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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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0로 정벌군(2)
나는 마상(馬上)에서 전황을 보고받았다. 한가로이 막사를 치고 들어앉아 보고받을 짬이 없었다. 내 급박한 심정을 아는지 전령도 다급한 목소리로 말을 늘어놓았다.
“후장군께서는 북상하여 정북장군과 군을 합쳤습니다. 원희의 선봉인 장막과 진궁은 찬현에서 정북장군과 대치 중이라는 전언입니다!”
노숙이 내 쪽을 바라봤다.
“지금쯤 창칼을 주고받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팔짱을 꼈다.
“장막이야 필부에 불과하지만 진궁이 내내 마음에 걸리는군.”
량이가 나를 안심시켜주었다.
“후장군은 지모가 있는 분이시니 정북장군을 잘 보필할 겁니다, 형님.”
“그러면 좋겠다만……”
여남 일대 아군의 수장인 원윤은 파로장군 장훈을 북의춘 일대에 주둔시키기로 했다. 옳은 판단이었다. 이통과 화호했지만 언제든지 등 뒤에 칼을 꽂을 수 있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염상이 이끌던 장훈의 병마는 이통에 의해 크게 훼손되어 전장에 나서도 큰 쓸모가 없을 터였다. 원윤는 대신 염상에게 온전한 군사 일천을 맡겨 나를 따르게 했다. 이는 원윤의 의중이라기보다는 염상의 결기라고 하는 편이 맞겠다.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겠다는 의지였다. 비록 장훈의 밑에는 환자들뿐이게 됐지만, 장훈이 그래 봬도 원술군의 상장이라는 이름값은 있는 인물이니 이통이 함부로 경계를 드나들지는 않을 터였다.
나는 중도에 원윤과 군을 합쳤다. 제7로 구강도독 악취와 제9로 도위 뇌박의 병마는 이미 원윤의 군에 합류해있었다. 이렇게 되니 원술의 10로 편제는 원윤과 여포의 양군체제로 자연스럽게 전환되었다.
“이통을 격살시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우리의 적은 원소이니 잔챙이에게 힘 뺄 필요는 없지. 잘해주었네.”
원윤은 나의 합류를 은근히 반겼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아니라 나의 심복들과 나의 숙련된 병력을 반겼다. 원윤의 밑에 이러저러한 찌꺼기들이 많이 붙어 있었지만 그럴 듯한 인재라고는 중랑장 이풍이 고작이었다. 그런 짜임새로는 원소의 정규군과 맞붙어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자신도 잘 알고 있었던 것. 그가 비록 정동장군의 직함이 있다지만 실제로는 말고삐도 서툴게 잡았다.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며 강제 특별훈련을 받아온 내 부곡들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며, 허저와 감녕, 만지, 영자의 무장진과 노숙, 유엽, 량, 염상이 포진한 모사진은 원윤이 호기를 부려볼 정도가 아니었다. 나와 군을 합치면 자연스레 직함과 연공서열이 위인 원윤이 총사령관의 역할을 맡을 것이니, 나의 전공이 그의 전공이 될 터였다. 그러니 나의 합류를 반기지 않을 까닭이 없었다. 나도 억울하진 않았다. 나 또한 나의 사람들이 피 흘려 일군 전공에 내 이름을 걸어 여기까지 왔으니까.
찬현까지는 기나긴 여정이었다. 내가 타고 오르는 길은 얼마 전만 하더라도 원소의 깃발이 나부끼던 땅이었다. 장료의 점령군이 갓 휩쓸고 지나갔다. 점령군이 눈빛을 도사리고 버틴다면 그 땅은 질서의 땅이나, 밀물처럼 몰려온 점령군이 썰물처럼 빠지고 나면 오히려 무질서의 땅이 되고 만다.
“장문원의 재간이 예사는 아닙니다.”
노숙은 흐뭇하게 웃었다. 나도 동감했다.
“북원(원소)의 깃발을 뽑고 이제 막 남원(원술)의 깃발이 꽂혔는데도 우리를 바라보는 백성들의 표정이 유순합니다.”
만지도 킬킬 웃었다.
“겁간하지 않고 약탈하지 않고 주륙하지 않으니 자연 백성이 따를 수밖에…… 장 장군은 과연 귀재이우.”
점령군을 대하는 백성들은 야생동물이나 다름없다. 그들은 점령군이 보이면 머리털 하나라도 들킬까 숨기 급급하다. 점령군은 그들에게 천적이기 때문이다. 헌데 장료가 닦아놓은 점령지의 백성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숨지 않았다.
“어어, 위험해!”
대열의 선두에 선 나는 급히 고삐를 잡아당겼다. 말은 눈을 뒤집고 앞발을 굴렀다.
“다칠 뻔했잖니!”
나의 가벼운 질책에 땟국에 전 아이가 순진한 눈망울을 빛냈다. 녀석의 어미쯤 돼 보이는 여인이 급히 머리를 조아려 용서를 구하고 아이의 손목을 채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아이가 말 탄 자를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곳은 전선(戰線)이면서도 평화롭구나. 사막에 움튼 떡잎이구나.”
내 넋두리 비슷한 혼잣말을 듣고 감녕은 점잖게 웃었다.
“합비후께서는 간혹 심하게 감상에 젖으십니다.”
나는 그를 흘끗 보며 웃었다.
“치세에는 심한 감상도 요긴합니다만, 난세에는 칭얼거림일 뿐이겠죠.”
