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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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규규무부(赳赳武夫)
감녕의 가세로 전세는 우리에게로 기울었다. 감녕의 일신과, 일천이 안 되는 병마의 효용도 그러했지만 그는 말직에 있음에도 치중물자의 감독을 주로 맡았으니 황조의 급소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별동대를 보내 그곳을 타격해 재미를 보기도 했다. 또 비록 감녕이 미관말직에 머물렀으나 그의 인망이 널리 퍼졌으므로 그를 보고 투항하는 강하병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감녕은 특히 휘하의 맹용한 오십을 추려 단독으로 황조의 진을 돌파, 그의 선봉인 여개의 목을 취했다. 황조의 푸대접에 귀순한 무장이 선봉의 목을 내려치는 것은 강하병들로서는 퍽 두려운 장면이었다. 그의 뒤를 이어 허저, 영자, 만지가 몰아치니 황조의 예봉이 꺾이고 호기롭게 우리와 대적했던 황조는 수세로 전환했다. 나는 여세를 몰아 황조를 거세게 몰아치니, 그는 군을 철수하여 군문을 뒤로 물려 기춘(蘄春)에 주둔했다. 강하군 기춘현. 그곳은 이제 여강군이 아니었다. 경계가 바뀌어 강하군이 되었다. 형식을 따지자면 이제 도리어 우리가 공세였다.
“이쯤에서 전쟁을 종결하고 싶지만, 아직 황조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겠지.”
나는 턱을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량이는 웃으며 내 말을 받았다.
“그러면 엉덩이를 한 대 때려주시든지요.”
“엉덩이?”
나는 황조의 엉덩이를 상상하고 표정을 구겼다. 량이는 전국지도의 한 지점을 짚었다. 기춘 남쪽의 심양(尋陽). 이곳은 본디 여강군이긴 했지만 유표와 원술의 경계로서 황조가 점유하고 있는 땅이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양은 그리 중요한 땅이 아니야. 그래서 경비 병력도 적고. 이곳을 친다고 황조가 아파할까?”
“그럼요, 아파서 펄쩍펄쩍 뛸 걸요?”
나는 내 손으로 황조의 엉덩이를 때리고 황조가 아파서 펄쩍펄쩍 뛰는 모습을 상상하고 더욱 찡그렸다.
“어째서지?”
량이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감 사마에게 직접 들으세요.”
나는 감녕을 바라봤다.
“황조는 지금 애첩에게 푹 빠져있습니다.”
“애첩?”
“본디 작부 노릇을 하던 여자인데 황조가 취하여 측실로 삼았죠.”
감녕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못생겼던데……”
못생긴 작부라, 나는 머릿속으로 모란이를 떠올렸다가 황급히 지우고 깊은 죄의식에 빠져들었다. 아아, 미안해! 감녕은 말을 이었다.
“아무튼 황조는 물고 빨고 난리도 아니더군요. 물론 그 자의 성정을 보면 석 달을 채 못 가겠지만.”
나는 경청했다.
“그 여자의 친정이 바로 심양에 있습니다. 개백정을 하는 아비와 퇴기인 어미가 그곳에 살고 있죠.”
“오호라, 그러니 심양을 쳐서 애첩의 부모를 인질로 잡자?”
나는 아랫입술을 내밀었다.
“별로 인도주의적이진 않은데……”
량이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퉁바리를 놨다.
“인도 어쩌고 따지다가 형님이 황조한테 엉덩이를 맞는 수가 있어요.”
그건 안 되지. 나는 더 생각하지 않고 심양 공략을 명령했다. 감녕과 유엽에게 병마 삼천을 맡겨 심양을 치도록 했다. 감녕을 선택한 것은 그에게 군공을 몰아주어 장군의 위에 올리기 위함이었다. 항장을 전면으로 기용하는 것에 장노는 약간 불만이 있어 보이긴 했지만 영자와 허저, 만지는 수긍했다. 감녕과 유엽이 심양으로 떠난 동안 나는 전군을 움직여 황조를 압박했다. 그가 심양으로 응원군을 보내지 못하도록.
