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09
유비는 관우를 시켜 고성과 신양에 주둔하며 낭릉을 넘기려 했다. 낭릉현을 함락시키기 위해 주변의 지원군을 부르지 못하게 고성과 신성현, 그리고 비양현에서 오는 길에 흩어 놓았다.
병력의 부족으로 여수일대를 감시할 수색병을 움직이는 것이 느려졌고 여수를 건너는 승태를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굉장한 속도로 남하하는 승태는 자신의 병사들과 함진영과 이통의 여남군을 이끌고 여수를 건너 고성으로 달렸다. 이러한 상황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고성은 순식간에 포위되었다. 아래에 보이는 군병들의 깃에는 수춘후를 알리는 ‘수춘’이라는 깃과 함진영의 깃이 걸려있었다.
그곳을 맡은 장수인 유염은 답답한 마음에 목을 쓰다듬으면서 목책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내 올라가는 거대한 깃을 본 유염은 기염을 토했다.
‘적에게는 죽음을, 무릎 꿇은 자에게는 자비를’이라고 적힌 깃은 그 위에 수색병의 머리가 걸려 있었다. 그 광경은 목책 안의 병사들에게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유염은 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어차피 항복이라는 말은 관우의 충복인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전투 준비를 해라.”
유염의 명령에 병사들이 빠르게 활과 화살, 그리고 수성할 것들을 챙기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 승태 군대 쪽에서 장합이 말을 타고 다가왔다.
유염은 흰 깃을 달고 있는 이를 바라보며 외쳤다.
“네 이놈! 관 공의 분노가 두렵지 않더냐! 지금 물러난다면 무사할 것이니, 당장 군을 물리도록 하여라!”
유염의 외침에 장합은 웃음을 치며 외쳤다.
“하하하하! 참으로 안타깝고도 우습구나! 관도에서 안 장군과 문 장군, 모두가 관우에게 죽었는데, 원소의 부대가 유비를 따라 관우의 휘하에 있다니 말이다. 이 준예가 말하니 하북인들이여, 들어라! 하북의 병사가 항복하면 수춘후께서 서주 땅에서 경작하며 살 수 있도록 할 것이고, 만일 지금 성을 지키는 장수를 잡는다면 백금을, 성문을 열어 우리를 맞이하면 오십 금을 내리겠다!”
장합의 말에 병사 중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그들은 유비가 원소에게서 받은 병사들로, 꽤 많은 수의 병사들이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하하하! 네놈들이 유 사군을 이길 수 있겠느냐? 역적 조조도 죽었는데 말이다. 어차피 조조 정도가 아니면 유 사군을 어찌 이기겠느냐!”
장합은 그 말에 웃음을 흘리며 외쳤다.
“그리하거라. 우리는 관우를 격파하고 다시 올 것이니. 그때는 그곳의 모든 병사는 죽을 것이다.”
장합의 말에 유염은 어리둥절하여 말을 못 하고 장합을 뻔히 바라보았다. 잠시 후, 승태의 병사들은 고성의 포위를 풀고 곧바로 남하하기 위해 지나가기 시작했다.
***
“장군, 저들의 뒤를 노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승태군의 움직임을 바라보던 유염은 계속 고민하기 시작했다. 옆의 부장들은 유염에게 결단을 종용하였다.
“장군,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저들을 여기서 막지 못한다면, 관 장군께 커다란 폐가 될 것입니다.”
“맞습니다. 거기다 장합이 하북의 병사들을 흔들어 놓았으니, 저들을 한 번 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병사들 내부에서도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유염은 그 자리에서 칼을 뽑으며 말했다.
“어차피 관 공께 이 일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군을 움직여야 한다. 저들을 노리는 것보다는 이 일을 관 공께 알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 날랜 기병은 우회하여 빨리 관공께 이 상황을 알리고, 우리는 저들의 뒤를 쳐서 시선을 돌린다.”
“충!”
***
승태는 제 옆에 말을 몰고 있는 가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저들이 진짜 군을 몰고 나오겠습니까?”
“나올 것입니다.”
“빤히 보이는 함정이지 않습니까?”