감녕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잠시 멈췄던 말발굽은 다시 맑은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도중에 물 긷는 여인, 하품 하는 소년, 외양간 고치는 중늙은이, 일광욕하는 백발노인을 보고 크게 숨을 쉬었다.
찬현까지 사흘 정도면 닿을 거리였다. 북쪽에서 전령이 당도하여 원윤의 앞에 부복했다.
“정동장군께 보고!”
말하는 목소리가 다급하여 나는 그 소식 또한 다급하리라 직감했다. 원윤도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명했다.
“말하라.”
“정북장군께서 적장 장막·진궁과 대치하셨사온데 이틀 전, 때를 봐 직접 병마를 진두지휘하여 적을 쳤나이다!”
나는 순간 이마를 짚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장군의 정병 삼천이 전몰하고 부장 위속이 전사했습니다. 장군께서는 자상을 입어 전투불능이십니다!”
삼천이 죽었다면 부상자는 배 이상이다. 게다가 여포가 전장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니. 원윤도 크게 당혹스러운 눈치.
“어, 어쩌다가……”
보나마나 진궁에게 당했겠지. 전령의 말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진궁의 도발에 넘어가셨습니다. 궁수의 사정권 주변에 아슬아슬하게 서서 장군의 전력을 욕보이는 터에……”
“후장군 장료 공은 말리지 못하였는가!”
그 멧돼지를 어떻게 말린담! 너 같으면 말리겠니? 나는 원윤을 흘긋거리면서 속으로 힐난했다. 전령도 다 알면서 묻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조아렸다.
“후장군께서 정북장군을 대리하여 전선을 총괄하게 되었고, 전황이 급박하므로 진군속도를 높여달라 청하셨습니다!”
“응당 그리할 터다. 허… 이런.”
여포의 전선이탈과 삼천 이상의 병력손실은 뼈아팠다. 단순히 수치로 드러나는 피해도 그렇거니와, 이 전투로 인해 원소는 예주 사수의 자신감을 얻었을 터다. 본디 곽공의 영토요, 둘째아들 원희를 보내 반 정도만 다리를 걸쳐놓고 막심한 피해가 예상되면 슬그머니 발을 빼려던 것이 원소의 속내였겠다. 그러나 여포의 예봉이 격파되고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결단이 서면 기주에 주둔하는 원소의 정예군이 남하할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또한 여포의 장수들은 성정이 사나워 여포가 아니면 쉽게 달래지를 못한다. 장료가 여포를 대리하고 이제 원윤이 찬현에 당도하면 그가 전선을 총괄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원윤이 여포의 직할병력을 여포만큼 쉽게 장악하겠는가? 기름기 번드르르한 명망가 정도로 원윤을 여기고 있는 여포의 효장(梟將)들이 그의 명령을 조롱이나 하지 않으면 다행일 터. 여포의 패배는 여러모로 아군에 치명적이었다.
“원희와 견초가 이끄는 본군 또한 남하하기 시작했습니다!”
원윤의 목울대가 일렁였다.
“조조의 움직임은?”
“파악되지 않습니다.”
답답한 상황에 원윤이 한숨만 뿜자 나는 앞으로 나섰다.
“장군, 제게 기병들을 내주시면 앞서 출병하겠습니다.”
“합비후가?”
“보기(步騎)가 뒤섞인 아군은 찬현까지 서둘러 갈 수가 없습니다. 날랜 기병을 분리하여 먼저 진군하게 하십시오. 저와 저의 부장들이 먼저 나서겠습니다.”
이에 도위 뇌박이 내 역성을 들고 나섰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합비후의 진언대로 하십시오.”
속이 뻔히 보인다, 이놈아. 전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니까 나를 방패막이로 먼저 보내고 저는 뒤에 숨어서 어떻게든 책임을 피해보겠다는 속셈. 어설프게 걸친 미소에 주먹을 꽂아주고 싶었다. 뇌박의 짝꿍인 도위 진란도 찬동했다.
“그리하십시오.”
원윤도 고개를 끄덕였다.
“합비후는 기병 4천을 인솔하여 찬현의 아군을 돕도록 하시게나.”
“넷.”
나는 염상에게 내 남은 보병들을 건사해달라 당부하고, 나의 기병과 각 군의 기병들을 뽑아 급히 북으로 달려갔다.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달리는데 영자가 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찬! 바로 후장군의 병마와 합칠 거야?”
“어떻게 할 것 같아?”
“글쎄?”
말은 글쎄였지만 빙글빙글 웃는 낯이 모르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나도 영자를 따라 웃었다.
“곧바로 진궁의 궁둥짝을 걷어차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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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황
원소군 선봉-장막·진궁
원소군 본대-원희·견초 병력 2만
전장 : 찬현(酇縣)
원술군 1군-총사령관 : 여포(전투불능)-장료(총사 대리)
원술군 2군-총사령관 : 원윤
별동대- 제갈찬 기병 4천
이통과 대치- 장훈
진국에 주둔- 진규, 진등
============================ 작품 후기 ============================
소식도 없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기다리시게 하려는 뜻은 없었습니다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다보니 이 날까지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글이 조만간 카카오페이지와 네이버웹소설에서도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 플랫폼들에는 신규업데이트가 이뤄지기 때문에 연재주기를 조절해야할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닌 주제에 바쁜 일들이 많아 어차피 예전과 같은 연재주기는 가져나가기 힘들었습니다만.. 당분간은 일주일에 1-2회 연재로 꾸려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예고없는 공백에 사죄의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