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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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두가게 아가씨
“아… 그래, 윤랑이는 계집애였지 참. 다른 친구 동생이랑 헷갈렸네, 하하.”
나는 뒤통수를 긁으며 어색하고 궁색하게 변명했다. 영자는 나를 잠시 뚫어져라 보더니 별스럽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다.
“아무튼, 윤랑이가 얼마 전부터 그 만두가게에서 사환으로 있거든.”
“오라비가 군의 수장인데 고작 사환으로 일한단 말이야?”
“너도 알다시피 워낙 제 손으로 일구고 싶어 하는 아이니까.”
왜 이렇게 내가 알아야 하는 게 많은 거야.
“응, 하하, 그렇지……”
“그래서 한번 들러볼까 하고.”
“그래. 가자.”
나는 선선히 동의했다. 여동생이라니. 시커먼 남동생 보러 가재도 갈 텐데 상큼한 여동생이라면 내 마다할 까닭이 있겠나. 만두도 몇 개 얻어먹으면 금상첨화지.
게다가 영자의 외모가 웬만한 미남자 이상으로 잘생겼으니 유사한 유전자라면 눈요기도 제법 하고 올 수도 있지 않겠나. 속물이라고? 여자 앞에서 남자는 죄다 속물 맞다.
“…진짜?”
영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응, 진짜.”
“허……”
영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 오늘 좀 이상하다. 아니 며칠 전부터 이상하긴 했지만.”
왜, 또. 뭐가 또! 나는 낯빛을 다스렸다.
“왜?”
“너, 윤랑이라면 아주 학을 뗐잖아. 계집애가 아주 선머슴 같다고. 한 번만 더 날뛰면 죽여버린다고 했잖아.”
“아, 내, 내가?”
지금이라도 생난리라도 피워야 하나. 제갈찬 이 자식은 얼마나 인생을 개차반으로 산 거야. 남의 여동생을 죽이긴 왜 죽이냐고. 나는 아예 제갈찬의 이전 생을 부정해버리기로 결심했다.
“말했잖아, 영자. 이제 새롭게 살 거라고. 마음씨 다 고쳐먹었는데 윤랑이라고 내가 심하게 다루겠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영자는 내 손을 잡으며 우는 시늉을 했다.
“찬아, 아니, 화평자! 이 손관 진정으로 감동했네!”
나는 실실 웃으면서도 대체 윤랑이란 여자가 어떻기에 제갈찬이 죽여버린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는지 두려워졌다. 설마 진짜 장군감 아니야? 만두가게로 향하는 말의 발걸음이 괜히 더 더디게 느껴졌다. 영자는 휘파람까지 흥겹게 불었다.
나의 걱정은 그야말로 기우였다. 만두가게에 들어서자마자 하얀 피부의 미녀가 나를 맞아주었다. 조금 기분이 나빴던 건 내 전 여친하고 아주 똑 닮았다는 건데, 그것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동하게 했는지도 몰랐다.
그녀는 나를 사랑이 똑똑 떨어지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나를 보자마자 몸을 배배 꼬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왜 이래? 사실 싫지만은 않았다.
“찬 오라버니, 오랜만에 봬요……”
그래, 나도 여자는 오랜만이구나, 윤랑아.
“어, 어, 그래, 오랜만이다.”
윤랑은 상당히 높은 음으로 까르르 웃었다.
“오라버니 오늘 기분이 좋긴 좋으신가 봐요. 그렇게 자상한 목소리는 일곱 살 이후로 처음 들어요!”
나는 멋있는 척 하는 웃음을 지으며 자상하게 대답했다.
“이젠 맨날 듣게 될 거야, 윤랑.”
웩! 뭐야 이 느끼한 작업멘트는. 이건 대뇌의 판단을 거치지 않은 수컷의 본능적인 말이었다. 이 허접한 수작에도 윤랑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가리고 수줍게 웃었다. 제갈찬 이 빌어먹을 자식, 이런 여자를 두고 뭐? 죽여버린다고? 너나 죽어라!
