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 왕평은 나에게 지도에 쓰인 장소가 어디인지 하나하나 물으며 자신이 맞게 본 것인지 확인을 하였다.
나는 글을 읽지 못하는 왕평이 평소 어떻게 이를 대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왕평은 글을 읽지 못하나, 상황 파악이 빠르고 옆에서 글자가 무엇인지 알려만 준다면 그 글자의 소리를 그 자리에서 외우는군…’
나는 친절하게 지도에 나온 명칭을 설명하니 왕평은 곧바로 지도에 나와 있는 상황을 파악하였다.
왕평은 곧 이것이 아군의 커다란 전략 중 하나임을 눈치채고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 상서령 이… 이것은…?”
“그렇다네 서량을 병합하고 옹주를 노리는 아군의 대전략일세.”
왕평은 상세한 지도와 그 위에 나와 있는 자세한 전략 상황을 보며 감탄하며 말했다.
“상서령, 이거… 정말 굉장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작금 수세에 몰리고 있는 아국이 천하의 판도를 일거(一擧)에 뒤집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보았네…”
나는 그러면서 마속에게처럼 이 작전의 약점을 물었다.
“그런데 이 대작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내제되어 있다네. 자네가 보기에 어디 어떤 부분이 약점인 것 같은가?”
이에 왕평은 마속처럼 곧장 가정을 가리켰다.
“이곳 가정이 이 전략의 약점입니다.”
“그렇지 아주 잘 지적했네.”
그러면서 나는 왕평에게도 만약 가정을 수비하게 된다면 어찌할 것인지 물었다.
“여기서 내가 자네에게 반드시 묻고 싶은 것이 있네. 만약 자네에게 이곳 가정의 수비를 맡긴다면 자네는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자 왕평은 마속과는 다르게 어떠한 고민과 흔들림도 없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답했다.
“만약 저에게 그러한 중임이 맡겨진다면 우선 가정에 있는 성을 공략하여 일거에 점거하고, 곧바로 가정으로 들어오는 작은 길목들에 군사를 배치하여 적의 공격에 대비할 것입니다.”
역시!
역시 왕평은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대응하는 능력이 있군!
원 역사에서도 낙곡대전 승리의 영웅인 왕평이 아니던가.
낙곡대전 또한 적이 한중으로 들기 전에 적극적으로 적을 요격하는 전략으로 왕평은 위의 대군을 격멸했다.
그런 왕평이었기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1차 북벌 상황을 이렇게 지도만 보고도 어찌 대응해야 할지 정확하게 판단했다.
나는 이렇게 왕평에 대해 감탄을 하였지만 얼굴에 그러한 감정을 나타내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면서 왕평에게 말했다.
“그렇다네. 아주 잘 보았네. 자네의 방책처럼 해야 이 전략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이네.”
나는 왕평의 대답을 듣고는 만족을 하며 곧바로 지도를 들어 화로에 던졌다.
그러자 지도가 곧 불길에 휩싸여 활활 타올라 순식간에 재로 변하였다.
여기서 왕평이 마속과 다른 점은 나의 이러한 행동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왕평에게 물었다.
“내가 지도를 태우는 데도 어찌하여 자네는 놀라거나 말리지 않는 것인가?”
나의 물음에 왕평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러한 상세한 지도는 아군의 중요한 전략이 담긴 것으로 자칫 잘못하여 외부로 이 전략이 새어 나가면 아군의 계획을 망칠 수 있습니다. 소장이 생각하기에 상서령께서는 이러한 점을 우려하시어 지도를 태우신 것 같습니다.”
“잘 보았네.”
역시 왕평은 마속과 다르군그래…
내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은가.
일을 함에 있어서 마음에 맞는 이와 한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손발이 척척 맞아서 일을 수월히 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기 때문이다.
나는 이쯤에서 왕평에 대한 면접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왕 장군 오늘 자네와의 이야기는 참으로 즐거웠네. 공무가 바쁠 것이니 이만 돌아가보도록 하게.”
나의 인사말에 왕평은 예로써 인사를 하며 말했다.
“그럼 상서령 소장은 그만 물러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왕평은 그렇게 밖으로 나갔고, 곧 제갈량에게도 인사하고는 말을 타고 돌아갔던 것이다.
* * *
왕평이 돌아가자 곧 제갈량이 돌아왔다.
제갈량은 알듯 말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그래 왕 장군을 면접한 소감이 어떻소?”
이에 내가 대답했다.
“대왕께서 왕 장군을 발탁하시고 군사께서 휘하에 둔 이유를 알겠습니다. 가히 인재라 할 만 합니다.”
그러면서 나는 곧바로 제갈량에게 내가 왕평을 나의 휘하로 데려와도 되는지 물었던 것이다.
“군사, 송구하오나 왕 장군을 제 주부(主簿)로 삼고자 하는데 이를 양해해 주시겠습니까?”
나의 요청에 제갈량이 되물었다.
“주부라면 문서를 다루고 사무를 볼 줄 알아야 하는데 왕평이 그 일을 해낼 수 있겠소?”
이에 내가 대답하기를.
“왕 장군은 글을 읽지 못할 뿐 이해하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금 그러한 그의 능력을 제 눈으로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하여, 그에게 글을 읽을 줄 아는 충직한 하인을 붙인다면 능히 왕 장군은 그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대답을 들은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상서령. 대왕께 상신을 드리고 왕 장군을 데려가도록 하오.”
“군사 정말 감사합니다.”
됐다!
왕평이면 부장으로 써도 좋고, 앞으로 있을 나의 여러 작전의 선봉장으로 내세워도 되는 능력을 지닌 자이다.
이런 자를 내가 얻었으니 제2군의 구성에 탄력을 받게 된 것이었다.
내가 왕평을 얻어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표정에 그대로 그 감정을 드러내자, 제갈량이 나를 보며 은근히 푸념을 하듯이 말 하였다.
“상서령은 나에게서 사람들을 하나둘 빼앗아 가는구려…”
이렇듯 제갈량은 나에게 뼈 있는 농담을 하였다.
‘아차! 그렇군… 그러고 보니 마량에 이어서 왕평까지 제갈량의 사람들을 내가 하나둘 데려가고 있는 셈이로군. 제갈량의 처지에서는 어찌 보면 기분이 나쁠 수 있는 상황이야. 얼른 제갈량에게 사과해야겠군.’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두 손을 모으며 제갈량에게 사과하였다.
“군사, 군사께 송구할 뿐입니다. 그저 넓으신 아량으로 헤아려 주십시오…”
나의 말에 제갈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오 상서령. 내가 잠시 농을 한 것뿐이오. 상서령은 분명 그들을 데려가 나라의 큰일을 위해 긴히 써줄 것이기에 나는 고마울 뿐이오…”
그렇게 나는 제갈량으로부터 왕평을 얻게 되었고, 곧바로 유비에게 상신을 하여 왕평을 내 휘하 주부로 데려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