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The Unfinished Lord RAW novel - Chapter 116
가후는 승태에게 사신에게 가기 전에 몇 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지금 유표는 남형주에서 일어난 장선의 반란으로 인해 형주 이북으로는 군병을 움직일 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런 까닭에 유표는 장수가 맡은 역할을 유비로 대체하여 기용할 생각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조각난 조가의 세력을 막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생각보다 유비의 세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고 유표는 과감하게 지원을 끊어 버렸다.
한마디로 계륵이 되어 버린 유비의 처지.
승태는 가후의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렸다.
‘유표가 죽기 전에 갈등이 표면화되면, 손 안 대고 코를 풀 수도 있겠는데?’
승태가 막사에 도착하자, 유표의 사신으로 온 인물이 예를 표하였다.
“소신, 북지 부가의 공제입니다.”
승태는 그의 이름을 듣고 기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뒤로 자신을 소개하는 사신단의 이야기는 그저 지나가듯 들었다.
승태는 그간 누구에게도 인물 비평을 받은 적이 없는데, 방통, 배잠, 위풍 등에 대한 인물 비평으로 유명한 부손이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꽤 높은 명성을 쌓긴 했으나, 정작 인물평이 자자한 명사들을 만난 적이 없으니 딱히 들을 일이 없기도 했다.
‘유표가 꽤 인선을 많이 생각했구나. 차라리 이적이나 나이가 비슷한 왕찬을 보냈으면 편 했을 텐데, 인물 비평에 능한 부손이라면 나를 평하고 조가의 세력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편하겠지.’
승태는 예를 취한 후에 상석에 앉았다. 그 뒤로 따라온 이들 또한 자리에 앉자 승태가 먼저 입을 열었다.
“흐음, 제가 부 공께서 어떤 직을 맡고 있는지 몰라 그냥 부 공이라 부르겠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유 형주께 의탁을 하고 있으나 딱히 직을 맡고 있지 않으니 말입니다.”
승태는 부손의 말에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우선 유 사군의 일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조정에서 하북의 원적과 손을 잡은 일로 제가 걸맞지 않은 장군직을 맡아 이곳에 이르렀으니 말입니다.”
겸양을 떠는 말에 부손은 승태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소신은 거기까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유 예주께서 원래 예주목을 받은 분이시니 황실의 어르신인 유 사군(유표)께서 어찌 돕지 않을 수 있었겠습니까.”
은근슬쩍 유비를 예주로서 아래로 깔고 유표를 사군으로 올리고 있는 부손의 말에 승태는 저도 모르게 약간 웃음이 흘러나왔다.
‘하긴 부손 혼자 온 것도 아니고, 뒤에 다른 사신단 인물들이 있으니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겠지.’
마치 자신과 부손의 이야기를 모두 담으려는 듯한 그들의 표정에 승태는 입맛을 다시다가 말했다.
“인사치레는 여기까지 하고,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이 조 모가 황실의 어른이신 유 형주를 이렇게 예우를 해 드렸으니, 어느 정도 답례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승태의 말에 뒤에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나서며 말했다.
“이 상황이 무슨 예우라는 말입니까? 작금의 밀서를 받은 유 예주를 공격하고 여기까지 몰아낸 것이 예우라는 말입니까?”
그러자 승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것은 유 사군이 역적인 원적(원소)의 손을 들어 주었기 때문 아닙니까. 하여 저희는 유 사군이 한저관을 넘자마자 이리 포위만 하고 딱히 군사적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찌 예우하지 않았다 말씀하십니까.”
승태의 말에 할 말이 없는지, 그들은 입을 꾹 닫았다. 그러자 승태가 다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런 복잡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는 충분한 예우를 해 드렸고, 유 형주께서는 그에 대해 답례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신분들이 가져온 내용이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니, 그것을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 내용을 듣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 서로 입장을 맞추어 보지요. 혹 아무런 권한 없이 온 것은 아니겠지요?”
승태의 말에 부손은 살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그렇겠습니까. 우선 유 사군(유표)의 전언을 우선 전해 드리겠습니다.”
부손은 품 안에서 달그락거리면서 비단에 적힌 조서 하나를 꺼내었다. 그것을 이전이 받아 가후에게 건네고, 위험이 없음을 확인한 가후는 유표의 전언을 다시 조심스레 승태에게 전하였다.
그때, 가후를 알아본 몇이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꺼내려 하자, 부손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을 막았다.
그 모습에 승태가 피식 웃음을 짓자, 뒤쪽에 서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무엇에 분노했는지 분연히 나와 말했다.
“장군은 입으로는 예우를 표한다고 말하지만, 유 사군(유표)의 입인 저희에게 어찌 이런 대우를 하신단 말입니까? 저자는 주공께 시혜를 받은 장수의 휘하 군사 가후가 아닙니까? 저희를 욕보이시려는 것이 아니라면 저자가 어찌 여기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에 조군 측 장수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위월은 약간 어이가 없다는 듯 혼잣말을 하였다.
“아니, 무슨 우리가 사신을 보냈나, 지들이 보낸 것이지. 조정에서 장군을 보좌하기 위해 보낸 사람인데, 무슨 지들이 우리 위에 선 것처럼 말하네?”
그 말에 항의하던 이가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으나, 위월은 도리어 마치 ‘한번 해볼까?’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차마 아무 말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이를 보고는 위월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이에 승태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만하지요. 유 형주께서도 좋은 뜻으로 이리 서신을 보내 주셨고, 뜻이 맞는 바가 많으니 굳이 이리 싸울 필요 없습니다.”
“유 형주의 제안을 전적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유 형주께서 조공을 다시 하신다면, 저희는 지금의 양현 이남의 유 형주의 통치를 인정하며 군사적인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것 모두 말입니다.”
