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11
관우는 새로운 사냥감을 잡기 위해 말 위에 올라타 빠르게 몰았다. 도망치는 기병 어느 누구도 관우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손쉬운 먹잇감이 배고픈 포식자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순리이며 이치였다.
관우는 도망치는 적병의 후미를 따라 속도를 올렸다. 그 순간, 새하얀 갑주를 입은 채 적마의 위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게 되었다.
“조운! 오랜만이다!”
관우의 커다란 호통에 조운은 창을 다잡았다.
이윽고 ‘퍼어엉’하는 소리와 함께 적마가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를 상산의 기병들이 따라붙었다.
이통이 말고삐를 잡고 말을 달리려는 순간에 조운은 이미 저만치 나아가 있었다.
“궁시! 격!”
상산병은 허리춤의 활을 들어 올려 달려오는 기병들을 향하여 쏘았다.
관우는 말을 멈추지도 않은 채 이를 튕겨 내었다. 하지만 그의 뒤를 따르는 기병들 중 몇몇은 활에 맞아 쓰러지거나 이를 튕겨 내기 위해 달리는 것을 멈추었다.
이에 조운과 관우, 모두가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후위에서 따라오던 기병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며 개별적인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허정과 이통은 이를 두고도 그저 눈만 크게 뜨고 바라보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이것이 북방의 기병술인가?’
조운은 관우와 격돌하였다.
관우의 묵직한 언월도가 날아들자, 조운의 창의 창대가 ‘까가가강’하는 소리를 내며 그 공격을 막아 내었다. 이에 관우는 조운에게 멀어진 뒤, 약간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자네, 창이 바뀌었군. 전체가 쇠로 된 것 같은데··· 힘이 많이 들겠어. 다시 보니 말도 백마가 아니고.”
“이 모든 것이 주공께서 주신 선물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장군의 언월도가 더 무거울 것 같습니다만. 손이 얼얼합니다.”
관우는 언월도로 바닥을 긁으며 조운의 주변을 맴돌았다. 조운 역시 천천히 말을 몰며 창을 관우를 겨눈 채 빙빙 돌았고.
그들의 주변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그 순간, 관우가 ‘타핫’하는 소리와 함께 흙을 조운에게 뿌리면서 언월도를 횡으로 공격하였다. 하지만 조운은 놀라지 않고 창대를 일자로 잡아 관우의 공격을 막아 내었다.
관우의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 무기끼리 맞대는 소리가 아닌 것 같은 굉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둘의 말이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조운의 말은 무엇인가 분한 듯이 다시 힘으로 밀어붙였다. 조운도 이에 호응하듯 힘을 주어 관우의 언월도를 밀어 냈고.
결국 관우의 언월도가 튕겨 나가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조운은 곧바로 창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관우는 언월도를 유려하게 돌려 창을 막아 냈다.
조운의 말은 마치 미친 것같이 콧김을 거칠게 내뿜으며 조운의 공격을 돕고 있었다. 그 여파는 적지 않았다. 과거 조운에게 느껴지던 창격의 힘을 넘어서, 아예 관우가 밀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대로 관우의 말은 이에 기가 눌렸는지 계속해서 뒤로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관우는 아예 뒤로 몇 보 빠지며 언월도를 내렸다. 그러고는 조운이 타고 있는 말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 여포의 것인가? 아니, 이미 여포의 말은 너무 늙었을 테니··· 그의 자식들이려나?”
“예. 그 말의 자식들을 저와 제 부하들이 타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적설(赤雪)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더는 백마는 아니겠군? 적마의종(赤馬義從)인가?”
관우가 살짝 웃음을 지으며 묻자, 조운도 이에 답해 주었다.
“이름이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저 저는 그저 주공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 될 뿐입니다.”
관우는 전황을 쓰윽 훑어보았다. 자신의 기병들은 상산병을 상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래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계속 궁시를 쏘는 상산병들에게 피해를 보는 듯싶었다.
관우는 언월도의 대 끝을 바닥에 계속 내리쳤다. 이에 흙이 패이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조운은 관우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똑같은 수법을 쓰시려 하십니까?”
“알면서도 당하는 수법이 아닌가? 자네의 창으로는 어렵겠지만, 월도의 편의성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행동에도 조운이나 관우, 그 누구도 비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적을 상대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조운은 다시 창을 잡았고, 관우는 곧바로 흙을 빠르게 뿌리고 그대로 올려 베었다. 조운은 관우가 어떠한 변주 없이 그대로 올려치는 바람이 느꼈다. 때문에 말과 창의 힘으로 이를 내리찍고 바로 관우를 공격하려 했다.
