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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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합비성, 허문휴의 저택, 월단평 집필소.
“나리, 합비공께서 형주를 병탄하시고 귀로에 오르셨다고 합니다.”
시동의 말에 허문휴는 수염을 잡아당겼다.
“연전연승이로구나.”
“이번 월단평에 싣겠습니다.”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넷!”
허문휴는 계속 수염을 잡아당기면서 생각하다가 다시 시동을 불렀다.
“여봐라, 하북의 일전도 소강상태에 들어갔겠다, 합비공께서 형주도 병탄하셨겠다, 천하가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잠시 쉬게 되었으니 이번 월단평에는 특별한 글을 실어야겠다.”
시동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특별한 글 말씀입니까?”
“이름하야 전국제후 세력비다!”
“세력비요?”
“그래. 천하도를 보면 익주를 제외한 강남 전역을 손에 넣은 합비공이 압도적인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강남에는 사람이 많이 살지 않아 땅의 크기가 힘의 크기가 아니다. 그곳에 사는 인구가 얼마나 되느냐를 따져야 한다. 사람의 숫자가 힘의 크기와 직결되는 법.”
“옳은 말씀입니다!”
“그러니 전국제후의 힘을 잘 비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보유하고 있느냐를 따져야 해. 이번 월단평에는 그걸 넣자꾸나!”
“옳은 말씀입니다!”
시동이 부랴부랴 움직이는 가운데, 그 옆의 시동이 뒤통수를 긁으며 의문을 제기했다.
“나리!”
“뭐냐.”
“헌데 이 난리통에 천하의 인구를 어떻게 압니까요? 제대로 된 호구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걸요.”
허문휴는 팔짱을 낀 채 자신만만하게 대꾸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옛 자료를 참고하고 실증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내가 믿을 만한 결론을 도출해냈으니까!”
“과연 믿을 만하겠습니까요?”
되바라진 의문에 허문휴는 시동의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마, 이 새끼야!”
개의 5년(서력 200년) 10월호 월단평 부분발췌.
전국제후 세력비
총 호수(戶數) 1000만 호
一. 제갈찬 –직위 : 대장군 합비공(송경 조정 공인) – 영지 : 양(楊)주, 형주 전역, 예주 일부. -본거지 : 합비군 합비성 –총 호수 : 240만 호
二. 유비 –직위 : 자칭 예주목 겸 표기장군 –영지 : 서주, 연주 전역, 예주 대부분. -본거지 : 서주 동해국 담성 –총 호수 : 150만 호
三. 조조 –직위 : 태복 업공(업도 조정 공인) -영지 : 기주, 청주. -본거지 : 기주 업군 업성 –총 호수 : 100만 호
四. 유장 –직위 : 익주목(세습, 업도 조정 공인) –영지 : 익주 전역. -본거지 : 익주 성도군 –총 호수 : 90만 호
五. 원소 –직위 : 자칭 승상 업공 –영지 : 병주 대부분. –본거지 : 병주 하내군 –총 호수 : 70만 호
六. 마등 –직위 : 자칭 대장군 –영지 : 양(凉)주 전역. -본거지 : 양주 금성군 –총 호수 : 50만 호
七. 장제 –직위 : 평서장군 완후(송경 조정 공인) -영지 : 형주 남양군, 장안군(유표가 장악 시 형주에 편입) -본거지 : 형주 남양군 완성 –총 호수 : 40만 호
八. 유총 – 송경 천자 –영지 : 송경, 강하군(별도 주자사부를 설치하지 않음) -본거지 : 송경 –총 호수 : 40만 호
九. 국의 –직위 : 유주자사 평북장군(업도 조정 공인) -영지 : 유주 대부분 –본거지 : 유주 북평군 계성 –총 호수 : 30만 호(일개 주를 점유하고 있으나 오랜 전화로 백성들이 다수 이탈)
十. 장연 –직위 : 평난중랑장(업도 조정 공인) -영지 : 병주 일부 –본거지 : 병주 흑산 –총 호수 : 20만 호
十一. 장로 –직위 : 자칭 한중태수 –영지 : 익주 한중군 –본거지 : 익주 한중군 –총 호수 : 15만호
十二. 이통 –직위 : 안성현령 낭릉후 겸 북의춘백 –영지 : 예주 일부 –본거지 : 예주 여남군 낭릉성 –총 호수 : 5만 호
그 외. 사섭 –직위 : 자칭 교주목 –영지 : 교주 전역 –본거지 : 교주 교지군 –총 호수 : 불명
기타 군소 제후 및 제후의 통치를 받지 않는 호수 : 150만 호
*장사군공 제갈현, 청주자사 곽가, 서주자사 미축 등 영지를 보유하고 있되 다른 제후를 섬기는 인물은 해당 제후에 예속하였음.
딴죽을 걸었던 시동이 다시 또 시비를 걸고 나섰다.
“나리!”