승태가 아무런 조건을 들지 않고 이리 쉽게 말하자, 부손은 약간 걱정을 하며 말을 꺼내었다.
“하나 유 예주를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예주에서 이주한 이주민들 또한 드리기 어려······.”
부손의 염려 섞인 말을 중간에 자르며, 승태는 유표의 조건을 모조리 이해한다는 듯이 말하였다.
“바라지도 않습니다. 작금의 상황에서 아조(我朝)의 치(治)에 불만을 품고 떠나간 이들을 어찌 잡겠습니까. 또한, 유 예주는 황실의 어르신인데, 어찌 내줄 수 있겠습니까? 모두 이해합니다. 저희야 뭐, 예주에서 조정을 위협하는 이들을 몰아내고 통치를 확정을 지었으니 충분합니다.”
“감사하옵니다. 이 좋은 소식을 빨리 돌아가 전하겠습니다.”
부손의 뒤에 있는 이들은 일이 쉽게 해결되자 약간 당황했지만, 부손은 마치 빨리 돌아가 소식을 전하려는 듯 크게 예를 표하고 뒷걸음으로 나가려 했다.
바로 그때, 승태가 갑자기 말을 꺼내었다.
“헌데 이리 좋게좋게 넘어갔으니 말입니다. 혹시 부 공께서 제 인물평을 해 주실 수 있습니까?”
부손은 급작스러운 요청에 뒷걸음질을 멈추고 살짝 고개를 들어 승태를 바라보았다.
승태는 뭐가 이상하냐는 듯 물었다.
“제가 부 공께서 형주의 인재들을 평하는 것이 매우 뛰어나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 평이 어떨지 궁금하여 그렇습니다. 딱히 다른 의도는 없습니다. 혹 다른 이들의 귀나 눈이 좀 신경 쓰이시는 것이라면 저와 따로 차나 한잔하면서 말하시죠. 아, 집금오께서도 같이 가시지요.”
승태가 일어나자, 가후가 뒤를 따라 움직였다.
갑작스런 요청에 잠시 당황하던 부손과 사신단들이나, 이전이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향도하자, 나머지 인물들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자리를 옮겨 자신의 막사에서 부손과 마주 앉은 승태는 직접 차를 내려 건네며 말했다.
“맛이 좋습니다. 마시지요.”
부손은 차를 빤히 바라보다가 승태에게 물었다.
“장군, 혹시 저만 따로 부르신 연유가 있으십니까?”
승태는 수염에 묻은 차를 손으로 살짝 닦아내고 나서 부손의 말에 답했다.
“별것 없습니다. 그저 제 평가를 듣고 싶은 마음도 있고, 약간 걱정되는 바를 따로 전하기 위해 부른 것입니다. 이런, 차가 식겠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서주에서 직접 제가 재배한 놈들입니다. 어린잎만 따서 아마 순할 것입니다.”
부손은 아무런 말 없이 차를 들이켜는 가후를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이내 눈을 감고 차를 마셨다. 그러고는 약간 놀란 듯이 승태를 바라보았다.
“맛이 좋지요?”
“그렇습니다. 차라 하면 쓰고 떫기만 한 줄 알았는데, 고소하고 깔끔한 것이 혹시······.”
“갈 때 조금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내리는 방법도 같이 알려 드릴 터이니, 참고하여 즐기시면 될 것입니다.”
부손은 승태의 말에 기분이 약간 풀어져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웃음을 내보였다.
“어떻습니까? 평을 알려 주시겠습니까?”
“예. 뭐, 그리 대단한 재주는 아니지만 장군께서 이리 좋은 선물을 주시며 원하시니 드리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제가 겁이 많아 죽간에 글을 써 드릴 터이니, 나중에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허이야, 이거, 힐난이 적혀 있나 봅니다. 겁이 나서 갈 때 전해 주신다니 말입니다.”
승태의 말에 부손은 부랴부랴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 인물의 평이라는 것이 사람이 어찌 사람을 대하는가와 성향을 보고 평하는 것인데, 이것은 직접 말로 전하려 하면 좋은 쪽으로 움직이는 것이 무작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승태는 부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하기는 그렇습니다. 사람이 오래 본 것도 아니고, 저와 대면한 것은 아까 전의 모습이 다인데 말입니다.”
“거기다가 평은 언제까지나 그것을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평을 들은 인물들은 꼭 그것을 부정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바꾸어 달라는 말도 자주 들었습니다.”
“참으로 어려웠겠습니다.”
“뭐, 어차피 사람이 잘 바뀌지는 않으니, 저야 원하는 분들에게 그저 전할 뿐입니다.”
승태는 차를 한 잔 더 따라 주며 말했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솔직히 말하겠습니다. 저나 여기 있는 집금오께서는 유 장군(유비)이 유 형주께 의탁하는 일이 약간 걱정됩니다.”
승태가 유비를 더 이상 사군(使君)이라 극진히 높여 부르지 않고 유표와 같이 직책으로 이야기하자 부손은 약간 기꺼워하면서도 경계했다.
그러고는 입을 다물고 약간 생각하는 듯하다 승태의 생각을 물었다.
“어찌하여 그러시는지요?”
“뭐, 이간책이라 느낄 수도 있으시겠으나, 걱정이 많아 이러는 것이니 들어 주십쇼. 혹 너무하다 싶으면 유 형주께 잘 추려서 말해 주시면 될 것입니다.”
부간은 승태의 말에 유비의 안 좋은 말이 나올 것을 예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유 장군의 지금껏 행보가 그리했지만, 지금까지 그가 의탁한 이들 중에 멀쩡히 살아남은 자가 없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으실 것입니다.”
이윽고 승태의 뱀과 같은 혀에서 유비에 관한 뒷담화가 시작이 되었다.