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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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약왕 환재금
“아무튼 약왕은 위험한 인물일세. 잘 다루시게.”
공융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송경으로 돌아갔다. 나는 찜찜한 표정으로 그를 합비성 남문에서 전송했다. 저녁놀이 지고 있었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합비의 견고한 성벽을 붉게 물들였다. 아무리 성벽을 높게, 단단하게 쌓으면 뭘 한단 말인가. 천하를 물들이는 노을에는 속수무책인 것을. 당장 허저를 부려 환재금의 목을 취하면 그만인데! 그것이 몰고 올 재앙이 생각나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합비성부로 돌아와 성내의 복심들을 불렀다. 만지, 감녕, 허저, 유엽, 진도.
“환재금을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만지는 속 편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냥 두면 안 되겠수? 해악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잘 포섭하여 두면 요긴한 우익이 될 수도 있구.”
허저도 이에 동의했다. 암튼 둘의 쿵짝은 알아줘야 한다.
“옳슈. 팔뚝만한 농어를 주지 않았슈? 착한 사람이 분명혀유.”
허저는 부르지 말 걸 그랬다. 측근들 중 유일한 문관인 유엽이 발언했다.
“조심스러워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낙준을 움직여 공 태부를 보낸 것만 해도… 세련된 방법을 구사하는 인물입니다. 유화의 의도가 있다고 봐도 되지 않겠습니까?”
“당장은 유화일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가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지 않습니까? 유표의 예를 보면 말입니다. 이 합비가 그 자의 장난질로 양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혐의가 없는 그를 명분 없이 칠 수는 없습니다. 천하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주변의 군벌이면 모를까 일개 장사치가 아닙니까. 게다가 월단평의 실질적인 주인이니 천하가 합비후의 악행을 지탄할 것입니다.”
그렇지! 이 자는 제약회사의 사주인데다 산월이란 뻑적지근한 경비업체를 거느리고 월단평이란 매스미디어를 보유한 언론재벌이었지! 짜증난다, 짜증나!
“환재금의 저택에서 들렸던 금속성과 그 휘하의 새왕 비잔.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미 청금을 그에게 들킨 이상……”
유엽은 말끝을 흐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합비후.”
“유 공이 그러는 거 적응 안 됩니다. 고개 드세요. 약왕이 생각보다 치밀했을 뿐이에요.”
뾰족한 방법이 없어 팔짱을 끼고 침묵만 견지했다. 한참동안 그렇게 했다. 침묵을 해소한 것은 바깥의 소리였다. 합비 성내의 저자를 관리하던 말단 문관이 내게 엎드려 아뢰었다.
“합비후께 아룁니다.”
범상한 말투에 급박함이 어려 있었다.
“말하시오.”
“저자의 약재상 환재금이 약재의 값을 앞으로 삼 할 높게 책정하겠다고 했습니다. 환재금 산하의 상단들도 저마다의 물목을 웃돈을 얹어 팔기로 했습니다.”
“하, 이런 개새끼.”
나도 모르게 욕지거리가 툭 튀어나왔다. 소리 지르면서 한 욕은 아니니까 봐주시겠죠, 상제님? 나는 그 다음에는 높은 음량 속에 욕설을 담을 것 같아 입을 꾹 담고 손가락으로 탁자를 건드렸다. 이놈을 어떻게 한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적의를 느꼈다. 진짜, 못 참겠다. 이 와중에 침착도 하신 청금령 유엽 공께서는 이 상황을 분석했다.
“공 태부를 보내는 한편 값을 올려 압박한다…… 강온 양면으로 나가겠다는 심산이군요.”
만지도 흘흘 웃었다.
“합비후께 공을 넘긴 것이우. 알아서 기어라 이거지.”
허저는 볼에 바람을 넣었다.
“착한 사람 취소유! 숭악헌 놈이구먼!”
나는 한참 분을 삭였다. 그러는 사이에 나의 복심들은 말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갑론을박했다. 이미 알고 있는 지긋지긋한 사실들의 나열이었다. 환재금을 족치고 싶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쿵저러쿵의 이유로 그럴 수가 없다. 뭐, 이런 사실들. 비관을 논하는 목소리들에 내 분은 삭여지기는커녕 비탈을 구르는 눈덩어리처럼 몸집을 불렸다. 아, 진짜 못 참겠다.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도 공.”
여느 때와 달리 싸늘한 내 목소리에 진도는 짐짓 음성에 군기를 넣었다.
“넷, 합비후!”
