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08
유비는 여남 일대에서 원소의 명으로 봉기한 이들과 원소군이 내어준 군세를 규합하여 군을 조직하였다.
고순이 이들을 토벌하기 위해 움직였으나 도망가는 재주를 따라가지 못하고 회수 근방에서 종적을 놓치고 말았다.
이후에 조조의 사망이 알려지자,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유비는 유표의 지원을 받아 익양을 점거하고 회수 주변에서 점차 세력을 키워 나갔다. 고순이 황건적의 잔당인 공도를 처단하면서 남은 잔당들과 원소의 군세 서주의 병사들을 합치니 수만에 이르는 병력이 되어 회수 너머까지 현을 점거하는 사태까지 이른 것이다.
황제는 유비를 회유하여 위장군으로 삼아 자신의 권력을 키우려 했지만, 순욱은 황제의 제안을 묵살하고 자신이 상신한 인사이동을 발표했다.
연주와 노국, 태산, 낭야의 군(장패, 장료)을 통솔하게 했다. 더불어 조홍은 후장군으로 삼아 사예의 방위를 맡기어 허도를 책임지게 했으며, 승태를 진남장군으로 유비를 토벌할 수 있도록 예주의 이통, 고순 등의 군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뿐 아니라 만총, 하후연, 하후충 등의 직을 올려 장군직을 모조리 조조 계열의 인물들로 채워 버렸다.
조조 때보다 더 과감하게 조가의 인물들을 군권을 차지하게 만드는 행태에 황제는 표정을 붉혔다.
“순 사공, 진정 이렇게 하겠다는 말이오?”
순욱은 그런 황제에게 예를 표하며 답했다.
“이것이 가장 안정적으로 조정을 유지하는 방법입니다.”
순욱의 말에 다른 고관들이 웅성거렸다. 이에 그는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생각이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순욱은 고관들을 감시하듯이 쳐다보았다. 고관들은 느껴지는 그 시선에 차마 말을 하지 못했다. 괜히 고관들의 머릿속에 조조가 이전에 한 행동들이 떠올라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황제는 부르르 떨며 일어나 외쳤다.
“누가 한마디라도 하게! 조가와 하후가가 군부를 독차지하는 것이 옳은 일이오? 조 사공이 있을 때보다 더한 상황이 아니오! 순 사공, 그대는 어째서 이렇게 변한 것이오! 그간 언제나 황실의 일을 대변하지 않았소! 조가의!”
순욱은 분노에 가득 차 고관들을 일일이 가리키는 황제의 모습에 한마디를 꺼내었다.
“소신은 폐하를 한의 마지막 폐하로 만들고 싶지 않사옵니다.”
순욱의 말에 황제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부르르 떨면서 신하들을 바라보았지만, 순욱을 제외한 모든 고관들은 규를 들며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순욱은 이에 조서를 직접 올려 두었고, 황제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옥새를 찍었다. 그 뒤, 황제는 그대로 일어나 그 자리를 벗어났다.
순욱은 바로 옥새를 들어 내관에게 내주었다. 그러고는 찍은 조서를 직접 읽으며 발표하였다.
황실의 조야는 이번의 일로 순욱이 변했다고 말을 꺼내었지만, 그것은 약간의 잡음에 불과한 정도로 끝이 났다. 궁내의 관리들 대다수가 순욱이 천거한 이들이었고 순가에 은혜를 입은 이들이었다.
특히 이번에 순욱이 직접 원가와 내통한 이들을 눈감아 주는 일로 순욱의 지지가 크게 높아진 탓도 있었다.
순욱은 직접 임명부를 들고 하후돈과 승태를 찾아 사공부로 불러 조서를 내렸다. 하후돈은 임명이 끝나자마자 순욱을 보며 물었다.
“내가 누구를 쓰든 상관이 없는가?”
“상관없습니다. 지금의 패공을 중용하시고 싶으시면 해도 됩니다. 안위는 신경 쓰면서 임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흥, 그 정도도 버티지 못하면 아만의 아들이 아니지. 알아서 잘 할 것이네.”
