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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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규규무부(赳赳武夫)
나는 군을 둘로 나누어 몸이 민첩한 병력을 만지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
“숲으로 들어가시오.”
만지는 항의했다.
“이 작전은 피만 볼 뿐이우! 차라리 불을 지르지!”
“적은 밀림에 숨었소. 노인장은 그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겠소?”
만지는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당연하지! 맹한 놈이라면 눈 뜨고 당하겠지만 나는 냄새만 맡아도 그놈들의 행적을 모조리 알 수 있수.”
“좋소. 들어가 뒤지다가 도망 나오시오.”
“도망 나오라니……”
만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량이는 매끈한 턱을 쓸며 조용히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숨바꼭질을 해본 일이 있는가. 숨바꼭질을, 아주 지독한 승부사를 상대로 술래를 맡아 해본 일이 있는가. 그것은 아주 고된 일이다. 시간 죽이기 위해 벌이는 조무래기의 놀이에서, 재미를 버리고 온전히 승부에만 목숨을 거는 고약한 자가 있다. 그는 악취 나는 쓰레기더미에 숨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옷이 상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고 덤불에 숨기도 하며 위험을 감수하고 지붕 위에 올라가 숨기도 한다. 그가 갈구하는 것은 오로지, 술래의 못 찾겠다 꾀꼬리. 그 한 마디를 위해 그들은 저녁 어스름이 내릴 때까지의 지루한 시간을 견딘다.
그런 그를 이길 방법이 딱 하나 있다. 무시. 그들이 원하는 말,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지 않고 유야무야 해산하는 것이다. 그의 인내를 보상하지 않고, 우리가 마땅히 그의 몫으로 떠들어야 할 명예의 칭송에 사보타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자신이 감내한 인내가 모욕당했다는 한없는 열패감에 침잠하고 만다. 그리되면 냉혹한 승부사였던 그는 이성이 마비된 멍청이가 된다. 인내에 대한 보상을 스스로 강요하게 된다. 해산하는 조무래기들을 붙잡고, 나 저기에 있었어. 감쪽같이 숨었지? 요만큼도 눈치 못 챘지? 나 대단하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애걸하게 된다. 연약한 정신이 된다.
나는 감녕을 그렇게 대할 참이었다. 감녕은 승부사다. 그는 단독으로 장강을 타고 우리의 여러 항구를 돌파했고 상륙에 성공, 우리의 영지 곳곳을 들이치고 있다. 그가 남릉의 수풀에 숨어든 것은, 나의 토벌이 두려워, 일신의 일시의 안위를 걱정한 탓이 아니다. 그는 나를 이기려고 수풀에 들어갔다. 그는 호시탐탐 나의 허점을 노리고 있고 빈틈이 보이면 바로 목덜미를 물 것이다.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다 주는 그 순간을 노릴 터. 하지만 나는 무시해줄 작정이다. 그가 스스로 비참한 명예를 자칭하기 위해 뛰쳐나오는 그 순간을 노려야지.
만지의 병력은 숲의 가장자리만 맴돌다가 나왔다. 이따금 소소한 충돌이 있었지만 깊이 싸우지 않고 물렸다. 그렇게 사흘 간 그랬다. 나는 숲을 바라보며 밥을 먹고 잠을 잤다. 만지는 처음에는 나의 방침이 불만이었다.
“합비후! 이게 뭐하는 거유. 늙은이한테 불만 있음 말로 하슈. 하루에도 몇 번씩 숲만 뱅뱅 돌다가 나오는데 이게 대체…… 아이구, 삭신이야!”
그러다 그도 깨달은 바가 있는지 군말 없이 내 명을 따랐다. 병력은 숲을 맴돌이했고, 작은 충돌로 한 자리수의 병력이 전사했다. 그렇게 나흘 째 되는 날, 나는 다 먹은 밥그릇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에이, 재미없다.”
물로 입안을 헹궈내고 나는 느즈러진 몸을 사선으로 기울였다. 내 말을 량이가 받았다.
“진짜 재미없어요. 놀이 끝냅시다, 형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허저에게 말했다.
“철군 준비를 하세요.”
허저가 입 주변을 긁적였다.
“제대로 쌈두 몬혔는디 이대루 돌아가유? 어디루유?”
“남릉성에 잠깐 주둔해있읍시다.”
“에엥? 여즉 감능이가 수풀 안에 눈 씨퍼렇게 뜨구 살아있는디……”
나는 턱을 괴고 허저의 앞으로 몸을 바짝 기울였다.
“요즘 허 공도 부쩍 말씀이 많아지셨습니다?”
