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56
156. 손권의 유감 표명과 법정의 방안
건업에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온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산양에서 구출되어 유비에 의해 다시금 천자에 옹립된 헌제의 조비 토벌령이 적힌 격문이 전해진 것이었다.
헌제 명의의 격문을 접한 육손은 ‘아차’ 싶었다.
‘아차! 그렇지! 유폐된 천자를 모셔와 협천자를 하면 지난날 조조가 했던 것처럼 천자의 명을 빌려 천하 제후를 호령할 수 있는 것인데… 그것을 법정이 먼저 선수쳤구나! 이런! 왜 만날 법정에 한발 뒤처진다는 말인가…’
육손은 이번 협천자 또한 법정의 책략임을 눈치챈 것이다.
손권 또한 격문을 보고는 협천자의 방법이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고, 장소와 육손 등의 조정 대신에게 어찌하여 촉처럼 헌제를 구하여 모시고 오지 않았는지 따져 물었다.
육손은 이렇게 자꾸 자신을 탓하는 손권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손권이 작금 자신의 주군인 것을.
어떡해서든 손권을 설득하여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는 수밖에.
그리하여 육손은 손권에 간곡한 간언을 올렸다.
“대왕, 작금 아국은 산월의 대반란으로 안으로 우환이 들었고, 밖으로는 언제 촉의 법정이 대군을 이끌고 강릉을 칠지 모르는 위급지경의 상황입니다. 전자는 대왕께서 산월을 회유하기 위해 사신을 보냈으나, 후자의 경우 아직 해결을 하고 있지 못하옵니다. 하오니 대왕, 어서 아국에서 촉에 사자를 보내 촉과 동맹의 논의를 시작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육손의 이러한 간언에도 손권은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다.
육손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데 육손이 더 답답한 것은 사실 손권에게 말도 꺼내지 못한 부분으로, 그것은 바로 법정이 비밀 담판에서 내세운 양국 동맹의 전제조건이었다.
즉, 육손은 법정과 약속하였던 손권의 유감 표명에 대해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법정이 분명 대왕께서 지난 일에 대해 촉에 유감을 표하지 않는다면 동맹 체결은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 이거야 원 대왕께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구나.’
하지만 이때 건업으로 급보가 전해지며 상황이 바뀌게 되는데…
* * *
바로 강릉의 주연으로부터 다시 한(촉)의 함대가 한수로 돌아왔다는 급보가 전해진 것이다.
여기서 잠깐 소빙하기의 날씨에 어떻게 한의 함선이 움직일 수 있었는지 살펴보자면.
소빙하기라고는 하나 작년의 혹독한 겨울보다는 올해의 추위가 덜하였다.
그리하여 물이 얼기는 했으나 한수와 같은 큰 물줄기가 다 얼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하여 법정의 함대는 한수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고, 무리를 한다면 강릉으로의 기동도 가능하였다.
그리고 주연의 장계에는 이뿐만이 아니라 한의 군대(마초의 서량기병)가 조위의 대군을 또 한 번 크게 격파하였다는 내용까지 함께 적혀 있었다.
한데 이것은 강릉의 주연이 척후를 보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였으니, 법정이 계책으로 장패를 유인하고 마초가 서량기병으로 기습하여 대파한 것은 대략적으로 파악하였으나, 법정이 산도에 이어 남향과 무관까지 함락한 일은 아직까지 알지 못하였던 것이다.
[* 강릉에서 마초의 기습이 펼쳐졌던 전장까지는 직선거리로만 따져도 최소 500리(약 200km)가 넘었고 그곳은 조위의 영역이었기에 동오의 척후가 상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이렇게 한은 조위를 또다시 대파하며 기세가 꺾일 줄 모르니, 그 막강한 군세로 언제든 동오 또한 노릴 수 있기에 손권의 입장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과 진배없었다.
이때 육손이 동오의 답변이 너무 늦어져 양양에 주둔하고 있는 법정이 양국의 동맹에 대해 물 건너간 것으로 여기고 재차 강릉 침공을 계획할 것 같다는 우려를 손권에게 아뢰었던 것이다.
