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8
18. 나의 팔문금쇄진(八門金鎖陳)
장비가 이렇게 멀리까지 나와 나를 영접하였고, 나는 장비의 안내를 받아 장비의 파서군을 사열하게 되었다.
파서군은 모두 1만 병의 정예병이었다.
이날 사열은 그 정예병 중에도 정예를 추려 약 이천여 명의 병사들이 대상이 되었다.
장비의 명에 따라 부장들이 즉시 명을 내리니 병사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렇듯 장비는 혹독한 훈련으로 강병을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나는 장비에 의해 군기가 바짝 든 정예 병사들의 훈련 상태를 사열하고는 흡족해하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우장군! 아주 좋습니다! 이 정도 정예병이라면 틀림없이 승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비는 내가 자신의 병사들을 보고 흡족해하자 크게 기뻐하였다.
“상서령이 좋다고 하니 나 또한 좋소이다!”
하나 여기서 나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장비의 파서군에서 기병의 모습이 거의 전무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에게 물었다.
“우장군, 그런데 어찌 기병들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나의 물음에 장비는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그게… 저… 우리 군에는 기병이 겨우 수백에 불과하여 그렇습니다.”
“그렇군요…”
장비는 내가 혹시 실망하지는 않았나 나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작금 촉의 병력은 대부분이 보병이었고 기병은 불과 수천에 불과했다.
이러한 기병 또한 상당수의 말이 식량과 무기 등을 운반하는 운반용으로 쓰였기 때문에 사실상 기병이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여, 기병의 장점인 적병을 향한 돌파와 기습을 할 수 없었고, 그것은 반대로 적 기병의 기습 공격에 아군의 측면과 후방이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장비의 파서 군 1만 또한 대부분이 보병이었고, 장비의 말처럼 기병은 겨우 수백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장비는 이러한 기병의 부족을 만회하는 능력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유비, 관우와 함께 한 초창기 유협집단(遊俠集團) 시절부터 장비는 유격전에 두각을 나타냈던 것이다.
장비의 이러한 유격전이 빛을 발한 순간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한중공방전에서 장합을 상대로 했던 와구전투였다.
장비는 정예 1만을 거느리고 나아가 장합의 군대와 전투를 하였는데, 좁은 산길을 활용한 장비의 유격전술로 인해 장합의 군대는 전군과 후군이 분리되다시피하며 장비에게 각개격파되니, 장합은 말까지 버리고 소수의 휘하 장졸과 함께 샛길로 도주를 하였던 것이다.
이렇듯 장비의 유격전술은 이미 검증된 것이었고, 나의 전술 또한 기습과 유격전이 병행될 것이기에 당장은 기병이 아쉽지는 않았다.
하나 전투가 발생하는 곳은 광활한 개활지가 될 수도 있었기에 만약 아군이 이러한 평원에서 적과 대적하게 된다면 아군은 적 기병의 먹이가 될 것이 자명했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진법이 있었으니 이것은 분명 원래 법정의 지식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장비에게 즉흥적으로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 것이다.
* * *
내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 있자 장비는 안절부절못하였다.
그러다 내가 마침내 입을 열어 장비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니 장비는 놀라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표정이 되었다.
“우장군, 내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제안이라니… 상서령 무슨 제안입니까?”
“예, 다름이 아니라 우장군의 병사들을 둘로 나누어 하나는 공격을 하나는 방어를 하는 모의 전투를 벌였으면 합니다.”
“오! 모의 전투라… 그거 재미있겠소이다! 좋습니다. 못할 거 없지요!”
이에 나는 장비에게 내가 방어 측을 맡을 것이니 장비가 공격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이에 장비는 그러면 분명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표정이 되었다.
“에이… 상서령이 아무리 유능한 책사일지더라도 아군의 숙련된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외다.”
나는 자신하는 장비에게 웃으며 말했다.
“우장군 ‘길고 짧은 것은 대보아야 아는 법’입니다.”
“좋소이다. 그럼 내가 공격을 맡을 테니 상서령이 방어를 해보시구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왕평을 가리키며 장비에게 말했다.