“상관없습니다.”
승태는 턱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혹 관 공에게 이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나올 것이라는 말입니까?”
“총명하십니다.”
“그래도 전군을 몰고 나올 것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군의 규모를 보여 준 것입니다. 우리의 규모는 저들이 우회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눈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입니다.”
승태는 ‘호오’ 소리를 내며 감탄사를 흘렸다. 가후의, 마치 사람의 쥐고 흔드는 작전이 매우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후방에서 이통의 전령이 승태에게 달려왔다.
“후방에 병력이 나타났습니다.”
가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콧수염을 쓰다듬었다.
“저들은 저희가 준비를 안 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기병을 먼저 후방에 들이박으려고 할 것입니다. 후방의 수레를 벽으로 삼으며 적들을 상대하다가 함진영이 들이친다면 적병은 저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에 승태는 가후에게 예를 표했고 몸을 돌려 조운에게 말했다.
“후방의 두 장군에게 가 집금오의 이야기를 전해 주시죠.”
조운은 예를 표하고 상산병을 이끈 채 후방으로 나아갔다.
“장군께서는 가보시지 않습니까?”
승태는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가후를 바라보았다 무엇인가를 아는 듯한 그의 표정은 꽤 기분이 좋지 않게 느껴졌다.
“무슨 말씀입니까?”
“장군 정도의 실력이시라면 조 장군의 옆에서 실력을 내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승태는 가후의 말에 약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조 장군의 열 합도 받아내지 못하는데요.”
가후는 승태의 말에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치 알고 있는데 거짓말하지 말라는 표정 같았다. 그러나 가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약간 달랐다.
“그러시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숨겨진 칼은 뽑기 전까지는 굉장히 날카로우니까요.”
가후는 말 머리를 돌려 천천히 전장이 될 후군으로 향하다 말고 승태에게 말했다.
“이 노인은 칼 한 자루 들 힘도 없으니, 장군께서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이에 승태도 말을 돌려 가후의 뒤를 따랐고 그 뒤로 단양병이 따랐다.
승태가 도착할 즈음, 저 멀리서 흙먼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많은 수의 병력이 따라붙은 것으로 보였다.
이에 이통의 병사들은 수레들을 들어 마치 방벽처럼 만들었다. 그러고는 방벽 뒤에 숨어 휑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승태의 뒤를 노리던 기병들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하! 저것을 보아라! 저 모습이 잘난 조조의 잔당 병력이다! 우리의 모습에 덜덜 떨면서 숨거나 도망갔구나!”
한편, 이통은 수레의 안에서 시간을 세고 있었다.
“오, 사, 삼, 이, 일······.”
말발굽의 울림이 머리까지 퍼질 정도가 되자, 이통은 웃음을 지으며 소리쳤다.
“되었다!”
그러자 이통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투창을 던지고 나서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 올렸다. 투창은 말과 사람을 가리지 않고 날아가 꽂혔다. 이에 앞줄의 기병들은 엉망진창이 되어 나뒹굴었다.
앞줄이 그런 상황이 되자, 뒤따라오던 기병들은 놀라 말을 멈추다가 뒤에서 밀려오는 기병에 밀려 깔려 버리거나 쓰러진 기병을 잘못 밟아 말의 발목이 꺾여 넘어졌다.
이통은 흥분된 표정을 지으며 커다란 참마도로 수레 하나를 박살 냈다. 그러고는 적 기병을 향하여 달려들었다.
“참살하라!”
이통은 참마도를 마치 가벼운 검처럼 휘두르며 말과 사람을 베어 넘겼다. 살짝 무릎을 굽힐 때는 말의 다리 두 개가 한 번에 베어졌다. 말은 인식도 못 했는지 앞으로 나아가려다 말고 한쪽으로 넘어갔다. 이통은 넘어간 인마를 지나치며 다른 먹잇감을 찾아다녔다.
승태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하며 가후를 바라보았다.
“함진영이 나설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가후도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한데 말입니다. 이 노인은 언제나 많은 무장을 바라보고도 무장이라는 존재들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일인의 무예가 기마 수십을 베어내다니 말입니다.”