“대왕, 아무래도 촉의 책사 법정이 아국의 답변이 오지 않는 것을 두고, 아국이 양국의 동맹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재차 강릉을 노릴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의심이 신은 드옵니다. 그것은 한수로 다시 함대를 이동시킨 것을 보아도 알 수가 있는 것이옵니다.”
이러한 육손의 지적에 손권은 겁이 덜컥 났다.
“아… 아니! 그러면 아니 되지! 촉은 이번에 또다시 조위군을 대파하였다고 하지 않소. 그런 강력한 군대인데 대도독이 우려하는 법정이 직접 지휘를 한다면 강릉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아니오?”
손권의 하문에 육손이 답하였다.
“예, 대왕 신 또한 그리 생각하옵니다. 하여, 지금이라도 촉에 동맹 논의를 위한 사신을 보내야 할 줄 아옵니다. 하온데 거기에는 문제가 있사옵니다.”
그러며 육손이 문제가 있다고 하자 손권이 다급히 물었다.
“대도독 무슨 문제가 있다는 말이오?”
이에 육손은 이 부분에서 손권의 유감 표명 문제를 꺼내들었던 것이니.
“대왕, 아국이 동맹에 대한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이것이 오히려 촉에 아국을 칠 명분을 만들어주게 되었사옵니다. 하여, 아국이 촉에 동맹의 논의를 위한 사신을 보낸다고 한들 저들이 이를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게 되었사옵니다.”
“대도독 그러면 어찌해야 한다는 말이오?”
손권의 하문에 육손이 일부러 굳어진 얼굴을 하더니 손권의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이리 아뢰는 것이 아닌가.
“대왕, 그에 대해 말씀을 올리게 되면 필시 대왕께서는 크게 진노하실 것입니다.”
이에 손권이 다시 육손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과인이 책하지 않을 것이니 어서 말해보시오.”
“예, 대왕. 하오면 말씀 올리겠습니다. 대왕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동맹에 대한 논의를 위해 사신을 보낼 적기를 놓치게 되어 아까 말씀 올린 대로 촉에서는 이것을 아국이 촉에 적대하기로 결정했다고 여기고 필시 법정이 앞장서서 대군을 이끌고 강릉을 칠 것입니다.”
육손이 다시 한번 촉의 위협을 강조하자 손권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 부분은 과인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니, 아국이 아니, 과인이 어찌해야 하는지 어서 말해보시오!”
사실 육손이 이렇게 촉의 위협을 과장하여 손권에게 재차 말하는 것은 그렇지 않으면 손권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손권은 신하의 입장에서 설복하기 쉽지 않은 군주였다.
육손이 손권의 하문에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대왕,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사신을 보낼 적기를 놓친 지금, 촉과 동맹 논의에 나서려면 아국의 진심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려면 대왕, 대왕께서 지난날 관우의 일에 대해 촉에 유감 표명을 하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되옵니다.”
손권은 육손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내었다.
“대도독 지금 과인더러 관우의 일에 대해 촉에, 아니 유비에게 사과를 하라는 말이오?”
이에 육손은 머리를 조아리며 참담한 목소리로 이리 고하는 것이다.
“예, 대왕. 그래야 저들은 아국이 저들과 진정으로 동맹의 논의를 할 것이라 여길 것이고 법정도 강릉을 치지 않을 것입니다.”
손권은 자신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법정이 강릉을 치지 않을 것이란 말을 듣고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작금 급박한 오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산월의 회유가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도 않아 언제든 다시 산월이 들고일어날 수도 있었기에 이를 막기도 버거운 동오가 법정의 강릉 침공까지 막아낼 여력이 없던 것이다.
그리하여 손권은 굴욕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촉에, 아니 유비에 지난날 관우에 행한 잘못을 사과하는 유감 표명을 하기로 하였다.
“… 알겠소. 과인은 나라를 위해 대도독의 말대로 지난날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도록 하겠소…”
이에 육손이 큰 목소리로 손권에게 아뢰었다.
“대왕, 참으로 영명하신 결정이옵니다!”
그리하여 육손은 손권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손권이 촉에 보내는 유감 표명이 담긴 서신을 작성할 것을 간언하였고, 손권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관우의 일에 대한 유감을 표하는, 유비에게 보내는 서신을 적었다.