정확히 열흘 후에 심양은 우리 손에 떨어졌다. 감녕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내게 돌아왔다. 나는 실실 웃으며 그의 등을 두드렸다.
“감사마, 감사합니다!”
량이는 최악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재밌으라고 하신 겁니까?”
나는 우물거렸다.
“재미없었니.”
량이는 토하는 시늉을 했다.
“최악.”
나는 동정을 구하기 위해 노숙과 유엽을 바라봤으나 그들은 나를 외면했다. 나는 주눅이 들어 시선을 땅으로 처박았다.
“아하하, 찬, 정말 재밌다!”
영자가 뒤늦게 어설픈 반응을 보여주었으나 이미 나는 자신감을 잃은 후였다. 영자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하……”
황조 애첩의 부모는 포승에 묶인 채로 내 앞에 무릎 꿇렸다. 그의 아비는 몸을 달달 떨며 오줌을 지렸다.
“이 천한 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지린내를 풍기느냐!”
장노가 몽둥이를 들어 내리치려고 하자 애첩의 아비는 앓는 신음을 내며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애첩의 어미가 아비를 감싸며 곡소리를 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요! 죄송합니다요! 용서해주십시오! 아이고……”
나는 입맛을 다시고 그의 포승을 풀게 했다.
“너희의 딸이 적장의 애첩이니 어찌하겠느냐. 싸움이 마무리되거든 놓아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
나는 그들에게 막사를 내주어 편히 지내도록 했다. 저들이 무슨 죄가 있으랴. 평생 똥밭에서 구르던 인생 늦바람에 딸의 덕택으로 태수의 빙부, 빙모가 되어 거드름 좀 피웠다고 죄과가 되랴. 나는 모든 참모를 불러 모았다.
“나는 애첩의 부모를 인계하고 심양을 황조에게 넘기고 이 싸움을 끝내려고 합니다.”
좌중은 나를 바라봤다.
“아직 우리는 유표에 맞설 때가 아닙니다. 황조와 강화를 맺고 그를 강하로 돌려보내 종전 같은 느슨한 대치를 이뤄야 합니다.”
내 주장에 유엽이 말했다.
“황조를 더 밀어붙이면 그의 목을 베고 강하를 취하는 수도 있습니다. 이미 강하병의 예기가 꺾였습니다.”
장노가 그의 말에 힘을 실었다.
“유 치중의 말씀이 옳습니다.”
나는 입을 다문 채 다음 진언을 기다렸다. 노숙이 나섰다.
“강하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은요? 강하를 빼앗긴 유표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강하는 유표의 치소인 양양의 바로 턱밑에 있습니다. 우리가 그곳에 군을 주둔하는 것은 유표의 목줄에 비수를 들이대는 일. 그는 전력으로 강하를 탈환하려 할 것입니다. 또한 그곳은 황조가 오래 기반을 다진 곳, 그의 목을 벤 침략군을 백성들이 환영하겠습니까?”
량이도 노숙을 거들었다.
“별가의 말씀이 옳습니다. 강하를 점유할 수는 있으나 보급선이 지나치게 길어지고 또한 북으로는 양양, 남으로는 장사, 강릉과 접하게 되니 자칫하면 고립무원의 신세가 되고 맙니다. 또한 우리는 아직 유표와 겨룰 때가 아닙니다. 등 뒤에 손책이 있고 머리 위에 원소에 아첨하는 무리들이 득실거리니 지금은 강하와 여강 사이의 방비만 굳게 하면 됩니다.”
항장 감녕도 같은 의견이었다.
“황조가 성정은 포악하나 강하에서 오래 버텨 침입으로부터 굳게 지킴으로써 백성들의 신망을 얻었으니 그곳을 장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강하의 호족들과 황조의 관계가 돈독하여 강하를 점유하면 호족들과의 갈등도 불가피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첨언했다.