순욱은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런 순욱을 바라보던 하후돈은 옷을 한 번 털고 일어나 그를 흘겨보았다.
“자네는 저놈을 밀어줄 것인가? 아만의 대체재로?”
“소신이 어찌 명공의 대체재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저 자리에 알맞은 사람을 쓸 뿐입니다.”
“저 겁쟁이를 말인가?”
“겁이 많을수록 더 신중한 선택을 하겠지요.”
“흥, 그럼 유표와 다를 게 무엇이더냐? 형초 하나를 다스리며 황제 놀음이나 하는 놈이 될 것이다. 그런 놈보다는 악독하더라도 천하를 모두 가지려는 놈이 나을 것이다. 네놈도 곧 알게 되겠지.”
“나중에 한 수 가르쳐 주시지요.”
하후돈은 뒷짐을 진 채 그 자리를 떠났다.
순욱은 무릎을 꿇고 조서를 기다리는 승태에게로 다가갔다.
“축하하네. 이제 진짜 한 지역을 담당할 수 있겠군,”
순욱의 뜻은 이제 사진장군으로 직이 올랐기 때문에 부를 개설하고 특별히 상신하지 않아도 무관들을 속관으로 뽑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즉, 지역을 담당함에 거슬리게 할 것이 없어지게 된다는 뜻이었다.
조서를 받은 승태는 예를 표하고 일어났다. 순욱은 그런 그를 툭툭 치며 물었다.
“이제 고 도독을 다시 볼 수 있겠군. 굉장히 오랜만일 것 같은데, 기분이 어떤가?”
승태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서신을 자주 보내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직접 얼굴을 보는 것은 몇 해가 지났으니 반갑기는 할 것입니다.”
“준비는 빨리 해야겠어. 아마 이 일이 퍼지면, 유비도 분명 준비할 것이네. 준비를 마친 이를 상대하는 것보다는 준비하지 못한 이들을 상대하는 것이 편할 테니 말이야.”
“지금 바로 출발할 것입니다. 잠시 집금오를 모시고 가도 되겠습니까?”
“지금 바로 말인가?”
순욱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승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윽고 무엇인가 생각을 마친 순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집금오라··· 좋네. 그가 자네에게 조언을 주었나 보군. 그를 군사로 쓸 생각인가?”
“조 사공을 전투로 죽음 직전까지 가게 만든 분입니다. 유비를 상대하는 데 가장 좋은 인물이기도 할 겁니다.”
순욱은 승태의 말에 동의했다. 가후는 한 번도 조조를 보지도 않고서도 조조의 허점을 간파했다. 그뿐 아니라 한 번도 아닌, 두 번씩이나 조조가 패퇴하게끔 만든 인물이었다.
“좋네. 지금은 허도를 노리는 유비를 치우는 것이 중요하지.”
“감사합니다, 사공”
“감사할 일은 아니네. 단지 가장 적절한 자리에 적절한 사람이 갈 수 있게 하는 것뿐이네.”
장군이 된 그날 밤, 승태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가후의 저택으로 향했다.
가후는 승태가 도착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아가 예를 표하면서 그를 맞이했다. 가후는 저택에는 이미 짐을 모두 쌓아 놓은 상태였다. 그것을 본 가후가 먼저 입을 뗐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혹······.”
“오시면 움직일 수 있게 짐을 쌓아 놓은 것입니다.”
“짐까지 먼저 쌓을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바로 움직일 것을 조언하지 않았습니까? 조 진남께서 제 조언을 들으실 것이라면 직접 찾으셔서 저를 유비를 상대하는 데 쓰지 않겠습니까?”
“대단하십니다.”
“저도 짐을 싸 놓은 것이 헛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가후의 조언을 받은 승태는 급전으로 서주에 서신을 보내어 진궁을 대장으로 삼아 군을 안풍 주변에 주둔시키도록 하였다.
승태와 같이 온 이들은 위월의 기병과 함께 고순이 주둔 중인 평여현으로 말을 달렸다.
***
여남에 도착한 승태는 자신을 마중하기 위해 나온 고순을 보고 손을 흔들며 말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고순을 만나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지만, 고순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승태가 가까이 오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장 고순, 주공께 인사드립니다.”
