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69
69. 나의 신(新) 천하삼분지계
일전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역사는 이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작금 이 역사의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는 원 역사의 일은 바로 남북조 시대를 종식시킨 수나라의 통일 과정일 터였다.
수는 알다시피 북주의 외척이던 양견이 북주의 정제에게서 제위를 선양(禪讓)를 받아(선양이라 쓰고 찬탈이라 읽는다.) 건국한 나라로, 곧 수나라는 북제를 멸망시키고 이어서 남쪽의 남조 진까지 멸망시키며 길었던 수백 년의 분열 시기를 종식시키고, 중원을 통일한 나라다.
이러한 수의 통일 동력은 다름이 아닌 수의 전신이 북주에서 나왔으니, 북주의 영역은 작금 이 역사에서 아국인 촉이 조위로부터 회복하고자 하는 영역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북주는 촉의 영역에서 옹양주와 형주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북주는 균전제를 시행하여 생산력을 높이니 북조의 또 다른 국가인 북제와의 체제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 나갔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유비와 제갈량에게 선보일 아국, 촉이 나아가야 할 대전략이었으니, 나는 이를 ‘신(新) 천하삼분지계’라 이름 붙였다.
나는 원 역사에서 후에 북주, 북제, 남쪽의 진으로 펼쳐진 삼국시대를 이 역사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나의 구상을 유비와 제갈량에게 보이기 위해, 또 다른 흰 종이를 탁자에 올리고 나서 곧바로 원 역사의 북주, 북제, 진의 삼국의 영역을 지도로 그렸다.
유비는 내가 새로이 그리는 지도를 보고는 눈이 커지며 그것을 지켜보았고 완성이 된 지도를 보고는 놀라고 말았다.
“상서령, 이것은?”
대왕의 물음에 내가 미소를 지으며 아뢰었다.
“예, 대왕. 신이 원래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새로운 천하삼분지계를 지도로 그려 본 것입니다.”
“새로운 천하삼분지계?”
융중에서 융중대책이라 불리는 ‘천하삼분지계’의 대 계획을 유비에게 보여주었던 제갈량이은 ‘새로운 즉, 신(新) 천하삼분지계’라는 말이 나에게서 나오자 평소 크게 놀라지 않던 그의 두 동공이 커지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군사. 융중에서 군사가 대왕께 말씀 올렸던 ‘천하삼분지계’를 조금 수정한 전략입니다.”
유비는 그 전략이 무엇인지 나에게 재촉을 하였다.
“상서령 어서 새로운 천하삼분지계가 무엇인지 말해보도록 하시오!”
“예, 대왕. 신이 대왕께 역적 조비를 토벌를 위해 대군을 일으키시라 말씀을 올렸을 때부터 신은 이 전략을 실행하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대왕께 2로 대군으로 북쪽과 동쪽의 양방향으로 조적을 공격하는 것을 진언 드린 것이옵니다.”
그랬다.
신 천하삼분지계에서 우선 확보해야 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북형주의 양양과 번성이었다.
그리고 여기에 량주와 옹주를 손에 넣어야 어느 정도 원 역사의 북주의 영역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이어서 나는 신 천하삼분지계의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렇게 대왕께서는 북벌을 하셔서 옹양주를 함락하시고, 신은 우장군(장비)과 함께 양번까지 대왕의 영토로 만들게 되면 신 삼분지계의 첫 번째 단계가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옹양주와 양번을 정비하고 백성을 안정시키면서 옹양주와 양번의 피폐해진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장려하여 생산력을 높이게 된다면 (특히 관중 지방) 어느 정도 조적과 반반의 싸움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나의 설명에 유비가 눈이 확 뜨이는 표정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려! 과인은 어찌하여 상서령이 아군의 힘을 둘로 나누어 2로 대군의 공격을 펼치는 계책을 꺼내들었나 했는데 바로 이러한 새로운 삼국의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대전략이었구려!”
“예, 대왕 그렇사옵니다.”
한데 이러한 이 역사의 나의 ‘신 천하삼분지계’에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즉, 원 역사에서는 무능했던 북제나 남조의 진나라가 있었기에 북주를 이어 받은 수의 양견이 수월하게 통일을 하였던 것이다.
하나, 이 역사에서 여전히 조비의 통치 아래의 조위는 화북을 단단하게 틀어쥐고 있었고, 강남의 손권 또한 아직까지는 (이궁의 변이 일어나기 전이므로) 꽤 유능한 군주이지 않는가.
