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309
법정과 사마의는 긴장 속에서 계획의 진행을 지켜보았다.
방통은 침착한 얼굴로 다음 군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오늘 작전으로 지나치게 많은 병력을 잃었다. 상방법사는 어쨌든 연합세력이었다. 무사히 한중에 닿고 무사히 한중을 차지하면, 그 다음부터는 내부의 알력싸움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마등에게는 량왕의 권위가 있고 상존과 법정에게는 한중이 소속된 익주에 종사했다는 권위가 있었지만, 방통에게는 그 무엇도 없었다. 일만 오천의 병력이 전부였다. 그런 탓에 그에게 병력은 목숨과도 같았다.
“최대한 아끼고 아껴야 해……”
그는 제 병력의 손실을 줄이고 법정을 내세울 계책을 궁리했다. 법정과 사마의를 상대로 한 계책이니 더욱 예리하고 더욱 그럴 듯해야 했다. 방통은 홀로 오랫동안 고심했다.
그때, 방통의 부장이 급히 그의 막사를 젖히고 들어왔다.
“대인! 큰일 났습니다!”
부장의 외침에 방통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 방통은 어지간한 일은 큰일로 치지 않네. 나를 오랫동안 봐온 자네가 알지 않은가.”
여유로운 방통과는 달리 부장에게는 그럴 틈이 없었다.
“왜 모르겠습니까! 그러나 정녕 큰일입니다!”
그제야 방통의 얼굴에도 긴장이 서렸다.
“속히 아뢰게.”
“백수관의 동편 산지에서 적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야습입니다! 놈들이 우리의 진지로 오고 있습니다!”
“뭐라!”
방통의 얼굴이 삽시에 사색이 되었다. 말이 되지 않았다. 백수관을 지키는 문빙의 오천 병력은 이미 철저히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다. 문빙의 병력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저 병력이 문빙의 것이든 아니든 간에, 험준한 산을 넘어 습격할 수는 없었다. 험준하다는 말로는 다 말하지 못할 정도로 백수관 좌우의 산지는 험준했으니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이냐……”
방통은 잠시 넋을 놓은 채로 중얼거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부장을 닦달했다.
“서황! 장군 서황을 소환하라! 적극 응전하도록 하라!”
“막사에 계시지 않습니다!”
방통의 관자놀이에 핏발이 곤두섰다.
“그건 또 무슨 말이냐!”
“행방을 알 수가 없습니다!”
“젠장!”
그들이 말을 주고받는 사이, 동편의 병사들은 방통의 진지를 향해 가까이 육박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할 상황이었다. 방통은 직접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었다. 그는 제 부장에게 급히 명령했다.
“상 대인의 진지로 가서 급히 원병을 청하라!”
“옛!”
부장은 급히 상존의 본영으로 떠나고, 방통은 자신의 막사를 급히 지휘부로 삼아 응전에 나섰다. 여전히 방통은 얼떨떨한 감정을 무마하지 못했다. 치밀한 책략은 자신의 생을 받쳐온 유일한 무기였기에. 그가 생각지 못한 적의 급습은 있을 수 없었으며, 당혹과 경악은 철저한 금물로 여겨왔다. 방통은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야습이라니!”
대야에 찬물을 받아 얼굴을 씻던 상존은 뜻밖의 보고에 하던 것을 멈췄다. 상존의 너부데데한 얼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법정은 상존과는 달리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그 야습은 신의 병마가 아니라, 아군에 의한 것입니다.”
“뭐, 뭐라고……?”
상존의 목소리가 떨렸다. 대체 이 자가 뭐라고 하는 것인가. 아군으로 아군을 야습한다니. 법정은 상존의 얼떨떨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설명을 덧붙였다.
“전 익주별가 장송이 제갈찬의 사자로 왔습니다.”
“자, 장송이……?”
거듭 갱신되는 정보로 상존의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다. 상존은 당금의 상황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다. 법정은 최대한 쉽고 차분한 언어로 상존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장송이 전달한 제갈찬의 조건을 일러주어 방통을 제거할 당위성을 설명했다. 또한 방통을 제거하려면 은밀해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를 정면에서 공격하면 휘하의 일만 오천 병력이 일순 적으로 돌변하니까. 그를 제거한 장본인이 자신들이 아님을 설명해야 했다.
“그래서 백수관을 치고 돌아오는 마지막 병사들을 귀진시키지 않고 동편의 산기슭에 숨겨놓았습니다. 지금 소란스럽게 방통을 치는 이들이 바로 그들이지요. 방통의 맹장인 서황은 맹달이 빼돌려 술을 먹이고 있으니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존의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흔들렸다.
“이거, 이거 참……!”
“장군께 아뢰지 않은 것은 사죄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꼭 필요한 일이기에.”
상존의 입이 바싹 말랐다.
“이런 비극이 있단 말인가!”
“방통을 치지 않으면 더한 비극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부디 해량해주십시오.”
상존이 해량하든 하지 않든, 이미 일은 결정되었다. 상존은 억지로 납득하고 법정에게 물었다.
