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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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0로 정벌군(2)
“오우.”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고 말았다.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쏘냐. 노숙은 옷소매로 눈을 가렸고, 량이는 떳떳한 체 하면서 슬그머니 시선을 모로 돌렸다. 장초는 날아오는 다섯 날붙이를 모두 제 몸뚱이에 품었다. 그 육중한 몸이 온통 피떡이 되었음은 구태여 말할 필요도 없겠다. 듣는 사람마저 몸이 떨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장초의 몸은 사분오열되었다. 다섯 도살자들은 더운 피를 뒤집어썼다. 영자는 손등으로 제 얼굴에 튄 핏자국을 닦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제발 피 뒤집어쓰고 해맑게 웃지 마! 무서우니까……
제 대장이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고깃덩이로 전락하자, 맹렬하던 적의 기병들은 소극적으로 변했다. 그들은 고삐를 바투 잡은 채 주춤거렸다. 기운이 이쪽으로 넘어왔다. 멀리 장대 위의 원희가 분개하는 것이 보였다. 그래. 나 같아도 그럴 거야, 친구. 견초 또한 흥분하여 가슴을 팡팡 두드렸다. 자신을 내보내달라고 하는 게지. 아우를 잃은 장막도 엎드려 바닥을 치면서 읍소했다. 제갈찬 저 망나니의 목을 따게 해주십시오! 나와라, 제발 나와라. 목 닦고 있을게.
그때 그들을 만류하는 남자가 포착되었다. 그는 손짓발짓을 동원해가며 그들의 노기를 누그러뜨렸다.
“진궁……”
진궁은 가까스로 그들을 만류했다. 적군은 녹각성에 의지하여 화살만 쏘아댔다.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나는 쩝, 입맛을 다셨다.
“어쩔 수 없지. 성으로 돌아간다.”
아군은 즉각 찬현의 성으로 귀환했다. 노숙이 나에게 말했다.
“장초를 부러 놓아준 까닭이 적을 기만하기 위해서였습니까?”
“그래서 모두 막사 밖으로 불러 모아 포식하게 하고 화살을 새로 만들고 병장기를 닦게 했죠. 누가 봐도 운명을 걸고 일대결전을 치를 것처럼 느끼도록. 장초가 그것을 보고 원희에게 잘 보고를 한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선봉에 섰던 장료가 나와 말 머리를 나란히 하고 물었다.
“그럼으로써 적이 거짓퇴각에 잘 속도록 만드셨습니다. 허나 적이 잘 대비를 한 덕분에 우리 쪽의 피해도 적지는 않았습니다. 장초를 놓아주지 않았어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합비후께서 의도하셨던 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해 아쉽군요.”
나는 엷은 웃음을 머금었다.
“글쎄요. 일단 빠지는 슬라이더에 원희가 휘둘렀어요. 원 스트라이크.”
장료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네?”
“아닙니다―”
내가 손을 절레절레 흔들자 장료는 살며시 웃었다.
“가끔 보면 합비후는 다른 세계의 사람 같습니다.”
오 이런, 들켰나? 나는 말의 허리를 걷어차 장료보다 저만치 앞서나갔다.
나의 첫 출병은 이도 저도 아닌 성과로 끝났다. 그래도 사람은 기억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끝이 좋으면 좋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처음 불리하던 전황을 우세하게 바꿔놓고 돌아왔으니 대우가 썩 나쁘지 않았다. 여포가 이를 핑계로 잔술이나 얻어먹으려고 수작을 부렸지만, 나는 겸양을 떨며 한사코 연회를 거부했다. 여포는 아쉬운 기색이었지만 아직 축포를 터뜨릴 때는 아니었다.
이틀 간 휴식하고 다시 출정했다. 편제는 지난번과 다소 달랐다. 나는 량이를 참군으로 삼고 장료, 고순, 기령, 뇌박, 진란, 이풍 등을 앞세워 적진을 두드렸다. 으레 그러하듯 원희도 우리의 공세에 반격을 가했다. 화살이 어지러이 오고갔다. 지난번과 같이 치열한 전투는 아니었다. 창칼이 어지러이 맞붙지 않고 화살만 성기게 날아갔다.
“군을 잠시 물릴까.”
내 말에 병력이 뒤로 물러났다. 한번 호되게 당한 원희는 딸려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잠시 병력에 휴식을 부여했다가 다시 적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물러났다가, 다시 달려들었다. 원희는 장대 위에서 팔짱을 낀 채 복지부동이었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느냐는 생각일 터였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적의 진문을 두드렸다. 해가 서산으로 저물어갈 때까지. 날이 어둑어둑해지려는 쯤, 량이가 동북방을 가리키며 외쳤다.
