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0
삼국지 : 미완의 군주 9화
조인과 만남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등청을 요구하는 서가 내려왔고, 집안
은 그날로 좀 바빠졌다.
승태는 관복을 입을 줄 몰랐기에 연의 도움을 받으며 구시렁댔다. 승태는 한
숨을 내쉬며 물었다.
“굳이 이걸 다 묶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건가?”
연은 빤히 승태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공자님, 관복의 매듭은 하나하나 단순히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예도를 지
키도록 만드는 매듭입니다. 이 중 하나라도 풀려 있다면 무례를 저지를 수 있
습니다.”
승태는 고개를 갸웃했으나, 그녀는 매듭들의 사용과 의미를 이야기했다. 승태
는 잘 모르면서도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피변(皮弁, 후한 시대 관모)이 머리 위에 올라가자, 그녀는 고개
를 숙이고 뒤로 물러났다.
“이거, 생각보다 불편하고 무겁네. 이런 걸 왜 입는 거야?”
승태는 치렁거리는 관복을 팔을 위로 올렸다 내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관복의 무거움은 항상 관직의 중함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함이니, 항상 명심하
소서.”
승태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생각했다.
‘아니, 이러니까 다들 옷을 대충 입으려고 하지. 사서에서 보면 조조나 조비,
방통이 편하게 입고 다니는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관복이 무거우면 중함을
생각하나 매관매직 잘하더라.’
연은 말이 없는 승태를 보다가 피변이 흐트러진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를 바로 세우며 말했다.
“공자, 머리는 곧게 하셔야 합니다. 머리를 곧게 하는 것은 곧은 마음으
로······.”
승태는 눈을 감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도대체 이딴······.”
승태는 욕을 내뱉으려다가 밖에서 오용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말을 끊었다.
“사공부에서 마차가 왔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승태는 오용의 안내를 받아 마차에 탔다.
마차는 바로 궁으로 향했다. 궁성 앞에서 내려 관리의 안내를 받아 사공부까
지 향했다.
이전에 본 사공부의 모습과는 다르게 엄중한 모습에 승태의 온몸이 옥죄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효렴! 조안민 등청이오!”
사공부의 문이 열리자, 많은 관리가 무엇인가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이 보였고,
가운데에는 지도와 많은 말 놓여 있었다. 그것을 옮기는 사람들이 관리들의
이야기에 따라 말들을 움직였다.
위병이 승태의 등청을 크게 말했지만, 자신들의 토론이 중요한지 아무도 신경
을 쓰지 않았다. 승태도 딱히 거기에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단지 그의 앞에
놓여 있는 시뮬레이션에 감탄할 뿐이었다.
‘와, 이게 고대 시대의 전쟁 시뮬레이션이냐? 대단한데? 지역들도 꽤 정교하네.’
“오! 안민이가 왔구려.”
조조가 승태의 등장을 알리자, 그제야 관리들이 잠시 토론을 멈추고 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의 모습에 관리들이 조조를 향하여 축하의 말을 건넸다. 조
조도 그들의 말에 웃으며 화답했다.
승태가 보기에는 매우 형식적인 모습이었다.
‘신경도 쓰지 않다가 조조가 말을 해야 말을 꺼내는 거 보니, 여기 있는 인간
들도 참 알 만한 인간들이네.’
“하하! 내 덕이라니? 아니요. 다 안민이의 운이 아니겠소? 안민아, 이리 오너
라.”
승태는 고개를 숙이고 앞으로 나아가 조조가 두드리는 의자 옆에 섰다. 그러
자 그는 승태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어찌 앉지 않느냐?”
이전의 군리가 한 것이 생각나 바로 앉지 않고 조조의 명이 있을 때까지 기다
렸다.
“명공의 명이 없어 앉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조조는 크게 웃으며 일어나 예를 표하기 위해 고개를 숙인 승태의 어
깨를 두드렸다.
“어떻소, 원룡(元龍, 진등의 자)? 이정도면 온후(여포)도 혼사를 만족하지 않
겠소?”
그의 짧은 한마디에 승태의 눈이 커지며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이, 이게 무슨 말이냐? 아니지? 조 백부님, 절대 아니겠지요? 여포라니요?
그리고 뭘 만족해요?’
기저의 불안감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승태가 이곳, 삼국지 세상에 와서 느끼
는 불안한 예감은 언제나 잘 맞았다.
“온후께서도 충분히 만족할 겁니다. 그도 안민 공의 훌륭한 모습 보고 명공을
굳건히 믿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를 통하여 여포와 원술의 사이를 가를 수 있
으니, 이는 참으로 대단한 방도입니다.”
