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352
“그렇습니다, 전하. 낙양에 감군을 보내어 그의 동향을 감시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괜히 그를 자극할 염려가 있습니다. 전하께서 곽원에게 협력을 당부하는 친서를 남겨두는 정도로 해두는 게 좋겠습니다.”
정청령 제갈량이 동의했다.
“대도독의 말씀이 지극히 옳습니다.”
백각령 등애가 발언했다.
“송경의 천자께도 사자를 보내어 적극적인 참전을 품신하는 것이 어떨는지요?”
이에 제갈량이 이견을 표했다.
“송경에는 조금 더 강하게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강하게?”
“예, 천자께서는 야심이 많으시니까요. 우리 편이라고 확신할 수 없습니다.”
백각의 회의였기에 망정이지 정청의 명분놀음 좋아하는 자들이 들었더라면 뒷목 잡고 쓰러질 얘기였다. 제갈량의 말은 거칠지만 옳았다. 천자 유총은 완벽히 신뢰할 수 없다.
“허면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사석에서는 서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나있는 그에게 그대라고 부르는 것은 도저히 적응되지 않았다.
“송경에 전하께서 믿을 만한 인사를 배치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또 그로 하여금 얼마간의 병마를 이끌게 하여 병마 역시 주둔시키십시오.”
대도독 노숙이 의문을 표했다.
“그러나 신왕부의 신하를 함부로 송경에 들이는 것은 모양새가 좀……”
제갈량은 이미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신왕부의 신하가 아닌 천자의 조신을 들이면 송경에서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노숙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천자의 조신이라면……”
합비에 있는 천자의 조신이라면 겨우 두 명이다. 대사마 제갈찬, 태위 여포. 아무리 아둔한 사람이라도 신왕부의 우두머리를 송경으로 보내자는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천자 유총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에게 볼모를 쥐여 주는 꼴이니까. 제갈량은 아둔하기는커녕 백각경 가후와 함께 내가 가장 신뢰하는 두뇌였다. 그렇다면 제갈량은 한 사람만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국수 가락을 뒤지던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그의 의중을 확인했다.
“태위를 송경으로 보내자는 것인가?”
제갈량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것이 가장 좋습니다.”
백각의 요인들은 술렁거렸다. 태위 여포는 이미 지난날 전장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나이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태위가 주무하던 군부는 대도독의 산하로 들어갔고, 태위는 말 그대로 이름뿐이었다. 과거의 용장 여포는 이제 정말 뒷방으로 물러난 신세였다. 여포 역시 복잡한 정치적 수싸움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그답지 않게 난초를 가꾸며 소일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를 구태여 뒷방에서 불러내어 송경으로 보내겠다니.
“굳이 여 태위를 보낼 까닭이 있는가……”
나는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제갈량은 강고했다.
“태위는 본래 천자의 군마를 주관하는 벼슬. 송경에 병마를 이끌고 들어가는 것 또한 트집잡힐 일이 없습니다. 또한 태위께서는 사사로이는 전하의 장인이 되시는 분입니다. 천자께서도 함부로 대하실 수 없지요. 여러모로 보나 태위께서 이 일의 적임자이십니다. 이대로 결정하시기를 간청 드립니다.”
제갈량은 나를 똑바로 보며 말을 맺었다.
“전하.”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태위께서 받아들이시지 않으면 고도 감히 행할 수 없다.”
“태위께서 승낙하시면 전하께서도 허락하시는 겁니까?”
“뭐?”
“대답해주십시오. 그리하시겠습니까?”
나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태위께서 하시겠다면 고도 더 만류하지 않겠다.”
여포가 송경에서 무게를 잡아주고 있으면 천자 쪽은 한시름 덜어도 될 터였다. 굳이 태위라는 벼슬을 빌리지 않더라도 여포는 여포만으로 남을 위압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가 내키지 않는다면, 나는 그에게 감히 강요할 수 없었다.
그때 제갈량이 몸을 일으켰다.
“전하, 신이 태위를 직접 만나고 의중을 듣겠습니다.”
“……”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나는 그를 빤히 올려다봤다. 너, 참 잔인하다.
“그래, 허락하겠다.”
나도 참.
제갈량은 단신으로 여포를 찾아갔다. 여포는 마른 헝겊으로 난초의 잎을 닦고 있었다. 난초를 가꾸는 것이 본래 정적인 활동이기는 하였으나 어쩐지 여포의 몸짓이 유독 정적이었다. 제갈찬은 여포를 향해 허리를 꺾었다.
“정청령 제갈량이 태위를 뵙습니다.”
여포는 헝겊을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어서 오시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제갈량에게 자리를 권하고 차를 내주었다.
“술은 안 드시나봅니다.”
“왜, 술이 당기나?”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술을 마시고 싶어도 의원이 생난리를 치는 통에… 술을 마시면 자결하겠다는군. 웃기지도 않지.”
제갈량은 낮게 웃었다. 여포는 차를 마시며 말했다.
“그런데 자네가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사적으로는 할 말이 많지 않을 텐데.”
“예, 백각의 논의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여포는 손사래를 쳤다.
“이미 일선에서 은퇴한 몸일세. 굳이 바쁜 자네가 와서 설명해줄 까닭이 없어.”
“죄송하지만 일선에 나서주셔야겠습니다.”
여포는 눈을 치떴다.
“뭐라?”
“송경으로 가주십시오, 태위.”
여포는 쓴웃음을 지었다.
“전하의 뜻인가?”
제갈량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여포는 찻잔을 멀거니 바라보다가 말했다.
“송경으로 가서 무엇을 하면 되나?”
“태위는 천자의 병마를 주관하는 벼슬입니다. 송경으로 들어가 천자의 병마를 주관하겠노라 말씀 올리십시오.”
“전쟁을 예비하여 천자가 다른 마음을 품지 못하도록 하라는 말이지.”
제갈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묻지. 전하의 뜻인가?”
여포는 그를 노려봤다.
“아니면, 자네의 뜻인가?”
제갈량은 얕은 한숨을 쉬면서 되물었다.
“그것이 중요합니까? 제가 대답을 올리면 그대로 믿으시겠습니까?”
여포는 가만히 웃었다.
“됐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송경으로 가지. 전하를 뵙지 않고 바로 가겠네. 전하께 대신 말씀을 드려주시게.”
“합비의 병마 5천을 대동하십시오. 전하께 병부를 받음이 옳지 않습니까?”
“내 직할의 병마를 이끌겠네. 전하는 뵙지 않겠어. 또 그 불쌍한 사슴 눈에 눈물이나 그렁그렁할 테니까.”
“…그럼 모쪼록 무운을.”
여포는 대답하지 않고 손만 흔들었다. 그는 직할의 병마 5천을 이끌고 송경으로 향했다. 그가 구태여 나를 접견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을 전해 듣고, 내 마음은 어쩐지 허전했다.
“송경은 태위께 맡기셨으니 우선은 되었는데, 한 가지 더 염두에 두어야 할 세력이 있습니다.”
대도독 노숙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쉽게 짐작해냈다.
“장안의 장합.”
“그렇습니다.”
“물론 장합은 온전한 우리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설마하니 장합이 북비, 량왕부와 손을 잡을까요?”
나의 말에 백각대부 육적이 말했다.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노숙이 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