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37
137. 법정 대 육손 … 담판 시작!
“오주(손권)께서 남중의 남만 호족을 친하게 대하신 까닭에 아국이 한동안 꽤나 어려움을 겪었소이다.”
육손은 나에 말에 이번에는 약간 눈에 불이 튀었으나 마음의 동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나에게 말했다.
“아국의 대왕께서 교주의 사섭을 휘하에 두고 친하게 지내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귀국의 남중의 일은 아국의 대왕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것이 비록 사섭이 관련되어 있을지 몰라도 아국의 대왕이 계신 건업과 교주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사실 사섭을 완전히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육손의 말에 바로 반문을 했다.
“아국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지, 일이 생겼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대도독은 어찌 남중에 큰일이 있었던 것을 아는 것이오? 그것은 역시 귀국이 남중 호족을 사주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소?”
바로 육손이 분석한, 상대가 조금의 약점이라도 드러낼 경우 여지없이 잡아내 집요하게 추궁하는 법정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육손은 말을 최대한 조심하며 했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법정이 자그마한 틈새를 파고들자 속으로 기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이러니까 제갈근이 법정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야. 이럴 때는 부인하려고 하면 할수록 억지만 되어 법정에게 빌미만 더 주는 셈이니, 다른 논리를 내세울 수밖에 없겠어…’
그리 생각한 육손은 오히려 미소까지 지으며 법정에게 말했다.
“상서령은 촉을 대표하는 책사로 알고 있습니다. 나 또한 오의 책사 중 한 명이라면 한 명이겠지요. 책사의 경우 타국의 상황을 항시 살필 줄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그리하여 내가 귀국의 사정을 알아본 것입니다.”
역시 육손은 제갈근과는 다르군그래.
제갈근은 나의 반박에 땀을 뻘뻘 흘리고는 생각이 꼬이며 나에게 철저히 당했었는데, 육손은 대처를 잘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육손과 계속 말을 나누면서 그가 조금의 말실수라도 할 경우 다시 파고들기로 하였다.
여기서 나는 육손에게 어찌하여 이리 비밀리에 나를 찾아온 것인지 물었다.
“한데, 오의 정예 대군을 이끄는 대도독이 어찌 변장까지 하면서 나를 만나러 온 것이오?”
나의 물음에 육손은 마치 준비해온 답변지를 보고 읽듯이 술술 답변을 내놓았다.
“작금 아국과 귀국은 사실상 관계가 단절된 상태나 다름이 없소. 아니 단절된 것뿐만 아니라 적성국(敵性國)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오의 대도독인 내가 촉의 상서령을 공개적으로 만나게 되어 이 일이 양국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 파장은 생각보다 클 것이기에 이리 한 것입니다.”
이러한 육손의 대답은 일견 타당해 보이는 답지가 아닌가.
그랬다.
아국의 군주인 대왕 유비는 관우를 참한 손권에 대한 복수심을 항시 가슴속에 품고 있었고, 오주 손권은 유비에 대한 시기심으로 어떡해서든 유비의 성공을 방해하려고 들지 않는가.
이렇게 양국의 군주가 으르렁대는 사이로 양국은 적국이나 다름이 없는 상황에서 오나라의 군권을 쥔 육손이 촉의 실세인 나 법정을 만나는 것이, 양국 군주에 알려진다면 나와 육손 둘 다 양국 군주에 크게 문책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렷다.
그리고 자칫 이것이 유비와 손권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양국이 크게 부딪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음이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육손이 나를 비밀리에 접촉하려 한 것이라 말하는 것이니,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작금 오나라의 상황을 보았을 때 이러한 육손의 답변은 나에게는 변명에 가까워 보였다.
그것은 산월의 대반란으로 큰 위기에 봉착한 오의 입장에서 아국과 전쟁을 선택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을 터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왕 유비를 시기하는 손권이라도 그러한 어리석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육손의 답변을 듣고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육손이 정녕 나를 몰래 찾아온 연유에 대해 생각을 하였으니.
그것은 내가 황권의 전갈을 받고 육손의 방문 목적에 대해 유추한 것이 떠오르는 것이다.
