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06
승태는 하후돈의 말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답했다.
“예?”
하후돈은 한숨을 푹 내뱉으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허여멀건 승태의 얼굴은 아직 보호해 줘야 할 애 같은 느낌이었다.
“진 노사가 뭐라 하지 않았느냐?”
“그냥 초현에 들렀다가 허도로 가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하후돈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승태에게 물었다.
“승태야, 너 황제와 좀 친분이 있느냐?”
승태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제가 아무리 모략에 머리가 좋지 않더라도 조가 사람입니다. 조가 사람이 어떻게 작금의 황제와 친해지겠습니까? 조가의 가주를 암살하려는 것도 있지만, 황제가 조가를 좋아하지도 않을 것이고요.”
하지만 하후돈은 승태와 생각이 다른 듯했다.
“그러니까 더더욱 너를 가까이 둘 것이다.”
“설마··· 저를 조가의 세작으로 쓰려고 한다는 말입니까?”
“세작? 아니, 그 이상일 것이다. 너를 조가의 높은 곳에 올려 조가와 하후가의 군세를 손안에 두려 하겠지.”
사람 좋아 보이는 하후돈이 모사와 같은 말을 꺼내자, 승태는 약간 당혹스러웠다.
“왜? 이 하후 숙부가 좀 달라 보여서 그러느냐?”
“······그렇습니다. 술에 절어 산다는 소문을 낸다거나 이런 식으로 말하시는 게 제가 원래 알고 있는 분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람을 오래 보면 저절로 깨달아지는 것이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도 있기도 하고. 나설 필요가 없는데, 굳이 내가 나서겠느냐?”
‘하긴······.’
하후돈은 전쟁에서의 능력보다는 후방에서 조조를 서포팅하는 인물이었다. 조조가 군을 이끌어 전장에서 활개를 친다면, 하후돈은 뒤에 남아 인재를 고르고 공급하며 나아가 후방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사람이었다.
문관은 순욱, 무관은 하후돈이. 이렇게 둘이 조조를 떠받들고 있었기 때문에 후일 조조의 세력에 황제가 감히 손을 대지 못하던 것이었다. 그만큼 하후돈의 사람 보는 능력은 뛰어났다.
‘물론 사서에 보면 허당 같기도 하고 군사적인 재능은 거의 꽝이긴 하지만··· 뭐, 그런 건 다른 사람을 쓰면 그만이지.’
“그건 그렇다 치자. 솔직히 지금 와서 황제가 너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 내가 추천한 무관들이 알려주길 황제가 직접 황군을 조직하고자 한다는 소식도 들었다. 유비 놈을 끌어들이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라는 것이겠지. 빤하다, 아마 내가 간다고 해도 황제는 그 시도를 멈추지 않겠지. 그것을 물려받았어야 하는 인물들이 다 고만고만하지 않으냐. 그러니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문약이 황제에게 약하기도 한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의 말대로 모두가 애매한 후계자들이긴 하였다. 조조의 미움을 받아 그나마 물려받은 여포의 세력도 이리저리 흩어진 승태는 외직으로 나돌다가 이제 막 장수나 장합, 그리고 고람 같은 항장들을 휘하에 두면서 커진 세력이다. 그 외에 조비나 조식은 어렸으며, 하후돈이나 순욱은 일인자가 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그랬기에 지역의 군벌들은 조조의 확실한 후계자가 나올 때까지 황제의 휘하에서 엉성한 연맹 체계를 유지하는 느낌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숙부의 결정은 무엇입니까?”
“내 결정? 네가 하려는 그것 있지 않으냐? 순욱과 두 머리가 되어 조정을 이끄는 것. 나는 그것을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승태는 가슴을 쓸어 넘기며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후돈의 다음 말에 기염을 토해내었다.
“어차피 네가 오지 않았어도 내가 하려던 일이었다.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었지. 어차피 황제는 유비를 황궁에 들이지 못할 것이네. 장수들이 반발할 것이고, 종요, 이통, 한호 등의 내 입김이 닿는 모든 이들이 반기를 들겠다 할 것이다. 아, 이미 한 명은 간을 보고 있지 않으냐.”
갑자기 양옹주에서 종요가 마등과 한수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 적힌 양수의 전언이 떠올랐다.
“종 태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순 사공도 속이고 지금 일을 준비했다는 것입니까?”
“순 사공이 속아 주어야 조정도 위험한 것을 알겠지. 순 사공이 느긋하면 그게 가능할까? 이제 순욱의 말도 듣지 않는 그들이 계속 조가와 하후가에서 뽑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황제는 가장 군공이 없어 무능해 보이고 술독에 빠진 나 빼고 고를 사람이 없겠지. 그것으로 또 순 사공과 거래를 하려 할 것이고 말이다. 그러나 나중에 깨닫겠지. 이미 군권은 조가와 하후가가 모두 삼켰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때가 되면 조가의 아이들에게 아만의 뜻을 이어 나갈 기회를 줄 것이다. 원소가 일주를 자신의 핏줄들에게 내려 시험했다고 했지? 나 또한 비슷하게 해 볼 생각이다.”