“또한 강하를 점령하면 여강병을 나누어 주둔시켜야 하는데, 그리하면 여강의 전력에 공백이 생기고 마니 강하 공략은 그야말로 소탐대실이오.”
유엽도 이에 수긍하고 장노도 대세가 기울어 더 반론하지 않았다. 나는 웃으며 허저에게 물었다.
“허 공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대답은 간단했다.
“좋슈.”
나는 그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황조에게 사자를 보내어 회담을 제의했다. 이미 그의 귀에도 심양의 함락 소식이 들어갔을 터였다. 황조는 즉각 회담에 응낙하고 중립지에 회담장을 마련했다. 나는 영자를 대동하고 그곳으로 나섰다. 황조는 치중 등희와 동행했다. 그가 회담장에 등장하자 나는 가볍게 읍했다.
“입이 걸걸하신 황조 공이 아니십니까. 반갑습니다.”
그는 머쓱하게 받았다.
“책략의 일환이었을 뿐 합비후에게 유감은 없으니 부디 잊으시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게 얘기할 필요 없지요. 강하로 돌아가십시오. 그러면 공의 빙부모와 심양을 넘겨드리겠습니다.”
이미 여강 공략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만일 이 제안을 뿌리친다면 나는 그와 끈질기게 대치할 터. 황조도 머리회전이 둔하지는 않았다.
“나 또한 유형주(유표)께서 채근하시는 까닭으로 동병했던 터였소. 심양을 넘겨준다면 합비후의 제안을 따르겠소.”
“황강하 덕분에 나는 정해둔 혼례를 치르지 못하고 급히 출병했습니다. 유감입니다.”
황조는 뒤통수를 긁었다.
“거 유감이올시다.”
“나는 대장군께 주청하여 심양의 동쪽 송자(松滋)에 요새를 짓고 장노 공을 송자독으로 명하여 지키게 할 것입니다. 부디 양측의 인명이 크게 상하는 결단은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황조는 눈을 빛냈다.
“염두에 두도록 하겠소.”
그것으로 회담은 성사되었고 황조는 강하로 퇴병했다. 나도 심양과 애첩의 부모를 넘겨주고, 원술에게 장계를 올려 장노를 송자독으로 삼게 하고 송자에 병마 8천을 주둔하게 했다. 또한 사마 감녕을 내가 수장으로 있는 토역장군부의 교위로 삼게 했다.
“이만하면 잘 싸웠다고 봐야지?”
철수하는 중에 나는 영자에게 물었다. 영자는 소리 내어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렸다.
“승전을 경하 드립니다, 합비후!”
나는 쿡쿡 웃으며 량이에게 말했다.
“네 공도 두둑하니 공 세운 만큼 술을 베풀겠다!”
량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다시 앞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하늘이 맑았다. 나는 양팔을 벌려 허공에 대고 외쳤다.
“야! 돌아가면 결혼이다!”
그 말에 만지가 토를 달았다.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경망스럽수!”
“샘나면 노인장도 결혼하시구려!”
만지는 곰곰이 생각하는 체 했다.
“음… 말씀하신 김에 모란이한테 청혼이나 해보는 게 어떻수?”
그는 그렇게 말해놓고 뒤통수를 매만졌다.
“뒤가 왜 이렇게 뜨겁지?”
왜긴 왜야, 제갈량의 눈빛이 타오르니까 그렇지. 노숙은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원래 합비후의 진은 이렇게 시끌벅적합니까?”
“왜, 싫습니까.”
“아, 아뇨……”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겼으면 좀 신나도 되잖아요?”
석 달 후, 애첩의 부모가 군을 기만한 죄로 처형되었다는 소식이 바람결에 들렸다. 애첩에 질려버린 황조는 애첩이 술을 따르다 흘려 그의 옷을 적시자 불경죄로 사지를 찢고, 여강 공략 실패의 책임을 그녀와 그녀의 부모에게 물린 것. 난세란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지나치게 슬펐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위해 해줄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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