‘혹, 융중에서 전갈을 받았을 때 생각을 했던 것처럼, 나의 일련의 움직임을 본 육손이 그것을 내가 오를 공격하려는 신호로 여기고, 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이리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찾아온 것인가?’
그랬다.
나는 이미 어느 정도 육손의 방문 배경이 나에게 있음을 감으로라도 알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나의 추측이 맞음을 시인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육손의 물음이 있었던 것이니.
“상서령, 정녕 아국의 강릉을 공격할 작정입니까?”
역시 그랬군.
육손은 내가 강릉을 공격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막기 위해 나를 찾아온 게로군.
그렇다면 내가 이를 부정할 필요가 없겠지.
오히려 육손이 나의 계획을 어찌 알았는지 놀라는 척 연기를 해야겠군.
그리하여 나는 짐짓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는 표정으로 육손에게 물었다.
“대도독은 어찌 나의 의중을 알아차린 것이오?”
내가 육손에게 이리 묻자 육손은 ‘역시 그랬구나’라는 얼굴이 되었다.
“역시 그러했군요. 한데 상서령, 그것은 너무나 뻔히 보이는 것이 아닙니까? 양양 앞 한수에 배를 저렇게나 많이 띄워놓고, 백제성에도 함대가 정박해 있는 데다 이번에 수만 병력이 이곳 양양으로 이동한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를 보면 삼척동자라도 상서령이 강릉을 양면에서 공격해 들어갈 것이라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랬군.
내가 만약을 위해 움직였던 것들이 육손이 내가 강릉을 공격할 것이라 착각하게 만든 모양인 게야.
뭐, 사실 조위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면, 작금 산월의 대반란으로 위기에 봉착한 오를 공격해 보는 것도 고려를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니 육손의 착각이 아주 달랐다고도 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군.
나는 육손이 알아차려 곤란하다는 표정을 일부러 지으며 말했다.
“대도독이 이리 나의 다음 전략을 알아차렸으니, 이거 정말 곤란하게 되었군요. 그렇다면 대도독을 내가 보내드릴 수 없겠소이다.”
내가 육손을 구금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취자, 육손은 당황할 법도 한데 그런 기색조차 없었다.
“상서령은 장 장군(장비)에게 스스로 했던 말도 잊은 것입니까? 타국의 사신은 함부로 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저 말뿐입니까?”
이에 나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농담이요 농담. 대도독이 여기까지 왔을 때는 이미 오주도 알고 있다는 말일 것이오. 분명 대도독이 오주에게 주청하여 대군을 이끌고 강릉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였을 터이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강릉의 주연도 나의 계획을 알고 있다는 말이 아니겠소. 주연은 대도독 못지않은 지장이며 용장이니 필시 대도독은 본인에게 문제가 생기면 주연이 대도독의 자리를 대신하게 조치를 취하고 이곳으로 왔을 것이오. 하니, 내가 대도독을 잡는다고 한들 무에 달라지는 게 있겠소.”
이러한 나의 말에 육손은 소름이 끼치는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그가 한 조치들을 마치 눈으로 본 것처럼 말하는 것 때문이리라.
‘역시 법정은 무서운 자로구나… 내가 한 대책을 마치 직접 눈으로 본 것과 같이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며 육손은 이번에는 자신이 법정을 몰아붙여야겠다고 생각했으니, 그것은 바로 산월의 이번 반란을 법정이 사촉(唆囑) 한 것에 대해 따지고 드는 것이다.
“상서령, 그리고 상서령이 아국 내의 이족인 산월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게 만든 것이 맞지요?”
나는 육손이 단도직입적으로 나에게 산월 반란을 사주한 것이 아닌지 추궁하자 올 게 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단 하나의 표정 변화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육손에게 답했다.
“내가 산월을 부추기다니, 대도독 어찌 그런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는 것이오?”
“상서령 절대 트집이 아닙니다. 아국은 수십 년째 산월과 싸워 왔는데 이번에 산월은 아국의 약점을 이용하는 어찌 보면 노련한 자의 책략을 수행하는 병사들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는 필시 그들에게 책사가 있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누군가 산월에게 계책을 알려준 자가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한데 작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 오직 상서령 뿐입니다.”