‘바로 내리찍고 나서 가슴을 노린다!’
그러나 관우가 말한, 알고도 당한다는 수법은 힘으로 밀어 버리는 것이었다.
관우의 허벅지에 순식간에 힘이 들어간 탓에 그의 말이 살짝 내려앉았다. 풍압마저 느껴지는 관우의 올려치기에 조운은 있는 힘껏 창으로 내리찍었음에도 도리어 밀려서 올라가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으아아아아!”
조운의 기합 소리와 함께 적설이 말머리를 비틀어 공격을 흘렸다. 그 탓에 휘청거리며 한 번 옆으로 나아가자, 관우는 그 틈에 빠르게 말을 몰아 휘파람을 내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자신의 기병들을 불러 모으며 후퇴를 시작했다.
관우가 가장 후미에 서서 달려가는 것을 보며 조운은 그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내 활에 화살을 메겼으나, 팔에 힘이 더는 들어가지 않아 부들부들 떨렸다. 결국 조운은 활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젠장······.”
그동안 올바르기만 하던 조운의 입에서 욕설이 나오자, 옆으로 다가운 그의 친우가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어째서 그러는가? 적들을 피해 없이 물리쳤는데.”
“아직 내가 부족해서 그러네. 주공께서 주신 선물이 없었으면, 오늘은 내 제삿날이 되었을 것이었네.”
그때, 이통이 말을 타고 달려와 물었다.
“저들의 뒤를 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 조운은 이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불가합니다. 상산병이 빠르고 궁시가 가능하다지만, 남은 화살이 몇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혹여 저들이 그 상황에 반전하여 싸우면, 우리가 순식간에 당할 수도 있습니다. 관우 휘하 기병들의 무력은 상산병보다 우위에 있습니다.”
조운의 눈에는 ‘상산병도 이기지 못하는 이들을 당신이 상대할 수 있겠느냐’라는 무시가 담겨 있었다. 마치 이통이 자신의 주공에게 ‘감히’라는 눈으로 바라본 것에 대한 복수와 같았다. 그러나 이통은 이를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렇군요. 수고하셨소이다. 조 장군이 아니었다면, 소인들의 피해는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혹 이곳에서 뼈를 묻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조운은 그런 이통을 슬쩍 바라보더니 답했다.
“주공께 감사를 전하십쇼. 주공께서 관우를 잡을 상산병이라는 패 하나를 버리면서 불손한 그대를 구한 것이니 말입니다.”
이통은 차마 머리를 들지 못했다.
조운은 창을 겨드랑이에 끼고 상산병과 함께 승태에게로 돌아갔다.
***
진궁이 이끄는 부대는 곧바로 포정현까지 군을 진군하였다. 중간에 있던 마을들은 항복시키거나 그야말로 전소를 시키듯 소멸을 시켰다. 그곳에 있던 백성들은 양주로 이주시켰다.
이를 막기 위해 움직이던 장비는 전소된 마을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꼈으나, 이내 진궁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진짜 황당하네. 누가 보면 적국과 싸우는 줄 알겠네. 서주와 양주에 백성이 부족하다고 되찾으려는 땅에서 백성을 데려간다고? 진짜 서주와 양주에 자신만의 국가를 세우겠다는 생각인가? 이런 식으로 전쟁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야.”
도리어 수비 측이 적군의 보급로가 길게 만들어 더 많은 수의 사람을 쓰게 만들고 적을 지치게 만드는 청야전술(淸野戰術)이지만, 진궁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보급로로 쓸 지역은 많으니 굳이 한 곳으로 한정 지어 쓰지 않고 어느 지역을 지날 때마다 보급로를 바꾸어 쓰는 것이었다. 마치 상대를 놀리듯이 말이다.
장비는 말 위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지도를 펼쳐 보며 붓으로 무엇인가를 계속 쓰고 있었다. 이윽고 수색을 마친 기병들이 눈에 들어오자, 장비는 지도를 집어넣고 말을 몰아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래, 어떻더냐?”
“마을들 대다수가 없어졌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간중간에 보이는 마을들은 아마도 전향한 것 같습니다. 마을에 높이 수춘후의 깃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어린놈의 자식이··· 백부(조조)를 골로 보내 줬더니, 아주 그냥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구나.”