허문휴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또 뭐냐!”
귀를 울리는 호통소리에 시동은 울먹거렸다.
“조금은 따뜻한 주인마님이 되는 것도 좋지 않나요?”
허문휴는 마음이 약해서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말해보렴.”
시동은 금방 웃으며 말했다.
“한서(반고가 저술한 전한의 역사서)를 보면 우리 대한의 총 호수가 구백육십구만 호로 나리께서 추산하신 현재 호수와 비슷하다고 하는데, 이게 이치에 닿지 않습니다! 아무리 난리 중에 사람이 많이 죽었다지만 이백 년 사이에 호수가 전혀 늘지 않다니요! 게다가 어떻게 천하의 호수가 일천만 호로 딱 떨어질 수가 있습니까요? 나리께서 편의를 위해 조작하신 게 아닙니까요!”
허문휴의 참을성은 금세 동났다.
“이 머저리!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리의 추산을 믿을 수 없습니다요!”
허문휴는 마침내 폭발하여 다시 시동의 뒤통수를 후렸다.
“그럼 믿지마, 이 새끼야!”
시동은 울면서 달아났고, 허문휴는 씩씩거리며 마구 뇌까렸다.
“이 머저리! 한서의 수치를 함부로 믿을 수 없다고! 오류가 상당하다! 그리고 전란이 얼마나 오래되었니. 사람이 얼마나 많이 죽었겠어! 내가 무조건 맞아! 그러니까 믿으려면 믿고 말려면 말아!”
허문휴는 험험 헛기침을 하여 평정을 되찾고 말했다.
“각 제후들이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전체 호수를 여덟로 나누면 대충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 그러니까 합비공이 보유한 총 호수가 이백사십만이니, 최대 삼십만의 병력을 동원하실 수 있는 게야! 물론 이 정도 병력을 일으키면 합비공의 세력도 크게 상하겠지. 어디까지나 최대한이야, 최대한. 또한 단순히 호수를 세력의 크기에 그대로 대입할 수는 없지. 각기 보유한 양곡의 양이 다르고 기타 물산의 양이 다르니까 말이야. 또한 휘하의 결속이 얼마나 굳은지도 세력의 크기를 논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변수가 된다는 말씀.”
허문휴는 실컷 말해놓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나 혼자 있는데 뭐 하러 이렇게 길게 주절거렸지?”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으쓱거렸다.
“알 게 뭐야. 야 이놈들아! 배고프다! 밥이나 차려와!”
나는 십만 병력을 고스란히 송경의 외곽에 배치하고, 호위를 위한 병력 이백만 거느리고 천자를 알현했다. 호위병력이 이백‘만’이라니 많이 컸다, 제갈찬.
강하에 머물던 천자도 이 즈음 회군하여 송경에 있었다. 듣자하니 장군 여대를 강하태수로 임명했다고 했다. 내가 송경 대전의 앞에서 천자의 윤허 기다리기를 한참, 양주객관교위로 있던 장노가 나와 나를 맞이했다.
“오랜만이군요, 합비공. 일전에 뵐 때와는 강산이 뒤집힐 정도로 상황이 변했습니다.”
장노의 환대에 나도 읍하며 답례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천자께서 알현을 윤허하셨습니다. 합비공께 검리상전(劍履上殿, 검을 차고 입시할 수 있는 권한)과 입조불추(入朝不趨, 입시할 때 종종걸음으로 걷지 않아도 되는 권한)의 특권을 허하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감읍했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장노는 옆으로 비켜서며 말했다.
“천자께서 기다리십니다. 드시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전 안으로 입시했다. 태위 여포가 대동했고, 천자의 특명으로 늠가연사 량이가 함께 대전에 들었다.
“황상! 대장군 합비공 제갈찬, 태위 온후 여포, 대장군부 늠가연사 제갈량 들었사옵니다!”
환관이 목청껏 외치자 대전에서 유총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라하라.”
“예이―”
대전의 문이 열리고 문무백관이 이미 입시한 대전의 정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장노로부터 검리상전과 입조불추의 권한을 전달받았지만 대전에 들어올 때 허리춤에 찬 검을 맡기고 대전 안에 종종걸음으로 들어갔다.
나는 천자를 향해 절을 올렸다.
“불초 제갈찬이 천자의 존안을 뵙습니다. 알현을 허해주시니 감사천만이옵니다.”
천자 유총은 웃는 낯으로 나를 맞았다.
“역도를 토멸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소. 훌륭하게 잘 싸웠소. 경의 공을 크게 치하하는 바요.”
“감사합니다, 폐하.”
“오랜 원정으로 몸이 지칠 법도 한데 이렇게 짐을 알현해주니 그 마음이 더욱 갸륵하구려.”
“신하된 자의 마땅한 도리이옵니다. 황망하기 그지없사옵니다.”
“경이 주청할 말이 있다고 들었네만.”