특히 손권은 사사건건 아국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흉계를 펼치고 있으니 꽤나 어려운 상대임에 분명하였다.
즉, 수나라의 양견이 남조의 진을 거의 신경 쓰지 않고 북주를 압박하며 결국은 멸망을 시킨데 반해, 이 역사에서 손권의 오나라는 대왕 유비가 조비의 토벌에 나서기 전에는 분명 아국의 2배가 넘는 힘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하여 아국은 원 역사의 수나라의 경우와는 다르게 강력한 조위와 오를 동시에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때는 어느 한쪽 즉, 오나라와 손을 잡고 나머지 한쪽인 조위를 상대하는 것이 당연할 터였으나, 대왕 유비의 마음이 문제였다.
일전에 유비가 의형제인 관우의 복수를 위해 몰래 대군을 양성하여 오를 치려 하려는 것을 내가 목숨을 걸고 유비를 설득을 하여, 유비가 손권에 대한 복수를 임시로 미뤄둔 것을 알 것이다.
이때 나는 유비에게 역적 조비를 토벌한 연후에 반드시 관우의 복수를 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런데 작금 내가 유비에게 손권과 연합을 할 것을 주청하게 되면, 유비가 크게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도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조비와 손권이 다시 손을 잡고 아국을 공격할 것이 자명할 터.
그리된다면 이제 겨우 중원으로 들어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아국의 약진이 막히게 되고 오히려 수세로 돌아서게 될 수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료가 되고 오늘의 동료가 내일의 적이 되는 법이다.
이는 보통의 인간관계에서도 통하는 말이지만, 특히 나라와 나라 간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통하는 정언명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리하여 일단은 삼국 중 가장 강력한 조위를 상대하기 위해서 싫어도 작금은 대왕이 손권과 재연합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생각을 순식간에 하면서 유비를 향해 두 손을 모으며 이리 아뢰었다.
“대왕 이 지도에 나온 형상이 되면 비로소 아국이 조적과 반반의 싸움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관중의 생산력과 인력이 더해지며 천하의 십분지 일 밖에 되지 않는 아국의 힘이 적어도 3할까지는 올라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리 되더라도 빠른 시기에 조위를 쳐야 조적을 멸망시킬 가능성이 올라가게 되는 것입니다.”
나의 설명을 들은 유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였다.
“그렇구려. 조적은 여전히 화북을 점유하고 있으니 조적에게 시간을 주면 이제 겨우 좁혀지던 차이가 금시에 다시 벌어질 것이 자명하오. 그리하여 상서령의 진언대로 조적에게 틈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겠지.”
나는 유비의 말에 공수를 취하며 아뢰었다.
“예, 대왕 바로 보셨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바로 병귀신속과 속전속결의 방책과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하오니 대왕 신의 이러한 전략을 가납하여 주십시오!”
이러한 나의 주청을 유비가 마다할 리 없지 않은가.
유비는 크게 기뻐하며 당연히 나의 전략을 채택하였다.
“상서령의 대전략을 과인이 마다할 리 있겠소? 당연히 아국의 전략으로 채택을 할 것이오!”
“망극하옵니다 대왕.”
이렇게 나의 신 천하삼분지계가 촉의 전략으로 채택이 되자 곁에서 유심히 듣던 제갈량이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유비에게 아뢰었다.
“대왕, 상서령이 이렇듯 대전략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것을 전장에서 실행할 능력이 있으니 이는 대왕과 아국의 홍복입니다.”
그러며 제갈량은 나를 향해 이리 말하는 것이었다.
“상서령이 신 천하삼분지계를 외정에서 펼치게 될 것이니, 그럼 나는 신 천하삼분지계가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대왕을 도와 내정을 전적으로 신경을 쓰면 되겠구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우선 *도강언부터 개보수하려던 참이었소. ”
[* 제갈량은 도강언을 수시로 유지 보수하고 있었으나 천여 명의 인력으로는 물길을 제대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하여 제갈량은 이번에 수만의 위나라 포로들로 도강언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려는 것이었다.]그러면서 제갈량은 유비를 향해 공수를 취하며 아뢰었다.