“이 여남이 말에 탔다면, 더 많은 이들을 상대했을 것입니다.”
“더 말이 되지 않는군요. 일인이 일백을 넘게 상대한다면, 모사의 계책은 뭐가 되겠습니까?”
그러나 가후는 마치 재미있다는 듯이 웃고 있었다. 절대 짜증이라는 느낌이나 불합리하다는 느낌이 아니었다.
“관우나 장비는 더 뛰어나겠지요? 만인적이라 불리는 인물이니 말입니다.”
승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전에 장비와 맞부딪친 적 일을 떠올렸다. 그러자 괜히 팔이 욱신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한 방에 그렇게 볼품없이 날아갔으니 말이다.
“대단하지요. 천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 것입니다.”
“호오, 재미있군요. 그래도 말입니다. 과거에 여 장군을 물리칠 때와 비슷한 상황인 것 같기는 한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후의 물음에 승태는 턱을 긁으며 말했다.
“글쎄요. 관우와 여 장군은 다르니 말입니다.”
“관우가 더 강하다는 말인지요?”
“무신(武神)과 전신(戰神)의 차이 정도라 해야 할까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뭐라 하기 어렵습니다만.”
“호오라··· 전신이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 새로운 사냥감을 찾은 것 같은 가후는 입맛을 다셨다. 그때, 승태의 뒤에서 고순이 나타나 옆에 서서 말했다.
“모두 처리하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고 도독.”
***
함진영은 이미 무너져 버린 적군을 더욱 완전히 무너트리고 도망가는 적들을 모조리 잡기 위해 움직였다. 함진영의 주목적은 마치 도망가는 이들을 처리하는 것 같았다. 말 없는 자들은 무시하고 적들을 처리했으며 말 위에 있는 자들은 쇠뇌를 이용해서라도 처리하였다.
그렇게 처리된 이들은 바닥에 누워 있거나 신음을 내뱉으며 땅에 나뒹굴고 있었다. 함진영이나 이통의 병사들은 그런 이들은 훑어보면서 적군 모두를 이곳에서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관우가 아무런 소식을 받을 수 없도록 말이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차피 고성을 떨어트리지 못하면 며칠 후에 소식이 전해질 텐데요?”
“고성이 어찌 되었는지는 상관없었습니다. 단지 관우가 소식을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심하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틈이 생길 테니 말입니다.”
잠시 후, 장합과 고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전령의 목으로 보이는 이들이 보였다.
“명대로 나중에 나온 전령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성은 어떻습니까?”
승태의 물음에 장합과 고람은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군영 안에서의 대강의 느낌은 느껴져도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는 알 수는 없으니 말이다.
“글쎄요. 어수선하기는 했는데 안까지 볼 수는 없으니, 정확한 상황은 모르겠습니다.”
가후는 장합의 말에 약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마 관우를 물러나게 하면, 저들은 스스로 진을 포기하거나 저곳을 담당하는 이의 목이 잘려 밖에 걸려있을 것입니다.”
“관우를 패퇴시키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
수색을 마치고 온 기병들이 빠르게 달려 관우에게 다가왔다. 빠르게 말에서 내린 병사들은 말 위에 있는 관우에게 예를 취한 뒤에 보고를 올렸다.
“장군! 지금 빨리 후퇴하셔야 합니다. 지금 조조의 대군이 이 고성을 지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조는 죽었으니 그 아래 조씨인 누군가가 군을 이끌고 있겠군. 조인인가? 벌써 여기까지 온 것이면··· 고성을 이렇게 빨리 떨어트렸다는 것인가?”
관우는 자신이 공격하던 낭릉현의 성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시간만 좀 더 있었으면 넘었을 곳인데. 쯧··· 보군들은 후퇴할 준비를 해라. 기병들은 나를 따라 적의 구원군을 상대할 준비를 한다.”
“충!”
멀어지는 기병들을 바라보는 관우는 아쉬운 듯이 수염을 매만지며 생각했다.
‘생각지도 못할 속도로군. 누가 군을 이끄는지는 몰라도 허를 깊이 찔렸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