윤랑은 만두를 산처럼 쌓아 나를 대접했다. 주인 몰래 향이 그윽한 술도 내왔다. 주인도 모르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워낙 일대에 세력을 떨치는 노구의 동료인지라 그도 허물 잡지는 않았다. 나는 속이 촉촉한 만두를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돼지 잡내가 조금 나기는 했지만 훌륭한 맛이었다. 거기에다 술 한 잔 곁들이니 기분이 들떴다. 윤랑은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술을 따라주었는데, 그녀의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스칠 때마다 나는 어쩔 줄을 몰랐다. 아랫도리가 뻑뻑해지는 것이… 그만 말하겠다.
맛 좋은 음식과 향 좋은 술과 색 좋은 여인과 의좋은 친구라니. 이 이상의 즐거운 술자리가 더 있을까. 술기운이 오른 나는 어느새 윤랑에게 나의 절륜한 언변으로 소건을 굴종시켰노라 무용담을 떠들고 있었고, 시간이 조금 더 흘렀을 때는 내 손으로 도겸의 졸개 몇몇을 족쳤노라고 허무맹랑한 잡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윤랑은 동그란 눈을 빛내며 내 거짓말에 열심히 맞장구를 쳐주고 영자는 킥킥 속으로 웃음을 참으며 내 허풍을 방조해주었다. 내 얼굴을 붉어지고 심장의 박동은 빈번해졌으며 빈 술병이 탁자 위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나는 그다지 주량이 좋은 편은 아닌데, 점점 꺼져가는 정신 속에서도 나는 술 마시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래, 정말 그치지 않았다. 혈중의 알코올 농도가 점점, 점점 짙어졌다. 술기운이 오르니 내 귓가를 간질이는 윤랑의 목소리가 더욱 달콤했다. 얼떨결에 내가 그녀의 손을 잡고 쓰다듬은 것 같기도 했다. 아, 이거 성추행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냥 그렇게 했다.
얼마나 마셨는지 모르겠다. 또 내 의식이 어느새 꺼져버렸는지 모르겠다. 나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무지막지한 숙취가 내 내장을 강타했다. 마구 쥐어짜는 느낌에 나는 신음을 토하며 몸을 뒤척였다. 본디 잠에서 깨면 소변이 마렵기 마련인데, 나의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데 수분을 온통 써버려서 나는 도리어 강렬한 갈증을 느꼈다.
혓바닥이 북어처럼 말라버린 느낌이었다. 나는 급히 머리맡 탁자 위의 주전자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차가운 물이 내 식도를 타고 내려가 숙취로 찌든 내 속을 쓸었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혼자 뇌까리는 내 목소리는 병자의 것처럼 무력했다.
“일어나셨어요?”
내 옆에서 윤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손 인사를 해주었다.
“어, 그래. 너도 잘 잤니.”
그녀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울렸다.
“네! 아주 잘 잤어요.”
“그래, 잘 잤구나. 잘 잤……”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너, 너 뭐야!”
나는 경악했다. 이럴 수가…… 윤랑이 나와 같은 침대에서 이불을 덮고 있었다. 뭐야,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아무리 다른 가설을 세워 봐도 내 결론은 단 하나로 귀결했다. 어깨를 내놓은 채로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어제… 오라버니가……”
내, 내가 뭐!
윤랑은 수줍게 몸을 비비적거렸다.
“…몰라요.”
뭘 몰라!
나는 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아아, 너는 괴물이야! 너는 짐승이야! 너는 쓰레기야! 가슴이 마구 뛰고 구역질을 하고 싶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얘는 내 친구의 여동생이 잖아! 그리고 친구가 같이 있는 자리에서 대체 나는…… 나는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마구 내리쳤다. 윤랑은 당황해서 내 팔을 붙잡았다.
“왜, 왜 그러세요!”
윤랑이 팔을 붙잡자 그녀가 어깨 밑까지 끌어올렸던 이불이 스르르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을 보고 거품을 물 뻔했다.
윤랑이 벗고 있었다. 나는 모조리 다 보고 말았다……
하하하……
하하……
하아……
그래, 남자가 술을 먹으면 실수하기 마련이고 여자가 꺼리지 않으면 오히려 좋아해야지. 그래도 이건 도덕의 문제잖아.
친구랑, 친구의 여동생이랑 같이 술을 마시다가 여동생을 어떻게 해버리고 이건… 이건 아니잖아. 나는 소건의 눈앞에서 번뜩이던 영자의 장도를 떠올리고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렸다.
나는 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