“준마를 탄 기병 50을 거느리면 여남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음… 중간에 탄막(炭幕)도 들르고 허믄……”
탄막? 전쟁 중에 장갑차가 휴게소 들르는 소리하고 있네.
“탄막 그런 거 안 들릅니다. 무조건 전속력으로.”
“으으으음… 탄막에서 삶은 괴기 한 근은 묵어야 살 만헌디유……”
“아, 진짜.”
다소 신경질을 부릴락 말락 하는 목소리에 진도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전속력으루 스무날이면 되겄네유!”
“보름 드리겠습니다. 여남으로 가서 월단평을 쓰는 허문휴를 잡아다 합비로 데려오세요. 내 서한을 보여주면 여남태수 장료 공이 협조해줄 것입니다. 허문휴는 겁박하지 말고 잘 달래도록 하세요.”
“아, 알겄슈!”
나는 진도를 서둘러 여남으로 쫓아 보내고 유엽 쪽을 바라봤다. 그 냉혈한도 내 표정이 적응이 안 되는지 어깨를 움찔거렸다.
“청금령께서는 휘하 청금과 화평사 이 천을 거느리고 합비를 모두 봉쇄하도록 하세요.”
“합비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냥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만지를 바라봤다.
“노인장은……”
만지는 내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화평사를 거느리고 외방을 경계하겠수. 더불어 언제든 출정할 준비를 해놓겠수.”
나는 비로소 웃을 수 있었다.
“옳거니!”
다음은 감녕과 허저였다.
“그대들은 좌우로 나를 보중하시오. 화평사 일천을 거느리고 약왕의 저택으로 가겠소.”
만지는 나를 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일을 크게 벌이시는구먼.”
“빠샤.”
비상명령이 떨어지자 화평사 전원은 순식간에 무장하고 집결했다. 나는 즉각 그들을 거느리고 환재금의 저택으로 질주했다. 그는 내 예상보다 강하고 빠른 정보력을 지니고 있다. 여차했다가는 놓치고 만다. 놓치면, 끝이다.
“전력으로 달려라!”
내 명령에 화평사 병력은 이를 악물고 종아리에 힘을 주었다.
유엽은 내 명령대로 합비의 동서남북 사방의 문을 모두 걸어 잠그고 포구를 봉쇄했다. 작은 개구멍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병사들이 번을 섰다. 만지는 합비의 외곽을 물 샐 틈 없이 에워쌌다. 유엽과 만지가 이중으로 합비 포위망을 펼쳤다.
“합비후의 명령이다! 이 시간 부로 합비의 속관과 화평사를 제외한 전원의 통행을 엄금한다!”
통행금지령이 발동되었다.
“누구도 합비로 들어올 수 없다! 또한 누구도 나갈 수 없다!”
출입금지령 또한 발동되었다.
떠들썩하던 저자거리는 순식간에 긴장의 늪으로 빨려 들어갔다. 둔중한 침묵에서 잰 박자의 말발굽 소리만 허락되었다.
“포위하라!”
나는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며 있는 힘껏 외쳤다. 나의 명령에 무장한 병력이 환재금의 저택을 에워쌌다. 저택의 대문 안에서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합비후! 어찌하여 우리에게 칼을 들이대시오!”
경무장한 비잔이 대문 밖으로 나와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겁먹은 개가 더 크게 짖는 법, 비잔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환재금은 어디 있느냐!”
“어찌 칼을 들이대시냐 물었소!”
“환재금은 어디 있느냐!”
나의 외침에 비잔은 답하지 못했다. 그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가 뒷걸음질 치는 만큼 나의 병력은 앞으로 다가섰다. 환재금의 사환꾼들이 몽둥이를 들고 우리에게 대항했으나 그들의 안색에는 두려운 빛이 퍼져 있었다.
“조무래기한테는 관심 없다. 환재금을 불러라!”
나는 대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나 혼자 그랬으면 비잔에 의해 척추가 반으로 접혀 불구가 되었겠지만, 내 뒤에는 규규무부와 허저가 있었다. 비잔도 나와 눈을 맞추는 게 아니라 그들을 보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환재금! 모습을 드러내라!”
내가 대문간에 칼을 박고 외치자, 마침내 그것에 응답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모하기도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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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
단양의 산월 도적. 조조의 명령을 받아 산월을 궐기시켜 손권에게 저항했다. 당시 장하우부독으로 있던 육손은 병력을 일으켜 순식간에 이를 격파했다. 격파된 병력 중 강하고 날랜 자를 육손이 가려 휘하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