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10
관우의 군대가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자, 승태는 도망가는 이들과 기마 수천 기가 군 주변을 도는 것이 볼 수 있었다.
승태는 짧은 수염을 만지작거리면서 이통에게 말했다.
“항복 권유라도 해 보지요.”
“어차피 들을 인물이 아닙니다.”
승태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며칠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왔습니다. 해 봐야 고주(苦酒, 식초) 몇 입 먹으며 피로를 풀었죠. 저희가 저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적들의 보군들이 후퇴 준비를 마무리 지으면 적들도 무리하게 싸우려 들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이통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그러자 가후가 천천히 뒤에서 나타나 물었다.
“제가 드린 이야기와 굉장히 비슷합니다만?”
“문화 공의 계책을 택한 것뿐입니다.”
가후는 승태의 말에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호위에는 만전을 기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적장이 만인적이라 하셨으니, 혹 나쁜 마음을 먹으면······.”
승태는 관우가 바로 앞에서 언월도를 휘두르며 자신을 압박할 것을 생각하자,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하지만 이내 두려운 감정을 털어내고는 답했다.
“관 공이 그럴 분은 아니지만, 일단 호위는 만전을 기하겠습니다.”
갑자기 두려움에 관우라 부르던 이를 관 공이라는 존칭까지 쓰는 승태를 보고 가후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관우의 기병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그는 뒤를 돌아 승태의 군세를 바라보았다. 잘 무장된 함진영과 거의 유협들과 같은 이들의 모음인 이통의 부대, 그리고 경기병이라 부를 만한 상산병. 관우의 기병에 비해 숫자가 너무 적었다.
‘어렵겠군.’
***
잠시 후, 관우가 승태의 초대에 응하였다. 덕분에 부대 밖에서 조촐하게나마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관우는 혼자 왔지만, 승태의 곁에는 조운과 장합, 이통, 고람 등 모두가 서 있었다. 관우는 그들의 모습을 쓰윽 보더니 한마디 던졌다.
“누가 보면 나를 잡기 위해 이렇게 모인 줄 알겠군.”
그러자 승태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에이, 아닙니다. 관 공이 도망가고자 한다면, 여기서 누가 쉽게 그것을 막겠습니까?”
관우는 승태의 칭찬에 웃음을 살짝 지어 보였다.
“그럼 혹 내가 자네를 공격할까 봐 저들을 데려온 것인가?”
“아닙니다. 관 공께서 그러하겠습니까? 저희 군사를 맡으신 분이 워낙 깐깐해서 말입니다. 조 사공의 일도 있으니 말입니다.”
“조 사공의 일은 참으로 안 되었네. 의제가 남아 그런 일을 계획하였는지는 몰랐네.”
“아닙니다. 그래도 전쟁 중이 아닙니까. 장수가 목숨을 잃는 일은 병가지상사니까요.”
관우는 잠시 수염을 쓰다듬더니 승태에게 물었다.
“급하게 군을 이끌고 온 것 같은데, 군은 괜찮은가?”
“급하게 달려오며 고성을 함락하고 오느라 피곤하기는 할 것입니다. 그래서 관 공께 대화를 청한 것이고요.”
“그런가? 솔직하군그래. 준비되면 진형을 짜서 우리를 공격하려는가?”
“별일이 없으면, 관 공은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어째서?”
“그보다 좋은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승태의 도발에 관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퇴각하는 보군들을 노릴 것이라는 말이군. 나를 넘어서 할 수 있겠나?”
“혼자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관 공.”
관우는 바로 언월도를 들어 올려 승태를 노리려 했지만, 그의 공격은 조운과 이통에게 막혀 버렸다.
“이렇게 말입니다, 관 공”
승태는 다시 군으로 향했고, 관우는 곧바로 경기병들을 이끌기 위해 움직였다. 경기병들은 승태의 군이 아닌 퇴각하는 병사들의 후미를 지키기 위해 사라졌다.
그러자 나팔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낭릉의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곧바로 낭릉의 남은 기병들이 출병하였다. 이를 시작으로 관우를 추격하기 위해 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태의 군은 나팔 소리에 천천히 군을 진군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낭릉의 기병들이 관우의 기병들과 부딪쳤다. 허 씨 집성촌의 인물과 낭릉현장 조엄의 부대였다. 승태는 약간 당황하면서 가후에게 물었다.
“저분들 너무 나가는 것 같은데요?”