“우장군, 왕 주부를 내 부장으로 써도 되겠습니까?”
“안될 게 무엇입니까? 왕 주부는 아직 상서령의 주부인데 마음대로 하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왕평을 따로 멀지 감치 불렀다.
장비는 내가 왕평 따로 불러 무슨 작당모의(?)를 하든지 자신이 이길 것이라는 확신이 가득 찬 표정이었다.
나는 주위에 널린 작은 돌멩이를 주워 그것으로 진의 모양을 만들었다.
왕평은 내가 만든 진의 모습을 보고는 눈이 커지며 나를 쳐다보았다.
“상서령 이것은?”
“그렇다네. 팔문금쇄진(八門金鎖陳)이네…”
팔문금쇄진은 삼국지연의에서 등장하는 유명한 진법으로, 휴(休), 생(生), 상(傷), 두(杜), 경(景), 사(死), 경(驚), 개(開)의 여덟 개의 문으로 이루어진 진을 말하는 것이다.
연의에서 유비가 조인과 맞붙게 되었을 때 조인이 이 진을 펼치게 되는데, 유비의 책사인 서서가 조자룡을 시켜 조인의 팔문금쇄의 진을 깨트리게 된다.
연의에서는 그 뒤 촉 승상 제갈량이 팔문금쇄진을 더욱 발전시킨 음양팔괘진을 활용하였다.
나는 돌멩이로 펼친 진법을 가리키며 왕평에게 설명을 하였고, 왕평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그 즉시 나에게 물었다.
“상서령 만약 적이 한쪽으로 정면 공격을 한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만일 적이 한쪽 방향으로 정면으로 돌파를 시도한다면 그 면의 양쪽 문을 열어 적을 끌어들여 양쪽에서 동시에 포위 공격을 하게.”
왕평은 이어서 또 다른 질문을 하였다.
“만약 두 방향으로 공격을 해온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적이 두 방향으로 공격할 시에는 한쪽은 아까 말한 대로 하며, 다른 한쪽은 좌우의 문중 하나를 열어 역시 포위하면 되네.”
이렇게 두 가지 의문이 풀렸는데도 왕평의 질문은 왕성하였다.
“적이 세 곳에서 동시에 공격한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이때는 공격받는 곳의 좌우 문들 모두 개방하여 적을 감싸 공격하고 뒤쪽의 후문 쪽의 병사들은 즉시 공격받고 있는 앞쪽 문으로 지원을 하면 되네.”
즉, 뒤쪽 문의 병사들이 우회하여 적의 측면이나 후방을 치는 것이다.
왕평은 네 번째 궁금한 점을 물었다.
“만약 적이 동시다발로 사방을 공격한다면 이때는 어찌합니까?”
“그때는 모든 진의 문을 열어 공격해오는 적에 맞서면 되네. 하나, 여기서 한 가지 큰 문제가 발생하는데 그것은 진법의 여덟 문이 모두 열리게 되면 동남의 생문으로 뛰쳐들어오는 적의 기병에 취약해진다는 것일세.
만약 적의 기병에 의해 생문이 뚫리게 되어 적 기병이 진을 헤집고 다니며 경문으로 나오게 된다면 그 즉시 팔진법은 무너지게 되고 아군은 패하게 되는 것일세.”
나의 이러한 말에 아직 끝나지 않은 왕평의 질문이 이어졌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바로 중앙에 있는 지휘관과 예비대의 유격 전술일세. 만약 적이 사방으로 공격해 들어와 생문이 위협을 당하게 될 때 중앙의 지휘관은 예비대를 이끌고 동남의 생문 쪽으로 찔러들어오는 적 기병을 요격해야 하네. 하나, 이것은 웬만한 담력으로는 힘든 것이네.”
왜냐하면 적 기병의 돌파를 직접 맞닥뜨리게 되면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적 기병의 돌격을 마주하게 되면 대부분 어찌할 줄 몰라 도망치거나 그 자리에서 굳어 그대로 적 기병의 좋은 먹잇감이 되는 것이다.