나는 허리를 숙이고 아뢰었다.
“신이 역도를 토벌하고 여러 주청을 드렸사온데 혹 그것이 폐하의 어심을 거스르는 일은 아닐까 하여 염려가 되옵니다.”
유총은 손을 내저었다.
“형남 사군의 태수들이었던 유탁, 조범, 김선은 경의 주청대로 구경에 준하는 벼슬을 내렸소. 고개를 들어 좌우를 보시오.”
내가 그의 말대로 하자, 천자의 지근거리에 도열한 유탁, 조범, 김선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내게 허리를 숙였다. 깜찍이들 같으니라고.
“또한 경의 부친을 정남장군 겸 독형주 장사군공에 정식으로 봉할 것이니 안심하시구려. 또한 노숙을 경의 주청대로 형주자사에 명하도록 할 것이오. 그 또한 안심하시오.”
“황상의 은혜가 하해와 같사옵니다.”
나는 혀로 입술을 쓸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유기의 건이었다. 이는 유총의 분노를 충분히 자아낼 수 있는 사안이었다.
“폐하, 한 가지 더 아뢰고자 하옵니다.”
유총은 웃는 낯으로 선수를 쳤다.
“경이 무슨 말을 할지는 알고 있소.”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문무백관이 동시에 그쪽을 바라보며 허리를 굽혔다.
“그건 차나 한 잔 하면서 천천히 얘기하도록 하오. 백관은 해산해도 좋소.”
천자의 분부에 환관이 목청껏 외쳤다.
“퇴청!”
나는 천자의 뒤를 따라 내실로 들어갔다. 천자는 누구도 대동하지 않고 나와 독대하겠다고 했다. 궁녀들도 차와 잔만 놓고 물러났다. 공기가 서늘하게 목 주위를 파고들었다.
“그대는 나를 능멸하는가?”
천자는 나를 경이라고 부르지 않고 스스로를 짐이라고 부르지 않았다. 허례허식의 군신관계로 대하지 않고 전국제후와 전국제후의 이해득실의 판에서 말했다.
“능멸이라니,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유총은 부리부리한 눈빛을 나에게 쐈다.
“능멸이 아니면 무엇이지? 내가 천자의 이름으로 유기를 역적으로 공표했는데 그 자식을 함부로 방면해?”
그의 기운이 나를 짓눌렀지만 군신관계가 아닌 난세의 군주 대 군주로서 맞서는 자리에서 마냥 위압될 수는 없었다. 나는 어깨를 펴고 맞불을 놓았다.
“방면 아닙니다. 유폐입니다.”
유총의 관자놀이에 푸른 핏줄이 도드라졌다. 그는 탁자를 쾅 내리쳤다.
“대체 어느 나라에서 역적을 유폐하는가! 마땅히 사지를 토막 내 죽여야지!”
찻잔이 데구루루 굴러가 바닥에 떨어졌다.
“폐하, 이미 챙길 실리는 다 챙겼습니다. 그 하찮은 목숨 하나를 죽이든 살리든 문제가 아닙니다.”
천자는 잇바디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실리는 그대가 챙겼지. 유기의 목숨을 부지시켜 채씨와 괴씨의 발호를 막게 되었으니까. 천자의 칙명은 천하의 비웃음거리가 되고 말이다!”
“그렇다면 폐하께도 실리를 챙겨드리겠습니다.”
천자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병력 삼만을 지원해드리지요. 강하는 예주 남부 여남군과 맞닿아있습니다. 제 병력을 등에 업고 예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하십시오.”
“여남에는 내가 친히 작록을 내린 낭릉후 이통이 버티고 있다! 지금 나더러 병신춤을 추라는 것이냐?”
“형주의 유기를 역적으로 전락시켰는데 일개 군의 군벌을 두려워하십니까.”
“이통은 두렵지 않다! 세인의 비웃음이 치욕적일 뿐이다!”
“적당한 선비를 낭릉현령으로 발령하고 이통을 내직의 장군으로 삼으십시오. 이통이 따르지 않으면 그 순간부터 역적입니다. 역적을 정벌하는 명분이라면 세인의 입방아를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유총은 헛웃음을 지었다.
“허! 내 손으로 그대의 후환이나 치우라는 겐가?”
“천자의 직할지를 넓히시라는 뜻입니다.”
“기가 막히는군.”
나는 떨어진 찻잔을 주워다 그 안에 차를 따랐다. 김이 오르는 찻잔을 쥐고 유총을 노려보았다.
“싫으면 마십시오.”
“노골적으로 뻔뻔해졌군.”
“그래서 싫으십니까?”
유총은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다가 내가 쥔 찻잔을 빼앗았다.
“삼만! 삼만이라고 하였다! 나중에 딴 소리나 하지 마라!”
그는 신경질적으로 그 뜨거운 것을 식도에 단숨에 부어버렸다.
“젠장! 뜨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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