“그러나 마지막 병력을 숨겨놓았다 한들 방통에게는 일만 오천이나 되는 병력이 있네. 금방 진압당하고 말 걸세!”
상존이 의심하는 일을 법정이 손쓰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법정은 건조하게 말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시죠. 장군께서 제일 걱정해야 할 것은 제가 지금까지 쏟아낸 정보들을 꼭꼭 씹어 잘 소화시키는 것뿐입니다.”
너무나도 지당한 지적에 상존은 침을 꿀꺽 삼키고 물이 떨어지는 얼굴을 수건으로 닦았다.
사마의는 즉각 병력 삼천을 동원하여 방통의 진으로 향했다. 그의 뒤에는 그의 아우이자 힘깨나 쓰는 장사인 사마욱이 따랐다. 사마의는 급히 말을 몰아 방통의 막사에 진입했다. 방통은 사마의를 보고 환하게 웃었다.
“이제야 살았군!”
그러나 평소 헤실헤실 웃던 사마의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 잠깐의 표정을 보고, 방통의 빼어난 직감이 이 이해 못할 상황의 아귀를 바로 맞혀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고 사마의를 향해 삿대질을 했다.
“이, 이……!”
사마의는 싸늘한 눈빛을 방통에게 쏘았다.
“이제야 살았다고?”
그는 사마욱에게 손짓을 했다. 사마욱은 그대로 방통에게 달려들어 한 손으로는 상투를 쥐어 고정시키고 한 손으로는 어깨를 쥔 다음에,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어깨를 반 바퀴 돌려버렸다. 으드득, 목의 관절들이 억지로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방통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절명했다.
“이제야 죽었군.”
사마의는 중얼거렸다. 그는 눈을 감지 못한 방통의 주검에 시선을 보내다가, 이내 거둬들이고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한 방통의 수하들을 노려보았다.
“이들도 모조리 주인 곁으로 보내주어라.”
그의 명령에 사마욱과 날랜 사졸들이 나아가 일거에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들의 사망을 모두 확인한 사마의는 곧바로 방통의 막사를 빠져나갔다.
“고둥을 불어라!”
뿌우우우― 고둥이 길게 불어지자, 방통의 진을 급습했던 병사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행방이 묘연해졌다. 졸린 눈으로 대항했던 이들은, 적들이 갑자기 사라지자 허깨비를 본 듯 넋 나간 표정으로 그 자리에 우두망찰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불콰하게 취한 서황이 술 냄새를 풍기면서 급히 달려왔다. 서황의 물음에 사마의는 이마를 탁 짚었다.
“적의 야습에 당하고 말았습니다.”
“적들은 어디 있소!”
“소인이 급히 동병하여 물리쳤습니다.”
서황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방 대인께서는 어디 계시오?”
“그것이……”
사마의는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에 서황이 채근했다.
“어서 대답하시오!”
“적들이 오로지 방 대인이 계시던 중군만을 노리고 침입하는지라, 소인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이미?”
“돌아가셨습니다.”
서황은 무거운 바위가 가슴에 내려앉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 대체……”
“죄송합니다. 소인이 더 빨리 움직였어야 옳았는데……”
“으으으……”
서황은 자신을 막사로 꾀어낸 맹달을 원망하다가, 그 원망의 화살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전시에 멧돼지가 무엇이고 술이 무엇이냔 말이냐! 나 때문에 방 대인이……! 그는 죄책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백수관의 문빙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소이다! 적들이 대체 어디서 솟은 것이오!”
“신의 별동대가 움직인 것 같소.”
서황의 의문에 대한 답이 그의 등 뒤에서 들렸다. 서황이 급히 몸을 돌려 법정을 바라보았다. 법정은 덤덤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바닥에 툭, 던졌다.
“이, 이게 무엇이오?”
바닥에 혀를 죽 내민 장송의 머리가 굴렀다. 그것에서는 술 냄새가 제법 강하게 풍겼지만, 서황의 후각인 이미 술에 절어있어 술 냄새만큼은 분간하지 못했다.
조운이 방덕을 처치하자, 크게 겁을 집어먹은 마등은 병력을 후퇴시켰다. 수적으로는 분명히 열세인지라 나도 더 쫓지 않았다. 마등은 법정과 군을 합친 뒤 우리를 치려는 듯, 잠잠했다. 나 또한 아쉬운 것은 없었기에 무리하여 그를 치지 않았다.
그러한 대치가 약 보름쯤 이어졌을까. 백수관의 문빙 이름으로 올라온 장계가 당도했다. 내가 량이와 차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전하께 아룁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여 그의 아룀을 허했다.
“말하시오.”
“상존이 서찰을 보내왔기에, 부도독 문빙이 이를 전하께 전달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오, 장송이 일을 해냈는가.”
“예. 법정이 계책으로써 방통을 제거했다고 합니다. 그 시신을 우리에게 보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득이 백각령 장송을 벨 수밖에 없다고 하며, 전하의 해량을 구한다고 써있었습니다.”
전령의 보고에 량이가 찻잔을 얌전히 내려놓으면서 웃었다.
“법정이 우리를 많이 배려해주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