왕평은 ‘담력이 필요하다’라는 나의 말에 발끈했는지 자신은 용기백배하니 절대 기병 따위에는 물러서지 않겠다고 말하였다.
“알겠네. 자네가 이 진법의 지휘관으로서 그런 자세로 나선다면 분명 아군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일세.”
“예, 상서령 맡겨만 주십시오. 상서령의 기대에 부응하여 반드시 이 모의 전투에서 승리해 보이겠습니다.”
이렇게 나는 왕평에게 팔문금쇄진의 설명을 끝내고는 왕평에게 명해 수비 병력을 이끌고 곧장 진을 펼치라 명하였다.
그리고 멀지 감히 떨어져 있던 장비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이렇게 도발하듯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 무슨 진법을 펼칠지는 모르겠으나 어떠한 진법이라도 우리 막강한 파서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을 것이외다.”
이에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진이 펼쳐지는 데로 한번 공격해 보시지요.”
그리하여 왕평은 진을 펼쳤는데, 나에게 한번 설명을 들은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팔문금쇄진을 펼쳤던 것이다.
장비는 왕평이 펼친 진을 바라보더니 꽤 훌륭한 진이라 칭찬을 했다.
“흠… 꽤 좋은 진이로군요. 좋습니다! 내가 한번 저 진을 깨트려 보겠소이다!”
나는 이에 장비를 도발하였다.
“우장군께서 아까 분명 장군의 병사들이 강하기에 어떠한 진이든 쉽게 깨트릴 수 있다 했으니 공격에는 보병만 투입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장비는 나의 도발에 넘어갔다.
“좋소이다! 내 기병을 쓰지 않고도 저 정도 진이야 능히 파훼시킬 수 있소이다!”
나는 거기서 한 술 더 떴다.
“우장군 그럴 게 아니라 누가 이기게 될지 내기를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하하! 내기! 좋지! 좋소이다! 그렇다면 이 모의 전투에서 지는 쪽이 벌주를 마시는 것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그렇게 모의 전투는 나와 장비 사이에 벌주를 둔 내기로까지 진행되었던 것이다.
* * *
모의 전투의 공격과 수비 측이 준비를 마치자 장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렁찬 목소리로 모의 전투의 시작을 명하였다.
“양 측 준비가 되었다면 어서 시작하라!!”
장비의 명에 따라 경쾌한 북소리가 울렸고, 곧바로 공격의 장비 측 병사들이 부장들의 지휘에 따라 왕평의 팔문금쇄진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장비는 분명 저따위 진이야 삽시간에 와해될 것이라 확신한 모양이었다.
하나, 그러한 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게 되었다.
바로 왕평의 진이 워낙 유기적으로 대응을 했기에 공격 측의 병사들이 순식간에 포위되었던 것이다.
모의 전투이기에 이렇게 포위된 병사들은 전투불능으로 여겨져 전투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저… 저… 저!!”
장비는 느긋하게 앉아서 이기는 결과만을 보려 했으나, 공격 측 병사들이 진을 파훼 하기는커녕 포위 섬멸되어가니 경악한 표정이 되었던 것이다.
특히 진의 중앙에 있는 왕평이 제때에 정확한 판단으로 팔문의 진의 병사들에게 명을 내려 적을 포위하는 것을 본 장비는 왕평의 지휘 능력에 감탄사를 내보냈다.
“저… 왕 주부의 지휘가 대단히 뛰어나군요! 하… 이러다가는 지게 생겼는데…”
나는 여기서 왕평이 아까 나에게 자신감을 보였던 기병의 대응을 잘 해낼지 궁금하였다.
“우장군, 우장군이 분명 보병만으로도 진을 뚫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는데 그것이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장비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게 그렇게 되는군요…”
이에 나는 장비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장군 내가 기병 투입을 허할 터이니, 어디 한번 저 진을 마음껏 깨트려 보십시오.”
나의 이러한 배려에 장비는 기사회생한 표정이 되었다.
“저… 정말이오 상서령?”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내 상서령의 배려를 아니 받을 수 없겠지. 알았소. 내 아껴두었던 우리 정예 기병을 투입하도록 하겠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