승태는 낭릉의 군세가 자신들과 합류하는 줄 알고 천천히 움직였는데, 저들이 그냥 관우에게 돌격하자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언을 구하려는 그때, 이통이 앞서 나서 예를 취하며 말했다.
“장군, 아마 군을 이끄는 이는 낭릉현장인 백연(조엄)과 명공을 지키다 졸한 허공의 형인 허 도위일 것입니다. 저들이 저렇게 나서는 것은 적들의 뒤를 잡아 확실히 패퇴시키려 함일 것이니, 제가 도울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관우가 그리 쉬운 인물은 아닐 것입니다. 차라리 저들을 구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간다고 하시면, 제가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통은 승태를 바라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마치 자신을 관우보다 낮게 보는 것 같아 자존심이 좀 상했기 때문이다.
그때, 고순이 나서 이를 승태를 대변해주었다.
“이 여남, 나 또한 함진영을 이끌어도 관우와 부딪치면 승패를 장담하기 어렵소. 아마 이런 상황에서 신승을 얻어 낼 정도일 것이오. 주공께서 그것을 알기에 이 여남의 안위를 걱정하여 말한 것이니, 기꺼워하지 마시오.”
이통은 고순의 말에 얼굴을 펴며 말에서 내려 예를 취했다.
“소인이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승태는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것인데 말입니다. 그럼 제가 조 장군을 붙여 드릴 테니, 혹시나 모를 일을 대비해 주십쇼.”
이에 이통은 고순을 바라보았다. 고순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통은 이에 답하며 말에 올라탔다. 그렇게 조운은 상산병을 이끌고 이통과 같이 군을 이끌고 말을 타고 달려 나갔다.
이를 빤히 보던 승태는 고개를 돌려 고순에게 물었다.
“이 여남이 고 도독을 많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고순이 말에서 내리려 하자, 승태는 바로 손을 들어 막았다.
“아니요. 뭐라 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행이라는 겁니다. 이통은 여남에 가장 유명한 명사 아닙니까? 덕분에 여남의 일군 점하는 데 우리가 좀 더 수월하게 군을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모두 주공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가후는 승태의 모습을 옆에서 보다가 슬쩍 말을 꺼내었다.
“아까 전의 답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아, 너무 나서는 것 같다고 한 것 말입니까?”
“저도 똑같이 생각하여 구원해야겠다는 생각했으니 말입니다. 아마 고 도독의 경고에 이 여남은 주의할 것입니다. 딱 보아하니 고 도독을 존경(尊敬)하며 외경(畏敬)하는 듯하니 말입니다.”
‘하긴, 고순을 상대하면서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어?’
고순은 누아르 물의 정석적인 모든 멋있음을 다 집어넣은 인물이다. 그러니 군인이나 무인으로서 누구든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부나 기분 좋은 칭찬을 바라는 윗사람 빼고는 말이다.
***
관우는 허정과 조엄의 공격에 웃음을 지었다. 딱 보아도 기병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말을 타고 나오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기마 보병 정도가 딱 알맞겠군.’
관우는 가장 앞에 나서서 언월도를 길게 잡았다. 우스꽝스럽게 커다란 몸집으로 작은 말을 타고 있는 선봉을 베어 버리려는 마음으로 말이다.
관우의 언월도가 선봉의 말머리를 자르며 순식간에 적의 허리를 베어 내려는 순간, 허정이 커다란 도끼로 이를 막으며 날아가듯 말에서 떨어졌다. 말은 그대로 달리다가 풀썩 쓰러졌다.
관우는 그것을 보면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기병들이 허정을 피해 사방으로 흩어지듯 퍼져 나갔다.
관우는 방향을 약간 비스듬히 틀어 허정을 피해 적의 기병을 살육하기 시작하였다. 허정은 관우의 뒤에 따라오는 기병을 노리려 했으나 흩어지는 기병을 잡지 못하고 소리만 질렀다.
“으아아아! 이리로 오라는 말이다!”
허정의 소리는 우렁차기 그지없었으나 관우의 휘하 기병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자신의 할 일을 하듯 흩어져 적 기병을 훑으며 사라질 뿐이었다. 관우의 기병들은 계속되는 관우의 높은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관우의 위치를 확인하고 명령을 받아 움직였다.
잠시 후, 관우와 기병들은 낭릉군의 후방에 서서 다시금 공격을 준비했다. 언월도에 묻은 피를 털어 낸 관우는 후방의 조엄을 노리려 했지만, 이내 뒤에서 달려오는 이통과 조운의 기병을 보고 나서 말했다.
“빠르게 적의 후방을 친다. 저들이 오기 전에 분쇄해야 한다.”