“대왕, 이번에 상서령의 2군의 포로가 된 위나라 병사들 수만으로 도강언을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이어 황무지를 개척하여 농지를 만든 다음 그들을 아국의 백성으로 편입하여 그곳에서 농사를 짓게 한다면 생산량이 늘어갈 것입니다. 대왕, 이를 윤허하여 주십시오.”
이 또한 유비가 마다할 리 없으니.
“군사, 그것참 좋은 생각이오. 그리하도록 하오.”
“망극하옵니다 대왕.”
이미 제갈량은 나에게 전선의 일을 모두 맡기고 자신은 내정에 총력을 쏟아부으려 하고 있었군.
역시 제갈량이야.
이리 두 신하가 서로의 역할을 확실히 분담하니 유비는 이것이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유비는 크게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말하기를.
“하하하! 과인에게 내정에는 군사가 있고 외정에는 상서령이 있음이오! 과인은 두 고굉지신을 통해 나라를 운영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오!”
나와 제갈량은 유비의 칭찬에 두 손을 모으며 겸양을 표하였다.
“망극하옵니다 대왕.”
* * *
나는 이렇게 유비와 제갈량에게 신 천하삼분지계를 선보였고, 유비는 이를 즉시 촉의 대전략으로 채택을 하였다.
이렇듯 대전략이 있어야 거기에 맞춰 군이 움직이고 나라가 운영되는 것이다.
나는 이어서 작금 상용에 있는 오의 사신 제갈근에 대한 이야기도 하였다.
“대왕, 대왕께서도 보고를 이미 받으셨겠지만, 오의 사신 제갈근이 작금 상용에 와 있습니다.”
이에 유비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그랬지. 워낙 이곳의 일이 바쁘게 돌아가서 그런 보고가 있었는지도 몰랐소.”
유비는 그런 보고가 있었는지 모르는 게 아니라 생각하기도 싫었던 것이겠지.
그것은 아직까지 의형제인 관우를 참살한 손권에 대한 복수심이 여전히 유비의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유비의 마음을 애써 모르는 척하며 유비에게 아뢰었다.
“예, 대왕. 대왕께서 친히 1군을 이끄시고 이렇게 대단하고 엄청난 정벌을 하고 계시니 그러한 것을 신경 쓰실 여력이 없으셨을 것입니다.”
유비는 나의 말에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과인이 보고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그러는데 제갈근은 어찌 찾아온 것이오?”
나는 유비의 하문에 답하였다.
“예, 대왕. 오주(손권)가 대왕의 대약진을 보고 크게 놀라 우선 아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제갈근을 사신으로 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흥, 쥐새끼 놈이 무슨 과인과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리고 제갈근은 어찌 과인을 찾아왔어야지 상서령을 찾아갔다는 것이오?”
나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으나 짐짓 모른는 척 하며 유비에게 아뢰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신이 생각하기에 대왕께서 멀리 이곳 옹양주에 계시기에 우선은 가까운 상용에 있던 신을 찾은 것이 아닌가 하옵니다.”
유비는 역시 한 나라의 군주였다.
잠시 말없이 생각을 하던 그가 군주로서의 판단을 보였던 것이다.
유비는 손권에 대한 복수심 억누르며, 오나라의 사신으로 온 제갈근을 어찌해야 할지 나에게 물었던 것이다.
“상서령, 어찌 되었건 손권이 오의 사신으로 제갈근을 보냈으니 아국이 응답을 해야 할 것이오. 어찌하면 좋겠소?”
나는 이에 나도 모르게 제갈량의 눈치를 살폈다.
그것은 제갈근이 제갈량의 친형이기 때문이리라.
하나, 제갈량은 어떠한 동요도 없었으니, 형제가 나라의 일에 대해서는 한치의 사심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역시 촉과 오에서 제갈량 형제가 중임을 맡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나는 유비의 하문에 이리 아뢰었다.
“예, 대왕. 나라 간의 관계에서 향후의 일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음이옵니다. 하여, 일단은 대왕께서 오나라 사신 제갈근에게 오의 관계 개선 요청에 대해 한번 고려를 해보겠다는 언질을 주시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나의 진언을 들은 유비는 인상을 찌푸리기는 했으나 수용을 하였다.
“그리하면 되겠군…”
“그리고 작금 오의 사신 제갈근에게 대왕의 뜻을 알려 바로 돌려보내면 아니 될 것입니다. 대왕께서 옹양주 함락을 완전히 완결 지으신 연후에 제갈근을 오로 돌려보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