나는 육손의 이러한 설명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도독, 아무리 내가 책사이지만 수천 리 밖의 귀국 내 이족인 산월을 사주할 수 있는 능력은 없소이다. 그것은 대도독의 오해고 잘못된 판단이오. 내 대도독을 능력 있는 책사로 보았는데 어찌 그리 말도 안 되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조금은 실망스럽구려.”
이에 육손은 마치 내가 제갈근을 닦달했던 모습을 그대로 나에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상서령 정녕 아니라는 말입니까?”
“그렇소. 아니오. 그러면 내가 묻겠소. 아까 그냥 넘어갔지만 이리 대도독이 나에게 하지 않은 일도 했다고 누명을 씌우니 물어야겠소. 정녕 오주가 남만의 호족을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한 것이 아니오?”
이러한 나의 반문에 육손이 눈에 힘을 주며 단호하게 말하였다.
“아닙니다. 절대 아국의 대왕께서는 그러한 일을 하시지 않았습니다.”
나는 육손이 오히려 강하게 부인을 하니, 손권이 한 짓이 맞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육손이 이리도 강하게 부정을 하니 오히려 손권이 남만 호족을 사주한 것이 확실하다는 뜻이겠군.’
나는 그러며 반대로 나 또한 육손을 향해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오주가 남만 호족을 사주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산월을 사촉하지 않았소!”
내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자, 육손 또한 내가 이번 산월 반란의 배후임을 확신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이를 따지게 되면 손권의 일 또한 밝혀지게 될 수밖에 없을 터이기에 육손은 그쯤에서 이 부분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듯 나라와 나라의 관계에서는 상호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한쪽이 부인(否認)을 하면 상대 국가 또한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상대국의 이족을 사주하여 반란을 일으킨 일은 이 회담에서 다시는 거론되지 않았다.
* * *
아국의 남만 반란은 내가 대군을 이끌고 대대적인 진압에 나서며 반란의 뿌리까지 제거를 해두었다.
하지만, 작금 오의 산월 대반란은 진압은 되기는커녕 점점 산월의 힘이 막강해져가니, 거기에는 산월을 선동한 나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니, 나는 이미 육손이 어찌 산월을 상대할지 예상을 하고 미리 대비까지 해두었다.
특히 원 역사에서 제갈각이 산월을 어찌 토벌하였는지 알고 있는 나이기에, 만약 육손이 제갈각의 방법을 쓸 경우까지 상정하고 이미 대응에 들어갔다.
여기서 그 대응이 어찌 되고 있는지 잠시 살펴보자면.
미축의 장사꾼(세작)은 이미 무릉만과 무릉군 종사 번주 그리고 관우의 부하였던 습진을 포섭하는데 성공하였다.
나는 이들에 대한 포섭이 성공하였다는 보고를 듣고는 즉시 물자를 장사꾼을 통해 이들에게 제공을 하였다. 그러며 동시에 습진을 통해 상당한 군량을 산월에 우회하여 지원하게 하였다.
이리 되면 오에서 *청야전술을 쓰더라도 산월은 굶주릴 걱정없이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이다.
[* 청야전술(淸野戰術), 적이 사용할 수 있는 군수품과 식량 등을 모두 거두워 들이고 미처 회수하지 못한 것은 태우거나 없애버려 적이 현지 보급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지치게 만드는 전술. 고구려가 주로 사용한 전술로 유명하다.]그리하여 나의 전략에 따라 산월은 유격전으로 계속 오의 진압군을 괴롭힐 것이고, 만일 오군이 청야전술을 포함한 점진적 진압책을 들고 나와 산월을 압박하더라도 이것은 통할 리 없을 것이기에, 오나라는 필시 울며 겨자 먹기로 산월을 회유하기 위해 나설 것이다.
이리 되면 오는 후방에 항시 산월이라는 위험요소를 달고 있어야 하기에 아국인 촉을 도모할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리라.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이제 본격적으로 이 회담의 본론을 꺼내야겠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나는 육손에게 정말 나를 찾아온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나의 짐작(斟酌)을 이야기하였다.
그러자 육손은 자신의 진짜 방문 의도를 맞춘 나를 보며 한편으로는 기뻐하면서 한편으로는 놀란 표정이 되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