승태는 순간 하후돈이 뭘 잘못 먹었나 하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무슨 시험과 기회를 준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하후돈은 끌끌 소리를 내며 웃음을 짓고 한쪽 눈으로 승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승태는 더는 하후돈을 인심 좋은 아저씨로 보기 어려웠다. 무엇인가 바뀐 것 같은 하후돈은 뭐랄까···.
‘사서에 나온 사마의와 비슷해. 무언가 다른 사마의······. 사마의는 최고의 권력을 얻으려 한다면······. 조조에 미쳐 있는 사람’
“돌아가신 명공의 의지를 어째서 직접 이어 나가지 않으십니까?”
“내가 말인가? 아니, 그건 아니지. 절대로 그건 아니야.”
‘차라리 술에 취하는 편이 좋았을 것 같은데······.’
과거에 한껏 취한 하후돈의 표정은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아만과 약조를 했다. 아만은 천하의 권신이 되어 다시금 한에서 조가와 하후가를 최고의 가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런 아만을 돕고 끝까지 살아남아 조가의 수호신이 되겠다고 했지. 그런데 그 약조를 한 아만이 떠났다. 그럼 조가의 누군가는 아만의 약조를 이어 나가야 하지 않겠느냐?”
갑자기 하후돈이 눈을 크게 뜨며 승태를 가르치려 들었다.
“조가의 누군가는! 아만이 되어야 해!”
승태는 굉장히 복잡하다는 듯이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누구도 건드리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하아··· 서주와 양주, 강동을 아우르며 사람과 농산의 소출을 늘리면 자립할 수도 있는데··· 이젠 조조가 가니까 하후돈이 미쳐 있네. 이제 그런 도움 필요 없다고, 이상한 책임감 얹지 말자. 엉?’
하후돈은 그런 승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답답하더냐? 나는 네놈이 더 답답하다. 서주가 그렇게 중요하냐? 엉?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네놈은 다시, 서주에 틀어박히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자극이 없으면 그곳에서 나오지 않겠지? 아니, 위협이라고 해야겠구나. 엉?”
“······저를 협박하는 것입니까?”
“내가? 왜? 지원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다음이 문제겠지.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너를 그대로 내버려 두겠느냐? 그때에는 아만의 의지를 이은 인물을 도와 내가 가장 앞장서서 너를 토벌할 것이다.”
“이것이 협박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그러니까! 기회를 잡으라, 이 말이다! 다른 놈이 아만처럼 너를 노리기 전에 말이다.”
“계속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런 자리 필요 없다고요. 나는 나와 뜻이 맞는 자들과 그곳에서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것입니다. 제가 필요하면 칼을 뽑고 나갈 것이고, 아니면 그저 백성을 구제하며 살 것입니다.”
승태의 말에 하후돈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미친놈.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도 이상에 빠져서는 뭐? 같은 뜻? 하하하! 아만이 언제나 하던 말이 있지.”
“무슨 말입니까?”
“네놈은 모든 것을 너무 편하게 얻고 쉽게 이루었으며, 자신이 가지지 못하는 것을 가볍게 여긴다 하였다. 서주목에서 끌어내려 진 네가 반발하며 빌었다면 아만은 아마 웃으며 너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아니면 감시라도 풀어 달라며 앞에서 조아렸으면 그조차도 웃으며 들어주었을 것이다.”
승태는 고개를 숙였다가 침잠하는 기분을 느꼈다.
‘편하고, 쉽고, 가볍다고?’
자신은 언제나 조조가 좀 더 빨리 올라가게 하려고 서주의 대이탈을 막았다. 어디 그뿐인가. 급작스럽게 여포가 죽었지만, 어떻게든 여포의 휘하 장수들을 잡아 두었다.
심지어 강동에서 손 씨가 세력을 키워 강남에서 개천을 할 여력도 없애 버렸다. 그런데도 이러한 평가라니. 제아무리 미래를 모르는 이라도 이렇게 평가를 해서는 아니되었다.
새삼 조조를 죽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승태였다. 승태는 눈빛을 바꾸어 하후돈을 바라보았다.
“숙부.”
“그래, 할 마음은 생겼나 모양이다?”
“숙부께서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저는 서주에 틀어박히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많은 피를 손에 묻혔습니다.”
하후돈은 승태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아 들었다. 그러고는 승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후돈의 눈에는 비웃음과 조롱이 가득해 보였다.
