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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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 제갈공명
연일 손책이 화제였다. 성부의 회의에서는 어떤 고을의 소출이 얼마나 나왔습니다, 어떤 고을에서 불온한 무리가 준동을 벌입니다, 어떤 고을에서 성루를 감시할 초병이 부족합니다. 고루하나 필수적인 보고들에 대해서 원술은 심드렁하게 대꾸할 뿐이었고, 그의 빛나는 시선은 오로지 손책에게만 가 있었다. 그가 가장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조강지처도 아니고 어여쁜 애첩도 아니고 오로지 말릉 발 전령뿐이었다. 나를 비롯해 남양파 가신들이 손책의 배신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그 또한 그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내심은 그가 돌아와주기를 바라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거듭되는 보고는 그의 희망사항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가는 곳마다 백성을 자애로이 대하고 군심을 엄정히 다스려 고을 안팎의 신임이 두터웠다. 본디 천 여 명으로 출정했던 손책의 병마는 각지에서 규합된 군사들로 이제 일만 여를 헤아렸다. 그리고 마침내 손책이 유요의 본거지를 떨어뜨렸다는 보고가 당도했다.
“주공! 손 장군이 말릉의 착융을 축출하고 말릉을 점거했습니다!”
마침내 손책이 유요의 본거지인 말릉을 함락시켰다. 파죽지세라는 고사는 이 다음 시대에 등장하는 고사이지만 손책에게 꼭 어울렸다. 원술은 이를 반겼다.
“오, 손랑이 성공했구나.”
그런데 이 뒤에 이어진 보고는 뜻밖이었다.
“손 장군이 말릉을 떨어뜨리자 유요가 곡아를 본거로 삼아 항전하는데, 손 장군이 곧장 곡아로 진격하니 군을 이끌고 서진하여 예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원술은 수염을 쓸었다.
“예장이라니……”
이에 장사 양홍이 나서서 진언했다.
“유요는 스스로 영지를 지키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예장은 형주의 유표와 교통하기 수월하니 주공과 대적하는 유표와 협력하겠다는 뜻입니다.”
원술은 얼굴을 찡그렸다.
“얄미운 자식.”
“예장에는 주호의 부곡이 있으니 그와 합쳐 일거에 함락시키려 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내 마음이 불편했다. 어쨌든 혈육인 제갈현이 지키고 있는 땅이다. 이대로 손 놓고 방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마냥 원술에게만 내 명운을 걸 수는 없는 일이다. 아버지로 하여금 예장을 잘 보전하게 하여 혹시 모를 우환이 발생하거든 거점으로 구실하게 만들어야 했다. 내가 출정을 자원하려는데, 원술이 선수를 쳤다.
“손랑에게 명하겠다. 그대로 병마를 남하하여 예장을 치려는 유요의 병마를 궤멸토록 하라. 또한 유요의 수급을 꿰어 양주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만천하에 알리라.”
손책이 그 말을 잘도 듣겠다. 지금이 분기점이다. 원술 휘하의 소년 장수에서 강동을 군림하는 군주로 탈바꿈하는 분기점. 손책은 원술의 명을 받지 않을 것이다. 확실하게. 나는 전령이 원술의 명을 받들기 전에 원술의 앞에 나섰다.
“대장군, 손백부는 그 명을 거역할 것입니다.”
“임자, 손랑한테 돈이라도 떼였나? 어찌 이리도 적대해.”
“손백부에게 개인적인 혐의는 없으나 그는 대장군의 명을 따르지 않을 것이 명약관화하니 무례를 무릅쓰고 드리는 말씀입니다.”
“지금껏 손랑은 내 명을 받들어 좌충우돌하며 무수한 군공을 세웠다. 헌데 이번에는 내 명을 거역하리란 건가.”
“말릉은 수춘에서 멀리 떨어져있고 세력을 흥기하기에 적합한 땅입니다. 그는 예장으로 남서진하지 않고 동쪽의 오군과 회계군을 공략하여 거병할 것입니다.”
“그 말을 신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증좌가 없이 그 말은 모함이다, 토역.”
나는 침을 삼켰다. 손책을 깊이 신임하는 원술의 앞에서 그의 배신을 실컷 입에 담으니 원술의 마음도 편하지는 않을 터. 계속 그를 힐난한다면 도리어 나에 대한 신임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나는 우선 한 발짝 물러섰다.
“허면 만일 손백부가 대장군의 명을 거역하고 스스로 세력을 일으킨다면, 소인에게 소인의 부곡을 이끌고 예장을 구원하게 해주십시오.”