“하하하, 좋소, 좋소! 유예주와 함께 여기 안민이가 여포의 아래 신음하는 서
주를 되찾기 위해 많은 일을 할 것이니, 그대가 많이 도와주시오.”
“물론입니다. 명공의 말씀대로 언제고 온후가 서주를 망치는 것을 지켜볼 수
는 없지요. 감히 황제를 참칭한 원술을 물리치면 온후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
습니까?”
조조의 생각은 승태를 여포의 여식과 결혼시켜 서주에 태수 자리 하나 내주
고, 유비의 휘하에서 여포 토벌의 첨병으로 삼으려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은 가장 먼저 생생한 여포에게 처맞아야 한다는 말이었으니, 딱 죽기
쉬운 자리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런 일은 어떻게든, 무슨 일이 있든 막아야 한다. 나는 할 수 없어! 아니!
초장에 고순하고 장료가 날뛰면서 유비와 하후돈도 못 막고 도망가는데, 그걸
어떻게 막냐고!’
절망에 빠진 승태는 고개를 들어 조조를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덜덜 떨
리는 손으로 원룡을 향해 말했다.
“이 부족한 조 모를 띄워 줘 감사하옵니다. 하지만 제가 무지하여 무슨 말을
하시는지 알 수 없으니, 혹······.”
그 말에 조조는 표정이 굳히며 승태의 어깨를 주물렀다.
“조카야, 백부가 후일에 다 알려 줄 것이니, 그저 듣고 있거라. 아, 불편할
테니 자리에 앉고.”
조조의 기운에 압도당한 승태는 침을 꼴깍 삼키며 그가 권한 자리에 앉았다.
그 후, 주변의 관리들이 뭐라 말하며 커다란 지도 위의 말을 움직이는 게 보
였는데, 아마도 이후의 정국을 예측하는 그림과 같았다. 승태에게는 그러한
것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승태에게 중요한 것은 이번 일을 피해 가는
일이었다.
‘미친놈··· 나를 동맹 담보로 삼겠다는 거 아니야? 그것도 멀쩡한 동맹도 아
니고, 뒤통수 갈길 계획을 하면서.’
승태는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차올랐다. 소리를 지르고, 욕하며 깽판을
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아무런 말을 하지 못 하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그의 기분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원하지도 않은 결혼에, 원하지도 않는 일까지 떠맡을 것이 기정화되자, 승태
는 멍한 표정을 지으며 그 결정들을 바라보았다.
‘결혼? 결혼이야 할 수 있지. 멀쩡한 결혼은 못 할 거라 예상하였는데, 아무
리 그래도 이정도로 개판이 예정된 결혼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최소
한 귀족 집안의 여식과 결혼하거나 지방의 호족 가문과 결혼할 줄 알았는데!’
무수히 많은 욕이 승태의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조조가 등을 두드리자 번
쩍 정신이 들었다.
“많이 놀랐느냐?”
‘놀랐지. 순간 욕할 뻔했으니까 말이야.’
승태는 고개를 저으며 조조의 물음에 답하였다.
“그저 생각할 것이 많았습니다. 갑작스러운 일이라.”
주변은 회의가 끝났는지 다른 이들이 예를 표한 후 밖으로 나가고 있었고, 진
등과 순욱만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럴 만도 하지. 죽을 경험을 하자마자 혼사라니 말이야. 아니 그런가, 문
약? 하하, 그러나 정략혼은 원래 그러한 것이다.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다.”
조조의 부드러운 말에 승태는 구역질이 올라와 차마 조조의 얼굴은 보지 못하
고 고개를 숙여 표정을 숨겼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자, 승태는 반항이라도 해 보자고 말을 꺼냈다.
“명공, 온후는 본시 배반을 잘하여 믿을 만하지 못한 자이니, 저와 가문
에······.”
“해가 될 것을 말하고 싶으냐?”
조조는 싸늘한 웃음을 지으며 성큼 다가와 승태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들
어 올렸다. 그의 괴행에 승태는 화들짝 놀랐으나,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떠올
리고는 차분히 그 괴행을 받아들였다.
승태는 고개가 들려져 그의 눈을 바라보았고, 그는 굳어진 얼굴로 말했다.
“그것은 네가 정하는 게 아니다. 이 일은 상서령(순욱)과 군제주(곽가)가 큰
판을 만들기 위해 너를 선택한 것일 뿐이다. 네가 생각해야 할 것은 혼사의
대상이 아니라 예주목인 유예주의 옆에서 온후를 설득하여 원술을 상대할 준
비이다.”