병사들은 고개를 숙이자, 장비는 사모를 들어 말머리를 돌렸다.
“적병은 어디에 있더냐?”
“회수 근처를 따라 내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서쪽에서 내려오는 애송이와 합류하려는 수작이겠군. 숫자는?”
“그것은 정확하지 않지만, 삼만은 넘어 보였습니다.”
장비는 이마를 문지르며 인상을 팍 찡그렸다. 그러면서 사모를 땅에 세게 박자, 기병은 놀라 한 걸음 정도 뒤로 물러났다.
“빌어먹을······.”
갑작스러운 장비의 욕설에 기병들은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죄송하다고 외쳤다. 장비는 그런 기병에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아니다. 너희가 뭐 잘못한 것이 아니니, 돌아가 쉬어라. 아니면 뭐 잘못한 것이라도 있느냐? 뒤를 잡혔다거나?”
“아닙니다!”
“그럼 들어가서 쉬어라. 내일 엄청 뛰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병사들은 사라졌고, 장비는 곰곰히 생각하다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성동격서(聲東擊西)도 아니고··· 둘 다 목적이 있는 공격이니, 뭐를 노려야 하는 거야?”
전쟁이 시작됐을 때, 장비는 성동격서로 생각했다. 때문에 안풍에서 오는 군의 보급을 끊어 고립시키고 격퇴할 수만 있다면, 전격전을 하는 승태의 군은 금방 격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승태의 군이 고성의 군을 격파하고 낭릉의 관우와 며칠 동안 격돌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고성에서 직접 서신이 온 것은 아니었기에 고성이 어떻게 넘어갔는지는 모르지만, 후방의 걱정 없이 관우와 격돌한 것으로 보아 고성을 넘어간 것이 사실이라고 유비 군은 생각했다.
이를 토대로 하면, 승태의 군대도 잘 정비된 군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안풍에서 밀려오는 병력은 숫자도 많았고 보급로도 다양화되어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제길··· 무력으로 밀어붙여야 하나?”
장비는 잠깐 과거에 황건적을 상대했을 때를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진궁, 그 노인네··· 내가 온다는 것을 알면 절대 쉽게 당하지도 않을 것이야. 서주에 빌어먹을 여포의 잔당이 많으니 쉬게 밀리지도 않을 것이고”
유비군의 그 누구도 승태가 이렇게 급하게 내려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전쟁에 대비하지 못한 것이다. 전조라도 있었다면, 아마 유표에게 군량을 지원받거나 승태와 척을 진 호족들에서 군수를 지원받았겠지만, 그조차도 시간상 여의치 않았다.
거기다 그간 지원받은 군량도 예주 백성들의 마음을 돌린다며 구휼로 많이 이용했으니, 전쟁에 쓰일 군량은 좋지 않은 상태였다.
급작스러운 승태의 진군 소식에 군량을 징발하자는 이야기가 관내에서 나왔다. 하지만 백성들의 원성이 더욱 자자해질 것을 염려해 미축이 반대하였다.
이에 유비는 미축의 조언을 듣고 다시 군량을 징발하는 것을 막았다. 그러고는 백성들을 형주로 옮기며 군을 움직였다.
그랬기에 장비는 보급로를 어떻게든 짧게 잡아 군을 움직이면서 적을 격퇴하려 했다. 정확히 말하면, 한저관을 넘어 형주로 도망갈 시간만 충분히 얻어 내야 했다.
장비는 한숨을 내쉬며 혀를 찼다.
“쯔쯔··· 유표, 그 능구렁이의 지원만 얻어 내면 허도까지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남의 백성들의 민심은 이통과 조엄의 선정 덕에 꽤 탄탄하였다. 또한 이미 고순이 여남과 완을 관리하면서 반군을 쥐 잡듯이 잡아내어 안정적이었기에 여남에 유비라는 이방인이 자리 잡기는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낭야나 하동에서 군을 일으키는 게 맞았을 것 같은데······.”
유비의 명성이 높은 낭야나 관우의 이름이 높은 하동에서 군을 일으켰다면, 군세도 지금보다 더 모였을 것이다. 또한 원담이나 원상에게서 직접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그 편이 더 좋지 않나 장비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그러한 생각을 지워 버렸다.
“그렇게 되어 봐야 원가의 용병밖에 더 되겠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