나는 만지 쪽으로 눈을 흘겼다.
“저 영감이랑 너무 많이 놀지 마세요.”
만지는 딴청을 피우면서 내 말을 못 들은 척 했다. 나는 입술을 삐죽였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 길게 하품했다.
“철군하면서, 막사는 반은 걷고 반은 그대로 남겨두세요. 또한 가마솥도 반은 거두어들이고 반은 남겨두세요. 남긴 솥에는 물을 끓여 연기를 올리세요.”
만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슈.”
허저는 순진한 눈망울만 빛냈다.
나는 전군을 거두어 남릉성으로 향했다. 충돌이 적었으니 병력은 온전히 보전되었으며 병사들은 푹 쉬고 부르게 먹어 사기가 좋았다. 내 말대로 막사의 절반은 걷혔고 절반은 그대로 두었다. 가마솥에는 물을 끓여 뽀얀 수증기가 올랐다. 나는 성으로 향하다가, 우뚝 말을 멈춰 세우고 뒤를 돌아봤다.
“이제 곧 밤이 되려나……”
숲에서 산새들이 꽥꽥거리며 날아올랐다. 허공을 나는 산새의 그림자가 나를 잠깐 덮고 지나갔다. 나는 밤공기를 한껏 머금으며 고삐를 당겨 말 머리를 다시 돌렸다. 허리춤의 칼을 뽑았다. 얇은 칼날에 교교한 달빛이 부딪혀 찬란했다. 나는 눈이 부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 전군에 명령했다.
“가라! 술래들아!”
나는 감녕을 무시했다. 그를 상대하지 않고 남릉으로 군을 물렸다. 그냥 전군을 물렸으면 도리어 그가 두려워 회피하는 것이 되지만, 나는 막사와 솥의 절반을 그대로 두었다. 고로, 절반의 전력으로도 너를 잡을 수 있다 감녕에게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제 저녁 어스름이 지고 놀이는 파할 때가 되었는데, 너에게 못 찾겠다 꾀꼬리를 읊어줄 마음은 조금도 없다고 선포한 것이다. 네깟 놈 하나 잡자고 시간을 너무 끌었다. 병력의 절반은 남겨줄 테니 얘네랑 놀고 있어라. 너와의 숨바꼭질보다 다른 일이 더 급하니 나는 이제 그만 그걸 하러 돌아가야겠다 조롱한 것이다. 그에 대한 칭송에 사보타주를 개시하고 그의 존재에 모멸을 끼얹었다. 감녕은 그것을 참지 못했다. 그는 마침내 칼을 빼들어, 모멸의 상징을 향해 진격했다. 절반만 남은 막사와 솥을 향해서.
“그대가 감흥패인가?”
나의 술래들은 숲에서 뛰쳐나와 빈 막사를 공격하기 위해 허공에 칼을 내두르는 감녕을 둘러쌌다. 솥에서 오르는 수증기가 달빛을 투영하여 나는 그의 얼굴이 생생히 보였다.
“젖내 나는 어린 녀석이 잘도 속임수를 썼겠다……”
“황조를 잡아야 하는데 그대 때문에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다. 이만하면 훌륭했다, 감흥패.”
“네가 나를 모욕하느냐……!”
감녕은 이를 악물더니 제 수하에게 명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적을 쳐라!”
나는 괜한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으나 저 맹렬한 기세를 다스리려면 어쩔 수 없었다. 회를 치려면 날뛰는 생선의 대가리를 쳐서 기절시킬 필요는 있으니. 나는 내 등 뒤의 든든한 좌우에게 말했다.
“허 공, 만지! 감녕을 산 채로 먹고 싶소.”
만지는 칼을 뽑았다.
“악취미유.”
만지와 허저는 감녕을 향해 달려들었다. 수증기에 비치는 달빛으로 나는 여기저기서 튀기는 선연한 핏빛을 볼 수 있었다. 만지와 허저는 순식간에 감녕을 지키는 적병을 베어 넘기고 감녕을 향해 육박했다. 만지의 칼과 허저의 창이 감녕을 압박했다. 감녕도 창을 들어 저항했다. 쇠붙이들이 엉키는 날카로운 소리가 빠른 박자로 들려왔다. 감녕은 만지와 허저를 동시에 대적했다.
“파군 감흥패의 명성이 헛된 이름은 아니었구먼!”
만지와 허저가 동시에 달려든 까닭으로 그의 목을 베려면 가뿐히 그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특별주문이 들어간 덕택에 양측은 호각으로 싸웠다.
“나이깨나 자신 분이 용력이 대단하슈!”
