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01
건안 6년(201년) 관도대전 이후, 승태는 원담과의 전투를 신승(辛勝)으로 끝내고 장합과 장료, 그리고 조인이 군을 이끌고 각 현에서 반기를 들던 이들을 정리하였다. 그동안 원가에서는 전풍과 저수가 원담을 장자이자 원가의 종주로 지지했다.
이에 심배는 원소의 죽음을 알리며 유서를 공개하였고 원담에게 장례에 올 것을 명하였다. 원소의 죽음이 알려지자 하북은 혼란에 빠져들었고 각지에서 기회를 노리던 이들이 원상에게 반기를 들며 나타났다.
원상은 원소의 장례를 반군을 정리한 뒤로 미룰 것을 천명하고 그의 묘에 반기를 들어 올린 이들의 목을 올릴 것이라 명했다.
반면, 중원은 승전으로 안정화되는가 싶었지만, 조조의 사망 소식이 퍼지자 황도부터 시작한 분열의 조짐이 퍼져 나갔다.
원소의 격파 후, 논공행상에서 순욱과 황제의 대립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조조를 대신하여 조인, 하후돈과 같은 조가 인물들을 사진장군과 각지의 자사나 목으로 봉하려 했으나 황제는 자신의 측근 장수들을 임명하려 했기 때문이다.
순욱이 논공은 공이 뚜렷한 이들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이유로 황제의 명을 바꾸게 했지만, 황제의 사직했던 문관들이 대거 복귀시켜 순욱도 황제의 기분을 맞추어 주었다.
승태는 이번 전투에서 큰 공을 인정받아 다시 양주목 겸 서주 도독으로 임했다. 즉, 북양주 일대는 통치하고 서주의 태수들을 감독하는 자리에 앉힌 것이다. 이전과 달리 서주목이 비어 있으니 승태가 서주목을 겸하는 듯 보였으나 중앙에서 원하면 어제나 서주목을 세워 직접 통치하겠다는 의지와 같았다. 승태의 입김이 크게 들어가는 자리는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중앙의 의지가 그러거나 말거나 승태는 수춘으로 돌아가자마자 서주 진가의 진규, 진등과 같은 서주 호족과 자신이 도독이라는 직위로 서주의 군을 이끄는 이들을 모조리 불러 모았다.
***
수춘현 치소.
승태가 중앙에서 처음 관직을 받고 나서 연 조회는 과거 조조의 조회를 돌아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모사들과 장수들이 토론하고 있었고 병사들과 문관들이 계속 오가고 있었다. 그들은 죽간을 가지고 뛰어다니며 각지의 상황들을 보고했으며, 그들이 죽간을 건넬 때마다 모사들의 휘하의 문관들이 뛰어가 지도 위의 말들을 계속 움직였다.
전령들은 승태가 지나가자 약간의 목례를 했다.
“수춘후께서 드십니다!”
조당에 승태가 들어오자, 관원들이 잠시 멈추어 예를 취하며 그를 맞이하였다. 승태는 그들을 지나 상좌에 앉았다. 그리고 승태는 장패를 대신해 온 창희를 보며 물었다.
“원담이 직접 사관을 보내어 장 태수를 설득했다고요?”
창희는 약간 어색한 예를 표하려 하자, 승태는 손을 내저었다.
“그냥 하세요.”
창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원담이 사절을 보내어 장 태수님께 연수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태수께서 본인께서 지모가 부족하니 도독께 어찌해야 할지 결정을 대신해 주실 것을 요청하셨습니다.”
승태가 진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나서서 말했다.
“의도가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곽도와 같은 이들만 있었다면 단순히 원상을 물리치기 위해 후방을 안정시키려는 것일 수도 있으나 전풍과 같은 이들이 원담을 돕고 있는 지금은 단순히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승태는 진궁의 말에 턱을 쓸면서 물었다.
“불화를 일으키려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진궁이 예를 고하며 동의를 표했고, 승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명확한 것을 알 수는 없으니 우선 조정에 보고하고 뜸을 들여 보죠. 어차피 우리는 폐하를 받들어 군을 움직이는 것이니 말입니다.”
창희가 예를 표하고 물러났고, 진등이 나섰다.
“오회(오군, 회계)의 손권이 주유의 지지를 받으며 오후에 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손책의 암살 배후가 오군의 큰 호족들이 연계되어 있음이 밝혀져 아마도 후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그들을 정리하려 할 것입니다. 이에······.”