기병들은 말없이 관우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그러자 낭릉의 기병들은 그들에게서 도망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들을 이끄는 조엄은 허정을 구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외쳤다.
“퇴각! 퇴각해라!”
조엄이 주변을 보았을 때, 기병 중 대다수가 전투 불능에 빠져있었다. 아니, 빠지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이미 허정이 단번에 날아가는 것을 봤을 때 도저히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조엄은 후방에서 나팔 소리가 들려오자, 급히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만억! 문달(이통의 자) 공이 왔다! 저곳으로 후퇴한 뒤에 저들을 상대한다! 문달 공이 왔다!”
낭릉의 병사들은 순식간에 조엄의 말에 두려움을 이겨내었다. 이리저리 흩어져 자기 살길을 도모하려던 이들도 창을 다시 잡고 이통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원군의 시선을 방해하며 마구잡이로 달리는 패잔병들 모습을 본 관우는 웃음을 지었다.
“만억? 참으로 조잡한 이름이군. 그런데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니, 잡장(雜將)인 것 같군. 오히려 잘되었다. 저들의 후미를 따라서 적의 구원군을 격퇴한다.”
관우가 먼저 달려나가자, 그 뒤를 따라 기병들이 움직였다. 후방의 기병들을 따라잡은 관우는 다시 한번 언월도를 휘둘러 기병들을 잡았다.
처음의 격돌과는 달리 사람과 말을 베어서 날이 많이 달았는지, 적을 벤다기보다는 쳐 낸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한 명을 쳐 낼 때 피를 뿜으며 날아가는 것을 보면, 살상력이 떨어진 것 같지는 않았다. 단지 부드럽게 베어지지 않는다는 차이일 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더 위력적일 수도 있었다. 날아간 병사는 다른 병사를 때려 낙마를 시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모조리 여기서 죽여라! 다시는 우리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말이다!”
허정이 관우의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려는 순간, 허가의 무사 몇이 그를 말렸다. 그의 양옆으로 말을 모는 그들은 허정의 말머리가 뒤로 돌지 못하게 막는 것 같았다.
“허가의 적손은 너 하나이다! 저아(楮兒, 허저)도 비명에 갔는데, 너 또한 유비의 의제에게 당한다면 하늘에서 가주를 뵐 면목이 없음이야!”
“허나! 항 형! 저놈을 막지 못하면 여기서 다 같이 죽는 것입니다! 제가 잠시라도 막겠습니다! 마상 무예는 상대가 되지 않더라도 적을 잠시 동안 묶어 놓을 수는 있습니다!”
“그만!”
그 순간, 뒤에서 허정의 호위를 하던 인물들이 말머리를 돌려 사라졌다. 허정은 당황하다가 양옆에 붙은 호위를 보고 말했다.
“나와라! 항 형을 구해야 한다!”
“불허합니다. 호위장님의 마지막 명일 수도 있는 명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허정이 분노에 차 호위병을 치려 했으나, 이내 채찍을 꾹 쥐어 말의 엉덩이를 치며 빠르게 나아갔다.
뒤를 돈 항은 허가의 무사 세 명과 함께 관우를 향해 달려나갔다.
“말만이라도 베어 저들을 멈추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관우는 그들이 생각하는 그런 생각과 다른 무인이었다. 그들을 본 관우는 말 위에서 올라섰다. 그 모습에 놀란 허정은 마음을 진정하며 말을 노렸으나, 관우가 아랑곳 않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말의 속도가 느려졌고 관우는 위로 뛰어올라 자신의 앞에 보이는 세 명의 말을 언월도를 한 번 휘둘러 넘어트렸다.
다른 무사들은 빠져나가지 못했으나, 항은 말에서 빠져나와 도끼를 들고 관우에게 달려들었다.
관우는 슬쩍 그를 바라보고 뒤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말을 보았다. 그러고는 언월도를 짧게 잡아 빠르게 달려갔다. 자신을 노리는 도끼를 언월도로 툭 치고 자세를 바꾸었다. 그 뒤, 항의 목에다 언월도를 밀어 넣으며 목을 긁듯이 그어 내었다.
깔끔하게 베이지 않았지만, 목의 핏줄을 베어내기에는 충분했다.
“커커커걱!”
항은 한 손으로 자신을 목을, 다른 한 손은 앞으로 뻗어 관우의 옷자락이라도 잡으려 했지만, 그의 팔은 너무 짧았다. 관우는 다시 뛰어올라 말 위에 올라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