물론 내 부곡은 나의 소유였지만 손책의 배신을 기정사실로 상정해놓고 내 멋대로 병력을 운용하는 것은 우리를 받아준 원술에 대한 예의도 아니었고 그의 심기를 크게 흩뜨려 놓는 처사였다. 비록 예장의 아버지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원군이 올 때까지는 지탱하리라 믿었다. 나의 말에 원술도 순순히 동의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토역의 제안을 받아 마땅하다. 예장은 나의 영지인데 토역의 부곡이 난리를 진정해주겠다는데 어찌 거절하겠는가.”
“예장은 부친의 임지이니 자식 된 도리를 해내야만 합니다.”
원술은 씩 웃었다.
“지극한 효성이로고.”
나는 내 휘하를 언제든지 바로 출정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수춘에서 예장까지는 단기간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다.
“토역, 어찌 그리도 손백부를 신용하지 못하십니까?”
염상은 조회를 파하고 나오면서 내게 물었다.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손백부를 신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야심을 신용하지 못합니다.”
“허허……”
“염 주부가 보시기에 손백부가 대장군의 비호 아래에만 있을 것 같습니까? 게다가 이미 대장군께서는 그를 외관으로 삼으시기로 해놓고 번번이 말씀을 어기셨으니, 손백부는 이번에야말로 대장군의 품을 떠나려 할 겁니다. 그러니 염 공을 비롯한 분들은 손백부를 그만 존중하셔야 합니다.”
“토역의 말씀대로라면 그렇습니다.”
“그러니 제발 제 말씀대로 하시……”
나는 가던 걸음을 뚝 멎었다.
“죠……”
눈을 두 번 깜빡거린 후, 염상을 돌아봤다.
“염 공……”
나는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침을 삼키면서.
“저 분은… 누구십니까?”
염상은 영문 모르는 표정으로 내가 가리키는 쪽을 바라보다가 풋, 웃으며 답해주었다.
“왜, 맘에 드십니까?”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한 여인이 있었다. 아니 여인이라고 뭉뚱그려 정의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데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다. 미녀? 그녀에게는 너무 천박한 어휘다. 아가씨? 그렇게 단순히 말하기에는 기품이 넘쳤고, 귀공녀라고 하기에는 너무 고귀한 면만 부각되고 단아하고 소탈한 미색을 표현할 길이 없으니…… 답답하다.
“맘에 들다마다……”
나는 급히 내 입을 틀어막았다. 미안하다, 윤랑아. 미안하다, 파프리카…… 모란이에게 미안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염상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
“이럴 때면 토역도 젊은 혈기를 어쩌지 못하시는군요.”
나는 멋쩍게 웃었다. 염상은 여전히 웃음을 머금은 채로 말했다.
“저 분은 대장군께서 아끼시는 따님이십니다. 괜히 추파를 던졌다가는 경을 치고 말 걸요.”
“아, 그렇습니까……”
나는 가던 길을 가는 척 하면서 다시 그녀를 흘끔 바라보았다. 인기척을 느낀 그녀는 엷은 웃음기를 띠며 나를 향해 살포시 고개를 숙였다. 나는 어정쩡한 자세로 답례했다. 염상은 나를 미덥지 못한 눈길로 바라봤다.
“토역 얼굴이 술 세 병은 들이켠 양 벌―겋습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던 길이나 갑시다, 염 공.”
재게 내딛는 걸음마다 그녀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정신 차려! 가는 길에 허저가 괜히 지나가는 관료의 짐을 들어주며 우락부락한 팔 근육을 드러냈고, 나이를 뒷구멍으로 처먹은 만지는 원술의 딸에게 농익은 눈길을 보내다가 시녀에게 제지당했다.
“대장, 조회 파한 지 한참인데 여태 성부에 있었어?”
나는 노구를 발견하고 그에게 말을 걸었는데 그는 내 말을 못 들었는지 애먼 곳을 바라보며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바라보았는데, 그 시선의 종착은 여지없이 원술의 딸내미였다. 노구, 너마저! 나는 기가 막혀서 노구에게 더 말을 걸지 않고 물러나왔다.
“제 정신들이 아니구먼.”
내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자 염상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토역이 하실 말씀은 아닌 듯 싶은데요……”
나는 무시했다.
원술이 손책에게 예장으로의 진공을 명한 지 며칠이 지나서 보냈던 전령이 돌아왔다. 그 사이 예장의 아버지로부터 서너 차례의 전갈이 먼저 당도했었다. 내용은 사세가 급박하니 속히 원군을 보내달라는 전언이었다. 나는 마음이 초급했는데, 원술은 내내 여유로웠다. 사실 예장의 영지가 원체 넓기도 하고 관리하기가 쉽지 않으며 소출도 적어 그로서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다지 큰 타격은 없는 지역이었던 것. 말릉에 다녀온 전령이 원술의 앞에 엎드렸다.
“손 장군이 병마를 예장이 아닌 오군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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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급히 닭갈비 먹으러 나가야 해서 부득이 리리플을 생략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ㅜㅜ 맛있게 먹고 올게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