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351
내가 한동안 응답이 없자 노숙이 나를 불렀다.
“아, 네. 듣고 있었습니다.”
노숙은 쓴웃음을 지었다.
“신이 전하께 여쭈었습니다. 회계공(반림)의 병력을 동원하실 것인지요.”
실은 듣고 있지 않았다는 걸 금세 들켜버린 나는 부끄럽게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총동원입니다.”
나는 이어 말했다.
“한중 토족들의 동향을 면밀하고 지속적으로 살피라 명하십시오. 또한 익주의 병량을 최대한으로 동원할 겁니다. 성도령 동화에게 강도 높게 요구하도록 하세요. 굳이 고가 명하지 않아도 백각경이 어련히 할 것 같지만.”
“알겠습니다.”
조와 량의 동맹이 타결되자마자 사마의는 급거 서량으로 돌아갔다. 그는 경과를 마등에게 아뢰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청했다.
“전하, 전쟁을 명령해주십시오.”
량왕 마등은 세자 마초를 바라봤다.
“세자, 전쟁에 동의하는가?”
마초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결단에는 혼사를 망쳐버린 젊은 신랑의 분노도 담겨 있었다. 또한 전장에서 잃은 벗이자 충복인 방덕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도 담겨 있었다. 그에게는 거창한 정치의 이해득실보다는 그의 인간적인 정리가 더욱 중요했다.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 나이였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선봉은 반드시 소자가 맡겠나이다.”
법정은 흐뭇하게 웃었다. 스스로 선봉을 맡아주겠다니. 제 힘을 덜어 남의 힘을 덜겠다 자청하다니.
마등은 서량의 토족들에게도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수차례의 난리로 과거 관중십장의 위명은 온데간데없어졌다. 그들은 제 생각을 발음하기보다는 시류에 편승하여 비주류를 모면하는 것을 제일로 쳤다. 서량 사내의 억센 기질은 우스운 과거가 되었다.
서량의 토족들까지 전쟁에 동의하자, 마등도 결단을 내렸다. 상존 일파의 주장이 이치에 닿는 까닭이기도 했다. 이미 화평공주가 죽어버린 마당이었다. 신왕 제갈찬이 량왕부를 토벌할 명분이 갖춰졌다. 교활한 제갈찬은 훗날 반드시 이를 명분으로 삼아 서량으로 짓쳐들어올 터. 훗날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그러자면 가장 적절한 때, 그러니까 제갈찬이 가장 약할 때 그를 공략하는 것이 옳았다.
천시, 지리, 인화가 제갈찬에게 두루 불리하고 마등 자신에게 두루 유리한 상황일 때에 전쟁을 결심함이 옳았다. 마침 가문 날씨를 당하여 천시가 제갈찬에게 불리했다. 가문 날씨가 제갈찬의 영지에만 몰아닥쳐 지리가 제갈찬에게 불리했다. 량조 양국이 화합하고 익주가 제갈찬을 미워하니 인화마저 제갈찬에게 불리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전쟁이다.”
마등은 묵직한 주먹으로 탁자를 지그시 눌렀다.
“모든 전력을 동원하여 신왕부를 친다.”
량왕부의 전쟁은 서량의 창칼로써 행하고 서량 사내의 완력으로 휘두르게 되었지만, 그들을 지휘하는 두뇌는 어쩔 수 없이 법정과 사마의의 몫이었다. 대규모의 회전을 경험해본 책사는 그들뿐이었다. 게다가 사마의는 신왕 제갈찬의 친정에 정면으로 맞서 승리를 거둔 바가 있었다. 량왕부는 그들의 품성을 신뢰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역량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들의 명운도 이 전쟁이 승리해야만 형통하리니 그들의 음험한 품성이 불리하게 발동하지도 않을 것이라 량왕부의 요인들은 판단했다.
“주동은 조의 병마와 합쳐 신왕부의 직할령을 파고 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별동은 익주의 토족들의 호응을 받아 급히 한중도독 감녕의 수급을 취해야 할 것입니다. 성도의 토족들마저 호응한다면 금상첨화겠으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한중을 끼고 지키면 삼파도독 좌자와 서촉도독 장료의 발을 묶어둘 수 있습니다.”
사마의가 법정에게 말하자 법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의의 생각이 곧 법정의 생각이었다.
“익주로의 별동은 내가 맡겠네. 나는 익주의 토족들과 두루 친분이 있고 지리에도 밝으니 그대보다는 내가 나을 거야.”
“대인께서 주동을 맡든 별동을 맡든 시생보다는 낫겠지요. 물론 익주의 사정에 밝으시니 별동을 맡으시는 편이 아군에게 이익일 것입니다. 그러나 별동의 임무는 주동보다 고될 것이니 어찌 감히 제가 대인께 함부로 험지로 가라 청하겠습니까.”
법정은 사마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한 가식은 떨지 말지. 조조에게 벼슬까지 받아놓고서는 너무 점잔을 빼고 있어.”