승태는 그의 행동보다는 자신의 표정이 어떨지가 더욱 두려웠다. 만약 자신의
표정이 화가 나 있다면 어쩌나, 아니면 너무나 기분이 나쁘다는 표정이면 어
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강하게 압박이 계속 들어오면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버릇 때문이었다.
‘여포가 무서워서 방패나 세워 두는 주제에.’
다행히도 조조는 승태가 분노로 떠는 것을 겁을 먹어 표정이 굳어지고 오금을
저는 거라 본 듯싶었다.
이내 조조가 손을 내리고 돌아서서 뒤에 있는 상좌에 앉았다.
“두려워할 필요 없다. 너 또한 조가의 인물이 아니냐? 내, 너의 안위를 위해
할 일은 다 할 것이다. 또 여기 광릉 태수가 도와줄 것이니, 나가 보아라.”
그는 할 말을 다 했다는 듯이 손을 까닥였고, 승태는 고개를 다시금 숙여 예
를 표했다. 그러자 약간 떨어져 있던 진등 또한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고 물
러났다.
***
승태와 진등이 자리를 빠져나가자, 조조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런 그
의 모습을 보며 순욱이 말했다.
“명공, 과하셨습니다. 그래도 가문의 일원인데, 따뜻하게 말씀하실 수도 있었
습니다.”
조조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대답했다.
“흐음, 그런가? 그래도 저놈,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아서 피하는 것 같
아 말이 좀 과하게 나온 것 같군.”
“온후의 강대함에 두려워 그런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목숨을 겨우 구해
살아 돌아왔으니, 몸을 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렇다 해도 내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꽤 불쾌했
네. 자네와 좨주가 공을 들인 탑을 무너트리려 하는 것과 다를 게 없지 않나?
제 놈이 뭐라고. 허.”
순욱은 말을 이어 가지 못하다가 이내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명공, 그리 감정을 쓸 일도 아니옵니다. 조카분의 주공의 명에 복종하지 않
아 작은 일 하나 틀어진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주공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온
후와의 혼사도, 그를 처리하는 것도, 그의 서북 병사들을 얻어내는 일도 말입
니다.”
“그렇지. 여포 한 명만 무너지면, 결국 서주도 그의 병사들도 이 손안에 들어
오는 것 아니겠는가?”
“단지 그것만 위한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승태를 단순히 서주와 그의 군세 때문에 여포의
딸과 결혼시키려는 게 아니었다. 여러 복잡한 수 중에 안민이라는 수는 꽤 묘
하면서도 적절한 묘수였다. 만일 일이 틀어지더라도 쉽게 다시 돌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그런 수 말이다.
입안에서 혀를 굴리던 조조가 순욱에게 물었다.
“여포가 공격당하면 안민이를 가만히 둘까 걱정이 조금 되는군. 여포의 공세
에도 살 수 있을까?”
순욱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순가가 붙일 수 있는 최고의 무사들을 붙여서 지킬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소
서.”
“순가의 무사? 양지에서는 쓸 수 없는 무사들이지 않나? 저 애 모르게 목숨은
구할 수 있긴 하겠군. 서주는 조가에게 무서운 곳일 테니 말이야. 하하하.”
“그렇기에 순가의 무사들이 더욱 제격일 것입니다.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를 테
니, 더욱 은밀한 이들이 필요한 것이지요.”
조조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조안민이 나간 문을 응시했다.
“쓸모가 있어야 할 텐데 말이야. 그래야 이러한 투자들이 좋은 결과로 돌아올
테고.”
“명공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
밖으로 나온 승태는 머리끝까지 짜증이 차올라 애꿎은 땅만 발로 차고 있었다.
‘이제 좀 편히 살아 보나 했더니··· 있는 돈은 다 뜯기고··· 뭐, 돌려주겠다
는 줄 알고 쪼르르 찾아왔는데, 이제는 죽을 자리를 찾아가라네. 그냥 아무것
도 안 하고 돈만 쓰겠다는 게 죄냐? 죄야? 내가 뭐, 역사라도 바꾸겠다고 다
짐을 했어, 뭘 했어? 그냥 숲만 좀 태우자는 건데! 그 정도는 괜찮지 않나?
대학살보다는 정상 아닌가?’
승태의 옆에 서 있던 진등이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안민 공, 무슨 일이 있습니까?”
승태는 손사래를 치며 답했다. 그래도 짜증이 한가득한 빠른 손사래였다.
“아닙니다. 그냥 뭔가 안 좋은 생각이 나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승태와 진등은 서로 뻘쭘하게 보며 가만히 서 있었다.