승태는 그런 고순의 어께를 치며 일으켜 세웠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물었다.
그때, 고순의 옆에 서 있던 이통이 뻘쭘한 모습으로 서 있다가 이내 예를 표하였다.
“조 진남을 뵙니다.”
“이 여남의 높은 무명은 많이 들었습니다. 고 도독이 여남의 반란을 토벌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니옵니다. 그저 저는 패공께서 반드시 원소를 물리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통이 약간 안타까운 얼굴을 보이자, 승태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 여남과 고 도독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패공께서 원적을 물리친 것입니다.”
이통은 칭찬에 고개를 숙였고 승태는 그런 그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이 여남, 부디 이 여남의 능력을 백부를 죽인 유비를 토벌하는 데 발휘해 주세요.”
그러자 이통은 다짐하듯 고순과 함께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당연한 일입니다. 조 장군, 저를 선봉에 세워 주신다면 반드시 감히 주제도 모르고 패공을 노린 유비의 목을 베겠습니다.”
“그럼 바로 진군하시지요. 아직 준비하지도 못한 유비을 흔들어 보자고요.”
그 말을 끝으로 승태가 말에 오르자, 앞뒤로 기병들이 우르르 달려가기 시작했다.
***
안풍, 진궁의 주둔지에는 노숙과 보즐 등이 여러 물자를 확인하고 있었다. 노숙은 빠르게 죽간들을 빠르게 표시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그러니까··· 갑자기 순 사공을 도우러 간 인물이 무슨 장군직을 달아서 이런 일을 하게 만드는데? 해야 할 일도 엄청 많은데 말이야.”
“그래도 주공께서 높은 자리에 오른 것인데, 좋아하셔야 한 것 아닙니까? 그래야 노 공께서도 높은 자리에 오르지 않겠습니까?”
“높은 자리에 올라봐야 일만 많아진다. 여기서 일이 더 많아지면 나는 진짜 쓰러진다, 쓰러져.”
그러자 보즐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물었다.
“그래도 관리하는 지역만 늘지 않으면, 일에는 크게 변함없지 않겠습니까? 주공께서 상신하지 않고 바로 사람을 뽑을 수 있으니, 더더욱 일은 편해질 것입니다.”
노숙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렇겠군. 그럼 저번에 계획한 시험 문제도 쉽게 풀릴 것이고 말이야.”
“그것은 맡을 사람이 없어서 약간 문제가 된 것 아니겠습니까?”
“주공이 책임을 져야지. 자신이 제안한 일인데 말이야. 신하들은 죽어 가는데, 주공이라는 사람이······.”
그때, 노숙은 좋지 않은 느낌을 감지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거치도를 들고 있는 창희를 볼 수 있었다.
“계속 말을 하지 그러는가?”
그러자 노숙은 손을 내저으며 창희에게 말했다.
“아, 아니요. 그냥 나는······.”
“나도 알고 있소이다. 노 공께서 주공을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노숙은 웃음을 짓고 있는 창희를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다가 기겁하며 거치도를 가리켰다.
“그런데 그 거치도는 왜 검갑에서 빠져있습니까?”
창희는 눈을 껌벅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검갑에 거치도를 집어넣었다.
“위협할 의도는 없었네. 단지··· 음··· 습관 같은 것이라 말입니다.”
노숙은 질린 표정으로 창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창 도위는 어째서 여기 있습니까? 위 장군과 같이 주공께 가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창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위 장군도 여기에 왔다는 것을 알면 깜짝 놀라겠습니다.”
보즐은 눈을 크게 뜨고 창희를 바라보았다.
“그건 왜요? 위장군은 왜 이쪽으로 오셨습니까? 주공을 지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 도독하고 자룡이 그것에 있는데, 왜 그곳에 가느냐고 하더군. 그리고 위 장군이 저번에 못한 싸움을 이어 가야 한다고 이곳으로 오셨네.”
“못 다한 싸움이라면······.”
“장비. 장비가 이곳으로 온다고 해서 말이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