사마의는 미소를 머금었다.
“송구합니다.”
“내가 익주로 가겠네. 그대가 대병을 이끌어 제갈찬의 주력을 단번에 궤멸시키게.”
“노력하겠습니다.”
법정은 사마의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려 주먹을 쥐고는 사마의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렸다.
“잘할 걸세.”
업도에는 오만가지 깃발들이 나부꼈다. 조조도 이 전쟁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다.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아마 다시없을 것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붓기로 결정했다.
“요동의 말장 공손강이 폐하를 뵙습니다.”
공손강은 요동의 병마 이만을 이끌고 업도로 왔다. 조조는 그 자리에서 공손강을 요동군공에 봉했다. 요동의 영유권을 온전히 공손강에게 귀속하는 대가로 그의 병마를 꾼 것이었다. 어차피 이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요동은 고사하고 직할령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터였다. 전쟁에서 이긴다면? 그때 가서 공손강을 역적으로 규정하고 토벌하면 그만이었다.
“오환의 답돈이 폐하를 뵙습니다.”
답돈 역시 장성 이북의 광활한 땅의 주인으로 인정받는 대가로 업도의 요청에 화답했다. 장성 이북에는 무수한 종족들이 있는데, 업도로부터 그들의 주인으로 공인받는 것은 답돈으로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보상이었다.
“그대들이 기꺼이 천하의 안정을 위해 발병하겠다고 결의하였으니 짐은 심히 기쁘오. 그대들의 충의에 반드시 하늘이 화답할 것이오. 천하를 안정시키고, 그대들은 그대들의 땅을 지키고 짐은 짐의 땅을 지킬 것이오.”
“여부가 있겠습니까.”
조조는 백마를 잡아 그들과 삽혈했다. 셋의 입술이 붉게 빛났다.
조의 병력은 총집결했다. 청주의 하후연과 연주의 관우의 병력도 모조리 소집되었다. 조조는 병력을 셋으로 나누겠다고 선포했다.
“아조의 병마를 서군, 중군, 동군으로 나누겠다. 중군은 짐이 맡고 서군과 동군은 중군의 지휘를 받는다.”
이에 승상 정욱이 의문을 표했다.
“황상, 병력을 나누어 서로 다른 곳을 침노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허나 아조의 병력은 제갈찬의 것에 비하자면 숫자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병력을 분산하지 않고 한 곳으로 모으는 편이 좋습니다.”
“승상의 뜻이 곧 짐의 뜻이다. 군을 셋으로 나누되 다른 곳을 치지는 않을 것이야. 아조의 병마는 한 곳으로 나아갈 것이네.”
정욱은 확신이 없는 표정이었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황상.”
“중군은 짐이 맡고 서군은 태자 조앙이, 동군은 이황자 조비가 맡을 것이네.”
“아……?”
“서군에는 요동군공 공손강을 배속시키고 동군에는 오환의 답돈을 배속시킬 것이야. 만일 아조의 황족이 아닌 일개 장수를 군의 수장으로 앉히면 공손강과 답돈이 쉽게 따르지 않겠지. 관우와 하후연이 태자와 이황자보다 군재가 뛰어난 것을 모르지 않네. 그러나 관우와 하후연의 권위로 군공인 공손강과 왕의 작위를 받은 바 있는 답돈을 찍어 누를 수는 없는 일.”
“그렇군요. 과연 영명하십니다.”
정욱은 그렇게 말해두고 논의를 종결했지만, 기실 조조의 숨은 뜻을 간파했다. 후사 문제를 두고 조정이 균열하는 상황이었다. 조앙과 조비에게 각 군을 다스릴 권한을 주면 자연스레 발휘되는 능력의 차이가 보일 터였다. 그리되면 조정의 여론도 하나로 모일 것이었고, 조조는 그 여론을 택하여 후사를 결정할 터였다. 만일 이황자 조비가 또렷한 군재를 발휘한다면? 조조는 당장 조앙을 폐태자시키고 조비를 태자로 세울 것이었다. 조조는 그의 장남 조앙을 매우 사랑했지만 권력은 더 사랑했다.
“승상.”
조조의 부름에 정욱이 허리를 숙였다.
“예, 황상.”
“그대는 태자의 편이지?”
단도직입적으로 들어오는 말에 정욱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조조는 애초부터 대답은 기대하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대가 서군의 참군을 맡도록 하게. 그리고 광록훈 주유에게 동군의 참군을 맡기겠네.”
“…명을 받잡겠습니다.”
조조는 그의 말대로 했다. 서군의 주장으로는 태자 조앙을 앉히고, 연주목 관우, 대장군 하후돈, 요동군공 공손강이 부장으로 들어갔다. 또 그 밑에 악진, 우금, 조순, 조홍을 배속시켰다. 참군이자 자문역으로는 승상 정욱이 따랐다.