“형님! 연기가 오릅니다!”
“좋다.”
나는 전군을 거두어 돌아갔다. 적은 우리를 쫓지 않았다. 안전히 귀가했다.
적진의 북동쪽, 건평현(建平縣)이 있다. 적진의 후방으로서 이곳이 끊기면 적의 보급이 위태롭게 된다. 나는 본군으로 적을 두드리고 영자, 감녕, 허저, 만지에게 별동대를 마련하게 하여 건평을 함락시키도록 했다.
건평은 이름 없는 장수가 소수의 병력으로 지키고 있었다. 나의 맹장들은 가볍게 건평을 접수했다. 병력을 분산했으므로 원희가 적극적으로 응전했다면 우리를 꺾었을 터이나 지난번의 선택으로 우리에게 의구심을 품게 된 원희는 소극적인 저항으로 일관했다. 그 사이에 우리 별동대는 건평을 손아귀에 넣었다. 나는 휘파람을 불었다.
“몸 쪽 꽉 찬 스트라이크. 투 스트라이크.”
이제 조급해진 쪽은 원희이다. 원소의 증원군은 아직 소식이 없다. 원소의 승낙을 얻지 못한 조조도 늠구에 묶여 있다. 보급선이 차단된 원희는 건평을 치든 이곳 찬을 치든 둘 중 하나는 결정해야만 했다. 원희는 이제 마냥 유리한 수성군의 입지를 버려야만 하는 것.
“이만 한 전과면 술잔을 부딪쳐도 되지 않겠나?”
여포는 은근한 말로 권했으나 나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온후께서는 아직 몸이 성치 않으십니다. 술은 이릅니다. 설마 저희가 온후를 빼놓고 잔치판을 벌이길 원하시진 않을 테죠?”
여포는 속으로 앓는 소리를 내며 말을 관두었다.
우리는 성문을 닫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제 급해진 것은 원희가 되었다. 그들의 병량도 넉넉하지는 않을 터이니 건평과 찬, 양자 간에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선택은 원희의 자유였지만, 그 어떤 것도 그에게 이로움을 가져다줄 것 같지는 않았다.
열흘쯤 지났을까.
“이런 머저리 같으니라고! 대체 왜 우물쭈물하는 거야!”
성벽 안에 갇혀있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여전히 원희는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원소의 증원병력이 움직인다는 소식도, 조조가 움직인다는 소식도 없었다. 대체 무슨 심산으로 복지부동인 거야! 원희와 우리만을 놓고 본다면 시간은 명백히 우리의 편이다. 그러나 나는 한시 바삐 이 대병력을 해산시키고 수춘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이 좁디좁은 찬현에 더 머물러 있는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
“좀이 쑤셔 견디질 못하는군.”
내가 뒤 마려운 강아지처럼 성부 마당을 방황하자 마침 지나가던 여포가 말을 걸었다. 나는 그를 향해 절했다.
“온후.”
“적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겐가.”
“그렇습니다. 이곳이나 건평을 근시일 내에 들이치리라 예상했는데… 적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 어떠한가.”
“굳이 수성의 이점을 버릴 까닭이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병량의 소모도 무시할 수 없고, 또한……”
여포는 팔뚝을 들었다 내렸다 하며 말했다.
“건강한 여포가 가담한다면 손쉽지 않겠는가?”
“하오나 온후……”
내가 구구절절 만류하려는 것을 그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가로막았다.
“의원의 허락을 얻은 것일세. 멧돼지의 만용이 아니야. 전장에 나가도 좋다고 했어.”
“자상이 깊었습니다.”
여포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대의 병을 고쳐낸 장중경이 그대만 돌본 것이 아닐세. 내 몸도 다소간 봐줬단 말일세. 그 늙은이가 아주 요령 없는 자는 아닌가보이.”
“그렇다면 안심입니다. 온후께서 군을 사령하신다면 이기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여포는 잔뜩 기합을 주었다.
“지고 싶어도 질 수가 없지.”
예예, 그럼은요.
참모들을 불러 군략을 논했다. 여포가 말했던 것처럼 적을 선제하는 것에 대한 의논이었다. 중론은 여포의 말과 같았다.
이미 기세가 꺾인 적을 들이쳐 깨부수자는 것. 장료, 고순, 노숙, 량이의 의견이 모두 같았다. 날고 긴다 하는 그들이 그렇다니 나도 더 할 말이 없어졌다. 참모들의 중지를 모아 여포와 원윤을 접견하여 전달했다.
여포는 자신의 방천극을 쥐었다 놓았다 했다. 저 날붙이가 또 얼마의 생명을 거두어들일지. 그가 나를 등지지 않고 있어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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