승태는 진등이 계속 보고하는 도중에 머리가 너무 아파서 눈을 약간 찌푸렸다. 역사가 이미 많이 틀어진 지금 어떻게든 안정적인 생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순욱을 조정에 세워 두고 서주와 양주 일대 사유화 하면서 어떻게든 하북을 넘보는 지역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손가를 절단을 낼 필요가 있었다.
손가를 절단 내면서 하북을 주시하고 그러면서 중앙정계도 살펴야 하는 승태의 상황은 과부하였다. 안 그래도 정치적인 머리는 없고 그냥저냥 살려고 마음먹은 그였지만, 운동과 잠도 줄여 가면서 업무에 시달렸고 집까지 쫓아오는 노숙의 업무 관련 이야기에 눈 밑이 검게 변했다.
‘과부하 걸리겠네. 조조와 함께할 때는 반기를 들기에는 명분이 없고 아무것도 없어서 방법이 없었는데, 지금은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드네.’
승태는 마치 게임같이 그냥 인재들을 넣으면 발전이 이루어지는 상황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러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두 지역을 직접 담당하면서 크게 느끼게 되었다.
과거의 서주를 진가와 같이 통치를 했을 때는 쪼개진 작은 지역을 다스리고 일들을 모두 아랫사람들에게 넘겼기에 잘 몰랐지만, 지금은 보고서 읽는 시간도 모자라 저택의 집무실에서 침상을 따로 만들어 잠이 들 정도였다. 사람을 더 뽑으면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인재는 언제나 부족했다. 승태가 말을 하면 정확히 알아먹는 인간은 열에 대여섯 정도였다. 거기다 치안이 좋지 않은 곳으로 갔다가 죽어서 돌아오는 관리들까지 있었다. 그렇다고 관리를 많이 뽑자니 모아 둔 돈이 날아갈까 봐 문제고, 세금으로만 관리를 운용하자니 직접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늘어났다.
‘구품중정제로 그냥 추천제를 한 이유를 알겠다. 사람을 뽑는 데 사람을 쓰느니 쓰다가 일 잘하면 올리는 게 편하지.’
계속된 보고를 승태는 듣다가 보고가 끝나자 상좌에 푹 기대었다. 그리고 과부하된 뇌가 돌아오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 승태가 슬쩍 뒤를 바라보자, 진궁과 한 마디도 말하지 않던 진규가 진응의 부축을 받으며 따라붙었다.
승태는 처음에는 조금 빠르게 걷다가 그들이 좀 더 속도를 내자 자신의 옷을 앞으로 들어 올리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승태의 옆에 있던 내관인 오용도 승태를 따라 같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이도 있고 오랫동안 운동과는 담을 쌓은 오용은 승태를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그는 더 따라잡지 못하고 승태를 놓쳤다.
진궁과 진규가 그런 오용을 발견하고 물었다.
“주공께서 어디로 가셨습니까?”
“허억허억,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어디로 가셨을지는 빤하지 않습니까.”
오용의 말에 진규나 진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승태가 조회를 파하고 갈 곳이야 정해져 있었다. 치소 근처에 만든 공방이나 관저, 혹은 연병장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이 있고 난 뒤에는 꼭 관저로 달려갔다.
진규와 진궁은 오용의 말을 듣고 관저로 가려는 순간, 노숙이 콧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게 아닌가. 노숙이 그들에게 예를 표하며 고개를 숙이자, 진궁은 손을 흔들며 그를 빠르게 일어나게 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노숙이 약간 걱정스러운 모습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그 둘은 씨익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후께서 일을 하기 싫은 모양이네.”
노숙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그럴 리가요? 어제도 농위가 농사법을 바꾼 것에 대한 각지의 산량(産量) 보고를 읽느라 잠을 몇 시진을 못 자셨습니다만.”
진궁은 그런 노숙의 말에 참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흐음, 그런가? 그럼 이것 참 어렵군. 주공께서 피곤하시다는 데 어찌 신하 된 도리로 그러겠는가. 그러니 이 급하게 보고드릴 일을 가장 친한 자네가 모두 숙지하고 보고 드리는 것이 좋겠군.”
노숙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보고 드릴 것이 어떤 것입니까?”
진응이 노숙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중앙정계의 일이네. 그뿐 아니라 양 별가가 올린 조서도 있고. 부공께서는 원담이 따로 보낸 밀서가 있어서 찾아온 것이네. 그리고 이게 좀 복잡하기도 하고··· 좀 입을 줄일 필요가 있어서 좀 직접 보고 이야기하셔야 한다고 주공을 찾은 것이네.”
노숙은 진응의 말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절대! 절대! 주공께서 노사분들 앞에 오시게 하겠습니다.”