이어서 육손은 촉에 보낼 사신으로 예의 그러하듯이 제갈근을 추천하였고, 곧 제갈근은 대전으로 불려왔으니, 손권은 제갈근을 사신으로 삼고 그에게 유비에게 보내는 서신을 건네며 촉과 동맹의 논의를 시작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리하여 제갈근은 곧 차비를 하고 재차 촉으로의 사신행에 올랐던 것이다.
* * *
여기서 잠시 촉으로 시선을 돌려야겠다.
그 이유는 바로 유비가 법정을 호출한 일 때문이다.
나는 유비의 부름을 받고 곧장 대전으로 향하였고, 유비는 내가 안으로 들자 곧장 나에게 이리 물었던 것이다.
“대사마도 알겠지만, 이제 짐은 한 제국의 정통성을 이어 받은 천자요. 그리하여 천하는 짐의 땅이라 할 수 있고, 동오 또한 짐의 영토임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오. 그리고 동오를 다스리고 있는 손권 또한 짐의 신하인데 어찌 짐이 신하인 손권과 동등하게 동맹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이오?”
아무래도 유비가 다시 생각해 보니 마뜩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며 유비는 다시 강조하듯이 말하였다.
“대사마, 짐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황제국이 제후국과 동맹을 체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오.”
유비의 입장에서는 관우를 참한 손권이 불구대천지원수인데다 이제 자신은 천자로 손권은 신하이니 동맹을 맺을 이유가 없음을 이처럼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리라.
나는 유비의 이러한 하문에 나름의 방법을 이야기하였다.
“폐하의 말씀이 맞사옵니다. 폐하께서는 천하의 주인이시고, 손권의 폐하의 신하이옵니다. 하여, 신이 생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대사마 어서 말해보시오.”
유비의 명에 나는 직설적으로 그 방법을 아뢰었으니.
“폐하, 그러시면 태자(유선)의 명의로 손권과 동맹을 체결하면 될 것이옵니다.”
이러한 나의 말에 유비가 즉각 반발하였다.
“태자가 손권과 동맹을 맺다니, 대사마 그러한 것은 고금에 사례가 없소.”
“폐하, 고금에 사례가 없다면 이제부터 만들면 될 것이옵니다.”
그랬다.
원 역사에서도 고금의 없던 사례를 만들어내지 않았던가.
바로 원 역사에서 유비 사후 촉한이 동오와 동맹을 맺게 되었을 때, 등지는 황제국(천자국_ 사신의 자격으로 동오로 가게 되었는데, 이 당시 손권은 오왕으로 명목상으로는 양국의 격이 맞지 않았으나, 촉의 사정이 워낙 급박하였기에 이를 무시하고 동맹을 체결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손권이 칭제를 하였을 때도 촉은 묵인을 한 것이니, 이는 한을 계승한 촉이었기에 원래는 손권의 이러한 행위를 그냥 넘기면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촉은 조위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해야 했기에 동오와의 동맹이 필수인 부분으로 어쩔 수 없이 손권의 칭체를 *용인한 것이다.
[* 제갈량의 용인이라 해도 무관할 것이다.]유비는 나의 진언을 듣고 나의 말을 되짚었다.
“고금에 없는 사례를 이제부터 만든다라…”
“예, 폐하. 태자가 촉왕을 겸하게 하여, 태자가 촉왕의 자격으로 이번 동맹을 맺는 주체가 되게 하시면 오왕인 손권과 격이 맞을 것입니다.”
그랬다.
이렇듯 태자 유선이 촉왕을 겸하게 하여 오왕 손권과 동맹을 맺게 하는 것이 나의 방안으로, 이는 태자 유선의 업적을 만드는 일로 유선에게 제위를 잇는 명분이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이러한 나의 말에 눈치 빠른 유비도 나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알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유선을 내세우게 되면 유비의 권위도 살리는 것이기에 유비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려. 알겠소. 그럼 짐이 대사마의 진언대로 태자에게 촉왕을 겸하게 하여 동오와의 동맹 체결을 주관하게 하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