허저는 감녕을 두고 말한 것이었지만 왈칵 화를 낸 쪽은 만지였다.
“허 공, 지금 같은 편을 공격하는 것이오?”
“칼 아래 정을 두는데 입이 지나치게 시끄럽다!”
감녕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만지가 그를 상대하며 동시에 내 쪽을 향해 물었다.
“살려만 가면 되지 않수!”
대게도 다리가 떨어지면 상품가치가 급전직하하고 사과에 생채기만 나도 그것은 쓰지를 못한다.
“웬만하면 사지 멀쩡하게 데려왔으면 하는데……”
만지는 뼛성 돋은 목소리로 항변했다.
“아, 그러면 직접 싸우시든가! 난 모르겠수!”
나는 그럴 생각은 절대 없었기 때문에 다른 곳을 바라봤다. 만지는 그렇게 말하고 허저가 감녕의 공세를 막아내는 사이 날렵한 칼을 감녕의 허벅지에 콱 박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내 허벅지에 손이 갔다.
“윽!”
감녕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부상당한 쪽으로 몸을 허청거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저의 억센 악력이 그의 운신을 저지했다. 그가 붙잡히자마자 내가 있는 힘껏 소리쳤다.
“너희의 주인 감녕이 붙잡혔다! 이상의 저항은 의미가 없다! 투항하라!”
내 말을 받아 나의 술래들이 외쳤다.
“투항하라! 투항하라!”
시끄러운 외침과 만신창이가 된 막사들과 여전히 끓는 가마솥이 내뿜는 수증기 속에서 전투는 종료되었다. 나는 부상으로 2등급 상품이 된 감녕을 생포하고 다 허물어진 막사에서 그와 마주했다. 그는 무릎이 꿇린 채로 나를 올려다보며 으르렁거렸다.
“원술의 개새끼!”
너무 노골적인 욕설에 내 관자놀이가 부르르 떨렸다. 화평, 화평.
“젖비린내 나는 새끼! 잡새끼!”
화평, 화평.
그는 실컷 욕하다가 허공을 향해 탄식을 뱉었다.
“나이 오십이 다 되어 중용되지 못하고 이제는 고추에 털도 안 난 어린아이에게 붙잡히다니! 나의 인생은 어디로 가는 것이냐!”
나는 더 참지 못하고 신경질적으로 받아쳤다.
“털은 났거든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은근히 궁금증이 돋아 량이를 돌아봤다.
“럴럴아, 너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량이가 몸을 홱 돌렸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통과하는 소년에게 그런 질문을 공개된 장소에서 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나는 입술을 삐죽이다가 다시 감녕을 바라봤다. 나는 잠깐 바라봤는데, 이 미친 아저씨가 다시 왈칵 성을 낸다.
“뭘 봐!”
나는 기가 차서 만지에게 물었다.
“황조 그 자식도 그렇고, 원래 형주 것들은 다 이렇게 성질머리가 더럽소?”
그 말에 만지가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는 여남군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가문의 몇 대 위는 형주에서 살았다고 하우. 그런 지역비하발언은 옳지 못하우.”
만지의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내 가설을 확신했다.
“나는 익주의 파군 사람이다! 누구더러 형주 출신이라고 하는 게야!”
거참 성질 한번 독하다.
“이봐요, 감 공, 당신이 이렇게 뻗댈 위치가 아닌데? 나는 여차하면 당신 목을 날려버릴 수도 있어.”
“흥, 이미 숱한 목숨을 해쳤으니 당장 내 목이 날아간다고 해도 전혀 아깝지 않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그에게 다가갔다.
“일단 포박을 풀어줄 터이니 좀 얌전히 있어봐요. 얘기 좀 합시다, 얘기 좀.”
나는 직접 그를 꽁꽁 묶은 포박을 풀었다. 그러자 감녕은 나에게 와락 달려들어 나를 넘어뜨리고 목을 졸랐다. 나는 컥컥거리며 버둥거렸지만 강한 완력에 소용이 없었다. 허저와 만지가 달려들어 그를 떼어내려고 할 때, 나는 나도 모르게 감녕의 사타구니를 무릎으로 가격했다. 그와 동시에 감녕의 악력이 탁 풀렸다.
“으으……”
감녕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며 가랑이를 매만지는 사이 만지와 허저는 다시 그를 붙잡아 억압했다. 나는 숨을 크게 쉬고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환호했다. 이겼다! 내가 감녕을 이겼다!
“이제야 좀 얌전해지셨군. 이봐요, 감 공, 얘기를 좀 하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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