동군의 주장으로는 이황자 조비를 앉히고 청주목 하후연, 전임 낙양태수 조인, 오환의 답돈이 부장으로 들어갔다. 그 밑으로는 주령, 왕충, 전예, 왕릉, 가규를 배속시켰다. 서군의 정욱처럼 참군 겸 자문역으로 광록훈 주유가 조비를 따랐다.
서군의 병력은 업도의 직할군, 연주군, 요동군을 합하여 7만을 헤아렸고, 동군의 병력은 병주의 북방군, 청주군, 오환병을 합하여 5만을 헤아렸다.
중군은 천자 조조가 직접 맡고 상서령 두기와 위장군 전위를 좌우에 두었다. 병력은 기주의 예비군 2만으로, 실질적으로 후방을 맡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리하여 전군은 14만에 달하는 대병력이었다. 신왕부보다는 아니더라도 조 역시 가뭄에 시달리고 일전에 신왕부에 의해 훼손되었던 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하니 20만에 달하는 병력은 조조로서도 명운을 건 총동원이었다.
동서군은 먼저 천천히 남하했고, 조조는 삼황자 조창에게 업도를 맡기고 어사대부 순심에게 그를 보좌하도록 했다. 조창의 나이가 아직 어리므로 황후 변씨가 대리청정을 했다. 그들은 모두 업도를 비롯한 조의 강역을 적절히 위무하기에 재주가 모자랐는데, 조조는 그것을 알고도 무리하여 준재들을 모두 전선으로 차출했다.
“문약(순욱의 字)과 공달(순유의 字), 봉효(곽가의 字) 셋 중에 하나라도 남아있었더라면……”
조조의 한탄은 넋두리에 지나지 않았다.
량왕부와 상존의 병마는 둘로 나뉘었다. 조조와 협동할 주동의 병력은 7만, 익주로 들어갈 별동의 병력은 1만5천이었다. 궁핍하고 황량한 서량에서 그만 한 대병력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량왕부에 합류한 상존의 병력이 적지 않고 저족과 강족을 겁박하여 동원한 까닭이 있기도 했지만 조조 못지않게 마등 역시 이 싸움에 자신의 명운을 걸었다는 증거였다.
익주로 가는 별동은 오로지 상존의 병력만으로 이루어졌고, 주동의 병력은 대개 서량병에 일부 상존의 병력이 포함되어 있었다. 별동은 상존의 의제 부금과 법정이 맡았다.
“부디 무운을 비네.”
법정은 사마의의 손을 잡고 당부를 남겼다. 사마의는 쑥스럽게 웃었다.
“저야말로 대인의 무운을 빕니다.”
“조조와 합하기 위해서는 장안의 장합을 넘어야 하네.”
“알고 있습니다.”
“묘안이 있는가.”
“아직 뾰족한 수는 없지만… 수를 만들어야지요.”
“장합은 역전의 용장일세. 각별히 주의해야 할 거야.”
사마의는 빙긋 웃으며 가볍게 농담을 했다.
“대인께서는 감녕, 좌자, 장료를 상대하셔야 하는데 누굴 걱정하시는 겁니까.”
그러자 법정도 장난으로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혹독한 운명이지.”
량왕부의 주동은 세자 마초가 전권을 쥐었다. 마등은 량왕부를 지키겠노라고 선언했다. 이는 다분히 서량의 섭리에 따른 것이었다. 만일 전선이 흔들리거나 최악의 경우로서 제갈찬의 병마에 의해 패한다면, 지금까지 억눌려있던 서량 토족의 반감이 반역으로 구현될 터였다. 마등은 서량에 눌러앉아 그들의 반감을 계속 반감에 머물도록 제압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물론 마등이 전면에 나서느니 마초에게 전권을 주는 쪽이 결과도 더 좋으리라는 판단 역시 있었다.
세자 마초는 서량의 맹병들과 서황이 이끄는 강병을 거느리고 전선에 임했다. 그리고 영 탐탁지 않지만 이미 신왕 제갈찬을 꺾은 바 있는 사마의에게 전략의 입안을 맡겼다.
“중달, 네가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네 목을 먼저 벨 것이다.”
마초는 건조한 투로 사마의를 압박했다. 기실 무부의 허무맹랑한 겁박에 넘어갈 그가 아니었다. 사마의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찌 모르겠습니까. 시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흥.”
고개는 겸손히 숙였지만 마음만은 겸손하지 않았다.
이러한 소식들은 모두 합비로 전송되었다. 나는 백각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그 모든 상황을 실시간으로 접수했다.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나는 백각의 요인들과 국수를 마시듯 먹으면서 말했다.
“북비의 남하를 일차적으로 저지해야만 하오. 낙양태수 곽원은 우리에게 협력해왔으나 향후 전황에 따라 등을 돌릴 수도 있소이다. 각별히 신경을 써줘야 할 것이오.”
대도독 노숙이 내 말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