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
삼국지 : 미완의 군주
글 오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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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난양시로 향하는 비행기 안.
꽤 많은 한국 학생들이 들뜬 얼굴로 서로 이것저것 이야기하며 대화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삼국지 여행 관광이라고 적힌 팔찌를 찬, 무심한 표정의 한 대학
생이 비가 오는 난양의 모습을 창문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방금 잠에서 깼는지 기지개를 켠 꽤 예쁜 여학생 하나가 그를 콕콕 찌
르면서 물어봤다.
“승태야, 넌 공대생이 뭐 하러 마일리지 모아서 이런 데를 오냐?”
“왜냐니? 동아리 지도 교수님이 무조건 와야 한다고 그러니까 그렇지. 그리고
난 마일리지 안 썼어. 은형아, 마일리지까지 쓰면서 온 너랑은 급이 다르다
이 말이야. 거기에 교수님의 학술을 돕기까지. 이 얼마나 훌륭하냐, 이 말이야.”
“그게 더 이상한 거 아냐? 공대생이 역사 견학 여행에 학술 목적으로 딸려 오
는 거.”
“공짜잖아, 공짜! 학술지 한 번 쓰면 뙀! 하고 데려간다고 하시는데, 안 가
냐? 그리고 너나 나나 같은 역사조사 동아리인데 너무하네.”
동아시아 역사 동아리에서 승태가 중국 분열주의에 대하여 깊게 토론하는 것
을 본 교수가 뭔가 꽂혔는지, 그를 연구실까지 데려갔다. 그 후, 승태에게 학
술지에 논문 투고를 하면 중국 여행을 무료로 하게 해 준다는 말에 혹하여 이
렇게 된 것이었다.
물론, 기계과에서 학석사 연계를 하는 승태를 친구들은 미친 역사 덕후가 일
을 냈다고 했지만 말이다.
“흐음, 나 때문에 온 건 아니고?”
승태는 무표정함을 유지한 채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장난
스럽게 툭 때렸다.
“너를 때리러 온 건 맞지.”
“야, 말이 좀 심하네. 네 여자 친구도 안 기다려 준 군대를 기다려 줬는데.”
예쁘장한 얼굴에 운동해서 몸매도 좋은 것은 맞는데, 성격은 개차반이었다.
들이대는 선배의 뺨을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후려갈긴 일은 이미 학과 내에서
도 전설이 되어 있었다.
서로 치고받고 하던 둘의 머리 위에 녹색 불이 켜지고 도착했다는 방송이 흘
러나왔다.
쿠당탕탕!
방송에서 무엇인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쾅’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다. 그 탓에 자리에 앉아 잇던 승객들이 앞뒤로 몸
을 흔들었다.
처음은 단순한 난기류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기체가 급작스럽게 쏠리
는 느낌과 함께 그게 아닌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툭.
그때, 무엇인가가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스, 승객 여러분! 좌석 벨트를! 벨트를 매세요! 어서요!”
다급한 승무원의 외침과 함께 주변에서 수많은 비명과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승무원이 자리에 앉자, 곧바로 방송이 흘러나왔다.
고, 손은······.]
사람들이 충격을 방지하기 위해 의자에 손을 붙이고 덜덜 떨었다. 그러는 사
이, 머리 위에서 호흡기가 떨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호흡기를 입에 매달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몇 사람은 호흡
기에 입을 대고 숨을 진정시켰다.
“우린 죽었어!”
비명과 함께 다신 한번 비행기는 미친 듯이 흔들렸다. 그 때문에 머리 위의
사물함의 물건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그중 큼직한 수화물에 맞아 의식을 잃은
사람들도 몇몇이 보였다.
그것뿐이면 다행이겠지만, 토를 쏟아내는 사람, 오줌을 지리는 사람 등 비행
기 안은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승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겁에 질려 살짝 오줌을 지리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 모든 상황이 천천히 흘러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때문에 뇌가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부하가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승태는 그런 사실들을 일일이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눈물 때문에 화장이 망
가졌어도 여전히 예쁜 은형이 울부짖고 있었다.
‘마지막인데 좋은 말이나 해 줄걸. 핸드폰은 그냥 로밍으로 하고 엄마한테 문
자나 보낼 걸 그랬네. 그 로밍, 얼마나 한다고······.’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을 때,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거대한 폭발이
그를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