진규는 그런 노숙을 보며 수염을 쓰다듬고 말했다.
“어찌 주공을 오게 하겠는가? 이 노신들은 그저 주공을 만나기를 바라는 것이네. 이 늙은 몸으로 주공을 찾아 공방에 가거나 저택을 들르기에 몸이 너무 힘들어서 말이야. 주공의 저택으로 우리가 갈 터이니 먼저 좀 알려 주게.”
노숙은 진규의 말에 고개를 계속 끄덕이며 빠르게 뛰어나갔다. 그런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던 진규는 진응에게 물었다.
“내 이전에 봤을 때는 노 부조의 성격이 저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야.”
“주공과 같이 다니면서 덤벙거림이 번진 듯싶습니다.”
그 말에 진규가 지팡이로 진응의 머리를 때리고 혀를 차며 말했다.
“주공을 대하는 태도 좀 봐라. 아무리 주공이 모든 이들에게 격의 없이 대한다 하더라도 신하는 격을 높여 대해야 할 것 아니냐? 가까운 네놈이 그러면, 다른 놈들이 주공을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바꾸겠습니다.”
그렇게 진궁과 진규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한편, 승태는 바로 집으로 돌아오자 이제 막 집 안을 돌아다니던 조단이 뚜렷하지 않은 발음으로 ‘빠빠’라는 말을 하며 날아오듯이 승태의 복부에 머리를 박았다.
순간, 승태는 ‘으헉!’ 비명을 지를 뻔하였다. 하지만 아이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 없어 승태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러고는 내려가는 조단을 들어 올려 뽀뽀를 해 주자,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조단이 그의 목을 꼭 껴안았다. 갑작스럽게 강한 힘에 압박당한 승태가 기침하자, 조단의 팔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
‘단아, 이 아빠 죽어요······.’
“빠빠, 업죠. 업죠.”
“물론이죠.”
승태가 조단을 등에 업자, 배가 불러온 연이와 봉을 들고 있는 여혜가 밖으로 나왔다.
“또 단이 보러 오신 거예요? 매일 관리들을 저택에 오시게 만들 거예요? 이렇게 빨리 퇴청하면 꼭 관리분들이 오잖아요.”
승태가 단이의 등을 통통 치자, 단이가 기어올라 그의 목 위에 올라갔다.
“마!”
“그런 거 하지 말라고요! 그러다 말타고 칼을 잡겠다고 하면 어쩌려고요?”
“그럼 잡게 하면 되지. 이렇게 건강한데. 공부도 시키고, 다 하면 되는 일이지.”
“마! 마! 히야야야!”
단이가 승태의 목 위에서 한번 튀어오를 때마다 말을 타는 시늉을 하며 웃음을 지었다. 이에 승태는 더욱 재미있어서 다리를 잡고 뛰는 도중에 핏기가 가신 노숙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승태는 멀리서 그것을 보고 숨으려 했지만, 단이가 노숙을 가리키며 말했다.
“삼춘! 나쁜 삼춘!”
노숙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그쪽으로 달려가서 승태 앞에 섰다. 그리고 단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했다. 물론 단이는 별로 반가워하지는 않았다.
“안녕, 단아.”
“나쁜 삼춘, 아빠 데려가?”
“아빠가 일하다가 도망갔어요.”
“일하다 도망가?”
그때, 승태가 끼어들어 말했다.
“아니야. 일 다하고 퇴청한 거야.”
“다하고 퇴청했대.”
그런 말을 하며 노숙을 바라보자, 그가 단이에게 다가가 말했다.
“무서운 할아버지 오시는데, 단아는 어떻게 할까?”
그러자 단이가 승태의 목에서 조심히 내려가며 말했다.
“단이는 들어가서 공부해.”
노숙이 웃음을 참으면서 예를 취하자, 단이도 그를 따라 어색한 모습으로 예를 표하고 여혜에게 달려갔다.
이윽고 승태가 침을 삼키며 물어 왔다.
“진짜 오십니까?”
“그래. 이리로 오신단다. 그리고 중앙하고 양 별가 일이라는데, 들어야지.”
“형님이 대충 아는 바는 없습니까?”
노숙은 입 주변을 문지르며 말했다.
“흐음, 나도 중앙의 인맥이라 해 봐야, 네 인맥보다 못할 것 같은데 말이야. 차라리 양주 쪽 인맥을 물어보면 답하겠는데.”
그때, 언제 도착했는지 진응이 슬며시 죽간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순 사공의 전언과 양 별가의 전언입니다. 주공께서 허도로 찾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