“손에 피를 묻혔다고? 네 어수룩한 그 모습을 가지고 말하느냐? 진정 피를 묻히고 한다는 게 서주로 가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라도 문제고, 거짓이라도 문제지. 스스로 약자가 되기 위해 피를 묻히는 자라니, 미친것이다.”
이윽고 하후돈은 승태의 머리를 붙잡고 말했다.
“강자는 인정이 없어야 한다! 승자는 단상에서 내려오면 아니 된다! 뜻은 강해야 얻을 수 있음이오! 강자는 약자를 짓밟아야 한다!”
“숙부, 이건 도를!”
그러나 하후돈은 머리를 쥔 손에 힘을 풀지 않고 말했다.
“약자는 빼앗을 자를 결정할 수 없지만, 강자는 빼앗을 대상을 판단하고 결정하며 조절하지! 그리고 강자는 발아래 약자를 병탄(倂呑)하며 인탄(蹸呑)하지!”
“숙부!”
“아니! 더 있다! 들어라! 강자는 약자에게 시혜(施惠)를 베풀고, 개종(開宗)하고, 시정(是正)한다!”
하후돈의 눈은 광기와 해탈의 중간, 어딘가에 있었다.
“네놈이 계속 그런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네놈을 따르는 그 동지라는 이들이 모두 병탄되고 인탄될 것이다.”
그때, 후길이 밖에서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러자 하후돈은 얼굴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웃음을 지으며 후길의 탕과 밥을 받아 들었고 자리로 돌아왔다.
“허허, 주독도 뺄 겸 한번 먹어 볼까?”
갑자기 인심 좋은 아저씨 얼굴을 하는 모습을 본 승태는 두려움이 갑자기 몰려왔다. 이에 승태는 다급히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순간, 하후돈이 승태를 불렀다.
“내가 한 말들 말이다, 명심해라. 조비가 권좌에 앉으면 어찌 될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으냐?”
“······.”
승태는 예를 표하고 막사에서 나왔다. 조운 역시 그를 뒤따라 예를 표하고 나왔고.
승태는 멍하니 저녁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형님.”
조운은 깜짝 늘라며 승태를 바라보았다.
“형님이라니요, 주공······.”
승태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조운을 바라보았다.
“형님, 죽을 것같이 답답합니다. 나는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천하에 그저 더 많은 물량을 내고 새로운 기술로 더 많은 사람을 돕고 싶었습니다.”
승태는 주먹을 쥔 채 무엇인가에 화풀이하듯 자신의 허벅지를 때리며 말했다. 조운은 그런 승태의 말을 조용히 들어 주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저를 바라보면서 모두를 경계하고, 누군가를 짓밟으라 하고, 싸우라 합니다. 저는 이기적이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를 죽이라면 죽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피를 보라 말합니다. 뜻을 이루려면 그리하랍니다. 제 뜻은 더 많은 사람이 저와 같이는 살지 못하더라도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것, 그뿐인데 말입니다. 권력은 딱 그것을 지켜 갈 정도면 충분한데 말입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입니까?”
승태는 긍정적인 대답을 받고 싶었지만, 조운은 고개를 저었다.
“예. 잘못 생각하신 것입니다. 주공의 뜻을 이루고 싶다면, 그 누구도 감히 주공을 넘볼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감히 주공을 넘보면 죽는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어야 하지요. 그럼 어찌해야겠습니까?”
“짓밟아야 합니까?”
“철저히 짓밟아야 합니다. 적이라 판단된다면 짓밟고, 품 안의 사람은 그 적에게 빼앗은 것으로 시혜를 베풀어야 합니다. 지금의 순 사공이 어찌하여 황제에게 끌려 다니는지 보았지 않았습니까.”
“알겠습니다.”
승태는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고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장군.”
밥을 먹고 있던 하후돈은 승태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저는 숙부의 말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제 길을 갈 것입니다.”
“네 이놈! 그렇게 말을 해 주었는데!”
승태는 칼을 뽑아 들고 바닥에 꽂으며 말했다.
“해 보세요. 제가 가장 먼저 숙부의 목을 쳐 드리겠습니다. 제가 원가와 손을 못 잡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는 이제 약자가 아닙니다. 그냥 제 생각대로 조용히 저와 같이 황도에 가셔서 순 사공이 도우면서 순 사공의 이야기 대로하세요. 이상한 생각 마시고요.”
“이, 이··· 이이······.”
“후길.”
승태가 후길을 부르자, 그가 말을 더듬으며 승태와 하후돈을 번갈아 보았다.
“아, 그······.”
“장군의 짐을 챙겨 주게. 황도로 가실 것이야.”
그러자 하후돈이 소리를 질렀다.
“이놈!”
“이것이 숙부가 말한 강자가 약자를 대하는 방법입니다. 저를 노리고 싶으시면 어디 한번 해보세요. 저도 해보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