‘뭐? 뭐 어쩌라고? 조조가 네가 말해 준다며?’
화가 나 있지 않은 상태라면, 승태는 웃으면서 그를 자택에 초대하여 무엇인
가 물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미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
니었다.
그때, 뒤에서 하후돈이 나타나 그 둘을 잠깐 바라보다가 물었다.
“저분은 누구인데, 그렇게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는 거냐?”
승태는 고개를 돌려 하후돈을 잠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능구렁이 같은 아저씨··· 솔직히 믿고 있었는데, 진짜 이런 식으로 엿을 먹
이네.’
“광릉 태수입니다.”
“광릉? 서주의 광릉? 그거 여포 땅이잖아.”
하후돈의 표정이 굳어지며 진등을 바라보았다. 잃어버린 눈이 아파져 오는지
한쪽 눈을 잡으며 빤히 바라보았다.
“장군, 이분은 여포군 사람이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우리를 도우려고 온 겁니
다.”
“그걸 어떻게 알아?”
승태는 그냥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자신이 알고 있는 삼국지 내용을 던졌다.
“여포와 원술의 동맹을 막고 서주목이 되는 것을 막아 낸 분이 이분 가문의
일입니다. 그뿐 아니라 서주의 세 가문 중 하나이면서 우리와 손을 잡은 것이
니, 후대해 주셔야 합니다.”
그 말에 하후돈은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나, 진등은 놀란 눈으로 승
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승태는 그제야 아차 했으나, 이내 뻔뻔한 게 좋을 것
같아 태연하게 말했다.
“뭘 그리 놀랍니까? 온후가 다시 조정에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음에도 광릉 태
수께 명공의 속내를 다 털어 낼 정도면 그만한 인물이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이미 접촉이 있거나요. 그 정도 공이 있겠지요. 그 정도 공이라면? 원술과 동
맹을 분쇄하고 안으로부터 여포를 몰아낼 수 있는 세력이 아니겠습니까? 미가
는 쫓겨 와서 지금 허도에 있고.”
진등은 무슨 말을 하려 했으나 승태가 먼저 말을 채 갔다.
“사공께서 일을 그대에게서 배우라 했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그 말에 하후돈이 궁금하다는 듯 승태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승태는 다시금 그를 째려보며 되물었다.
“모르세요?”
그러자 하후돈이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뭘?”
“저 결혼합니다. 그것도 멀리 가서요.
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축하한다. 좀 멀리 가겠구나? 힘도 있는 집안일 테니 괜찮을 것이다.”
‘힘은 있는 집안이지. 삼국지 최강이라 불리는 무장이니 말이야.’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보고 승태는 역시라는 표정으로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알고 계셨습니까? 제가 결혼할지?”
하후돈은 고개를 재차 끄덕였다. 그러고는 승태의 어깨를 두드리며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알고 있었지. 아만이 네 사정이 좋지 않아 혼사를 통해서 좀 좋게 만들어 준
다고 했으니 말이다. 거기다 힘을 실어 준다고, 대족들을 연결해 준다고 말이
야.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
‘고마운 일이요? 죽을 자리로 보내는 게 고마운 일입니까? 솔직히 이제 오용
의 개소리도 이제 가슴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이렇게 조카를 죽이려는 백부는
처음입니다. 으아아아!’
라며 하후돈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승태는 입을 꾹 다물며 이를 참아 냈다.
그러나 표정은 그러지 못한 듯싶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얼굴 한가득 짜증을 뿜어내고 있자, 하후돈도 화가 나서 승
태의 관복을 움켜잡았다.
“내, 너를 편히 대하니까 만만하냐? 어른을 대하는 표정이 왜 그래!”
‘뭐야? 설마 나 치려는 거야? 안 되지, 안 돼. 저런 거에 맞았다간 죽을 거야!’
하후돈의 꽉 쥔 주먹을 보자, 식은땀이 승태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괜히
한 대 맞을 것 같아 그는 서둘러 말을 꺼냈다.
“백부, 제 결혼 상대가 온후의 딸입니다. 여포 딸! 아직도 제가 이러는 게 이
해가 안 됩니까?”
그 말에 하후돈의 분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이게 무슨 소리요’라는 표정이
그의 얼굴을 채웠다. 잠시 침묵이 있고 나서, 하후돈은 약간 미안하다는 표정
을 지으며 말했다.
“뭐? 여포? 그 여포 말이냐? 진짜 아만이가 네 짝을 여포 놈의 딸로 이어 줬
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